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1화 (프롤로그) (1/300)

나 빼고 먼치킨

프롤로그 및 1화

프롤로그

2120년 1월 1일

세계 정부라는 이름 하에 단일 정부가 수립하게 된다.

세계 정부

제 1원칙,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제 2원칙, 모든 사람은 능력에 맞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제 3원칙, 몬스터와의 싸움은 인류에 의무이다.

“2학년 2반 하유신!”

2100년을 기준으로 만 15세가 되면, 인간은 가이아의 도움으로 능력을 개화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나 하유신이 개화된 능력을 확인하는 날이다.

“하유신. 어디 있어?”

유신은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양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열렬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가이아시여, 제가 지구의 해충인 몬스터들을 멸살할 수 있게 전투 능력을 주세요.”

옆에 서 있던 친구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야. 너 부르잖아.”

유신은 깜짝 놀라 기도를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하유신 여기요. 여기 있습니다.”

“빨리 와라. 네 차례다.”

“넵! 지금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유신은 재빨리 움직이며, 속으로 계속 기도를 올렸다.

‘가이아시여. 인류를 사랑한다면, 저 같은 인재에게 전투 능력을 주셔야 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13인의 전설들과 3천의 영웅들과 같은 멋진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유신이 속으로 계속 빌며 도착한 곳은 폭과 넓이가 약 2미터씩 되는 칸막이가 있는 곳이었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 어른 얼굴만 한 구슬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유신?”

“네. 네.”

서둘러 기도를 마친 유신이 선생님을 바라봤다.

귀찮은 표정을 짓던 선생님은 기계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 여기 구슬 보이지? 여기에 양손을 올리고 가만히 있어. 그러면 구슬에서 글자가 나올거야. 쉽지? 빨리해.”

“아.알겠습니다.”

유신은 길게 숨을 내뱉은 다음에 양손을 구슬에 올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는 속으로 외쳤다.

‘제발 전투 능력, 전투 능력, 전투 능력···’

투명한 구슬이 조금씩 검게 물들다가 새하얀 글씨를 내뿜었다.

“다 됐어. 네 눈으로 확인해봐.”

끝났다는 목소리에 유신은 두 눈을 살며시 뜨며 능력을 확인했다.

「노오력가」

글씨는 크게 빛을 내뿜고, 은빛 가루로 변하며 사라졌다.

“서.. 선생님 노오력가는 뭔가요?”

선생님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생활기록부에 「노오력가」 라고 적었다.

“나도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보는구나.”

“대체 노오력가는 무슨 능력인 거죠?”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능력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길게 한숨을 내뱉은 선생님이 유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네가 희망하는 전투직은 검술이나 방패술 또는 5대력 등을 타고나야 해. 그런데 네 능력은···그러니까 네 능력의 다른 말은…”

유신은 불안감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리고, 그 떨림은 이내 확답으로 돌아왔다.

“무능력자야. 능력이 없는 거야.”

대답을 들은 유신은 능력 개화 확인의 날 기절하고 말았다.

***

“어? 유신이 기절했네?”

“아닙니다. 선배님.”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방망이질이 이마를 스쳤고, 정말 찰나인 0.5초? 아니 0.2초 정도 기절을 한 것 같은데, 저 귀신같은 선배들이 그걸 알아차린 것 같다.

“기절한 게 아니면 뭔데?”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발길질을 피하며 뒤에서 육포를 씹는 선배들에게 헤픈 웃음을 지으며 몸을 굴렀다.

“잠깐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오호~ 이제 트윈 헤드 오우거 상대하면서 정신을 팔 정도가 되는 거네?”

“우리 유신이 트윈 헤드 오우거는 껌이라는 소리잖아.”

역시 저 악마보다 더한 선배들은 무력보다 입이 더 악마 같다.

몸을 뒤로 젖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방망이질을 피한 후, 일어나면서 반동으로 높게 뛰어 올랐다.

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자, 검신에 날카로운 검기가 생겨났다.

그렇게 생성된 검기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양 목을 절단하였다.

농구공만 한 목이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떠올랐다.

씨익, 나는 멀리서 내 모습을 지켜보던 선배들에게 미소 지었다.

선배들은 분명 나의 폭발적인 성장에 놀랐을 것이다.

“저 병X”

“?”

나는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주먹을 내뻗는 목 없는 오우거의 발악을 보게 됐다.

이제 곧 머리가 터질 수도 있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래, 나 하유신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A급 헌터 10명이 모여야 잡을 수 있다는 트윈 헤드 오우거와 동귀어진을 하게 되다니 무능력자로서 여기까지 올라온 게 참 대견하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살짝 앞을 바라봤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나를 공격했던 왼손이 통째로 보이지 않았다.

