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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6화 (6/300)

6화_면접장 가는 길(1)

홉고블린과의 마지막 싸움에서 반 토막 난 검 대신에 새로 생긴 나의 파트너도 납검 완료!

흑철광이 섞인 전투 슈트도 착용 완료!

역시 비싼 거라서 그런지 움직임에 어색함이 없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포마드로 깔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있었다.

자 마지막으로 상큼한 미소 큐!

“형 뭐해?”

연예인보다 더 인기 있는 유명 헌터처럼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있었냐?”

“느끼한 표정 지을 때부터 또 거울 보면서 혼자 이상한 상상 했지?”

“이상한 상상이라니!”

나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깔끔하게 면도 된 턱수염을 매만졌다.

“형의 나르시스즘은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안 돼.”

“어허~ 어디서 하늘 같은 형한테 나르시스라니.”

“그럼 그 포즈들은 뭔데?”

“오늘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포즈를 구상하고 있었어.”

“뭐? 면접?! 그게 무슨 소리야!?”

“동생아 보통 포즈로 태클 걸지 않니?”

“형의 괴행동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무슨 면접인데?”

내가 너에게 그런 이미지였구나.

동생의 발언이 조금은 슬프지만, 오늘 같은 날 나는 활짝 웃음을 지었다.

“형이 말이야.”

“응!”

“오늘 기동대 면접 보거든.”

“형이?”

“합격한 다음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부모님께는 비밀이다.”

동생에게 내 비장의 무기인 윙크를 날렸다.

아침에 먹은 음식이 잘못됐나? 동생이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적당히 먹지. 아침부터 두 그릇이나 먹을 때 알아봤다.

“근데 형?”

“왜? 내 동생아?”

“설마·· 아닐 거야. 정말 아니지?”

“네가 뭘 말하는 건지 이 형은 잘 모르겠구나.”

동생이 땅이 꺼질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거칠게 흔들었다.

별 쇼를 다 하던 동생이 고개를 들고는 날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입고 면접 가는 건 아니지?”

“왜? 이렇게 입고 갈 건데?”

내 당연한 반응에 동생이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정말 그 복장으로 면접을 본다고? 전투복 입고? 검까지 차고?”

녀석 아직 어리구나.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 이 형의 깊은 뜻을 알려줘야겠다.

“동생아 사람들은 면접이라고 하면, 보통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란다.”

“그런 복장으로 모두가 아는 사실을 혼자만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하지만! 정장을 왜 입지?”

“왜 입긴 그게 예의니까 그렇지.”

나는 검지를 흔들며 동생의 모자람을 고쳐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회사원들이 정장을 입는 이유는 정장이 그들의 전투복이기 때문이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기동대의 평소 복장은 전투복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내 말에 동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깨달았구나.

하지만, 여기서 마무리로 형의 진정성을 보여줄 차례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네 말처럼 예의를 차리기 위해 기동대의 정장인 전투복을 입은 거야.”

동생 녀석은 내 깊은 뜻이 담긴 조언을 듣고 고민에 빠졌는지,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그래. 그렇게 혼자 튀면 퍽이나 좋겠다. 면접 잘 봐.”

면접 잘 보라는 말이 성의가 없어 보였지만, 녀석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기에 그런 걸 거다.

그럼 이제 슬슬 시간도 됐으니 나가보실까.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포근한 날씨가지 완벽한 하루.

유신이 집을 나서자, 제각각 자신의 길을 가던 사람들이 최소 두 번씩은 유신을 돌아봤다.

처음 유신을 본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다음에는 애써 외면을 하는 사람과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유신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자신을 찍자 살짝 부끄러웠지만, 어색하게 왼손으로 브이를 그려주기도 했다.

“야~ 저기 봐봐.”

“왜? 뭐 있어?”

“겁나 웃기지 않냐? 우리 찍어서 별스타그램에 올리자.”

