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23화 (223/300)

EP.223 가짜고미 등장.

- 우웅, 우우웅…….

“오, 오오오!”

‘수수깡’의 능력이 드러나자, 정작 그를 두 번째 외문 제자로 정한 장본인이 가장 놀라며 솜방망이를 두드려댔다.

…….

확실하군.

능력이 뭔지는 별 관심이 없었고, 스킬 이름 외치는 걸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선택한 거야.

“수수깡! 제법이구나!”

“고미, 너 설마 주혁이 능력 모르고 그냥 부른 건 아니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봉식이가 의문을 제기하자,

“네, 네 이놈! 봉식이! 위, 위대한 이 몸을 의심하는 것이냐!?”

대답은 못하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호통을 친다.

빼박이군.

“어, 어차피 위대한 이 몸의 가, 가르침을 받는다면, 누, 누구나 위대한 전사가 될 수 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세 개로 보일 정도로 동공에 지진이 일고, 제2의 인격인 꼬리마저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린다.

“헉……. 헉…….”

한편 이주혁 씨는 몬스터를 잡기도 전부터 적잖이 지친 듯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금 그의 손에는 본인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장궁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팔 힘만으로는 제대로 당기는 것마저 어려운지, 활의 한쪽 끝을 바닥에 대고 밟은 채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보, 보거라! 저 우, 웅장한 모습을! 이, 이 몸은 이미 수수깡이 저런 멋진 이능을 가지고 있다고, 새, 생각했단 말이다!”

음……. 입을 열 때마다 더욱더 아무것도 모르고 불렀다는 확신이 드는군.

표정이나 꼬리는 둘째치고, 일단 말 더듬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이주혁 씨의 능력은 한눈에 보기에도 제법 강력해 보였다.

문제는……. 본인이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굳이 비유하자면, 초등학생에게 2미터짜리 대검을 들려준 것처럼 무기에 휘둘리는 인상이었다.

‘저 활, 자기 마력으로 만드는 건가?’

아마도 저 거대한 활은 아이템이 아닌 것 같았다.

분명히 인벤토리가 아니라 ‘몸에서’ 나왔으니까.

다만 이주혁 씨 본인이 허약해서 그런 건지, 저 스킬의 단점인지는 몰라도, 활을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모양이었다.

“자! 어서 쏘거라! 이, 이 몸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친구들의 의심 어린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1타 강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조급함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네, 쏴, 쏴보겠습니다!”

특별 교관님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주혁 씨는 이를 악문 채 장궁의 시위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저거, 쏠 수는 있나…….’

시위를 당기는 가녀린 팔뚝이 바르르 떨리는 모습에, 조금 딱하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팔뚝 굵기가 거의 한유진 씨랑 비슷한 것 같은데……’

- 파지직, 파직…….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텅 빈 시위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화살 하나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스킬에, 커다란 장궁, 그와 대비되는 왜소하고 허약한 체형의 조합이라니…….

하나부터 열까지 희한한 캐릭터네.

[ 이강혁 씨, 저 분 등급이 어떻게 돼요? ]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자, 이강혁 씨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 공격력만큼은 A급에 상회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능력치도 낮은 데다가, 근접전 능력이나 방어능력이 거의 전무해서……. 종합적으로는 C급 수준입니다. ]

…….

음, 우리 특별 교관님께서 정말 특이한 분을 골랐군.

아니, 그래도 등급을 두 단계나 건너뛸 정도로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니, 확실히 특별하기는 하지.

물론 그것 때문에 저분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역시 사회생활의 기본은 줄을 잘 서는 건가.

[ 저분도 전생에 알던 분인가요? ]

[ 아닙니다. 다만, 꽤 보기 드문 능력을 가진 친구라……. 아마 보시면 알 겁니다. ]

말을 마친 이강혁 씨는 곧바로 이주혁 씨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최대 사거리로 쏴.”

“그, 그래도 될까요?”

“괜찮아, 어디로 쏘든 곰 선생님이라면 바로 알아보실 테니까.”