선배들을 슬쩍 바라보니 강문 선배의 총에서 새하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수십 번 죽을 뻔하게 만들고, 정말 죽기 직전까지 날 괴롭혔던

선배들이었다.

하지만, 이 하나밖에 없는 막내를 끔찍이 생각하는 것도 선배들이다.

나는 울먹이며 선배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선배님.”

“약속은 약속이다. 대련 30분 추가”

“젠장.”

“우리 막내 유신이 많이 컸네 욕도 하고?”

내 입을 꿰매고 싶다. 이럴 때일수록 두꺼운 철판을 깔아야 한다.

“욕이라뇨 선배님. 전 된장을 말한 겁니다. 오늘 저녁 된장찌개 어떠세요?”

“캬~ 그럼 내 귀가 잘못된 건가? 난 젠장이라고··”

“크아아악~!!”

우리들의 대화는 또 다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난입에 멈추게 되었다.

“닥쳐!”

펑!

새로운 트윈 헤드 오우거는 출현과 동시에 ‘크아아악’ 한마디를 내뱉고는 유호 선배의 주먹에 머리가 박살이 났다.

머리가 박살 난 오우거의 모습과 잠시 후의 내 모습이 왜 겹치는 걸까?

“우리 「노오력가」 막내 오늘 저녁 대련 노오오오오력 좀 해봐. 기대할게.”

‘가이아시여. 살려주세요~’

[이 이야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오오오오력하는 나 하유신의 일대기다.]

1화_노오력가(1)

이제 막 십 대의 모습을 벗어난 아이들이 대련장 한가운데 큰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

나는 대련장 한가운데에서 손때가 묻은 낡은 장검을 들고 맞은편을 바라봤다.

지미 브레이커가 양손검을 한 손에 쥐고 껄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금부터 지미 브레이커와 하유신의 대결이다. 졸업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순수하게 검술로만 대결하는 거다.”

심판을 보는 검술선생 김학도는 지미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알았어 지미?”

“당연하죠, 선생님. 제가 그 정도 핸디캡은 줘야죠.”

지미의 오만한 발언이 내 신경을 긁지만 나는 그저 검을 다시 한번 고쳐 쥐었다.

“대련 시간은 5분. 그럼 준비”

김학도 선생의 외침에 지금까지 껄렁한 표정을 짓던 지미가 거친 맹수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곤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듯 대검을 수평으로 놓고 팔뚝이 터질 듯 꽉 쥔다.

지미가 대련 직전에 저 포즈를 취하면 70% 확률이다.

나는 100%를 만들기 위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지미에게 마주 달려갈 자세를 잡았다.

‘이러면 100%지.’

“시작”

김학도 선생의 시작 소리에 지미와 나는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지미는 우리가 진검으로 겨룬다는 걸 알면서도 일도양단할 기세로 가로 베기를 시전했다.

나는 달려들던 가속도를 이용해 상체를 뒤로 젖히고 양 무릎을 꿇으며, 미끄러졌다.

그렇게, 지미의 대검을 피한 후, 오른쪽으로 돌았다.

지미는 회심의 가로 베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급하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고, 나는 찌르기로 지미의 목에 검을 겨눴다.

“그만.”

김학도 선생의 시합 중지에 지미는 큰 목소리로 반발했다.

“선생님!!”

“왜? 또 뭐가 불만인데?”

“저 녀석의 검은 제 근육을 뚫지 못합니다.”

지미의 말이 맞다.

공격 스킬 하나도 없는 내 검은 육체 강화 스킬이 있는 지미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기 힘들다.

하지만, 김학도 선생은 지미의 말을 묵살하곤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며 조용히 읊조렸다.

“일합으로 결과는 나왔다. 하유신 승”

이기기 위해, 3년간 지미를 분석했다.

그리고, 오늘. 아카데미 비공식 서열 1위인 지미를 꺾었다.

무능력자에 가까운 나. 하유신이 말이다.

“이얏호~ 내가 드디어 지미를 이겼다!”

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정맞게 뛰었다.

승자의 열매는 달콤하고, 패자는 쓰다.

3년 동안 쓴 열매만 먹다 최초로 먹게 된 승리란 열매는 너무나 달았다.

“퉤!”

지미는 그런 내 모습이 못마땅한지 침을 뱉으며, 자신의 대검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듯 박아 넣었다.

과격한 퍼포먼스에 친구들이 승리의 주역인 내게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김학도 선생은 그런 지미의 모습에 짧게 혀를 차며, 애써 무시했다.

“남은 시간 동안 자유 대련이다.”

그렇게, 김학도 선생이 대련장을 떠나고, 내 절친이자, 짝궁인 신평이 다가와 내 어깨를 거침 없이 치며 말했다.

“이야~ 하유신 네가 드디어 해냈구나.”

신평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좋은 꿈이라도 꾼 거야?”

“99번 패배하고, 1번 승리하다니 대단하다.”

