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36화 (236/300)

EP.236 갓-고미님의 영웅담(英熊譚)

“용귀! 설마 마도 병기 용귀가 아직 인간계에 남아있는 것입니까!”

동이님의 격렬한 반응에, 고미는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그렇다. 설마하니 그 바다 도마뱀을 잡고 나서 남겨둔 녀석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구나.”

······.

그게 마도 병기였어?

그냥 발육이 지나치게 우수한 슈퍼 거북이가 아니라?

게다가 용귀면 전설의 생물 아니야?

그 현무랑 헷갈리게 생긴······. 거북이 등껍질에 용머리가 달린, 거북선이랑 비슷하게 생긴 그거?

“하지만 저희가 본 용궁은 그냥 덩치만 큰 거북이에 가까웠습니다. 전설 속의 생물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그때, 이강혁 씨가 조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음······. 그 정도 크기의 거북이를 ‘그냥 덩치만 큰 거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그 정도면 용 머리가 달렸든 자라 머리가 달렸든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한 것 같은데 말이지.

“용귀는 드래곤 로드급의 마력을 가진 존재에 마력에 의해서만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강혁 씨의 질문에 동이님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바르쥐며 초거대 거북이의 정체(?)에 대해 설명했고,

“그래, 동이 너는 도마뱀들의 왕과 비슷한 수준의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틀림없이 그 거북이 녀석의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미는 흐뭇한 표정으로 동이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용귀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전함인가요?”

슈퍼 먼치킨 아기곰이 인정하는 강력한 마법사인 동이님마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대체 용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절로 호기심이 일었다.

“용귀는 드라고니아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궁극의 마도 병기입니다.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용귀는 차원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모든 결계와 봉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의 질문에 제르보나 씨가 보기 드물게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이 얼음을 뿜을 것 같은 냉정한 레드 드래곤이 이렇게 흥분하는 건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물건이 인간계에 있는 거죠?”

그때, 한유진 씨가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

용족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손가락에 꼽는다는 그런 엄청난 물건이, 인간계의 바닷속 용궁이 되어있다는 건 확실히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이에 나의 머릿속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설마, 또 고미 때문인가?’

수다르 님과 고북 대왕의 말에 따르면, 고미는 호랑이들의 것이었던 산을 수다르 님에게 넘겨주었고, 용들의 것이었던 바다를 고북 대왕에게 넘겨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마 그 드라고니아산 슈퍼 거북이가 용궁이 되어 바다를 떠돌게 된 것도 고미의 영웅담(英熊譚)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후후, 궁금한 것이냐? 어째서 그런 물건이 인간계의 바다를 떠돌고 있는 것인지?”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받기를 원하는 아기곰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때······.

“고미님! 왔습니다!”

케르베로스와 함께 잠시 게이트 밖으로 나가 있던 이유찬 씨가 양손 가득 배달 음식을 들고 화원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작은 삼동이의 세 개의 입에도 각각 커다란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이래서 삼돌이랑 나간 건가?’

확실히 팔이 두 개인 사람보다도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기는 한데······. 왜 이렇게 심부름에 익숙한 거냐고 저 두 사람(?)은.

“후후, 좋다. 오랜만에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맛있는 것을 먹으며 위대한 이 몸의 영웅담(英熊譚)을 들려주마.”

때맞춰 먹을 것이 도착하자, 더욱 흥이 오른 아기곰의 꼬리가 꼭 짤막한 강아지풀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자자, 그럼 얼른 세팅하겠습니다! 토생원님!”

‘토생원도 테이블 세팅 조였나?’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치는 찰나······.

- 짝, 짝!

토생원이 가볍게 손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화원의 중심에 있던 테이블 근처에서 놓여있던 돌에서 돌연 ‘지이잉’하는 소리가 울리며 기이한 빛줄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설마 연금술로 마도 공학 회식 테이블을 만들어 놓은 거냐!?

“오오! 토생원! 참으로 훌륭하구나! 역시 너는 최고의 연금술사다!”

