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49화 (249/300)

EP.249 점점 더 곰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웅!”

눈처럼 새하얀 아기곰이 하늘을 향해 솜방망이를 휘두르자,

- 휘이이이잉!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생겨나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이어서 얼음 조각 사이로 새하얀 눈발이 날리며 거대한 얼음 폭풍이 하늘 위를 수놓았다.

“브, 블리자드?!”

아웅이는 본래 얼음 마법을 베이스로 물 마법, 바람 마법을 약간 할 줄 안다.

하지만 역시 특기는 치료 마법과 얼음 마법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수준이랄까.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세 가지를 조합해 얼음 폭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파워업이 된 모양이었다.

“오, 오오오! 만천화웅과 비슷하구나! 역시 위대한 이 몸의 동생다운 능력이다!”

화원 상공에 휘몰아치는 맹렬한 얼음 폭풍의 기세에, 원조 아기곰은 신이 나서 솜방망이를 두드려댔다.

“아웅!”

그러자 늘 겸손하고 예의 바르던 아웅이는 살짝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진짜 이럴 때 보면 형제가 맞구나······.’

저 귀엽지만 건방진 표정을 보니, 새삼 저 하얀 곰돌이가 고미의 분신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으음······.”

저런 엄청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선과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한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아웅이의 치료 마법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가장 궁금한 건 그건데 말이지······.’

그렇다고 일부러 다치기도 뭐하고······.

뭐 살짝 다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그건 예전에도 쉽게 치료했으니까.

조금 더 큰 부상이 아니라면 치료를 한다 한들 유의미한 실험이 되기는 어려울 거다.

‘아, 이강혁 씨한테 두들겨 맞은 게 오늘이었어야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늦게 맞을 걸 그랬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패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말로 확인을 해보는 수 밖에.

“아웅아, 치료 마법도 강해졌어?”

나의 질문에 아웅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웅!”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니 더 궁금하다.

아웅이는 수다르 님, 토생원과 함께 의료팀에 배정될 예정이니, 공격 능력보다는 방어 능력과 치료 능력이 더 중요한데······.

‘으음, 내일은 아웅이도 데리고 출근을 해야겠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합리적인 답인 것 같았다.

“아웅아, 내일 나랑 던전 좀 같이 갈 수 있을까?”

예정에 없던 근무지 변경(?)에 아웅이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웅이를 바라봤다.

자기가 없으면 다웅이 혼자서 가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우웅, 하지만 수하, 그러면 엄마 아빠는 누가 돕는단 말이냐······.”

고미 역시 다웅이 한 명에게 가게를 맡기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음, 사실 크게 상관은 없는데 말이지.’

곰돌이 삼형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늘 두 분이서 장사를 해왔으니, 하루 정도 알바생이 없다고 가게가 안 돌아갈 리는 없었다.

게다가 두 분은 아기곰들이 가게 일을 돕는 것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동시에 부담스럽고 미안하게 여기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말해도 이 고집불통 곰돌이 삼형제가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지만.’

엄마 아빠 일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아예 가게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아마 셋이서 똘똘 뭉쳐 시위라도 할 거다.

무엇보다 고미보다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 아기곰 둘을 온종일 혼자 두기도 어렵고.

“다웅! 다웅, 다웅!”

바로 그때, 다웅이가 조금 자존심이 상한 듯 볼을 부풀리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 아니야,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번역하자면 이쯤 되려나.

“아니야 다웅아, 원래 둘이 하던 거 혼자 하려면 힘들 것 같아서 그래. 네가 일 안 할까 봐 그러는 건 아니니까, 서운해 하지마.”

뭐 솔직히 나도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만, 그래도 애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이 녀석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야.

“다웅!”

내가 제 편을 들어주는 듯 하자, 조금 기가 살아난 다웅이는 곧장 손을 휘둘러 자신의 무기인 죽창을 꺼내 들었다.

“다웅!”

- 봐!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줄게! 혼자서도 엄마 아빠를 도와줄 수 있다고!

라고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강한 거랑 가게 일 돕는 건 아무 상관도 없지 않니······.

애초에 네가 약해서 가게를 못 지킬 거라고 걱정했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오히려 너 같은 먼치킨이 평범한 횟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여하튼, 자존심이 상한 아기 판다는 자신이 횟집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다!웅!”