“뭐해 빨리 찍어!”

그 모습에 근처를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깍깍거리며 방방 뛰기까지 했다.

안 그래도 나르시즘에 빠져 있던 유신은 여학생들이 자신에게 환호한다고 생각하며 나르시스즘을 초월하려고 했다.

“코스프레인가?”

“저런 만화가 있어?”

“그냥 헌터 코스프레말이야.”

“그걸 왜 하냐?”

“특이하잖아. 관종일까?”

“관종이지.”

그렇게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 당당하게 걷던 유신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도 바깥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한층 더 많이 받게 됐다.

지속된 관심에 피곤함을 느낀 유신은 잠깐 졸아서 목적지에서 한 정거장 지나쳤다.

하지만, 면접 시간까지는 많이 남아서 슬슬 걸어가기 위해 지하철 출입구를 나와 길을 걸었다.

쾅!!

유신의 바로 앞에 있던 카페가 폭발했다.

한 걸음, 단 한 걸음을 사이에 두고 유신은 운 좋게 폭발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흙먼지에 전투 슈트는 먼지투성이가 되고, 깔끔한 올백 머리에 뿌연 먼지가 내려앉았다.

‘윙이이잉’

이게 이명인가? 손으로 귀를 살짝 비비니 이명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귀를 만졌던 손을 바라보니 약간의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고막을 다친 건가? 갑자기 울렁증이 일어나면서 어지러웠다.

유신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힘이 풀린 다리에 더욱 힘을 주며 상체를 일으켰다.

흙먼지가 다 가라앉기도 전에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꺄약!!”

“누가 좀 신고해 주세요!”

“미쳤어? 도망부터 가자. 빨리!!”

“저···저 좀 도와주세요. 다리가 안 움직여요.”

“으악~ 비···빌런이다!!”

어떤 여자는 나처럼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제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어떤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있었다.

이전까지 동영상으로 나를 찍던 여학생들은 폭발로 인한 이 아비규환에서 벌써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전을 돌이켜 보았다.

가스 또는 휘발유 냄새를 맡은 적이 없었다.

어떤 폭발이든 전조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어떤 특이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특이점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 가려고 할 때 한 남자가 최초의 폭발이 일어난 카페에서 자신의 겉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나오고 있었다.

방금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나오는데 먼지만 뒤집어쓰고, 다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이 남자가 특이점인 것 같은데···

그때 너무 놀라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여성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까악! 사···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유신은 여자의 비명에 다시 한번 고막 테러를 당해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사이, 카페에서 걸어 나온 청년이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왜? 왜 내가 싫은 건데. 대체 왜!”

“오·· 오지 마!”

여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래. 헤어지자고? 나한테 벗어나고 싶다면 답은 하나야.”

“무·· 무서워···”

다리가 풀린 여성은 기어서라도 남자에게 멀어지려고 했다.

“저승으로.”

남성은 자신의 검지를 들어서 여자를 가리켰다.

검지가 불길하다.

그리고 저 여자는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유신은 최대한 어지러움을 참아가며 저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 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몇 발자국 걷지 못하고 철퍼덕 넘어졌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남성의 검지에서 붉은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진수야.”

“응 수애야?”

수애는 진수가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응 뭔데?”

“너··· 빌런이야?”

“응 맞아.”

수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을 뿐인데, 진수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서늘함과 함께 공포를 느꼈다.

빌런의 탄생 배경은 간단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반사회적인 성향이 가진 사람들이 없겠느냐?

반사회적인 성향인 사람들은 보통 다크 능력자 협회에 소속된다.

진수처럼 어느 곳 하나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이 사회는 빌런이라 칭했다.

세계 3대 협회인 세계헌터협회, 다크능력자협회, 각 지부의 기동대에서는 빌런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중하게 대했다.

