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35화 (235/300)

EP.235 차원전함의 정체.

방법이 있다는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숲속 대장님의 동글동글한 얼굴 위로 향했다.

“그 방법이라는 게 뭐야?”

하지만 공간 이동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고미가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게, 나에게는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다.

이 슈퍼 아기곰은 분명 결계라든가 봉인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폐쇄형 던전도 제집 앞마당 드나들 듯 ‘엉곰엉곰’ 기어서 들어갔다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래도 스스로 게이트를 열거나 공간 이동을 하는 능력은 없지 않았나?’

내가 토끼굴을 열 수 있게 되었을 때 분명히 제 입으로 그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수하! 어서 그것을 꺼내보거라!”

이어지는 고미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응······?”

그 방법이라는 게, 나한테 있는 거였어?

아니, 그보다 ‘그것’이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니······.

“그거라니?”

“고북 대왕! 너에게 고북 대왕이 준 피리가 있지 않느냐?”

“응? 피리?”

그 피리가 어째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말하는 걸 보니, 틀림없이 그 피리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조금 엉뚱하고 맹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에 한해서는 절대 틀린 소리를 하는 법이 없는 녀석이니까.

“기다려 봐.”

이에 나는 인벤토리를 뒤적여 오래 전 고북 대왕에게 받은 피리를 꺼내 들었다.

“이거?”

“그렇다! 그것이다! 그것이 있다면 허수아비나 삼룡 어멈의 부하들을 데리고 도마뱀 왕을 잡으러 갈 수 있다!”

······.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군.

아니, 지금껏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설명이 부족하다.

‘설마 이 피리가 사실은 우주선이었다던가?’

바이올린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딸기코 외계인도 있는 마당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피리를 타고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주를 가로지를 수는 없을 텐데······.

“이건 고북 대왕을 부를 때 쓰는 거 아니야?”

「이 피리를 한 번 불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리를 세 번 불면, 저를 부르실 수 있습니다. 」

내 기억이 맞다면, 고북 대왕은 이 피리를 세 번 불면 자신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다만, 이 피리에 그것 외에 다른 용도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엄청난 기능이 있었다면, 고북 대왕도 미리 언급을 줬겠지.

‘그럼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고북 대왕인가?’

결론은 하나였다.

고북 대왕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수하, 어서 바다로 가자! 그럼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말보다 행동이 우선인 아기곰 선생께서는 자신의 해결책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 꼬르륵······.

온종일 밥도 안 먹고 바쁘게 움직였던 탓인지, 고미의 통통한 배에서 밥을 달라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가만 보니 언제나 동글동글 보기 좋게 부풀어 있던 배가 눈에 띄게 움푹 꺼져있었다.

뭐, 그래도 여전히 통통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상당히 홀쭉한 상태인 것만은 분명했다.

“허허, 고미님. 설마 끼니도 거르시고 이리 바삐 움직이고 계신 것입니까?”

어서 밥을 달라는 확실한 외침에, 수다르 님이 인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저녁이에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내가 정신을 잃은지 아직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내내 숲속 친구들이 끼니를 거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다려줘서 고맙기는 한데······. 괜히 미안해지네. 나 때문에 굶은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네, 얼추 10시쯤 됐을 거예요.”

음, 수련을 시작한 게 대충 다섯 시쯤 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무려 다섯 시간이나 기절해 있던 거구나.

하긴, 잠깐 기절했다가 눈을 떴는데 수면으로 취급해서 곧바로 스킬이 적용되지는 않았겠지.

- 꼬르륵······.

고미의 꼬르륵 소리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뒤늦게 나의 위장도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가짜 고미를 마주친 뒤 마음이 급해져서 점심에 저녁까지, 무려 두끼나 건너뛴 상태였다.

워라밸이 엉망이군.

그래도 애 밥은 먹이고 돌아 다녔어야 하는데······.

“허허, 수하님도 배가 고프신 모양이군요. 식사라도 하고 내일 움직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저희도 수하님과 고미 님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조금 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수다르 님은 다시 한 번 인자하게 웃으며 야식 타임을 가질 것을 제안했고,

“으, 으음······.”

숲속 친구들의 대장님께서는 통통한 배를 움켜쥔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배는 고픈데 일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또다시 끼니를 건너뛰기는 싫고······. 뭐 그런 상태겠지.

나야 먹을 것에 크게 관심도 없고, 그냥 자동차에 연료를 넣듯 끼니만 대충 해결하면 되는 타입이지만, 이 녀석에게 음식은 삶의 목적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허허, 고미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바다로 가 고북 대왕을 부르면,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 모습을 본 사회생활 만랩의 산신령님께서는 고미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적당한 명분 하나를 던져주었다.

고북 대왕이 나타나면 날씨가 크게 변한다.

갑자기 바다 전체에 안개가 끼고, 바다 생물들이 날뛰고, 비까지 내리니까.

확실히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놀랄만한 일이지.

“우, 우웅······. 그, 그렇다면 일단 밥부터 먹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아니나 다를까, 수다르님에게 설득당한(?) 아기곰은 다시 자리에 주저앉으며 흑룡 셰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자, 어서 먹을 걸 내놓아라.’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내가 보기에 오늘은 배달음식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자리에는 나, 이강혁 씨, 봉식이, 고미 넷에 삼룡이 패밀리 넷, 야채 가게 식구들, 흑암에 New인국 씨, 신 팀장님에 이주혁씨, 동이님까지, 거의 스물에 달하는 인원이 앉아있다.

이제부터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 12시는 넘어야 식사가 가능할 거다.

