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300화 (외전 완결) (300/300)

EP.300 함께, 또 따로 (2) : 진정한 곰이 되는 법. (외전 完)

숲속 친구들과의 즐거운 다과회가 끝나고 며칠 후······.

수하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왜 저러지?’

근 며칠 사이, 달곰이는 다른 사람, 아니, 다른 곰이 된 것 같았다.

“하아······.”

그 좋아하는 초코바를 먹다가도 깊은 상념에 빠져 깊은 한숨을 내쉬고,

“우웅······. 먹고 싶지 않······. 아니, 안 먹을래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말투를 사용했다.

정확히는 원래 사용하던 말투가 아니라, 억지로 다른 말투를 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심지어 찬장에서 커피를 꺼내 스스로 아메리카노를 타 먹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우, 우웃······.”

물론 두 모금도 채 마시지 못하고 설탕을 들이붓기는 했지만, 어떻게 단맛 중독자 아기곰이 스스로 쓴 것을 찾아 먹는단 말인가.

무언가가 잘못됐다. 잘못되어도 보통 잘못된 게 아니었다.

“달곰아, 혹시 무슨 걱정 있어?”

수하는 몇 번이나 그렇게 물었지만, 그때마다 달곰이는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우웅······. 달곰이, 이 몸과 꿀이라도 한잔하지 않겠느냐?”

달곰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원조 아기곰은 무려 토생원이 만든 특제 꿀을 나눠주려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처음으로 생산된 햇꿀이었다.

“이, 이 몸, 아니, 나는 더 이상 꿀을 먹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곰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를 홱 돌리며 꿀을 거부했다.

“뭐, 뭣이!?”

달곰이의 충격적인 선언에, 원조 아기곰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 달곰이!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곰이 꿀을 끊다니, 고미에게 있어서는 거의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이 몸은······. 아니, 나는······. 이제 나만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어지는 달곰이의 말에, 수하는 자신의 짐작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역시, 그거였나······.’

수하는 말없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달곰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온 것은 ‘저에게는 저의 길이 있습니다’라는 천마의 말을 들은 다음 날부터였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고미와 달곰이는 상당히 캐릭터가 겹친다.

외모를 제외하면 거의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했다.

물론,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달곰이가 그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었다.

달곰이는 줄곧 자신을 세상에 하나 뿐인 진정한 곰이라고 믿고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모두 거짓이었고, 지금 녀석의 눈앞에는 자신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곰’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무신의 말은 달곰이가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려 했던 슬픈 사실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진정한 곰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인가.’

‘작은 살쾡이는 이미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데, 나는 어째서 아직도 고미의 흉내를 내고 있는가.’

‘나는 결국 진정한 곰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아기곰치고는, 퍽 철학적인 고민이었다.

아웅이와 다웅이는 고미의 분신이라고는 하나 처음부터 고미와는 상당히 다른 존재였다.

선과를 먹은 후로는 더욱 그렇게 됐고.

그러나 달곰이는 달랐다.

달곰이는 지나칠 정도로 고미와 닮았다.

그 사실은 달곰이 스스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론적으로 봐도, 정체성은 꽤 중요한 문제였다.

인간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그리고 그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 평온하던 인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런 고민은 청소년기에 가장 두드러진다.

흔히 말하는 사춘기가 바로 이런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첫 번째 시기였다.

말하자면, 지금 달곰이는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조금 특별하고, 아주 깊은 사춘기를.

“고미, 달곰이는 생각할 게 좀 있나 봐. 잠깐만 혼자 두자.”

수하는 달곰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럴 때는 섣불리 조언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말을 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날 오후 무렵, 또 한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저스티스 본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등급은 B급.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수하 씨, 가시죠.”

이 정도 등급의 게이트에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지만, 이강혁은 수하, 고미를 대동하고 게이트를 처리하러 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다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하의 입에서는 뜻밖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뇨, 오늘은 달곰이한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우웅? 수하? 하지만 달곰이는······.”

이강혁과 원조 아기곰은 수하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벌써 며칠째 저렇게 축 처져 있는 달곰이에게 게이트 처리를 맡긴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달곰아, 사람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자.”

하지만 수하의 한마디에, 줄곧 힘없이 늘어져 있던 달곰이의 귀가 쫑긋, 하고 일어섰다.

“우웅······. 하지만 나는······.”

그러나 이내 고미의 눈치를 살피고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달곰아, 넌 고미가 아니야. 하지만 그게 네가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자신의 심중을 꿰뚫는 듯한 수하의 말에 줄곧 흐리멍덩해져 있던 달곰이의 눈에 반짝,하고 광채가 돌았다.

“우, 우웃!”

“안 갈 거야? 사람들을 지켜줘야지.”

잠시 후, 아기 반달곰은 무언가에 홀린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지금 달곰이의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 뜨거운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가자! 이 몸이 사람들을 지키겠다!”

* * *

- 쾅!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자그마한 아기곰이 떨어졌다.

“네 이놈들!”

어른의 허벅지까지도 오지 않는 아기 반달곰은 빠르게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에게 솜방망이를 날리며 앞으로 진격했다.

