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_이태원의 밤(3)
이 상황에 드립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그냥 드립 한번 쳐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 드립이 기폭제가 됐는지 조폭들이 달려들었다.
흉흉한 무기를 든 채, 다가오는 조폭들을 보며, 검을 뽑기 위해 허리춤에 손을 뻗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
생각났다.
오늘 클럽 가려고 검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이크!”
나는 쇠 파이프를 피하며, 그걸 휘두른 조폭의 얼굴로 포스가 담긴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포스가 담긴 주먹을 5대력이 없는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될까?
다리우스 선배의 뼈다귀들도 내 주먹에 부서지거나 가루가 됐는데, 일반인이 맞으면?
순간 험악한 얼굴이 폭죽처럼 터지는 상상이 됐다.
조폭의 얼굴에 내 주먹이 닿기 전에 가까스로 주먹에 맺힌 포스를 거뒀다.
“크헉~”
다행히 조폭의 얼굴은 터지지 않았고, 그저 내 주먹에 얻어맞고 코가 납작하게 됐다.
타격감이 확실한 것을 보니 최소한 코뼈가 주저앉았을 거다.
한 명을 녹다운시키자, 양옆에서 머리와 다리를 향해 무시무시한 흉기가 날아왔다.
나는 봐주면서 공격하는데, 조폭들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이러면 가중처벌입니다.”
나는 몸을 회전해서 가로로 누우며 무기들을 피했다.
솔직히, 방금 회피술이 꽤 멋있었다고 생각하며 착지하려 했는데, 등 쪽에서 누군가 발로 나를 가격했다.
그대로 넘어진 나는 사내들 사이에 떨어져서 일명 다구리를 당했다.
‘정신없다!’
쇠 파이프, 각목, 야구 방망이, 누군가의 발들이 온몸을 가격했다.
겨우겨우 몸을 웅크려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다구리 맞고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급박하다.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다.
실눈을 떠서 내 몸을 확인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포스 막을 운용하고 있었다.
“크크크”
맞고 있는데, 웃음이 나왔다.
저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아프지 않다니.
조폭들이 나를 때리는 데 열중하고 있을 때, 타이밍에 맞춰 한 녀석의 발목을 잡고선 그대로 돌려버렸다.
“크아아악! 내··· 내 발!!”
힘 조절이 잘 안 됐나 보다.
발목이 어디까지 꺾였는지 모르겠지만, 녀석의 처절한 비명에 잠시 다구리가 멈췄다.
나는 그 짧은 순간 최대한 멋있게 윈드밀을 하며 주위에 있던 조폭들을 물리게 하고 일어섰다.
정적이 흘렀다.
나는 이 기분을 최대한 즐기며 유호 선배와 대련할 때를 떠올리며 어설픈 권투 자세를 취했다.
조폭들은 내가 자세를 취하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휘둘렀다.
“잽. 잽. 잽. 잽. 잽······.”
쇠파이프는 잽으로 구부러뜨렸다.
각목과 야구 방망이는 잽으로 부러뜨렸다.
가끔 얻어걸린 조폭들의 몸은 찌그러뜨렸다.
그렇게 왼손 잽으로 마약상들이 휘두른 무기를 하나씩 부셨다.
기회만 보인다면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조폭들의 턱, 광대뼈 등을 공격해 기절시키기도 했다.
‘아…힘 조절 실패…’
가끔 실수해서 조폭들의 뼈들이 금이 가거나 작살났다.
그렇게 잽으로 한 놈 한 놈 쓰러트리고, 가끔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그냥 맞아줬다.
내겐 녀석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5대력 포스가 있다.
그리고 조폭들의 사소한 공격과 능력으로는 내 포스 막을 뚫을 수 없다.
“오늘 양학 한 번 해볼까?”
나는 한 마리의 늑대가 돼서 조폭이라는 양들을 유린했다.
이 중에 5대력이 없다면 오늘 나를 상대할 사람은 없었다.
쾅!
나는 또다시 등을 얻어맞고, 데굴데굴 굴렀다.
역시 나쁜 녀석들이다.
자꾸 치사하게 내 등을 공격했다.
빠르게 일어나서 자세를 잡으려고 하는데, 등이 쓰라렸다.
“크·· 이건 좀 아프네.”