“음······. 고미님, 죄송하지만 이만한 인원을 먹일만한 식재료를 구비해 두지는 않은 상태라······.”

아니나 다를까, 흑룡 셰프는 난처한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미, 그럼 그냥 시켜먹자.”

대충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던 나는 고미에게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를 상기 시켜 주었다.

한국에 살아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역시 언제 어디서든 어지간한 음식은 배달이 된다는 점 아니겠나?

“으음······.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 몸이 직접 메뉴를 고르겠노라! 마침 동이도 현세에 왔으니, 이 세상에 맛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어야겠다!”

이에 먹보 아기곰 선생께서는 곧바로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의 꿀폰을 번쩍 치켜들었다.

“보아라! 동이!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니라!”

음, 저게 저렇게까지 자랑할 일인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준 선물로 저러니 기분이 좋긴 하군.

“오오, 굉장하군요. 벌써 현세의 물건을 사용하실 줄 알게 되신 것입니까?”

조금은 유치한 고미의 행동에, 동이님은 손주의 재롱을 보는 할아버지처럼 손뼉까지 쳐가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렇다! 수하가 이 몸을 위해 마련해 주었지! 다른 녀석들이라면 이 녀석을 사용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위대한 이 몸은 금세 사용법을 익혔느니라!”

그랬나······.

분명히 터치를 못해서 곤란을 겪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하튼 혼자서 너튜브 영상까지 찾아볼 정도가 되었으니, 적응은 제법 빠른 편이기는 하지.

“오오, 역시 고미님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곰이시군요.”

그런데 저 멘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설마 수천 년 전부터 자신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곰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거냐.

“보아라! 이것을 이렇게 누르면······. 원하는 음식을 고를 수 있느니라!”

이어서 고미는 자신의 터치펜을 이용해 배달 어플을 클릭했고, 이내 다양한 메뉴가 주르륵······.

‘응? 잠깐······.’

그 순간, 나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게이트 안에서 통신이 가능한 건데?’

의아한 마음에 내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열어보자, 와이파이의 부채꼴 모양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설마······.’

“허허, 얼마 전 토생원과 유찬님이 손을 잡고 와이파이 수신기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수하님도 고미님도 화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데, 신호가 안 잡혀서야 조금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수다르님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아니, 그러니까, 산에만 계시던 양반이 어떻게 와이파이를 알고 계신 겁니까.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떻게 하면 게이트 안에서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건데?

‘분명해. 지리산에 있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신 거야.’

이건 그거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틀림없이 지리산 동굴 속에서 은밀히 현대문명을 즐기고 계셨던 거야.

“후후······. 수하님, 저의 작품이 어떻습니까? 아직 던전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제 게이트를 조금 개조하여 이 안에서는 통신이 가능하도록 바꾸어 보았습니다.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이어서 ‘연금술사’로 돌아간 토생원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마력 파장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럴 때 보면, 이 양반은 확실히 이공계가 맞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초월자 씩이나 돼서 자기 이공간 내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연구한 거냐?’

정말이지 그 대단한 능력을 대체 어디까지 낭비하려는 거냐고······.

“이 기술을 잘만 응용한다면, 어쩌면 던전내에서도 통화가 가능한 물건을 만들 수 있지 모릅니다.”

그렇게 토생원이 자신의 신기술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수하! 이것이다! 이것이야!”

메뉴 선정을 완료한 아기곰이 나에게 쪼르륵 달려와 자신의 꿀폰을 내밀었다.

먹보 아기곰이 선택한 음식은 바로, 야식의 왕 ‘족발+보쌈’ 세트였다.

어째서 먹어본 적도 없는 족발 보쌈이 야식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라는 걸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까.

이런 걸 보면 타고난 먹방러란 말이지.

“보아라, 고기에 야채, 밥에 국수, 주먹밥까지! 실로 훌륭한 구성이 아니더냐! 먹을 것도 다양하고, 고기도 있느니라! 게다가 이 족발이라는 녀석의 생김새가 아주 재미있구나”

“알겠어, 핸드폰 이리 줘. 결제해 줄게.”

고미에게 꿀폰을 건네받은 나는 족보 세트 8개를 클릭한 뒤 주먹밥을 추가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금액이 장난이 아니네······.’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결제 금액이 30만원을 넘는다.

예전이라면 거의 한달 생활비라고 생각하고 썼을 금액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넉넉한 통장 잔고를 생각하니 스스럼없이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크, 야식으로 30만원을 쓸 수 있다니, 나 출세했구나.

‘그래도 이렇게 엄청난 양의 야식을 시켜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네.’

그런데······. 주소는 어디로 하지?

게이트 안으로 배달을 시킬 수는 없을 테고······.

“허허, 주소는 한유진 님의 자택으로 하시면 됩니다. 주소는······.”

주소지를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시 손이 멈추자, 수다르 님이 웃으며 주소를 불러주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단 말이지.’

그렇게 굶주린 아기곰의 배를 채워줄 일용할 양식을 주문한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돌아갔다.

고북 대왕을 만나는 건 내일로 한다 쳐도, 그 ‘물건’이라는 게 뭔지는 알아두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고미, 그 물건이라는 게 뭐야? 고북 대왕이 전함이라도 가지고 있어?”

나의 질문에, 아기곰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후후, 수하. 고북 대왕이 타고 다니던 거대한 거북이를 기억하느냐?”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 어지간한 빌딩보다 커다란 거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용궁?”

고미의 말에 따르면, 그 거북이가 바로 용궁이라고 했고.

“설마······. 그 용궁의 정체가 전함이라는 거야?”

이어지는 나의 질문에, 동이님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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