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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6화 (26/300)

26화_북으로(2)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정부 아시아 지구 대몬스터 방어협회.

각기 지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고, 안경을 쓰고 멀끔하게 정장을 입은 남성이 대표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회의를 진행할 래플스라고 합니다. 우선 각 지부의 대표님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빠르게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래플스가 조용히 화면을 조작하자, 거대 사마귀가 자신의 날카로운 앞발을 든 사진이 나왔다.

“일주일 전 몬스터 땅인 북한과 한국 지부의 군사경계선인 38선을 기준으로 대규모의 멘티스들이 남하하여 인류의 영역을 위협하였습니다. 다행히 한국 지부의 기동대와 세계헌터협회의 발 빠른 대처로 약간의 피해로 멘티스를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면이 바뀌며 어금니를 드러낸 거대 늑대가 비쳤다.

“보신 거와 같이 이틀 전 몽골 지부에 몬스터화 된 그레이트 울프 무리가 몽골의 작은 도시를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레이트 울프 무리는 물리쳤지만, 도시는 반파되고, 한동안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래플스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싱가포르 대표가 말을 잘랐다.

“한국과 몽골에 생긴 변수 아닐까요? 일정 이상의 몬스터가 생겨 나타나는 변수인 몬스터 웨이브요.”

상황을 가볍게 보는 싱가포르 대표의 말에 래플스가 표정을 굳혔다.

“네. 한국 지부와 몽골 지부의 일만 따지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 헤이룽 장성을 중심으로 오크 대전사가 탄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래플스의 말에 각 지부의 대표들이 웅성거렸다.

“오크 대전사? 그래도 다행히 오크 로드는 아니군.”

“그래. 오크 로드도 아니라 오크 대전사면 괜찮지 않나?”

“오크 로드라니 말 함부로 하지 마시오. 로드가 탄생하면 영국의 악몽이 우리 아시아에도 닥치는 거니.”

자신들의 말만 내뱉는 각 지부의 대표들을 보며 래플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행히 노사와 중국 지부에서 이번 사건에 도움을 주시기로 했습니다.”

래플스가 ‘노사’라는 단어를 꺼내자 그제야 각 지부의 대표가 안도의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13인의 신화 중 한 명이신 노사께서 직접 움직이시는 건가?”

“네. 노사와 그의 제자들이 움직이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사께서는 아시아가 협력해서 이번에 인류의 영역을 더욱 넓히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노사께서 마족을 없애주겠다고 하시던가?”

“노사께서는 헤이룽 장성 쪽 마족을 처리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마족은 걱정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노사께서 움직이시는데 헤이룽 장성쪽 마족만 처단한다는 게?”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사께서 하신 말씀인데, 저희는 그저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래플스의 말에 각 지부 대표자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

[자네가 도와줘야겠어.]

“지금도 충분히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문제는 남은 사람들이 처리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13기동 타격대의 김무혁 대장이 전화 통화를 하며 상대에게 날 선 대답을 한다.

[염치없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비만 오면 자네를 구하기 위해 발록에게 다친 상처가 쑤셔.]

“대체 언제까지 발록을 우려먹으실 겁니까? 작년에 환골탈태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

[허허허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나? 그래도 이 늙은이가 부탁하네.]

상대의 말에 무혁은 고민에 빠졌는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 통화 상대와 무혁 사이에 정적이 감도는 이때 유신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무혁은 유신의 인사를 그저 손을 까닥이며 받아줬다.

유신은 대장의 무뚝뚝함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정령초를 들고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무혁은 그런 유신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 부탁 들어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무혁의 말에 전화 상대가 깜짝 놀란다.

[자네가 내게 부탁할 일이 있을 줄이야··· 그래 뭔가?]

“이번 일을 처리하면, 우리 대원 중 한 명의 교육을 맡아주십시오.”

[누군데 내가 교육을···]

“신입입니다.”

[······]

“어떻게 해주시겠습니까?”

무혁의 닦달에 상대는 침묵을 유지하다 말을 내뱉었다.