수하와 이강혁, 그리고 고미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야아압! 달곰비이이이임!”

가슴에 새겨진 새하얀 V자에서 눈부신 빔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오, 오오오오!”

원조 아기곰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솜방망이를 휘둘러댔다.

“가라, 달곰이! 저 사악한 놈들에게 너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 콰광!

선과를 먹고 힘을 되찾은 달곰이의 빔 앞에, B급 게이트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았다.

애초에 초월자인 무신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던 달곰이다.

약해졌다고는 해도 B급 게이트 따위는 초코바를 먹으면서도 처리할 수 있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관리자가 선물해준 선과를 먹고 적잖이 힘을 회복한 덕에, 지금은 다웅이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

B급 게이트를 처리하면서 털끝만큼이라도 다친다면, 되려 그게 신기한 일이었다.

“우, 우우웃······.”

게이트를 파괴한 달곰이의 시선이 겁에 질려 있던 시민들의 얼굴로 향했다.

사람들은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게이트를 파괴한 아기 반달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뭐야,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귀여워!”

“개쩌네······. 어떻게 아기곰이 게이트를 파괴할 수 있지?”

“곰이든 뭐든, 무슨 상관이야. 덕분에 무사했으면 됐지.”

“감사합니다!”

달곰이를 바라보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또 더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달곰이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새하얀 V자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는 착각을 느꼈다.

* * *

그날 저녁, 간만에 기운을 차린 달곰이는 가게로 돌아와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자랑했다.

“후훗, 그래서 위대한 이 몸이 게이트를 파괴했지!”

“오구오구, 그랬어요?”

이에 어머니는 잔뜩 칭찬을 해주며 달곰이의 기를 살려주었고,

“정말 훌륭했다, 달곰이! 위대한 이 몸도 너처럼 가슴에서 빔을 뿜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초콜릿색 원조 아기곰은 자신도 가슴에서 빔을 쏴보고 싶다며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달곰이는 자신 역시 위대한 곰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비록 고미가 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을 지키는 위대한 영웅이 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은가!

세상에 하나 뿐인 진정한 곰은 고미지만,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진정한 영웅이 되면 그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우울했던 마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먹구름이 끼어있던 마음에는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수하! 엄마, 아빠! 그리고 고미형! 이 몸은 결심했다!”

잠시 그 얼굴들을 떠올리던 달곰이는 금세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들을 지키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다.’

악몽에게 속아 스스로를 정의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지만, 정의롭고 멋진 진정한 곰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한 번도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은 고미도 아니고, 진정한 곰이 아니니,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하는 고미가 아니라도 영웅은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자신은 자신의 길을 걸어 또 다른 방식으로 영웅이 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곰이 되려면······. 더욱 강해져야 했다.

“이 몸은 모험을 떠날 것이다!”

“뭐!?”

“아웅!?”

“다웅!?”

“우웅!?”

너무나 갑작스러운 막내의 선언에, 집안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수하를 비롯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황당한 결론이었다.

“안돼요!”

당연히 어머니는 안된다며 달곰이를 말렸다.

아무리 힘이 세다지만, 아직 세상 물정 아기곰이 아닌가.

어디로, 어떻게 모험을 간다는 것인지는 몰라도, 엄마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우, 우우! 안된다! 이 몸은 모험을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 진정한 영웅이 될 수가 없단 말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행동파 아기곰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설령 그것이 공포의 군주라 할지라도.

“아, 아웅!”

“다웅?!”

“우, 우웃! 다, 달곰이!”

엄마에게 반항하는 달곰이의 모습에 아기곰 삼형제의 머릿속에는 벼락이 내리쳤다.

감히 공포의 군주에게 저항하다니, 어떻게 저런 용기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원조 아기곰조차 한 번 밖에 하지 못 했던 일이었다.

고미는 언젠가 자신도 지금의 달곰이처럼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며 공포의 군주에게 맞섰음을 떠올렸다.

“우, 우웃······! 달곰이, 너의 마음······. 분명히 전해졌다!”

달곰이의 용기에 감동받은 원조 아기곰은 기꺼이 녀석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엄마! 달곰이는 지금 진정한 곰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로에 놓여있다! 우리가 달곰이를 믿어주어야 한다!”

“안된다고 했어요!”

수하 역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달곰이의 힘은 초월자 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조 아기곰이야 몸이 너무 좋아 머리가 고생할 일이 없지만, 지금의 달곰이는 무슨 함정에 빠지든 꿀주먹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무적의 아기곰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달곰이의 마음을 무시하고 녀석을 언제까지나 품안에 넣어둘 수는 없었다.

지금 달곰이를 묶어둔다면, 녀석은 껍데기만 남은 가짜 아기곰이 되고 말 테니까.

‘역시······. 그것 밖에 없나.’

이에 수하는 엄마를 설득시키는 것을 며칠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마침 이 녀석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모험을 떠나줄 훌륭한 동료가 하나 있었으니까.