오색찬란한 빛이 단단하게 응집되며 8인용 테이블이 순식간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나자,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는 아기곰께서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토생원에게 찬사를 보냈다.

“후후후······. 어떻습니까, 고미님. 이것이 바로 제 연금술의 결정체! 마법의 식탁입니다! 언젠가 화원에 더욱 많은 친구분들이 찾아올 것에 대비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작품이지요!”

자랑스러워 하지마, 그 대단한 연금술로 이런 걸 만들고, 그걸 칭찬받았다고 진심으로 기뻐하지 말라고.

“오오! 토생원!”

······.

하아, 대체 이 화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나, 그네에, 미끄럼틀에, 이제는 마도 공학 회식 테이블까지······.

“이제 제자들도 거두었으니, 그 제자들과 함께 더욱 놀랍고 신기한 장치들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오오! 훌륭하구나!”

아니야, 전혀 훌륭하지 않아.

그러라고 뽑은 제자들이 아니야.

“참 보기 좋군요.”

한편, 이강혁 씨는 이 어마어마한 재능 낭비의 현장을 보고도 어이없어 하기는 커녕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하루라도 빨리 평화가 찾아와서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매일 화원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뒹굴고 싶어요.”

한유진 씨마저 그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

‘음······. 그건 그렇네.’

세계 최고의 연금술사가 전쟁이나 싸움에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이런 신기한 테이블이나 장난감을 만들고, 우주 최강의 아기곰이 할 일 없이 뒹굴거리다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어쩌면 그게 평화일지도 모르지.

“자! 수하! 어서 먹자꾸나! 이 몸이 친구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주마!”

숲속 친구들이 족발과 보쌈을 세팅하는 사이,

주먹밥 재료를 발견한 아기곰은 어설픈 손놀림으로 정성껏 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설마 처음부터 주먹밥을 만들어주려고 먹어보지도 않은 보쌈과 족발을 메뉴로 고른 걸까?

다들 자기를 돕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니까······. 자기 나름대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국수는 내가 비빌게.”

어설프나마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아기곰의 모습에, 나 역시 흐뭇한 마음으로 막국수를 뜯어 소스를 붓고 빠르게 면발을 비볐다.

향긋한 족발 냄새에 새콤한 막국수의 소스 냄새가 어우러지니, 저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테이블 세팅을 모두 마쳤을 무렵,

“자! 이 몸이 너희들을 위해 만든 주먹밥이니라!”

숲속 친구들의 대장님이 친히 만든 주먹밥을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나누어주며 식사가 시작됐다.

“오, 오오! 수, 수하! 이 족발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구나!”

족발을 처음 맛본 아기곰은 입을 헤 벌린 채 눈을 반짝거리며 감탄사를 내뱉었고,

“어째서 고기인데 이런 식감이 나는 것이냐? 쫄깃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이런 고기는 처음이구나!”

숲속 친구들 최고의 미식가가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허허, 족발의 묘미는 바로 껍질에 있지요. 돼지 껍질은 그 특유의 식감 때문에 껍질만 따로 구이로 먹기도 하는 식재료입니다. 돼지 껍데기 구이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족발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적인 야식 메뉴 중 하나이지요.”

언제나처럼 터져 나오는 고미의 감탄사에, 거기에 따라붙는 수다르님의 설명까지.

어쩌면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세계의 평화라든지 정의라든지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동이! 너도 현세에 넘어왔으니 맛있는 것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앙증맞은 입을 벌려 족발을 먹는 아기곰을 지켜보는 사이, 녀석이 동글동글한 솜방망이로 정성껏 쌈 하나를 만들어 동이님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바로 쌈이라는 것이니라! 이렇게 먹는다면 그냥 고기만 먹는 것과는 또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느니라!”

“하하, 이거 영광이군요.”

별 것 아닌 쌈 하나에, 동이님은 크게 감명을 받은 듯 살짝 눈물까지 글썽이며 입을 벌려 족발 쌈을 받아먹었다.