다음 순간, 죽창을 장대 삼아 하늘 높이 뛰어오른 다웅이가 허공 위에서 화려한 창술을 선보였다.

“다웅! 다웅!”

- 쉭, 쉬쉭, 쉭쉭!

토실토실한 아기 판다가 죽창을 내지를 때마다 하늘에는 시커먼 잔영이 생겨났고,

“다웅!”

- 콰르르릉!

가로로 봉을 휘두르자, 허공에 물결 같은 파문이 퍼져나가며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장난 아닌데······.’

물론 다웅이는 예전에도 강했다.

그냥 강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강했지.

하지만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지금 다웅이의 창술은 천마가 보여줬던 검술과 거의 비슷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았다.

‘어, 어떻게 하면 복숭아 하나 먹고 천마 급이 될 수 있는 건데?’

이 슈퍼 곰돌이 삼형제니까 잠깐 기절했다 바로 약효를 보는 거라고는 하지만, 선과가 괜히 선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호오, 다웅이······. 네 녀석도 제법 강해졌구나. 게다가 손에 든 그 창에서 제법 쓸만한 힘이 느껴지는구나.”

화려한 시연을 마친 아기 판다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닥에 내려앉자, 원조 아기곰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죽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나는 그제야 다웅이의 죽창이 평범한 대나무가 아닌 새카만 오죽(烏竹)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웅!”

고미와 나의 시선을 느낀 무협 판다는 오만함이 가득 묻어나는 표정으로 죽창을 들어 가볍게 바닥을 두어번 두드렸다.

“고미, 대나무 색이 왜 저렇게 변한 거야?”

호기심이 동한 내가 질문을 던지자,

“위대한 이 몸의 흑곰 덫과 비슷한 것이다. 진정한 곰의 기운을 단단하게 응집시키면 검은 색으로 변하지.”

상당히 무서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저게 흑곰 덫이랑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몽둥이라는 건데······.’

흑룡 셰프나 거대 두더지로 변신했던 흑암도 부술 수 없는 강도를 자랑하는 몽둥이라니······.

다웅이의 죽창으로 뚝배기를 얻어맞는 장면을 상상하자,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 잘했어, 다웅아.”

“다웅!”

그렇게 선과의 효능과 곰돌이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아웅이와 다웅이에게도 용궁에서 받아온 음식을 먹이기 위해 다시 가게로 돌아가려 했다.

죽다 살아났으니(?) 밥부터 먹여야지.

아참, 그 전에 괜히 헛걸음을 한 수다르님과 토생원에게 사과부터 해야겠다.

“수다르님, 토생원님, 죄송합니다. 급하게 오셨는데······.”

아웅이와 다웅이가 무사한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두 분을 부른 건 사실이니까.

“허허, 괜찮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요. 저도 마침 부탁드릴 것이 있었으니, 겸사겸사 잘 됐다고 생각하시지요.”

그러나 수다르님은 개의치 않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산신령님의 품 안에는 어느새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병들이 한 아름 들려 있었다.

“이것은 주혁 님을 위해 토생원이 제작한 단약입니다. 본래 허약 체질이라, 일종의 영양제라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한 알씩 드신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용궁을 수리해야 하니, 대신 좀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수다르님이 첫 번째로 내민 붉은 약병 위에는 고풍스러운 필체로 주혁(株赫)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나저나, 헌터가 선천적인 허약 체질이라니······ 정말 특이한 분이시네.

“그리고 이것은 신 팀장님을 위해 준비한 단약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단약을 한 알씩 드시고, 여기 이 포션을 한 모금씩 드시면 됩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절대로 싸움을 하거나 이능을 사용하셔서는 안 됩니다.”

이어서 수다르님이 새하얀 약병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

“금창약입니다. 일품과 오품까지 등급이 있으니, 그것과 아웅이님의 회복 마법의 효과를 비교해 보시고 그 효과를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수다르 님은 옥색으로 빛나는 약병 몇 개를 꺼내 들었다.

각각의 약병에는 일품(一品)부터 오품(五品)까지 등급이 쓰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허허, 아닙니다. 실은 모두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수하님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에요. 그럼 약효를 관찰해서 넘겨드리면 되는 거죠?”

어째 또다시 데이터 수집을 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지만, 이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네, 그럼 저희도 다시 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용궁의 수리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말을 마친 수다르님과 토생원은 우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다시 게이트를 열고 용궁으로 돌아가셨다.

