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0화 (20/300)

20화_첫 임무(1)

“아들 그렇게 힘들어?”

유신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의 재무장관이자 실세이며 두 형제의 어머니인 박희선 여사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유신에게 물었다.

유신은 밥을 먹어도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떤 위험 상황이 생길지 몰라 그대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이고~ 우리 박여사님 왜 그러실까?”

“장난치지 말고. 요즘 우리 장남 얼굴 보기가 얼마나 힘든데. 얼굴도 마른 것 같고.”

모든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듯, 우리 강철의 박여사님도 내 걱정을 하셨다.

“훈련하느라 바빠서 그래요.”

“아무리 훈련이라도 그렇지. 군대도 아닌데, 집에도 안 보내고 훈련 시키는 곳이 세상 어딨니?”

우리 순진한 박여사님의 잘못된 정보에 나는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 나는 바로 배치받아서 이 정도야. 훈련 기동대 애들은 1년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주말도 없이 훈련만 받아.”

“아니 퇴근도 잘 안 시켜. 월급도 쥐꼬리만큼 줘. 그딴 기동대 따위 그만두고 딴 일 알아봐.”

“엄마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오해는 무슨? 아들 아직 젊어. 아니 어려 그러니까 새로운 일을 알아보는 게······ 엄마 말 듣고 있니?”

박여사님은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없이 그저 나를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시다.

‘이럴 때는 역시···’

나는 조심히 휴대폰을 꺼내 은행 어플을 클릭했다.

“아들! 아무리 듣기 싫다지만, 지금 엄마랑 대화하고 있는데, 버릇없게 뭐 하는 거니?”

“엄마 휴대폰 확인해 봐. 빨리~”

박여사님은 미심쩍었지만, 담담히 내가 권한대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니 지금 엄마한테 용돈 줬다고··· 이·· 이게 얼마야?”

“일억.”

내 담담한 말투에 아버지 하현도는 국을 드시다가 사레가 들렸고, 동생 하유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형 장난하지 마! 엄마 진짜야?”

유민은 거북이처럼 고개를 쭉 내밀어 어머니의 휴대폰에 찍혀 있는 금액을 확인하고선 나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형~ 아니, 형님. 그러니까 제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

“어허~ 왜 그러느냐 동생아.”

“제가 요즘 갖고 싶은 게 있어서···”

“흠·· 생각해보니 네 놈은 저번에 친형에게 또라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허~ 그 죄를 어찌할꼬.”

내 말에 유민은 자신의 입이 빨갛게 변하도록 찰싹찰싹 때렸다.

“어떤 못난 놈인지 (찰싹) 모르겠지만 (찰싹) 그놈을 (찰싹)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습니다.(찰싹)”

“그 모습이 내 가슴에 깊은 감명을 주는구나. 구매할 수 있는 URL 보내놓도록 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동생 유민과 나의 콩트를 직관하던 부모님은 황당하듯 쳐다보시다가 길고, 깊게 한숨을 쉬셨다.

“박여사님 저 그만둘까요?”

내 말에 어머니는 휴대폰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언성을 높였다.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끈기가 없니! 아들 난 널 그렇게 끈기 없는 애로 키우지 않았다.”

***

오늘도 정령초와 관계된 업무를 한바탕 끝내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선배들이 긴 나이테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평소의 풀어 헤쳐진 모습이 아니라서 그런가? 너무 어색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였다.

대장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브리핑 중이니 빨리 앉아.”

“네·· 네.”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온 지 1년 가까이 됐는데, 회의에 참석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밖에서 훈련만 했었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13기동 타격대가 된 것 같아 가슴 한편이 한껏 고양됐다.

나는 얼른 자리에 앉고는 13기동 타격대의 회의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대장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이번 임무는 누가 갈 거냐? 유호?”

“다 죽여도 되는 겁니까?”

대장의 미간이 씰룩거린다.

“철호.”

“그날 예약해둔 시계 찾으러 가야 합니다.”

대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애써 표정 관리를 한 후에 신무 선배를 바라봤다.

“신무”

“저 임무 끝내고 어제 돌아왔습니다.”

“다리··· 아니다.”

다리우스 선배를 부르다가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다가 말면, 당연히 궁금증이 생기기에 다리우스 선배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대장 브로~ 왜 절 부르다가 마는 겁니까?”

“갈 거야?”

“안 갑니다. 브로~”

다리우스 선배가 당연하듯 거부하자, 대장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때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상황을 보면 모두가 기피하는 임무인 것 같은데, 강문 선배가 손까지 들며 나섰다.

“정말 괜찮겠어?”

대장의 물음에 강문 선배가 나를 바라보며 씩 웃자, 순간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뭐지?”

“막내도 이번 임무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강문 선배의 조건에 대장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허락한다. 이번 임무는 강문과 하유신이 맡아서 진행한다. 이상!”

그렇게 내 첫 회의는 뭔가 두서없이 끝이 났다.하지만, 드디어 내 첫 임무가 결정됐다.

***

한 빌딩 옥상.

나는 첫 임무를 진행하기 위해 강문 선배와 함께 섰다.

첫 임무.

얼마나 멋지고 설레는 말인가?

“강문 선배. 이번 임무에서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열정 가득한 나와는 다르게 강문 선배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묻어 있었다.

그래도 역시 하나뿐인 막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응. 대기하면 돼.”

“대기요? 선배. 빌런 오우거입니다. 일반 빌런도 아니라, S급 빌런이요. 그런 무지막지한 놈이 이 도시에 있잖아요.”

강문 선배가 왠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대기하라고.”