“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축하 소리에 나는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린 세레모니를 하며 크게 외쳤다.

“고진감래라고 나 하유신 고생 끝에 낙이 온 거지.”

그때, 지미가 내 주위에 있는 학생들을 우악스럽게 밀어내며 다가왔다.

방금까지 나와 함께 기뻐하던 친구들이 지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 지미 저놈은 이름처럼 지미스럽다.

“어떻게 안 거야?”

“뭘?”

“내가 가로 베기를 할지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지미의 말에 잠깐 고뇌하는 척했다.

참을성 없는 지미는 바로 말해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사단 낼 것처럼 씩씩거렸다.

역시, 내 가벼운 입은 쉽게 열렸다.

“패턴이야 패턴.”

“뭐?”

나는 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지미가 대련을 시작할 때 취한 자세를 했다.

“대검을 양손으로 잡고 수평에서 20도 정도 내린 자세를 취하면 70% 확률로 가로 베기를 하더라고.”

“겨우 70% 확률에 승부를 걸었다고?”

지미의 말에 나는 방긋 웃으며 마저 말을 이은다.

“상대가 너랑 같이 달려들면 100% 확률이야.”

내 대답에 지미는 한껏 표정을 찡그리다가 콧김을 크게 한 번 내뿜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과연 그 잘난 잔대가리가 언제까지 통할까? 혹시 모르지, 전투 능력이 하나도 없는 아니 아니지..”

‘제발 그 말만 하지 말아라. 그러면 나도 못 참는다.’

“「노오력가」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아무 능력도 없는 무능력자의 기술에 당할 바보 몬스터가 있을지도.”

지미의 비아냥에 가슴 속 깊이 천불이 올라왔다.

그렇게, 지미가 땅에 깊게 박혀 있는 자신의 대검을 한 손으로 손쉽게 뽑아서는 떠났다.

대련장을 떠나는 지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악역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떠나는 악당을 향해 한 마디 던져줬다.

“너처럼?”

내 외침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의 말소리가 끊겼다.

대련장을 떠나던 지미도 말을 들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날 바라봤다.

“방금 뭘라고 했지?”

“나한테 당하면 바보 몬스터라며, 오늘 나한테 당한 사람이·· 아니 바보 몬스터가 누구지?”

“넌 입이 잘못 뚫린 것 같아.”

지미의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 걱정 안 해줘도 되니까. 빨리 들어가서 패배의 아픔을 느껴 봐. 바보 몬스터씨”

열심히 도발을 날리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슬금슬금 내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지미의 얼굴은 붉으락 해진 게 혈액순환이 좋아진 것 같았다.

“선생이 자유 대련이라고 했으니”

역시 나는 착한 학생 같다.

지미가 했던 말 중에 틀린 부분을 정정해줘야겠다.

“선생님!”

“뭐?”

“나랏님 없는 곳에서 나랏님 욕도 막 한다지만, 넌 스승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자! 지미 브레이커 따라 해봐. 선생님!”

훈계를 들은 지미가 늙은 오크처럼 얼굴을 구겼다.

“나 지미 브레이커가 하는 말을 자르다니.”

“와~ 대박!! 우리 며칠 후에 20살이야. 성인이 된다고. 그런데, 그런 중2병스러운 멘트를 날리다니 안 부끄러워?”

갑자기 지미가 자신의 투 핸드 소드를 꼿꼿이 세운 후에 자세를 잡으며 곱씹듯 외쳤다.

“지금부터 실전 같은 대련이다.”

“설마 나랑 하려고? 난 오늘 더는 대련할 마음이 없는데?”

“끝은 내가 정한다.”

지미의 대검에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저게 그 말로만 들었던 검기라는 거였다.

“어디 그 잔대가리로 이것도 받을 수 있는지 보자.”

‘진짜 부럽다. 육체 강화에 5대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난 그 흔한 검술 스킬도 하나 없는데··’

나는 조용히 몇 년간 동고동락해 온 내 검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버틸 수 있을까?’

잡념을 떨치듯 고개를 젓고는 자세를 잡았다.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리는 대련장에서 한 아이의 기침 소리를 신호로 지미가 달려들었다.

나는 달려오는 지미의 검세를 보며 마주 달렸다.

‘80% 세로 베기.“

예상대로 지미는 세로 베기를 시전했다.

나는 왼쪽으로 돌며 검을 피하고선 지미의 복부에 짧게 짧게 검을 찔러넣었다.

예상했던 대로 검과 육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라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검이 튕겨 나갔다.

”네 검은 내 육체에 흠집도 못 낸다고 조금 전에도 말했을 텐데.“

지미는 두 가지 나쁜 버릇이 있다.

첫 번째는 검세만 보고도 대충 어디로 공격할 것인지 보인다.

간단히 말해서 패턴이 단순하다.