나는 타격을 당한 곳을 손으로 만져 봤다.
그나마 몸은 멀쩡했다.
하지만, 클럽을 가기 위해 비싼 돈 주고 산 새 옷에 크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공격한 놈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보니, 마약을 설명했던 비서가 눈앞에 마법진을 띄워 놓고 있었다.
“몸이 단단하시네요. 그럼 이것도 한 번 받아보세요. 파이어 볼!”
파이어 볼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왔다.
옆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는데, 내가 쓰러트린 조폭들이 뒤에 쓰러져 있었다.
내 몸과 마음은 피하라고 외치지만, 조폭도 사람이다.
“제길···”
나는 파이어 볼에 달려들며 포스가 담긴 주먹을 내뻗었다.
포스와 마나가 부딪혔다.
콰아앙~
내 주먹이 완벽하게 파이어 볼을 파쇄했다.
“이게 되네.”
내 목소리에 마법사가 흠칫 놀랐다.
선배들과 대련하면서 느낀 게 있다.
상대의 빈틈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놀라서 멈춰있는 틈에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사는 뒤늦게 날 보고 급하게 캐스팅을 시작했다.
‘늦었어!’
내 주먹이 마법사의 얼굴을 가격하려는 순간, 마법사가 눈을 찔끔 감았다.
퍼억~
이건 내가 마법사의 얼굴을 가격해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쾅!
이건 내가 벽에 처박히는 소리였다.
엄청난 충격에 순간 숨이 막혔다.
“콜록콜록, 카악 퉤~!”
목구멍을 통해 무언가 올라와서 뱉어내니 붉은 피였다.
눈가를 찡그리며 나를 가격한 존재를 바라봤다.
두목으로 보이던 존재는 사라지고, 은빛 털의 늑대가 두 발로 서서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웨어 울프?”
“웨어 울프라니, 날 몬스터와 비교하면 쓰나? 그냥 변신 능력자일 뿐이야.”
웨어 울프가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포스를 끌어올렸다.
불타오르는 포스가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을 가루로 만들었고, 나는 벽에 박혀 있는 몸을 손쉽게 빼냈다.
“휴~”
깊게 숨을 내뱉고, 불타오르는 포스를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 포스를 운영하는 건 낭비일 뿐이다.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몸 주위에 이글거리던 포스가 점점 일정한 모습으로 변했다.
역시 악당은 주인공이 준비할 시간을 기다려 준다.
준비가 끝난 나는 눈을 빛내며 조폭들을 바라봤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내가 다시 복싱의 파이팅 포즈를 취하자, 웨어 울프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를 가리켰다.
“사냥 시간이다.”
두목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주위에 있던 조폭들의 상의가 찢어지며, 갈색 털의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크아아악~~!”
“아우우우~”
나는 변신 중인 늑대인간 가운데, 가장 가까운 놈에게 달려들며, 회축으로 주둥이를 가격했다.
변신 중 공격은 국룰을 어기는 거지만, 나는 한 명이고, 놈들은 많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 줄 것이다.
‘이제 주의해야 할 놈들은 마법사 1명과 늑대인간 4명만 남은 건가?’
잠시 적의 숫자를 계산하는 동안 두목의 날카로운 손톱이 할퀴듯이 날 공격했다.
나는 철판교 수법으로 몸을 뒤로 젖혀 피한 후, 두목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리다가 슬라이딩하듯이 쭉 미끄러져 마법사 앞에 도착했다.
“우선 성가신 놈부터!”
미끄러지던 몸과 추진력을 얻기 위해 쭈그리고 있던 몸을 쭉 피며, 발바닥에 포스를 폭발하듯이 내뿜었다.
“시·· 실드”
공격 마법을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방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타원형의 실드가 마법사 앞에 생겨났다.
쨍그랑
나만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지만, 창문 깨지듯 실드가 깨졌다.
이대로 내 주먹이 마법사의 얼굴과 마주치면 솔직히 나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주먹을 꺾어 마법사의 얼굴 옆을 스치듯이 빈공간에 주먹을 내뻗었다.
콰콰쾅!
주먹에 포스가 많이 실려 있었는지 벽을 박살 냈다.
슬쩍 쳐다본 마법사는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귀에서 피를 흘렸다.