고미의 시력이라면 알아볼 수 있다니…….

설마 육안으로 확인 불가능한 처리까지 저격이 가능한 건가?

나의 의문이 해결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가, 갑니다!”

- 쾅!

말을 마치는 순간, 대포와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새하얀 화살이 기다란 실처럼 꼬리를 남기며 날아갔다.

- 철푸덕.

그러나 정작 화살을 쏜 장본인은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나만 해라, 하나만. 대단한 건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잖아.’

- 퍼버버벅!

- 크르륵!

잠시 후,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희뿌연 흙먼지가 일어나며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보아 최소한 세 마리 이상은 죽거나 중상을 입은 것 같았다.

하지만 거리도 워낙 먼데다 흙먼지까지 자욱해 내 눈으로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뭐야 이게……. 진짜로 이게 C급 궁수의 스킬이라고?’

허약하다 못해 어딘지 모르게 짠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사거리와 위력에, 숲속 친구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고 말았다.

‘이 사람이 A급이나 S급이 된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고미를 제외한 숲속 친구들 중 누구보다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보유한 멤버가 될 거다.

애석하게도, 숲속 친구들 중 대부분은 원거리 전투에 능하지 못하다.

물론 삼룡이 패밀리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먼 거리에서 이렇게 정확한 공격을 할 수는 없고.

“다, 다시 쏴볼까요?”

그 반응을 본 이주혁 씨는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처럼 잔뜩 얼어붙은 채 빠르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흥! 봉식이! 보았느냐! 이, 이 몸의 날카로운 안목을!”

예상 밖의 화력에 잠시 놀라있던 귀여운 허세쟁이 아기곰은 이내 자신감을 되찾은 듯 고개를 치켜든 채 봉식이를 내려다(?) 보았고,

“그렇네. 확실히 쓸만해.”

봉식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너 여태 이주혁 씨 능력 몰랐어?”

봉식이를 동경하는 것 같은 이주혁 씨의 모습이나, 제법 친근감 있는 봉식이의 태도로 보아 나름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던전을 돌아본 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들어는 봤어. 나한테 고민 상담도 했었고. 아무리 운동을 하고 던전을 돌아도 몸이 안 붙는다고. 그런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음……. 그렇군. 이것도 특이하네.

보통 기공계열 헌터는 봉식이나 문경준만큼은 아니어도, 체격이 좋은 편이다.

각성 전에는 체격이 안 좋았더라도 약간의 트레이닝만으로 다른 사람처럼 건장해지고.

그런데 이주혁 씨는 각성 후에도 평범한 20대 남자만도 못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확실히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네요.”

그때, 이강혁 씨가 허리춤에 있던 장검을 빼들며 앞쪽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려보자,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이 삼삼오오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활을 쏠 때 났던 커다란 소리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원거리 공격인데, 소리가 너무 커서…….”

흉흉한 눈빛으로 하나둘 다가오는 몬스터 떼의 모습을 본 이주혁 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걱정 말거라. 이 정도는 아주 손쉽게 정리가 가능하니 말이다.”

이에 고미는 이강혁 씨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가거라, 허수아비. 이 몸에게 배운 파천대웅검결의 위력을 보여다오!”

“알겠습니다, 곰 선생님.”

이강혁 씨가 검을 든 채 앞으로 나아가자,

“그럼 나도 몸 좀 풀어볼까?”

봉식이 역시 가볍게 몸을 풀며 그 뒤를 따랐다.

‘음……. 나도 움직여볼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신기술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원래는 지난번 거인족의 바위산에 갔을 때 쓰려고 했던 기술이지만, 아직 한 번도 실전에서 써 본 적은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명의 아기곰 선생께서는 두 사람에게 맞는 처방전을 내려주었다.

“뱀눈이, 너는 우선 수다르에게 약을 받아 살기와 사기(邪氣)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리고 이 몸이 너의 검술을 손봐줄 테니, 그 전까지는 절대로 검술을 사용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리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심법도 바꾸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수수깡, 너는 먼저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네 궁술 역시 몇 가지 손 볼 점이 있느니라. 우선은 활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너는 지금…….”

