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_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1)
서울특별시 강남 신사동 2번 벙커 안, 퇴근 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 때문에 사람들이 대피해 있었다.
인구가 많은 도시에 몬스터의 등장은 초비상상황이지만, 벙커 안에 있는 일반인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편안한 집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을지?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며 그저 이 벙커문이 빨리 열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쾅!
그때 폭탄 터지듯 강한 충격음이 벙커문에서 들렸다.
방금까지 짜증을 내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최대한 벙커문에서 멀어지려 했다.
쾅! 쾅! 쾅!
계속된 충격이 벙커문에 가해졌고,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웬만한 충격을 버틸 수 있는 문이 서서히 금이 갔다.
금이 가기 시작한 문은 곧 큰 구멍이 뚫리게 되고, 그 구멍 사이로 트윈 헤드 오우거가 코를 벌름거리며 벙커 안으로 들어왔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입가에는 사람의 피인지 모를 붉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본능 때문인지, 트윈 헤드 오우거가 긴 혀로 자신의 입가에 묻은 붉은 액체를 핥았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패닉에 빠졌다.
“어~ 내 인형.”
그때 한 어린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인형이 트윈 헤드 오우거 앞에 떨어진 걸 발견하고는 도도도 달려갔다.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겁도 없이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가자, 제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아림아 안 돼!!”
뒤늦게 아이의 엄마가 사실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아이 엄마의 입을 강제로 막았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겁 없이 달려오는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동반자인 철제 도끼를 무심히 휘둘렀다.
그때 그나마 가까이 있던 직장인 유리가 자신의 고유 능력인 순간 가속을 활용해서 몸을 날려 어린아이를 구했다.
자신의 헛도끼질에 화가 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콧김을 뿜으며 반대 손을 유리에게 뻗었다.
유리는 순간 가속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최상위 몬스터인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작정한 손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잡히고 말았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유리를 잡은 후 통째 씹어 먹기 위해 입을 벌렸다.
“잠깐! 정의에 용사 등장이요.”
유신은 낯 뜨거운 말을 내뱉으며, 유리를 잡고 있던 트윈 헤드 오우거의 손을 검강으로 깔끔하게 잘라냈다.
쿵
유리와 트윈 헤드 오우거의 손이 함께 바닥에 떨어지게 됐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자신의 손이 사라지자, 고통에 울부짖으며, 분노 가득한 피어를 유신에게 내뱉었다.
“크아아앙!”
“나도 크아아앙!”
유신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피어에 대항해서 똑같이 피어를 내뱉으며 자신의 뒤에 있는 대피소 사람들을 위해 기막을 펼쳤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자신의 피어가 먹히지 않자 철제 도끼를 들어 유신을 향해 내리찍었다.
유신은 스텝을 밟으며 철제 도끼를 피한 후, 트윈 헤드 오우거의 멀쩡한 다른 손을 잘라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유신을 피해 뒤로 물러날 때, 유신은 반대로 달려들어서 손쉽게 두 개의 머리를 몸과 분리해 버렸다.
짧은 전투를 끝낸 유신은 호흡을 정리하고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여러분 저 하유신이 네임드 몬스터인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사살하였습니다. 그러니 이제 안심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사람들은 유신의 외침에 방금까지 공포에 질린 표정을 벗어던지고 환호성을 질렀다.
유신은 환호성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벙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이고 영웅님 고맙습니다.”
“역시 하유신 영웅님입니다.”
“영웅님께서 살려주신 이 목숨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인사를 끝낸 사람들은 유신을 지나쳐 벙커를 나가고 있을 때, 인형 때문에 죽을 뻔한 어린아이 아림이 유신에게 다가와 꾸벅 감사 인사를 했다.
“영웅 아저씨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신의 아림의 행동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무리 인형이 소중해도, 다음에는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알았지?”
“네.”
아림은 대답과 함께 자신의 엄마에게 도도도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유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을 때 유리가 조심히 다가왔다.
“하유신 영웅님 정말 감사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영웅의 직무일 뿐이죠.”
“저··”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아까 심하게 다치셨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요.”
“저 하유신! 레이디의 부탁을 들어드리도록 하겠···”
“저랑 결혼해 주세요.”
유신은 유리의 고백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유신을 지나쳐 가던 사람들이 하객으로 바뀌었고, 전투복 차림이었던 유신의 옷이 턱시도로 변했다.
면사포를 깊게 눌러 쓴 유리가 유신의 옆에 서 있고, 유신은 주례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힐끔힐끔 유리를 바라봤다.
“이로써 이 둘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자,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하세요.”
유신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사냥할 때도 떨지 않던 손을 떨며 유리의 면사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유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닿으려고······
“취이이이익~”
“응 무슨 오크 김빠지는 소리지?”
깜짝 놀란 유신이 눈을 뜨자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신부 유리가 못생긴 오크로 변해있었다.
“유리?”
“사랑해요. 유신씨 취이익~”
고소한 밥 냄새가 방까지 들어오자 상체를 벌떡 일으킨 유신이 잠에서 깨어났다.
“와씨~ 식겁했네. 출근 첫날부터 이게 무슨 꿈이야.”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지만, 전기밥솥만이 유신의 말에 답해줄 뿐이었다.
***
서울 잠실에 위치한 기동대 건물은 예전 잠실 운동장과 주위에 있던 낡은 아파트를 밀어버리고, 기동대 훈련장 및 본부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천루처럼 이어진 기동대 건물에 유신이 처음 들어간 것은 중학생 때였다.