아마 용궁에서 나올 때 토끼 굴을 하나 파 놓은 모양이었다.

“자, 그럼 우리도 돌아가자.”

* * *

가게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이미 아웅이와 다웅이를 위해 전과 너비아니를 부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얼른 먹자, 이런 건 시간 너무 지나고 먹으면 맛없어요.”

곰돌이 삼형제에게 맛있는 것을 먹일 생각에, 어머니의 입가에는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 그럼 전이랑 고기 부쳐서 가져다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어머니는 노래하듯 음률을 붙여 말하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셨다.

콧노래를 부르며 후라이 팬에 기름을 뿌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 한켠이 따스해졌다.

어릴 때는 몰랐다.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어머니는 늘 요리를 마치지 않고 기다렸다가, 자식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냄비에 불을 붙이신다는 걸.

아마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리라.

‘막상 내가 어릴 때는 이런 걸 살펴볼 눈치도, 머리도 없었지만 말이야.’

늦둥이들을 돌보며 기뻐하는 어머니와, 뒤늦게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깨닫는 감정들.

이것 역시 아기곰 삼형제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이었다.

“아, 아웅!?”

“다웅!?”

너비아니와 전들이 익어가며 흘러나오는 맛깔나는 냄새에, 아웅이와 다웅이의 눈이 주먹만하게 커졌다.

“후후, 어떠냐. 이것 역시 이 몸이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니라!”

냄새만 맡고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두 아기곰의 모습에, 고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고,

“아웅!”

“다웅!”

꼬마 백곰과 아기 판다는 존경심이 가득 묻어나는 눈빛으로 고미를 바라봤다.

“자, 그럼 먹자!”

너비아니와 전들이 노릇하게 익자, 어머니는능숙한 손놀림으로 그것들을 잘라 곰돌이 삼형제의 밥그릇에 얹어주었다.

“여보, 나는?”

아버지가 서운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그렇게 말하자,

“어휴, 다 큰 어른이 봉식이랑 수하도 안 하는 짓을 해.”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아버지의 밥그릇 위에도 잘 익은 너비아니를 올려주셨다.

“넌 또 먹냐?”

한편, 봉식이는 그새 배가 꺼졌는지 또다시 숟가락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 가게 일 도와드렸더니 또 배고프네.”

······.

분명히 용궁에서도 내 두 배는 먹었던 것 같은데, 고작 그거 움직였다고 또 식욕이 도냐.

‘이건 뭐 뱃속에 거지가 든 것도 아니고.’

그렇게 봉식이의 위장에 감탄하고 있을 때,

“오오! 그렇다면 이 몸도 질 수 없지!”

먹보 아기곰이 승부욕(?)으로 눈을 불태우며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다웅이를 구하느라 힘을 쓴 탓일까, 녀석의 통통한 배는 또다시 홀쭉하게 변해 있었다.

“아들, 아들은 안 먹어도 되겠어?”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니야. 나는 아까 많이 먹었어, 괜찮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정도로 먹었으면 배가 꺼지는데 반나절은 걸려야 하는 거 아닌가?

외눈박이들만 사는 세상에서는 눈이 두 개인 게 비정상이라고, 민봉식과 고미 사이에 끼어있으니 내가 이상할 정도로 적게 먹는 사람처럼 보이는군.

“오······. 이 생선전 정말 맛있네. 아들, 이거 어디서 난 거야?”

한편, 용궁 숙수의 손맛이 깃든 생선전을 맛본 아버지는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뜨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셨다.

맛이 워낙 훌륭하니, 요리사의 본능에 따라 레시피를 분석하는 것 같았다.

“후후, 그것은 이 몸이 용궁에 가서 받아온 선물이다! 엄마와 아빠도 다음에 이 몸과 함께 용궁에 가지 않겠느냐?”

“뭐? 용궁?”

“아웅!?”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용궁의 음식을 맛보는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아까 전 확인하지 못했던 퀘스트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무슨 퀘스트인지나 한번 볼까?’

시스템 창을 열자, 퀘스트의 내용과 달성 조건 등이 주르륵 떠올랐다.

예상했던 대로, 퀘스트의 분류는 히든이었다.

‘보상은 뭐지?’

그리고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 퀘스트 보상으로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대상을 선택해 주십시오. >

- 고미

- 아웅이

- 다웅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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