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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5화 (15/300)

15화_훈련(1)

푸른 빛의 검기와 다양한 마법들. 그리고 소수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원소력들이 13기동 타격대를 향해 쏟아졌다.

사람을 먼지로 만들 수 있는 화려한 공격들 앞에서 신무가 잭나이프를 잡지 않은 손으로 잭나이프의 아래 공간을 잡는 시늉을 하자, 그에 걸맞게 검병이 늘어나고 검신은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검기로 이루어진 검을 신무가 빈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악

그 한 번의 공격으로 레전드 길드원들의 공격은 무용지물이 됐다.

거기다가, 신무의 검풍은 대부분의 레전드 길드원들을 날려버렸다.

단 일 합에 약 백여 명의 레전드 길드원들이 전투 불능이 되었고, 몇몇 서 있는 길드원들은 겁에 질려 다리를 떨었다.

신무는 포스 대검을 서서히 줄이고는 장검 형식으로 바꿨다.

담백하면서 고절한 무위를 목격한 조강태는 신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었다.

***

단 일 검에 저 상황을 만든 신무 선배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벌렁거리며, 심장이 강하게 펌프질했다.

회식 자리에서 불안에 떨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로 신무 선배의 일 검은 환상적이었다.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강문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선배님.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5대력의 융합이야.”

“네?”

“신무는 차크라 능력자야. 그리고 차크라는 강화형이지.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기운을 강화시키는 게 차크라야. 그런데 차크라를 가진 상태에서 포스를 사용하게 되면?”

“사용하게 되면요?”

“차크라가 포스를 인체로 인식하게 돼. 그래서 저런 공격이 가능한 거야.”

5대력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우면서 부러웠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기운이 빠지게 됐다.

“신무 선배니까 가능한 거네요.”

“아니. 너도 가능해.”

“네?”

“저건 차크라가 보조하는 거잖아. 포스를 무지막지하게 키우면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야.”

“하지만 전···포스가 없으니···”

“무슨 소리야? 너 포스 각성했잖아.”

“네에에엑??”

“놀라긴.”

내가 포스를 각성했다니?

잠깐! 생각해보니 핑거붐 때 잠깐 사용할 수 있었던 검기가 포스 때문이었나?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내 몸에서 포스가 움직이는 걸 느끼지 못했었다.

나는 집중을 해서 몸속에 있을 포스를 느껴보려고 했지만,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차후로 미루기로 했다.

신무 선배가 조강태에게 도착해서는 당장이라도 목을 칠 것처럼 잭나이프의 검날을 머리 위로 높게 쳐들었다.

“무~ 죽이면 안 돼. 마정석 가루 10kg”

강문 선배의 방정맞은 소리에 신무 선배가 멈칫했다.

그 기회를 틈타 조강태가 엎드려 빌었다.

“네. 네. 약속한 마정석 가루 10kg 드리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조강태의 비굴한 임기응변에 신무 선배가 강문 선배를 돌아봤다.

강문 선배가 고개를 끄떡이자, 신무 선배는 잭나이프에 깃든 포스를 회수하고 몸을 돌렸다.

그때 조강태의 눈이 번쩍 뜨이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신무 선배에게 찔러 넣었다.

“선배! 피해요!!”

내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신무 선배의 잭나이프에 빛이 나며 봉 모양으로 바뀌었다.

신무 선배의 봉은 단검을 꺾은 후에 조강태의 얼굴에 선명한 봉자국을 마킹했다.

퍼억

조강태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단 걸 실현하려고 우리를 다굴로 없애려고 했다.

그게 실패하자, 이번에는 신무 선배에게 기습까지 가했다.

그렇게 나쁜 놈이지만, 저렇게 곤죽이 나도록 맞고 있으니, 절대 들어서는 안되는 불쌍한 감정이 아주 조금 들었다.

그때 강문 선배가 오른팔을 들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속삭였다.

“나이스~ 이로써 20kg”

분명 나한테만 들린 작은 소리였지만, 신무 선배가 잠깐 움찔한 느낌이 들었고, 그 후에 조강태를 더욱 심하게 두들겨 패는 것 같았다.

***

13기동 타격대의 회식이 끝난 후, 내게 세 가지 좋은 일이 생겼다.

첫 번째로, 내가 포스 능력을 각성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워낙 미미해서 각성한 줄도 몰랐다.

보잘것없는 내 포스는 몇 번 사용하면 한동안 탈진으로 헥헥 거리지만, 자그마치 5대력이다.