체험학습으로 기동대에 들어왔던 유신은 아직 그때의 그 감격을 가슴 한편에 남겨두고 있었다.
유신의 두 번째 방문은 정확히 말하면 며칠 전에 이루어졌다.
빌런 때문에 늦었지만, 가산점을 받고, 늦게라도 면접을 보러왔을 때였다.
오늘은 바로 세 번째 방문이다.
아니 이제 방문이 아니라 이곳으로 출퇴근을 하게 됐다.
유신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곳에 출퇴근하게 돼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기동대 본부의 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유신의 전투 슈트와 검이 유난히 빛을 뿜고 있었다.
유신은 며칠 전 핑거붐 현상금이 지급됐고, 현상금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서 S사의 신상 검과 전투 슈트를 마련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더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동대 본부의 1층 안내도 앞에 선 유신은 13기동 타격대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찾아봤다.
‘1관 1층, 2층·········25층.’
‘2관 1층, 2층·········30층.’
12개 건물의 안내도 어디에도 13기동 타격대의 사무실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을 더 확인해도 찾을 수 없게 되자 유신은 조심히 안내 데스크로 몸을 돌렸다.
안내 데스크에 도착하자 예쁜 누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이해 줬다.
“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제가 오늘부터 기동대에 출근하게 됐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속으로 ‘어쩌라고’ 외치고 싶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축하드려요. 뭘 도와드릴까요?”
“제가 지리를 잘 몰라서요. 13기동 타격대 사무실이 어딘가요?”
“13기동 타격대요?”
“네 13기동 타격대요.”
“죄송합니다. 기동대 본부에는 13기동 타격대라는 부서가 없습니다.”
“어·· 아닌데?”
안내 데스크 직원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가끔 이런 이상한 애들이 온다.
기동대는 1기동대부터 10기동대까지만 있다.
이건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인데, 그런 상식도 없는 이상한 애들이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애들은 백퍼 진상이었다.
“한 번만 알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직원은 유신 몰래 조심스럽게 경호팀 호출 벨을 누르고는, 태블릿으로 13기동 타격대를 검색하고선 유신에게 보여줬다.
“자 여기 보세요. 13기동 타격대는···”
직원은 분명 검색 결과가 없다는 화면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화면에는 13기동 타격대 사무실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요? 제가 초행은 아닌데, 본부 지리를 몰라서요.”
“저·· 저·· 그·· 그러니까.”
직원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경호팀이 안내 데스크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직원은 자신이 실수한 것을 숨기고자 앞에 서 있는 이 어리바리한 남자를 빨리 보내기로 결심했다.
“저·· 저기 오른쪽 끝으로 가셔서요. 엘리베이터를 타시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의 안내에 유신이 꾸벅 인사를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유신이 안내 데스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경호팀이 서둘러 유신에게 달려갔다.
그때 안내 데스크 직원이 서둘러 경호팀을 불러 세웠다.
“자···잠시만요!”
자신들을 호출한 직원의 외침에 유신을 쫓아가려던 경호팀이 멈춰 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니에요.”
“네?”
“그·· 그게 제가 실수로 눌렀어요.”
“크흠!”
경호팀의 헛기침에 직원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안내 데스크 직원이 13기동 타격대의 사무실을 모를 만도 했다.
13기동 타격대의 사무실이 생긴 건 아직 열흘도 되지 않았고, 극비리에 사무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
부푼 가슴을 품고 엘리베이터를 탄 유신은 기대감으로 심장이 떨렸다.
보통 건물의 최상층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네요. 13기동 타격대가 들어오···? 읭?”
유신의 부푼 가슴은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다시 쪼그라들었다.
보통 사무실은 벽이 있고, 천장이 있는 곳이다.그런데 여기는 벽도 없고, 천장도 없다.
그저 푸른 하늘만이 반겨주고 있었다.
‘예쁜 여직원이 잘못 알려준 건가? 그래. 이건 분명 그 직원이 실수한 걸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려가서 물어보면 분명 잘 알려줄 것이다.
몸을 돌려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등 뒤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뭐해? 들어오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을 잠시 보류하고 뒤를 돌아봤다.
아까는 보지 못했지만, 헬기 착륙장 뒤편에 아주 큰 컨테이너 박스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강문 선배가 손짓하고 있었다.
부조리한 모습에 순간 멈칫했지만, 그래도 선배를 봤기에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잘못 안내해 준 직원이 걸렸지만, 이제 강문 선배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면 되기에 직원을 쿨하게 용서해줘야겠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몸은 어때?”
“선배님 덕분에 건강해졌습니다.”
“다행이네. 들어가자.”
“네 선배님”
강문이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가려고 하자, 나는 무슨 짐을 옮길 게 있어서 그런가 하며 뒤따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배님 제가 초행이라서 그러는데, 저희 사무실이 어딘가요?”
“잘 찾아왔잖아.”
“네?”
강문 선배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컨테이너 박스의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13기동 타격대〕
“에에엑?!!”
“무슨 에엑이야 빨리 들어와.”
강문 선배는 화들짝 놀란 내 반응을 무시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 여기가 제가 근무할 곳이군요. 아주 멋져요.”
나는 비질 땀을 흘리며 입 밖으로 내뱉은 말과 속마음을 다르게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