“잡으러 안 가고 대기요? 무슨 작전이 있나요?”

강문 선배가 두통이 오는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유신아.”

“네. 강문 선배.”

“우리는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하는 거야. 작전은 3, 4기동대가 진행할 거고.”

“그러면 우린 왜 있는 거예요?”

“변수라는 게 있잖아. 우리는 그 변수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콰쾅!

“저렇게 제대로 처리 못 하면 우리가 하는 거야.”

세 블록 떨어진 곳에서 엄청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더니 작은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곧 돌아올게.”

떠나기 전 강문 선배는 음흉한 눈빛과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강문 선배의 눈빛과 미소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애써 먼지구름이 가라앉지 않는 작전 현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먼지구름을 뚫고 무언가 솟아오르더니, 내가 있던 옥상에 떨어졌다.

쿵!

옥상의 바닥은 무언가가 떨어진 충격에 금이 갔고, 빌딩은 잠시간이지만 흔들렸다.

예전에 나였다면 이 충격에 넘어졌을 테지만, 지금은 손쉽게 균형을 잡고, 떨어진 무언가를 바라봤다.

자세히 바라보니 사람이었다.

온몸을 웅크리고 있어서 사람인 줄 몰라봤었다.

“크르륵”

옥상에 떨어진 사람은 짐승의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웅크리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몸을 다 일으키자, 나도 모르게 한 단어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

상대는 체고가 3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으며,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는 뻐드렁니가 삐져나와 있어서 오우거로 착각했다.

“날 아나? 그렇군. 날 잡으러 왔군.”

내 착각이라 생각했는데, 눈앞에 있는 존재가 빌런 오우거라고 시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검에 손이 갔다.

“크아아아악!”

아무런 전조 현상도 없이 오우거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몸이 떨려오고, 힘이 빠졌다.

이대로 나도 모르게 가만히 있으면 오우거에게 잡아 먹힌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해 발검했다.

날카로운 검이 오우거의 기세를 흩뜨리는지 떨리는 몸이 조금씩 진정됐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검을 세운 후, 오우거를 노려봤다.

“피어를 견디다니. 꼴에 기동대라는 거군.”

오우거는 말과 동시에 내게 달려들며 주먹을 내질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기습이었다.

하지만, 13기동 타격대 선배들과 무수한 대련을 통해 난 어떤 상황에서도 앞에 있는 상대에게 눈을 떼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생각과 동시에 포스가 움직였고, 오우거가 내지른 주먹을 향해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일반적인 검과 맨주먹이 부딪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의 격돌이 끝난 후 오우거는 방금 자신이 내지른 주먹을 바라봤다.

검지와 중지의 첫 번째 시작 마디에 약간의 생채기가 났다.

“크르르르···”

오우거가 낮게 울음을 터트렸다.

“큭···”

첫수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해서 손해를 봤는데, 오우거가 2차 공격은 하지 않고, 자신의 주먹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저랬으면 선배들한테 죽도록 맞다가 기절했을 거다.

난 녀석과 다르게 제대로 단련되어 있기에 이 기회를 살리기로 했다.

뼈다귀들에게 언제나 통했던 내 장기이자, 필살기(?)인 부채꼴 모양의 검기를 뿌렸다.

촤아아아악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우거는 급하게 반대 손을 내밀어서 내 공격을 막았다.

콰아아앙

주먹과 검기의 부딪힘에 오우거는 세 걸음 정도 물러섰다.

그리고,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을 구겼다.

얼굴을 구긴다? 그걸 통해 확실히 하나는 알게 됐다.

‘공격이 통한다.’

나는 더욱 힘차게 발을 내디디며, 오우거의 사지에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수 합이 지나갔고,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내 검이 오우거의 요혈에 성공적으로 닿더라도, 질긴 가죽은 쉽게 뚫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그래도 희소식인 것은 포스를 이용한 검기는 약간이지만 통한다는 거였다.

‘내가 잡고 싶다.’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만행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지원이 올 때까지…아니! 최소한 강문 선배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하유신 욕심부리지 말자.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거다.’

오우거와 내가 싸우는 빌딩 옥상은 헬기 착륙장이 있어서 웬만한 충격은 버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거센 건지 아니면, 부실 공사인지, 옥상은 점점 형체를 잃어 갔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빌딩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 때였다.

오우거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괴성을 지르며 숄더 차지를 시도했다.

“크아앙”

급하게 우측으로 몸을 움직여 숄더 차지를 피했는데, 오우거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리다가 점프해서 옥상을 벗어났다.

오우거의 점프는 균열이 일어난 옥상을 붕괴하는 방아쇠가 되었고, 옥상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옥상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도 검에 포스를 욱여넣으며, 오우거를 끝까지 쳐다봤다.

새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체공시간은 짧은 수밖에 없고, 떨어지는 예상 경로가 있다.

나는 그 짧은 시간에 오우거의 예상 경로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촤아아악

내 염원이 담긴 검기는 오우거를 향해 나아갔다.

검기와 오우거가 직격으로 부딪히려는 순간 변수가 발생했다.

예상 경로와 검기가 날아가는 속도 계산까지는 완벽했지만, 공중에서 오우거가 몸을 틀 줄은 몰랐다.

오우거는 내 검기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쾅!!

타격이 있기를 바랬지만, 오우거는 검기와 부딪힌 충격을 발판 삼아 더 높은 빌딩 옥상으로 쏘옥 들어갔다.

나는 무너져 내리는 옥상에서 파편들과 함께 떨어지면 이를 갈았다.

‘저 새끼 마지막에 웃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