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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48화 (248/300)

EP.248 아기곰 삼형제의 눈물 파티.

“멍!”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머리 셋 달린 검은 강아지가 나를 향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혹시 기랑 체력 회복하는 약 만들어 놓은 거 있어?”

조금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화원에 있는 창고에는 전쟁이 벌어지면 쓸 단약과 포션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웅왕의 연맹원 중 이번 전쟁에서 가장 선봉에 설 사람들은, 아마도 저스티스의 길드원들이었다.

연맹에 소속된 세 길드 중, 백병전에 특화된 건 기공 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저스티스의 헌터들 뿐이니까.

그러니까, 반드시 기(氣)와 체력을 회복하는 약이 있을 거다.

“멍!”

아니나 다를까, 삼돌이와 사랑이들은 빠르게 창고로 흩어졌다.

내가 요구한 단약과 포션을 찾기 위해서일 터였다.

“고미, 네가 다웅이를 맡아줘. 내가 아웅이를 맡을게.”

“우웅?!”

단호한 의지가 느껴지는 말투에, 고미는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떴다.

“둘 중에 기가 더 많은 게 다웅이잖아. 그러니까 다웅이는 네가 맡아. 아웅이는 내가 치료해볼게.”

“하, 하지만······. 너에게는 웅기조식이 없지 않느냐?”

“그래, 하지만 꼭 스킬이 있어야 웅기조식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 이건 이미 몇 번이나 증명된 사실이다.

‘허곰답보’는 시스템을 통해 익힌 스킬이 아니었다. 고미의 설명대로 움직이니까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생긴 능력이었다.

‘이기어곰’도 비슷했다. 허곰섭물을 익히고, 기곰술이 일정 수준에 달했을 때 자동으로 생긴 스킬이니까.

즉, 원리를 알고 있고, 그 원리대로 기를 움직일 수 있다면, 시스템 창에 그 스킬이 뜨지 않더라도 사용은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몸으로 웅기조식을 느껴 본 경험이 있다.

“시간 없어. 얼른 알려줘.”

“하, 하지만 웅기조식은 위대한 이 몸의 털이 있어야······.”

“알고 있어. 웅기조식은 네 털을 매개로 기를 흘려보내는 스킬이잖아. 네가 털을 꽂아주면, 내가 기를 불어 넣어볼게.”

“하, 하지만 기의 운행경로가 잘못되면······.”

“괜찮아. 내가 기를 운행해야 할 순서대로 털을 박아줘.”

평소와 달리 단호한 나의 태도에, 패닉 상태에 빠졌던 아기곰도 조금씩 냉정을 되찾았다.

사실은 나도 불안했다.

아웅이와 다웅이가 잘못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불안하지 않겠나.

하지만 여기서 나까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고미는 또다시 패닉에 빠지고 말 거다.

그러니 지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시간 없어, 얼른.”

“수, 수하! 너에게서 또다시 엄마의 기운이 느껴진다!”

음, 이 아기곰에게 엄마라는 건 대체 뭘까······.

그렇게 고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창고로 흩어졌던 삼돌이와 사랑이들이 포션과 단약을 물고 속속 나에게 달려왔다.

“시작하자, 우선 다웅이한테 순서대로 털을 박아줘.”

3분이 지났다.

1각이면 15분이니까, 아직 여유가 있다.

“알겠느니라, 간닷! 고미류 침술, 웅기조식!”

일단 결정이 내려지자, 빳빳하게 곤두선 털침들이 지체없이 다웅이의 몸 위에 박히기 시작했고,

‘단전, 명치, 가슴, 견갑골을 지나서······.’

나는 그 털들을 표식 삼아 기를 흘려보내야 할 경로를 확인했다.

‘역시, 고미가 전에 나에게 웅기조식을 사용 했을 때 기를 운행했던 경로랑 비슷해.’

내 능력은 모두 고미한테 받은 거다.

아웅이와 다웅이는 고미의 분신이고.