빌런을 미친 범죄자로 낙인찍고 가혹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한 치에 감정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애는 진수라는 애인이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자신의 애인 진수는 웃으면서 사람을 죽이는 현상 수배 빌런이기 때문이다.

“우·· 우리 이만 헤어져.”

수애의 이별 요청에 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거지?”

진수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수애는 소름이 돋으며 진수가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장난이지 수애야?”

진수는 수애가 겁을 먹고 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수애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봤다.

생각해봤지만, 진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수애는 언제나처럼 자신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진수에게 겨우 용기를 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겨우 두세 번 고개를 젓는 동안 수애의 원피스는 땀에 흠뻑 젖었다.

“그런데 왜 대체 왜? 왜. 왜!”

진수의 분노의 찬 목소리가 카페에 있는 손님들과 직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수애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며, 마지막 용기를 쏟아 낼 수 있었다.

“미안해.”

수애는 그 말과 함께 급하게 자신의 핸드백을 챙겨서는 카페를 벗어났다.

“수애야. 수애야. 수애야!”

어떻게 보면 카페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연인들의 이별 장면이었다.

여자는 최대한 표정 관리하며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남자는 자신을 떠나는 여자에게 미련이 남아 있을 뿐이다.

“수애야. 이거 몰카지? 오늘은 장난이 너무 심해. 나 지금 화나려고 해.”

수애는 이미 카페를 떠났고, 진수는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자조 섞인 목소리를 읊조릴 뿐이었다.

사람은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카페에 있는 몇몇 손님들과 직원들은 방금 헤어진 이 커플을 보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게 됐다.

“남자 불쌍한 거 봐봐.”

한 여성의 목소리에 진수는 침묵을 지키며, 오른팔을 테이블에서 떨어뜨렸다.

“와 여자 매몰찬 거 봐봐.”

한 남성의 목소리에 진수는 분노했고, 검지가 꿈틀거렸다.

“전형적인 이별이네요.”

알바생의 목소리에 진수의 오른손 검지가 정확히 땅을 가리켰다.

“근데 좀 구질구질하지 않아?”

카페에 있는 커플 중 남자의 목소리가 끝나자 진수 검지에 불꽃이 맺혔다.

“우린 헤어지더라도 저렇게 헤어지지 말자.”

“우리가 왜 헤어져.”

“그러니까. 사랑해.”

“나도 사랑해.”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랑해’라는 말이 진수의 트리거가 되었다.

검지에서 불꽃 폭풍이 쏟아지며 진수를 집어삼켰고, 테이블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카페 손님과 직원들을 잔인하게 잡아먹고는 몸집을 키웠다.

콰콰쾅!

진수의 손끝에서 예쁜 카페 하나와 몇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밖으로 나온 진수는 검지를 들어 수애를 가리켰다.

***

‘움직여라. 제발 다리야 움직여!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제발 움직여!!’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손으로 다리를 가격했다.

퍼퍼퍼퍼퍼퍽

빌런의 검지에 맺혀 있는 불길이 여자에게 향하기 직전.

다리가 움직였다.

나는 한 마리의 포X몬이 되어 빌런에게 몸통 박치기를 해 불길의 방향을 틀었다.

화르르르륵

불길이 엄청난 열기를 동반하며 하늘 높이 올라갔다.

아까의 폭발과 방금 이 열기를 보고 소방대가 아닌 기동대가 출동하기를 빌었다.

두 바퀴 정도를 구르고 일어나서 내가 구한 여성을 바라보자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설마 죽은 건가?’

잠깐의 의문이 떠올랐지만, 미약하게나마 여성의 가슴이 움직였다.

심하게 놀라서 기절한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방금 넘어트린 빌런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불꽃이 맺힌 검지를 나에게 겨눴다.

‘와~ 나 어그로에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단 한 번에 목표가 나로 변경됐다.

나는 빌런을 자극하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검을 뽑았다.

“면접 시간 늦으면 다 너 때문이다.”

쫄리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나 검 다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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