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69화 (269/300)

EP.269 뜻밖의 감사 인사.

‘아니지, 지금 생각할 건 그게 아니야.’

관리자가 왜 보스 몬스터를 죽이지 말고 제압하라고 했는지 따위는, 어차피 퀘스트를 완료하면 알 수 있다.

그보다 지금 집중해야 할 건······.

‘수련이지.’

그래, 이제 고작 한 초식밖에 써보지 않았으니까.

나머지 네 초식을 시험해 봐야 한다.

‘잘됐네.’

힘 조절도 어렵지 않다.

영웅검법은 어차피 수비와 반격 위주로 이루어져 있고, 공격은 실상 참숯 1호의 능력에 의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불 조절만 잘하면 안 죽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소리지.

‘보면 볼수록 나한테 딱 맞는 검술이네.’

사람을 상대로 쓴다고 생각하면, 역시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게 가장 좋은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수하! 가거라! 위대한 이 몸의 검법을 보여다오!”

보송보송한 솜뭉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보스 몬스터를 가리켰다.

음······. 왠지 ‘수하! 가거라!’ 가 아니라 ‘가랏! 수하몬!’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동작이군.

- 드드드득······.

고미의 손가락질에 자극을 받은 걸까?

민봉식 못지 않은 거구를 자랑하는 몬스터가 대검을 움켜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고미한테 아무에게나 손가락질을 하면 안 된다는 걸 가르쳐 두는 편이 좋겠는걸.’

생각해보니 우리 애한테 그런 기본적인 예의를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아기곰이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한다고 저렇게 대검을 뽑아들고 달려들 인간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겠지만······.

‘예의는 예의니까.’

평화가 찾아오면 이 아기곰에게 가르칠 게 한둘이 아니고만.

“다우웅!”

원조 아기곰에 이어 게으름뱅이 판다도 모처럼 목소리를 높여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 허곰답보(A)를 활성화합니다. >

아기곰 형제의 응원을 뒤로 하고, 나는 빠르게 앞으로 몸을 날렸다.

S급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보스 몬스터.

이 정도면 연습 상대로 제격이지.

- 부우웅!

갑옷을 입은 거대한 석상 앞에 도착하기 무섭게,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대검이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대웅수동(大熊守洞)!”

초식명을 외치며 참숯 1호를 머리 위로 치켜들자,

< 초식 발동에 성공했습니다. 특수 효과가 적용됩니다. >

< 근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

‘영웅란로’를 사용했을 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메시지가 눈앞을 지나갔다.

‘응?’

- 콰드드득!

지면을 디디고 선 다리는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기둥처럼 굳건했고, 전신에서 힘이 용솟음쳤다.

‘괴, 굉장해!’

고미가 보여준 시범대로 땅을 밟은 힘을 끌어올려 검을 위쪽으로 들어 올리자, 내 키보다 큰 대검이 굉음과 함께 위쪽으로 튕겨 올라갔다.

- 쿵!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2미터를 넘는 거구의 검투사는 곧장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우웃, 수하! 완벽하다! 완벽해! 바로 그것이다! 동굴을 지키는 위대한 곰처럼,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적에게 맞서는 것이다!”

자신이 가르쳐 준 초식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제자의 모습에, 무림 지존 웅노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솜방망이를 붕붕 휘둘러댔다.

‘이런 효과가 붙어있구나.’

기술을 위주로 하는 초식에는 특별한 보정이 붙지 않지만, 힘이나 민첩을 위주로 하는 초식에는 그에 맞는 보정이 붙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한 방에 보스 몬스터를 날려버릴 정도로 힘이 늘어날 줄이야.’

그것도 불가마로 인해 능력치를 100 퍼센트 활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말이지.

‘음······. 이걸로 공격을 막으면서 화염을 폭발시키면······.’

나는 머릿속으로 이 스킬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떠올리며 보스 몬스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검술도 연습해야 하고,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하니까.

‘그나저나, 너무 쉽네. 이 정도면 여유롭게 이길 수 있겠는데?’

그렇게 조금 여유를 부리며 강해진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 드드드득······.

- 그워어어어!