[알겠네.]

“감사합니다. 노사”

[아니네. 내가 감사하지.]

13인의 신화 중 노사에게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감사를 받은 무혁이 무심히 전화를 끊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한동안 바빠지겠군.”

***

덜컹!

군용 비행기의 흔들림에 유신이 앉아 있는 곳에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자세를 바로 한 유신이 주위를 둘러보자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때 조종사의 방송이 들려왔다.

[앞으로 10분 뒤에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방송이 나오고, 강문이 기지개를 피며 유신을 돌아봤다.

“막내야~ 발밑에 있는 낙하산 잘 착용해라. 착용법 알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카데미에서 쓰던 거와 같은 종류입니다.”

유신은 의자 밑에 있는 낙하산을 꺼내 등에 메고,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낙하산의 끈을 최대한 당겨서 몸에 밀착시켰다.

낙하산 착용이 끝난 유신이 주위를 둘러보는데, 13기동 타격대의 다른 선배들은 낙하산을 착용할 생각이 없는지 그저 굳은 몸을 풀고 있을 뿐이었다.

“선배님들은 착용 안 하세요?”

다리우스가 피식 웃으며 유신의 의문을 풀어줬다.

“요 브로~ 우린 그거 필요 없어?”

“네? 왜요? 우리 여기서 뛰어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브로~ 낙하산은 애송이들이나 착용하는 거야?”

“네?”

얼토당토않은 대답에 유신이 복잡한 눈빛으로 다리우스를 쳐다보고 있을 때 또다시 방송이 흘러나왔다.

[5분 뒤에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조종사의 방송이 끝나고 눈을 감고 있던 무혁이 눈을 떴다.

“모두 3단계로 조정하도록.”

“그럴 필요 있을까요?”

“혹시 모르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5단계까지 허가가 내려왔다.”

“사람들이 겁이 많아.”

강문이 고개를 흔들며 셔츠 안에 숨어 있는 목걸이를 꺼내 한 부분을 돌렸다.

강문을 시작으로 다른 13기동 타격대원들이 각자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꺼내서 일정 부분을 돌렸다.

“강문 선배 그게 뭔가요?”

“뭐? 이 목걸이?”

“네. 모두 같은 걸 착용하고 계셔서요.”

유신은 대화하면서 다른 선배들의 목걸이를 보느라 강문의 입술이 슬쩍 말아 올라간 것을 보지 못했다.

“이거 별거 아냐. 13기동 타격대의 정식인원에게 주어지는 군번줄 같은 거야. 안 그래?”

다른 13기동 타격대를 쳐다보며 강문이 동의를 구하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어? 그러면 전 왜 없나요?”

“당연하지. 아직 정식 대원이 아니라는 거지. 회사로 따지면 인턴 정도?”

“그게 뭐예요? 일반 회사에서도 인턴을 저처럼 길게 하지는 않아요?”

“알았어. 알았어.”

유신을 놀리는 재미에 빠진 강문은 손사래를 치며 방긋 웃었다.

“그럼 계약직으로 해줄게.”

강문이 웃고, 유신이 표정을 찡그릴 때 무혁이 한마디 내뱉었다.

“장난 그만하고 모두 준비해라.”

무혁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군용 비행기의 해치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군용 비행기가 난기류 때문에 덜컹거렸고, 정말 우연히 강문이 유신을 더 놀려주려고 어깨를 살짝 쳤다.

툭하고 말았어야 할 강문의 터치가 퍼억! 이 되었고, 유신은 그대로 열린 해치로 날아가, 나 홀로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됐다.

“브로~ 아직 작전 지역도 아닌데, 유신을 떨어트리면 어떻게 해?”

“봉인을 3단계로 바꾼 걸 깜박했어.”

“에휴~”

누군지 모르지만, 13기동 타격 대원 중 한 명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강문이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겠지?”

“강문이 막내를 찾아서 작전 지역으로 데리고 오도록.”