때문에 고미와 이 두 녀석의 운기 방식도 비슷할 거라는 게 내 추측이었다.

지금, 그 추측에 백 퍼센트 확신이 생겼고.

“수하, 기억 했느냐?”

“응, 아웅이한테도 한 번 더 부탁해.”

“알겠느니라!”

몸으로도 느낀 적이 있고, 눈으로도 확인했다.

하지만 순서는 한 번 더 확인해 두는 편이 좋겠지.

한치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

“웅기조식!”

이에 나는 아웅이의 몸에 초콜릿색 털침이 박히는 순서를 먼저 머릿속으로 그려본 뒤, 실제로 털침이 꽂히는 순서가 그 그림과 일치하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그럼 시작해라, 수하!”

아웅이의 몸에 털침을 박아넣은 고미는 곧바로 웅기조식을 시전했고, 나 역시 아웅이의 몸에 내 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 웅신입기혈(SS)를 활성화 합니다.>

하지만 아웅이의 몸에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 순간,

‘이, 이런,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들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엄청난 기세로 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대충 예상은 했었다.

곰돌이 삼형제 중 가장 약하다고는 해도, 그 슈퍼 아기곰의 분신이다. 그런 녀석의 몸에 흐르는 기의 양이 만만할 리가 없지.

하지만 나도 준비해둔 게 있다고.

“삼돌아, 약!”

“멍!”

신호를 보내며 입을 벌리자, 삼돌이가 새하얀 알약 하나를 정확히 내 입안에 던져넣었다.

< 산신령의 ‘진짜’ 가호를 받은 자 칭호가 적용됩니다. >

< 단약의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

이어서 오래 전 얻은 칭호가 활성화되며 빠른 속도로 기와 체력이 회복됐다.

문제는 단약으로 회복하는 속도보다, 기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웅이의 기혈을 바로 잡기도 전에 내가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안 되겠어.’

이에 나는 곧장 미리 생각해둔 또 다른 ‘대책’을 사용했다.

< 해피곰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잔여 포인트 : 3252 >

< 고미류 기공술 - 웅신입기혈의 등급이 임시적으로 상승합니다. SS -> SSS >

예상대로 해피곰 포인트를 사용해 기공술의 등급을 높이자, 간신히 기가 빠져나가는 속도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나 더!”

“멍!”

“하나 더!”

“멍!”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거지? 고미가 다웅이의 치료를 마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정신을 흐트러뜨린다.

처음 해보는 웅기조식이다.

아차하는 사이에 기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면, 아웅이는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안돼. 지금은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

그래, 지금은 오로지 기를 운행하는 것에만 정신을 쏟아야 한다.

‘집중하자, 집중······.’

그렇게 온 정신을 쏟아 아웅이의 기맥을 따라 내 기(氣)를 쏟아붓기를 한참······.

<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 새로운 스킬이 지급됩니다. >

< 고미류 침술 – 웅기조식(熊氣調息) (A / Gomi ) >

시스템 창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아웅이의 기맥을 따라 흐르던 기가 한결 통제하기 수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 축하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이어서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오르고, 아웅이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아웅이가 무사한지 확신할 수 없으니, 무슨 퀘스트가 완료된 것인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아, 아우웅······.”

“아웅아! 정신이 들어?”

“아, 아웅······.”

아웅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천천히 기를 주입하던 것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녀석을 안아 올렸다.

“휴······.”

아웅이는 무사했다.

아니, 무사한 수준이 아니라,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았다.

몸이 자라거나 외모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더 깊고 맑아졌다.

게다가 고미에 비하면 조금은 푸석푸석하던 털에도 거짓말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원조 솜뭉치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아웅!”

잠이 덜 깬 듯 눈을 끔뻑거리던 새하얀 아기곰은 이내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허허, 훌륭하십니다.”

고개를 돌려보자, 어느새 화원으로 돌아온 수다르님과 토생원이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우우웅!”