죽을 고비를 넘겨야 발전을 한다는 능력이지만, 회식이 끝난 후 선배들이 호언장담을 해줬다.

급속도로 포스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두 번째는 이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강문 선배의 말에 따르면, 선배들이 번갈아 가면서 훈련을 시켜준다고 했다.

솔직히, 다른 선배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무 선배의 일검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아서 신무 선배에게 훈련받을 날이 너무나 기대가 됐다.

마지막 세 번째는 드디어 헬기장에서 벗어나게 됐다.

출근할 때마다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사무실과 훈련장으로 향할 때, 나 홀로 옥상으로 올라가면 약간의 자괴감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제 레전드 길드원들과 그 난리가 나고, 수십 대의 구급차가 기동대에 들어와 레전드 길드원들을 실어 갔다.

한동안 기동대 전체에 비상이 울려 퍼지기도 했지만, 강문 선배의 전화 한 통에 비상은 풀리고, 이 큰 훈련장을 우리 13기동 타격대가 통째로 사용하기로 했다.

‘근데 저게 어떻게 여기 있지?’

옥상에 있어야 할 낡은 컨테이너 박스가 훈련장 한쪽에 놓여있었다.

몇 시간 만에 옥상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가 훈련장에 있는 것도 신기한데, 컨테이너 박스보다 훈련장 문이 더 작았다.

‘그래. 깊게 고민하지 말자. 그런 사소한 것보다 오늘부터 내게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바로 훈련이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나는 호기롭게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열며 우렁차게 인사했다.

선배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아니 늘어져 있고, 대장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문 선배는 평소처럼 소파와 한 몸이고, 유호 선배는 의자에 반쯤 누워서 자신의 검을 꼭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도 유호 선배와 강문 선배는 나은 편이다.

다리우스 선배는 회의 책상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고, 철호 선배는 그냥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존경스러운 신무 선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 왔어?”

소파에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 강문 선배가 그나마 나를 반겨줬다.

“저기 강문 선배님.”

“왜?”

“오늘부터 훈련이라고 하셨는데···”

“응 훈련해야지. 우선 평소 업무부터 처리해야지.”

“네?”

“난 돌보고, 청소하기!”

나는 강문 선배의 강한 어조에 겁을 먹은 게 아니다.

그저 내가 막내니까 청소를 하는 것뿐이다.

다른 선배들이 오기 전과 같이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쬐라고 난을 훈련장 밖에 내놓고, 선배들을 피해 컨테이너 박스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재빨리 청소를 끝내고 청소도구를 한쪽에 치워놓고 있는데,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선배들은 집이 없는 걸까?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생각해보면 강문 선배는 내가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나오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선배들은 집이 없는 거다.’

기동대에 들어오면 공무원치고는 꽤 많은 돈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내가 받은 첫 월급이 그걸 증명하기도 했고 말이다.

헌터와 비교하면 기동대가 적게 받는 것은 맞지만, 헌터는 몬스터를 잡고 나온 부산물 때문에 수익이 높은 것이다.

즉, 헌터가 몬스터를 잡지 않는다면, 기동대가 헌터보다 많이 벌고, 우리는 훈련 중에도 생명 수당이라는 게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적지 않는 금액을 받는 기동대인데, 왜? 대체? 선배들은 집이 없는 걸까?

‘설마···식비로 다 날리는 건 아니겠지?’

“유신아 뭔 생각을 그리하는 거니?”

“네?”

재산 축적과 식비에 대한 경제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선배들이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청소 끝났어?”

“네 방금 끝났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그래? 그럼 이제 훈련해야지. 유호야~ 유호야!”

“우리 애랑 잘 자고 있는데 왜 깨워?!”

강문 선배의 부름에 유호 선배가 신경질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네 차례야.”

“왜 내 차례야? 무가 먼저 하기로 했잖아.”

어떤 훈련일까 기대했었는데, 신무 선배가 내 훈련을 제일 먼저 해주기로 했나 보다.

“무는 어젯밤에 대장이랑 나갔어. 그러니까 네 차례지.”

“아이씨~ 좋은 꿈 꾸고 있었는데.”

감지 않은 머리를 긁적이는 유호 선배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컨테이너 박스를 나섰다.

“막내야~ 빨리 따라와.”

“네? 네···”

신무 선배가 처음 교육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오늘 유호 선배와 훈련해야 하나 보다.

대련장으로 나온 유호 선배는 자신의 애검을 허리에 차고선 나와 마주 보고 섰다.