진지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는 아기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숲속 친구들과 가족들을 넘어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쌓으며 살아가는 것.

그게 내가 이 외로운 아기곰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던 삶이니까.

- 띠링.

그때, 꿀태창이 반짝이며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벌써 네 명이나 찼네.’

나머지 한 명은 봉식이가 될 테니, 아마 이번 던전을 다 돌 때 쯤이면 웅비어천가(1) 정도는 확실히 끝나있겠지.

“대웅일섬(大熊一閃)!”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께 호쾌한 검기가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고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

역시, 회귀자의 정신력은 대단하구나.

심지어 웃으면서 스킬 이름을 외치고 있어.

“갓-베어 차지!”

이어서 봉식이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스킬 이름을 외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수하! 너도, 너도 어서 비웅참을 쓰거라!”

두 사람이 위대한 곰의 기운, 아니, 이름이 담긴 스킬을 사용하자, 잔뜩 신이 난 아기곰은 솜방망이를 휘두르며 나에게 신기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는 ‘비웅참’을 사용할 마음이 없었다.

대신 그것 이상으로 고미를 놀라게 할 ‘신기술’이 있으니까.

< 이기어곰(A) >

- 예부터 인간들은 이기어곰술을 검술의 극치로 숭상해 왔습니다. 위대한 곰의 힘이 담긴 기곰술과 곰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손을 대지 않고도 적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이기어곰. 아니, 이기어검술.

무려 무협지에 나오는 검술의 최고 경지다.

허곰섭물이 C급, 웅신입기혈과 검의 달인 스킬 등급이 S급을 넘어갔을 때 자동으로 생긴 스킬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기어곰술의 아래에 붙는 설명이었다.

- 위대한 곰의 기운이 담긴 무기를 사용할시, 검이 아니라도 이기어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지금 나는 흑염대웅신검만이 아니라 황금 영지버섯으로도 이기어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아직 시험해 본 적은 없지만, 충전된 영지버섯을 슈퍼솔져처럼 집어던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슈퍼솔져와는 달리 충전된 방패를 활용해 번개나 불꽃, 충격파도 발산할 수 있지.

‘좋아, 간만에 활약할 기회가 생겼군.’

참고로 말해두자면, 나는 스틸맨보다 슈퍼솔져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빔이 싫다는 건 아니고.

빔 싫어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나.

흑염대웅신검에 기를 불어넣고 앞으로 내던지자,

< 이기어곰(A)를 사용합니다. >

검은색 화염에 휩싸인 검이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오, 오오, 수하! 서, 설마!”

이기어곰술을 사용하기 무섭게, 잔뜩 흥분한 아기곰의 목소리가 나의 귓등을 때렸다.

‘훗.’

이 관심이 고픈 아기곰이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내가 유일한 ‘진짜’ 제자인데, 이 정도 리액션은 나와줘야지.

- 쿠르르릉…….

하지만 하늘은 내게 활약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울리고,

- 크, 크르륵!

- 크릉!

고미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던전 내의 몬스터들이 우리를 무시한 채 한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필 지금이냐!?’

굳이 고개를 올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으니까.

틀림없이 던전내 균열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이상 현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 위에 시커먼 균열이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웅……?”

하지만 균열을 발견한 고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왜 저러지?’

평소라면 ‘비켜라! 위대한 이 몸이 상대하겠다!’라든지, 그런 멘트가 나와야 하는 타이밍 아닌가?

‘물론 이번에는 고미에게 맡길 마음은 없지만 말이야.’

던전내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등급은 S급 이상.

하지만 SS급 스킬이 생긴 이강혁 씨에, 사왕의 힘을 가진 봉식이, 나, 셋이서 힘을 합치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거다.

아니, 강력해진 숲속 친구들의 힘을 시험해 보려면 그 정도는 되야지.

그러나 균열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우하하하! 가소로운 놈들! 위대한 이 몸이 나타난 것만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냐!?”

완전히 사고가 정지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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