무혁은 떨어진 유신이 걱정되지 않는지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강문에게 명령했다.

“금방 데리고 오겠습니다.”

강문은 무혁의 명령에 미소 지으며 맨몸으로 비행기에서 벗어나 낙하했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강문을 슬쩍 본 무혁은 고개를 젓다가 뒤에 남아 있는 13기동 타격 대원들을 돌아봤다.

“모두 강문처럼 실수하지 말고, 힘 조절 잘하도록.”

“넵!”

"근데 대장 브로~ 아까 뼈 부러지는 소리 안 들렸어?"

***

"으아아아악~"

떨어질 때 하필 균형이 무너져서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비싼 돈 주고 다닌 아카데미에서 고공 침투 훈련도 받았지만, 그때는 떨어질 때 아주 멋있게 떨어졌는데, 지금은 내 한 몸 가누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대로 떨어지면 납작한 호떡이 될 뿐이다.

생각하자 하유신! 낙하 훈련 교관님이 했던 말을 떠올리자.

'바람을 타면 하늘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 이 자세를 기억하세요.'

나는 낙하 훈련 교관이 말했던 양손과 양팔을 살짝 굽혀서 넓게 펴려고 하는데, 이미 무너진 균형 감각과 거친 바람 때문에 쉽게 되지 않았다.

'아~ 하유신 이대로 죽는 건가?'

잠깐 부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이대로 생을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선배들에게 죽도록 맞은 게 너무 아깝다.

선배들은 내 포스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대련을··· 그래!

나는 몸 안에서 쉬고 있는 포스를 불렀다.

포스는 곧 내 의지에 따라 몸을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왼손을 옆으로 뻗고는 포스를 분출했다.

일정 이상의 포스가 뿜어져 나왔지만 내 몸은 계속 왼쪽으로 회전할 뿐이다.

이대로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바람을 타는···? 아니 차라리 바람과 싸우자!

나는 왼손에 포스를 뭉쳐 하늘을 친다고 생각하며 포스를 뿜어냈다.

팡~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회전이 점점 느려졌다.

나는 계속 왼손으로 포스를 뿜어내 빈 허공을 쳐서 균형을 맞춰갔다.

그때 너무 욕심을 많이 낸 것인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몸이 돌려고 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오른손을 옆으로 뻗고···

"크윽!"

강문 선배한테 툭~ 맞은 부위가 아프다. 해치에서 떨어질 때 부딪혔나? 그런 기억은 없는데? 정신을 다른 데 팔 틈이 없다. 이제 곧 지상이다.

나는 오른팔에 일어나는 고통을 참으며 포스로 허공을 쳤다.

운 좋게도 단 한 번의 분출로 드디어 공중에서 균형을 잡게 됐다.

밑을 바라보니 낙하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온몸에 포스 막을 둘렀다.

그리고 바로 낙하산 줄을 당겼다.

급격하게 펴진 낙하산은 내 몸에 태클을 가해 살짝 몸을 위로 띄웠지만, 이건 낙하가 아니라 추락이다.

낙하산을 펼쳤지만, 너무 땅과 가까웠고, 낙하지점도 평지가 아니다.

촤아아아악~

낙하지점은 나무가 무성한 숲이었다.

내 몸은 나뭇가지에게 무참히 찔리면서 추락했다.

아무리 포스로 몸을 강화하고, 포스 막까지 만들었지만, 추락의 물량 에너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쿵!

"꾸엑~!!"

무언가 단단한 것 같으면서 푹신한 것이 내 밑에 깔려서 쿠션 역할을 해줬다.

슬쩍 밑을 바라보니 피부가 초록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광대뼈까지 올라온 뻐드렁니도 보였다.

‘오크야 미안하다. 덕분에 살았다.’

나는 오크를 깔아뭉갠 채로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보인다. 방금 내가 떨어져 내려온 곳이다.

버라이어티한 순간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 반대인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최소한 GPS는 켜고 은폐·엄폐는 해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가는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사람의 말이 들려왔다.

"이보시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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