그 상태에서 한동안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신의 애검을 쓰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지겨운 시간이 흐르고 나도 모르게 짝다리를 짚었는지, 유호 선배의 주먹이 삐뚤어진 내 다리를 가격했다.

“바른 자세.”

“네. 넵.”

언제 때렸는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

“우리 막내는 왜 하도 많은 무기 중에서 검을 골랐어?”

“네?”

따악!

유호 선배의 딱밤 한 대에 무수한 별들이 내 눈앞에서 돌기 시작했고, 조금 늦게 찾아온 고통에 나는 이마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집중해야지 막내야~”

“네. 넵”

“대답은 한 번만.”

딱밤 때릴 시늉을 하며 다시 한번 손을 든 유호 선배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움찔해서는 크게 대답했다.

“넵!”

“좋아. 다시 물어볼게. 왜 검을 선택했어?”

“그··· 그게.”

“같은 검을 쓰는 검객으로서 편하게 말해~”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운 내 선택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멋진 서사의 주인공들은 다 검을 쓰니까요.”

“멋진 서사?”

“그·· 그러니까 웹툰이나 소설에서요.”

“··· 자! 정리해보면 우리 막내는 상상 속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멋진 주인공들이 검을 쓰니까 본인도 검을 쓴다고?”

“···네···”

대답을 끝낸 나는 더욱 부끄러워져서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였다.

유호 선배의 웃음소리와 함께 예상외의 답변이 들려왔다.

“하하핫 정말 멋져!”

“네?”

“뭘 그렇게 놀래? 정말 멋진 생각이다. 우리 막내 말이 맞아. 영웅은 그것도 특히 멋진 영웅은 검을 쓰지. 안 그래?”

“그···그렇기는 하죠···?”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도 그거랑 비슷한 이유로 검을 고른 건데.”

“선배님도요? 무슨 서사를 가장 좋아하세요?”

“나?”

“네.”

애검을 쓰다듬던 유호 선배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건 모르겠고, 난 그냥 검이면 다 좋아.”

“검이 좋다고요?

“응.”

“검의 종류 상관 없이요?”

“상관없이 다 좋아.”

“아·· 네.”

이제 고작 하루 밖에 안봤지만, 유호 선배의 특이 성향을 나는 그저 묵인하기로 결정했다.

내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유호 선배가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막내야 잘 들어.”

“넵.”

“사람마다 본인의 의지로 무기를 선택해. 그리고 내가 봐온 바로는 검을 선택한 특히, 우리 막내처럼 일반적인 장검을 선택한 사람들은 올곧으면서 정의롭지.”

‘올곧고, 정의롭다?’

살아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들고 있는 검만 보고도 그걸 아세요?”

“당연하지. 나 검귀 이유호의 이론인걸.”

“아. 네.”

만난 지 하루 밖에 안된 유호 선배의 이론이라고 하니 갑자기 신뢰감이 떨어졌다.

“못 믿는 눈친데?”

“아···아닙니다. 믿습니다.”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유호 선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는 했지만, 그냥 넘어가 줬다.

“으흠. 그럼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해볼까?”

드디어 내가 원하던 훈련이라는 소리에 나는 단전에서부터 힘을 끄집어내 우렁차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주 좋은 자세야. 자! 그럼 대련이다!”

“대련이요?”

“응 대련! 검 뽑아.”

대련이라는 소리에 어떻게 하면 유호 선배에게 괜찮은 후배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지 고심했다.

대충 생각 정리를 끝내고는 조심스럽게 검을 뽑고 있을 때였다.

퍼억

유호 선배의 주먹이 내 얼굴을 가격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눕고 말았다.

“선배님 갑자기 왜 때리시는 겁니까?”

“대련이잖아.”

“네?”

황당한 대답에 나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고, 잠시간 멍하니 유호 선배를 바라봤다.

“나는 네가 준비할 시간으로 5초나 줬어. 이게 실전이면 넌 벌써 골백번도 더 죽었어.”

“대련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검 뽑으라고 하셔서 검을 뽑고 있는데, 공격하는 건. 너무 한 것 같습니다.”

“대련을 실전처럼, 실전은 목숨을 걸고.”

“그게 무슨···?”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좌우명이야.”

13기동 타격대의 좌우명을 거론하며 비릿하게 웃는 유호 선배가 손을 까딱이자, 나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막내야. 빨리 일어나. 그리고 검 뽑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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