돌연 지면이 바르르 떨리며 주위에 있던 돌조각이 하나하나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변신이 가능한 놈이었냐!?

어쩐지 S+급 치고는 너무 쉽다 했다!

“우, 우웃!”

“다, 다웅!” (머, 멋있어!)

허공으로 떠오른 돌조각들이 들러붙으며 원래도 커다랬던 보스 몬스터의 크기는 점점 더 거대하게 변해갔고, 큰 것과 변신을 좋아하는 철없는 아기곰 형제들은 입을 헤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 그워어어어!

커다란 돌덩이를 갑옷처럼 두른 검투사의 크기는 거의 5미터에 달했다.

갑옷을 둘렀을 뿐인데 왜 키가 3미터나 커지냐고?

낸들 아냐! 갑자기 커진 걸 어쩌라고!

아무리 그래도, 1분도 안 걸려서 키가 두 배나 자라는 게 어딨냐! 무슨 콩나물도 아니고!

“오오, 수하! 저 녀석이 더욱 강해진 게 느껴지는구나!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너의 상대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언제나 더 큰 시련을 원하는 시련 중독자 아기곰께서는 적의 크기가 불어난 것을 보고는 더욱 기뻐하며 나에게 다시 한번 돌진을 명했다.

‘나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어쩌겠나. 이미 커졌는데.

그래, 가짜 고미도 한 덩치하니까, 더 적합한 연습 상대로 변했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정신승리(?)를 시전하며 다시 검을 움켜잡는 순간,

- 후우우웅!

전봇대처럼 커다란 대검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대웅수동!”

한 번 더 같은 초식을 사용해 방어하자, 이번에는 대검과 참숯 1호가 팽팽하게 맞서며 검이 멈춰섰다.

‘덩치만 커진 건 아니라 이거지?’

좋아, 그럼 다음 초식이다.

마침 잘 됐네.

“대웅박호(大熊搏虎)!”

있는 힘껏 치켜올렸던 검을 살짝 아래로 내리자, 바위 대검이 균형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회를 잡은 나는 잽싸게 검을 뒤집으며 발을 들어 있는 힘껏 상대의 대검을 내리밟았다.

< 초식 발동에 성공했습니다. >

< 연계기 성공으로 인한 보너스가 부과됩니다. >

< 근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 쿵!

“우, 우웃! 수하!”

그러자 스킬 보정을 받아 폭발적으로 증가한 근력으로 인해 내 키보다 두 배 이상 큰 대검이 땅속 깊이 박혀버렸다.

‘검을 제압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공격으로 넘어가야지.

“비웅참!”

“우, 웅혼하다! 웅혼해! 수하! 너도 드디어 진정한 곰이 되어가는구나!”

- 콰드드득!

흥분한 아기곰의 함성소리에 이어,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석상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으······.’

하지만 연달아 초식을 사용했더니, 슬슬 몸이 달아오르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야겠는데.’

참숯 1호로 불태워버리면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확실히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니 난이도가 배는 올라간 느낌이다.

‘대웅퇴산으로 밀어낸 다음 비웅번신으로 공격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대웅퇴산은 균형을 잃은 적을 밀어내는 초식이다.

그리고 비웅번신은 계속되는 수비와 반격으로 빈틈을 만든 다음 빠르게 적을 난타하는 스킬이고.

문제는, 비웅번신이 ‘사용불가’ 판정이 뜬 스킬이라는 거지.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피어올랐다.

‘잠깐.’

일곱 번째 초식은 아예 이해조차 못해서 그렇다 치고, 비웅번신은 왜 ‘사용불가’지?

일곱 번째 초식처럼 초식의 표기 자체가 물음표로 떠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 부웅!

‘이게 치사하게! 지금 생각 중이잖아!’

나는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날려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생각해보자.’

고미는 분명 다웅이의 공격을 막아낸 뒤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러 녀석을 압박했다.

‘그래, 팔이 여덟 개로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안개가 걷히듯 머릿속이 맑아지며 자연스레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속도가 부족한 건가?’

초식을 이해는 했지만, 그걸 펼칠 신체 능력이 부족한 거라면?

‘틀림없어.’