* * *

또다시 약간의 시간이 흘러, 천마가 현세로 돌아왔다.

“백천, 다음 여행에는 달곰이도 데려가 줄 수 있겠어?”

이에 수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뜻을 전했고,

“허,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하다니, 참으로 멋진 일이군요. 걱정 마십시오. 이 위가가 목숨을 걸고 달곰 노사를 지키겠습니다.”

천마는 흔쾌히 그 제안에 응했다.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 비슷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천마와 아기곰의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 * *

“우웅······. 아웅이, 콜라는 잘 챙겨 두었느냐?”

“아웅!”

“초코바에, 꿀에, 콜라에······. 우웅, 사탕도 넣고······.”

“다웅!”

“오오, 죽창! 그래, 다웅이 너의 죽창이라면 틀림없이 달곰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달곰이가 모험을 떠나기로 한 아침, 아기곰 삼형제는 짐을 싸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지금 아기곰 삼형제의 눈앞에는 고북 대왕에게 선물받은 멋진 황금색 백팩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크기는 작지만 어지간한 창고 크기의 아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인벤토리였다.

고미는 그 멋진 ‘등딱지’를 여행을 떠나는 달곰이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아무리 스스로 원해 떠나는 모험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달콤한 것이 없다면 여행이 너무 힘들 테니까.

다쳤을 때를 대비한 수다르의 단약과 위험할 때 쓸 수 있는 특제 청심환도 챙겨 주어야 했다.

“그리고 사진, 사진······.”

마지막으로 혹시 달곰이가 외로울까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넣어주었다.

“흑, 고미형······. 아웅이, 다웅이······.”

자신을 생각하는 형제들의 마음에, 달곰이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천마님, 잘 부탁드릴게요. 달곰이, 엄마랑 약속했어요. 너무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기.”

“그리고 이주에 한 번은 꼭 집에 돌아오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와 아빠는 번갈아 달곰이를 안아주었다.

“거, 걱정하지 말거라! 이 몸은 신의를 아는 곰이니라! 아직 고미 형처럼 진정한 곰은 되지 못했지만, 반드시 영웅이 되어 돌아오겠다!”

이에 달곰이는 씩씩하게 솜방망이를 휘두르며 꿀색 백팩을 등에 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원조 아기곰은 몰래 다가가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던 비밀을 일러주었다.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한 비결을 알게 된 달곰이의 발걸음은 나는 듯이 가벼워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거라, 그렇다면 반드시 진정한 곰이 될 수 있느니라!’

달곰이는 오래 전 외로운 아기곰이 스스로에게 수천, 수만 번을 되뇌었던 그 말을 몇 번이나 되새기며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언젠가 위대한 영웅이 되기를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해줘야지’하고 다짐했다.

긴긴 시간의 띠를 지나, 또 다른 영웅이 될 누군가에게 그 말을 전해줄 날을 고대하며.

* * *

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글 쓰는 편몽입니다.

드디어 외전까지 완결을 내고 이렇게 후기로 찾아뵙게 되네요.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역시 ‘감사합니다’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이지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고미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300화라는 제법 긴 분량의 글을 끝까지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끔은 스토리가 안 나오는 날도 있고, 뭔가 전하려던 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지만, 열에 아홉은 즐거운 마음으로 썼던 글인 것 같습니다.

흔히들 완결을 내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훨씬 더 큰 걸 보면, 저도 숲속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마지막 화를 쓰기 전 며칠은 아쉬운 마음에 잠을 설쳤습니다.

이렇게 썼으면 조금 더 좋았을걸,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재밌었을 텐데······.

하지만 반대로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써진 회차들도 있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이제와서 밝히는 비밀이지만(소곰소곰)······. 사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재밌었던 회차는 대부분 독자분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반영해서 조금씩 이야기의 흐름을 바꿨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이야기의 상당수는 독자분들이 완성해준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또 함께 완성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완결을 내며 드는 두 번째 감정은 아쉬움입니다.

첫 번째 글을 쓰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산더미같이 많지만, 결국 그것을 모두 써먹지는 못해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조금 더 오래오래 독자분들과 함께 즐기고, 또 만들어 나갈 이야기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음이야 어떻든 영원히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는 법이니, 최대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여하튼, 마지막 회차를 비롯해 외전도 초반부 회차와 마찬가지로 매일 몇 번이나 퇴고와 수정을 거쳐 완성했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해줘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써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지만, 그것이 또 독자분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줄 수 있는 글로 다듬어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다만 그 글이 어떤 글이든, 고미처럼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쓰겠다는 것만은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함께 웃고, 울고, 읽어주고, 또 함께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크게 속 썩이는 일 없이 행복하게 300화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 고미와 숲속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 첫 번째 작품의 첫 번째 주인공이 고미와 수하라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8개월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새로운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부디 그때도 함께 웃고, 울고, 독자분들과 함께 글을 완성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해피곰데이가 되시기를.

P.S. 차기작은 1월 말, 늦어도 2월 초에는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선작을 삭제하지 않으시면 선작 쪽지로 신작 분량이 조금 쌓였을 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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