나는 그대로 주먹을 쫙~ 피고는 마법사의 뒤통수를 잡고 내 이마와 마법사의 입술과 박치기했다.
“크아아악~”
다리우스 선배는 말했다.
‘브로~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시동어와 명령어를 스피치 해야 마법이 발사돼~ 그러니까 브로~ 마법사를 만나면 아구창부터 박살 내~ 오케이?’
마법사의 앞니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저 상태면 당연히 마법을 발동 못 하겠지?
“이익! 이놈~!!”
화가 난 두목 웨어 울프가 뒤늦게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아쿠스틱하게 몸을 꺾으며 두목 웨어 울프의 손톱을 계속 피해 냈다.
“웃차~”
“뭣들 하는 거야! 다 같이 공격해!”
계속 공격이 빗나간 두목은 입을 쩍 벌리며 외치고는 다시 손톱을 세웠다.
웨어 울프와 늑대인간들의 손톱을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조폭 늑대들이 열 받은 모양이었다.
이제는 손톱뿐만 아니라 나를 물기 위해 입을 벌렸다.
늑대인간의 이빨을 피하고, 무릎으로 아래턱을 가격한 후,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서 다른 늑대인간들의 손톱을 피했다.
“이제는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한 거야?”
“닥쳐라!”
한 번씩 놈들을 자극해, 멘탈도 털어줬다.
소설에서 보면, 보통 악당들이 이 정도 당하면 슬금슬금 도망간다고 하던데? 놈들은 도망은커녕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아직 포스의 여유는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몰랐다.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게 맞는다면, 웨어 울프는 트롤보다는 못하지만, 재생력이 좋다고 했다.
나는 악당이 좀 심하게 다치더라도, 웨어 울프의 재생력을 믿고, 오른손에 포스를 모았다.
“크아앙”
놈들은 슬슬 인내심이 떨어졌는지 아까보다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며, 상처 입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일권에 저들을 제압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포스를 무겁고, 둔탁하게 그렸다.
주먹에 깃든 포스가 얼추 내가 상상한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이제야 내 오른손에 깃든 포스를 눈치챈 것인지 놈들은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으르렁거렸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포스가 깃든 오른손을 놈들에게 뻗어냈다.
야생의 본능인지 아니면,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늑대인간들은 내 주먹을 피해, 사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내 주먹이 조금 더 빨랐다.
쾅!!!
“깨깨깽~”
늑대인간들과 웨어 울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벽에 처박혔다.
4마리의 늑대 인간들은 벽에 박힌 후, 정신을 잃었는지 변신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두목이라고 웨어 울프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억 헉헉 이제 그만 포기하고 순순히 체포되는 게 어때?”
“크르르~”
웨어 울프는 한 번 으르렁거린 후에 인간으로 변해 벽에서 쓰러지듯 빠져나왔다.
나는 두목이 자포자기했다는 생각에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아우우우~”
어딘가에서 하울링이 울리자, 두목이 기분 나쁘게 웃었다.
“크크크~ 시간은 우리 편이다.”
지원군이 온 것인가 주위를 둘러봤다.
빌딩 복도에는 일반 조폭들과 방금 상대했던 늑대인간 4명, 마법사 1명 그리고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두목 웨어 울프까지 모두가 있는 것 같다.
‘같··다?’ 처음에 변신 중에 쓰러트린 늑대인간 1명이 보이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하도 당해 생긴 내 감각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나는 급하게 다시 포스 막을 일으키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촤아악~ 캉!
다행히 늦지 않게 포스 막을 일으켰다.
늑대인간들의 손톱에 옷은 찢어졌지만,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열댓 마리의 늑대인간들이 모여들었다.
“후~”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주마! 쳐라!”
내가 한숨을 쉬자, 두목은 겁을 먹었다고 오해하는 것 같았다.
정정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제압이 먼저였다.
나는 땅에 떨어진 쇠 파이프를 들고는 상상했다.
‘크고 아름다운 검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면 신무 선배의 그걸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개체가 검은 아니지만, 최대한 대검의 형상을 생각하고, 상상했다.
쇠 파이프에 푸른 빛이 솟아났고, 대검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느낌을 간직한 채 포스 대검을 횡으로 휘두르며, 범죄자들을 위해 경고를 날렸다.
“죽기 싫으면 다 엎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