몸을 단련한다, 기를 쌓는다, 검술과 체술의 기본을 배운다.

이 과정이 모두 지나고 나서야 고미는 내 전용 검법을 만들어 주었다.

기초도 없이 전용 검법을 만들어 줘봐야 쓸 수가 없을 거라고 판단해서겠지.

< 현재 능력치 >

힘 67(+3) / 민첩 51(+3) / 체력 42(+2) / 마력 20(+1)

- 쾅!

나는 계속해서 날아드는 대검을 피하며 곁눈질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수하! 어째서 피하기만 하는 것이냐!”

갑자기 적의 공격을 피해다니기만 하는 내 모습을 본 아기곰은 어서 공격을 하라는 듯 주먹을 붕붕 휘둘러댔다.

“잠깐만 기다려!”

이에 나는 빠르게 남겨둔 능력치 포인트를 민첩에 투자했다.

<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민첩 51-> 52 -> 53······. >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아껴둔 수중에 있는 능력치 포인트는 모두 19개.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수련으로 올리기는 어려우니, 일부러 마지막에 찍으려고 아껴둔 것이었다.

그리고 보너스 포인트까지 합쳐 민첩이 60에 달하는 순간······.

< 영웅검법 제6식, 비웅번신(飛熊飜身)이 사용가능 상태로 전환됩니다. >

< 영웅검법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SS -> SSS >

‘역시!’

여섯 번째 초식이 해금됐을 뿐만 아니라, 스킬 등급까지 올라갔다.

“우웃! 수하! 그것이다! 가라! 대웅퇴산이다!”

스킬 등급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 내가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아기곰 선생이 사용할 초식을 일러주었고,

“대웅퇴산(大熊推山)!”

초식을 발동시킴과 동시에 SS등급일 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힘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미도,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 콰앙!

“응!?”

“우, 우웅!?”

바로 업그레이드 된 영웅검법의 위력이 너무나 강력하다는 점이었다.

- 그, 그워어어······.

‘아, 안돼! 쓰러지지 마! 이런 게 어딨어!’

심지어 상대를 밀어내는 초식인 대웅퇴산 한 번에 5미터에 달하는 석상이 와르르 무너지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 우씨!’

이에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잽싸게 석상의 남은 한쪽 팔과 두 다리를 향해 참숯 1호를 휘둘렀다.

모처럼 해금했는데, 스킬은 써봐야 할 거 아니야!

“비웅번신!”

< 초식의 발동에 성공했습니다. >

< 힘, 민첩이 대폭 향상됩니다. >

됐으니까 향상하지 마!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폭음이 연달아 울려퍼지며 석상 전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후, 훌륭하다! 훌륭해! 수하! 어느새 여섯 번째 초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구나!”

번개 같은 연속 공격으로 거대한 석상을 조각조각 내버리는 내 모습에, 1타 강사 아기곰은 초코바를 먹는 것마저 멈추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다우우웅!” (형아, 최고야!)

다웅이 역시 수련을 도와주고 받은 숙성 초코바를 먹던 것을 멈추며 손뼉을 쳐대다가 힘차게 엄지를 추켜올렸다.

“헉, 허억······.”

나 역시 기분 같아서는 아기곰 형제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어째서 한 대도 안 맞았는데 이렇게 힘든 거냐!’

그 와중에도 힘 조절은 잘한 것 같은데, 이놈의 불가마 때문에 열이 오를 대로 올라버렸다.

‘으으,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아······.’

그렇게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닥에 주저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 축하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던전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

관리자가 내준 과제를 무사히 마쳤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던전의 숨겨진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강혁 씨, 이 던전 히든 퀘스트 있어요?”

나의 질문에 이강혁 씨는 자신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누가 S+ 몬스터를 잡지 않고 제압만 하는 미친 짓거리를 하겠어.

이강혁 씨라도 이런 조건으로 달성되는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알지는 못하겠지.

- 고맙다, 이름 모를 검사여.

바로 그때, 무너진 석상 속에서 낡아빠진 갑옷을 입은 거구의 사내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 나오며 귓가에 ‘인간의 언어’가 들려왔다.

‘몬스터가······. 말을 해? 게다가,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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