두 번째는 의외로 말이 많다.

정확히는 자존감이 높아서 꼭 대련 중에 말을 많이 했다.

방금도 지미가 말만 안 했으면, 난 균형도 못 잡고 내 낡은 장검과 함께 쪼개졌을 것이다.

지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첫 대련에 실패했던 가로 베기를 시전했다.

옅은 검기도 검기이고, 투 핸드 소드의 파워는 아무런 기운도 없는 내 낡은 장검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내 모든 역량을 다해서 지미의 가로 베기를 비껴 막으며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앙!

나는 수 미터를 튕겨 나간 후에도 한참을 굴렀다.

가까스로 구르던 몸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장검을 힐끔 바라보니, 검신 중간에 금이 가 있었다.

그런데, 대련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미가 검을 앞세워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트럭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처럼 대검이 내 몸을 관통하게 생겼다.

‘그래 와라! 최소한 눈 하나는 내가 저승길 동무로 가져가마!’

내 표정을 봤는지 지미는 달려오면서 잠깐 멈칫했지만, 곧바로 인상을 더욱 구기며 대검을 내게 밀어 넣었다.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지미의 몸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내 수업에서 허락 없이 능력을 사용하면 벌점이라고 했을 텐데.”

‘나이스 타이밍 김학도 선생님! 선생님은 내 목숨의 은인이세요.’

김학도 선생의 검격에 지미는 한참 밀려났다.

얼마간 밀려난 후, 멈춘 지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삼류 양아치처럼 불량한 태도로 김학도 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학도 선생은 지미가 뱉은 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벌점 10점이다.”

“네네.”

“유신 너도 벌점 10점이다.”

“네? 저는 왜?”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모두 해산.”

해산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뿔뿔이 흩어졌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선생은 학생들이 떠난 걸 확인하자 조용히 지미의 곁을 지나가며 귓속말을 했다.

“네 아버지가 헌터 협회 간부라고 너도 간부는 아니다.”

지미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투 핸드 소드를 들고선 대련장을 떠났다.

김학도 선생은 지미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선 텔레포트 능력으로 다시 사라졌다.

나는 혼자 남은 대련장에서 공허하게 외쳤다.

“난 왜 벌점이지?”

***

*지미 브레이커

능력 : 검술, 육체 강화, 내공

특징 : 캔 브레이커가 아버지이며, 한국 지부로 파견 온 아버지를 따라 같이 한국에 들어왔음.

*하유신

능력 : 노오력가

특징 : 아카데미 이론 만점. 전투 능력은 없지만, 검술, 전투, 몬스터 사냥 등 웬만한 수업의 점수는 상위권을 유지.

김학도 선생은 교무실로 돌아와 지미와 유신의 파일을 확인하며 꺼끌꺼끌해진 턱수염을 매만지며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모두가 떠난 훈련장에 유신이 홀로 남아 검술 기본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

나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천 번의 세로 베기를 끝내고선 바로 자세를 고쳐 잡고 가로 베기를 연습했다.

“이미 수명을 다한 검이다. 그런 검으로 연습을 해봤자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서 나쁜 버릇만 들 뿐이다.”

텔레포트 능력을 사용한 김학도 선생이 내 뒤에 있었다.

언제나 든 생각이지만, 저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사각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검이 이것밖에 없어서요.”

나는 검을 뽑는 소리에 잠시 가로 베기를 멈추고는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김학도 선생님이 자신의 검을 뽑아서는 내게 내밀었다.

“오늘은 이 검으로 연습해라.”

“선생님의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전 둘리가 되고 맙니다.”

“뭐?”

나는 내 낡은 장검을 한 번 바라본 후에 김학도 선생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하유신. 넌 전투 능력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는 건 어떠냐?”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전 [노오력가]입니다. 이게 다른 말로는 노력만 한다면 뭐든 될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전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거지?”

“제 꿈이니까요. 제가 되고 싶은 거니까요. 지금까지 살려면 다른 꿈을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내 확고한 의지를 들은 김학도 선생은 고개를 저은 후 텔레포트로 다시 사라졌다.

‘와~ 검을 두 번 권하면 못 이긴척 받으려고 했는데… 괜히 튕겼나?’

후회해봤자 소용없기에 다시 자세를 잡으며 가로 베기를 시작했다.

가로 베기를 천 번 끝내자 온몸의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흐트러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왼발을 반보 앞으로 빼고선 찌르기 연습을 시작했다.

찌르기가 천 번에 가까워질수록 땀방울이 떨어지는 횟수가 늘어났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저물어 갔다.

그렇게 오늘치 수련을 끝내자, 어둠이 대련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는 언제 다른 스킬이 개화할까?”

*가이아가 준 첫 번째 능력 외에도 재능과 수련을 반복하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스킬이 개화한다._능력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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