아웅이가 정신을 차린 듯 하자, 먼저 정신을 차린 아기 판다가 뒤뚱거리며 달려와 눈처럼 새하얀 털을 가진 백곰을 덥석 끌어안았다.

“아우, 웅!”

“흑, 아웅이! 다웅이! 미안하다! 이 몸이 조금 더 조심했어야 하거늘!”

자신의 두 형제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원조 아기곰의 눈에는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으허헝! 미안하다, 미안해!”

“다우웅!”

“아웅!”

곰돌이 삼형제의 장남인 초콜릿색 솜뭉치가 서럽게 대성통곡을 하자, 아웅이와 다웅이 역시 눈물을 흘리며 녀석을 끌어안았다.

“어흑! 다행이다, 다행이야!”

“다우우웅!”

“아우웅!”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고미의 말에, 아웅이와 다웅이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 으아앙, 아니야, 우리가 미안해!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 흐어엉, 살려줘서 고마워! 울지마! 괜찮아!

번역하자면, 이쯤 되겠다.

“이 몸이 조금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아웅, 아우웅!”

“다웅!”

이후 곰돌이 삼형제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한참이나 울어댔다.

그런데······. 고미는 과연 저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있는 걸까?

* * *

우는 것도 참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결국 곰돌이 삼형제가 눈물을 그치기까지는 장장 20분 이상이 걸렸다.

“자, 이제 그만 울고. 다들 무사하잖아.”

아기곰 삼형제가 조금 진정된 것을 확인한 내가 입을 열자,

“끅, 수하! 오늘은 정말 훌륭했다! 이제 너도 진정한 곰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고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콧물을 훌쩍거리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고,

“다웅!”

다웅이 역시 콧물을 들이켜며 포권자세를 취했다.

“아, 아웅!”

마지막으로 예의 바른 백곰, 아웅이는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보물인 콜라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 콜라는 대체 어디서 난 걸까?

“고마워.”

아웅이와 다웅이가 잘못될까 싶어 마음을 졸였던 탓일까?

“크······.”

톡 쏘는 탄산의 맛이 더없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웅이의 마법 덕에 실제로 시원하기도 하고.

“그럼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콜라를 마시고 조금 정신을 차린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이 백곰과 판다가 정말로 멀쩡해진 것인지를 확인했다.

20분이나 화원이 떠나가라 울어대는 모습으로 봐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아웅!”

“다웅!”

나의 질문에 두 녀석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제가 보기에도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생기가 넘치시는군요.”

이어서 숲속 친구들의 주치의인 수다르님이 한 번 더 녀석들이 건강함을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고미, 어떻게 된 거야? 아웅이랑 다웅이 정도면 선과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나의 질문에 초콜릿색 솜뭉치의 동글동글한 귀가 힘없이 아래로 축 쳐졌다.

“괜찮아, 고미. 널 탓하는 게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당연한 얘기지만, 고미를 책망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저 선과에 담긴 기가 고미의 예상을 뛰어넘었으니, 그 효과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던진 질문이었다.

“우웅······.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도 복숭아에 담긴 기운이 이 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던 모양이다······.”

“그럼 아웅이와 다웅이도 그만큼 더 강해지는 거 아니야?”

이어지는 물음에, 잠시 풀이 죽어있던 아기곰의 두 귀가 다시 빳빳하게 일어섰다.

“그, 그것은 그렇다! 예,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 하는 거겠지!”

음······. 단순한 녀석 같으니.

금세 다시 살아났군.

그래도 계속 풀 죽어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보기 좋으니 됐다.

“다웅!”

고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아직 완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한 형을 위로하기 위해서였을까?

평소에는 늘 에너지가 바닥을 치던 다웅이가 주먹을 바르쥐며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다웅이가 이렇게 의욕이 넘치는데, 아웅이야 말할 것도 없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주고 싶어?”

빙긋 웃으며 질문을 던지자,

“아웅!”

“다웅!”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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