아마 오랜 세월 외롭게 살아왔던 두 사람에게는 수천 년을 기다려온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식사겠지.

동이님 역시 고미 못지 않게 외로운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한창일 때,

“그런데 고미, 아까 그 얘기는 뭐야? 그 용귀라는 게 인간계에 있는 이유가 너 때문이라며, 그 얘기 해줘. 궁금해.”

봉식이가 주먹만한 쌈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미의 모험담을 듣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다.

“후훗······. 그것이 그리도 궁금한 것이냐?”

봉식이의 질문을 받은 고미는 족발을 음미하며 천천히 자신의 영웅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아주 오래 전, 바다는 인간들에게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곳이었느니라. 심지어 용왕에게 바친다며 살아있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바다를 건너기도 했지.”

음······. 이것도 어째 꽤 유명한 전래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이어지는 고미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인간계의 바다는 차원을 넘어온 용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했다.

“본래 대균열을 지킬 수호자가 되었어야 할 도마뱀 놈들과 호랑이 놈들이 산과 바다를 점령하고 인간들을 괴롭히는 탓에, 인간들은 한시도 발을 뻗고 잘 수 없었다. 결국 그 횡포가 너무 심해져, 이 몸이 직접 현세로 넘어오게 되었지.”

으음, 가끔 대균열을 벗어나 현세를 정리하러 왔다고 했던 게 바로 이 시기였던 건가?

“허허, 저희 수다르 가문이 산신령이 된 것도 바로 이때였지요. 당시 현세로 넘어온 고미님께서는 먼저 육지에서 인간들을 잡아먹으며 횡포를 부리던 호랑이에게서 산을 빼앗아 저희 수다르 일족에게 맡기셨습니다.”

“후후, 수다르 일족은 호랑이 놈들과 달리 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갔지. 이 몸은 이런 평화로운 일족이야말로 산을 지배할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고미는 수다르님을 칭찬하듯 바라보며 자신의 영웅담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바다를 지배하는 모든 도마뱀 놈들 중 가장 악랄한 놈이 바로 인당수라는 곳을 지배하던 왕도마뱀이었느니라.”

인당수······? 어째 굉장히 익숙한 이름인데······.

“그 악랄한 놈의 횡포가 극에 달해, 인간들은 눈 먼 아버지를 봉양하는 착한 딸아이를 제물로 바치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설마······. 그 딸아이의 성이 심씨는 아니겠지?

“그 이야기를 들은 위대한 이 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당장 녀석을 쫓기 시작했느니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도마뱀 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지.”

이 대목에서 동이님은 잠깐 이야기에 끼어들어 고미의 능력으로도 당시 용왕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용귀는 차원의 틈새에 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고미님의 능력으로도 찾기가 어려웠겠지요.”

괴, 굉장하군.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물건이 바닷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냐······.

“동이의 말대로다. 해서 이 몸 역시 차원의 틈새에 숨어 살곰살곰 기회를 엿보았지.”

이건 이거대로 굉장하군.

악당을 잡기 위해 잠복 수사를 했다는 얘기잖아.

‘이 녀석답지 않게 영리한 방법을 골랐네.’

이 행동파 아기곰이라면 허곰섭물로 바다를 들어 올려 용궁을 찾지는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인내심 있는 방법을 택한 모양이다.

‘차라리 허곰섭물로 바다를 들어 올렸다면 그때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기곰이 용왕을 잡았다면서 왜 여태 바다에 가보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였군.

“그렇게 차원의 틈새에 숨어 기회를 엿보기를 수십일······. 이 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르는 아둔한 도마뱀 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지.”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자, 초콜릿색 솜뭉치의 솜털들이 바짝 곤두섰다.

이 다음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았다.

분명히 그 차원 전함인지 뭔지를 향해 돌진해서 꿀주먹으로 용왕을 두들겨 팼겠지.

“하지만 그곳에는 생각지도 않은 난관이 이 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은 나의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니······.

“후후, 하지만 그 난관을 극복하여 이 몸은 더욱 강력한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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