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85화 (185/300)

EP.185 불러봐요, 웅비어천가.

“다음 주, 어쩌면 이번 주부터 패왕의 길드 마스터인 문경준 씨가 찾아올 겁니다. 아, 문경준 씨가 아니라 다른 분이 올지도 모르지만, 역시 본인이 직접 올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네요.”

문경준이 온다는 말에, 자리에 있던 헌터들의 얼굴 위에 제각기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

“네!?”

놀람.

“그게 무슨, 문경준이 왜······.”

의아함.

“보나 마나 뻔하지, 또 길드장 님이나 우리한테 싸움을 걸려는 것 아니겠어?”

적대감.

“아니면 연맹에 가입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문경준이 아무리 강해도 용왕과 저스티스, 블랙 메이지를 모두 상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누군가는, 약간의 기대가 반영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글쎄, 문경준 성격에 숙이고 들어오겠어? 한번 해보자고 전쟁이나 선포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반대로 문경준이 이 연맹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과격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확하게 보고 계시네.’

정답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쪽 생각이 맞긴 하지.

여론은 금세 문경준이 연맹에 가입할 리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패왕과 가장 자주 갈등을 일으키는 길드이니만큼, 그 수장의 성격에 대해서도 제법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다시 한번 돌을 던졌다.

“음, 여러분. 진정하시고요. 일단 문경준 씨가 오기로 하면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문경준 씨와 스파링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관전도 가능하니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구경을 오셔도 좋고요.”

내기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모호하게 말하는 편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을 테니까.

“문경준이 저스티스에 와서 스파링을 한다고요?”

“설마, 패왕도 연맹에 가입하기로 한 겁니까?”

“그럴 리가······.”

아니나 다를까, 내 의도대로 사람들은 제멋대로 이런저런 추측을 해대기 시작했다.

일단 관심 끌기는 성공.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문경준 같은 거물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다’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조정위원과 특별교관의 위상은 자동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지.

그것도 아군이 아닌 적에게 그런 행동을 강요할 수 있다면, 더욱 신비롭고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거다.

“아뇨, 패왕은 연맹에 가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경준은 무신의 사도가 됐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요.”

“뭐, 뭐라고요?”

“정말입니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사도가 됐다, 연맹에 가입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패왕은 연맹에 합류하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맞설 거다.’

이걸로 초거대 연맹의 성립 이후 벌어질 내분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겠지. 외부에 적이 있다면, 내부에서 총질을 하는 사람도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

“확실한 정보입니다. 이것도 곧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확신에 찬 나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살짝 눈을 돌려 이강혁 씨를 바라봤다.

아마 처음보는 내가 계속 믿을 수 없는 소리를 해대니, 이강혁 씨에게 이 말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을 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실이다. 정보의 출처는 밝힐 수 없지만 말이야.”

길드장이 내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자, 그들은 더욱 놀란 듯 몇 번이나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어서 이강혁 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주의를 주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바짝 긴장해라. 함부로 문경준을 자극하지 말고.”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내가 얘기할 필요도 없겠구나.’

웅왕 연맹의 성립으로 인해 내가 걱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분.

나머지 하나는,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연맹원들이 다른 길드에게 갑질을 하거나 불필요한 싸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특히 저스티스는 패왕과 오랜 기간 앙숙이었으니, 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을 거다.

‘그건 안 되지.’

지금은 경쟁 관계여도, 초월자와의 전쟁에서는 협력해야 할 사이다.

갈등의 골이 그렇게까지 깊어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스파링을 선택한 건데, 그런 식으로 가면 전면전이 벌어지는 걸 막기는 어려워지겠지.

“알겠습니다.”

“네!”

이강혁 씨의 명령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겠다고 답했지만,

“너, 너 특히 조심해라. 그렇지 않아도 벼르고 있었잖아.”

“뭐, 나만 벼르고 있냐.”

몇몇 헌터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매일 치고받던 사이에 내 손에 몽둥이가 들어오면 한 대 후려치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 연맹이 성립된 순간부터 패왕에게 보복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겠지.

“어쨌든, 패왕과의 사적인 무력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이강혁 씨 역시 그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이 사안에 대해 완전히 못을 박아버렸다.

‘역시, 사람을 다룰 줄 아시는구나.’

처음 보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괜한 반감만 살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건 이강혁 씨가 말하는 게 좋지.

세 번이나 회귀를 한 사람다운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 그리고 연맹의 이름이 정해졌다. 아마 며칠 내로 언론에도 보도가 될 거다.”

이후 이강혁 씨는 어제 정해진 연맹의 이름을 정식으로 공지하려다 말고, 고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곰 선생님, 연맹의 이름을 말씀해 주시죠.”

센스 있네. 우리 아기곰 선생은 이런 걸 좋아하니까 말이야.

“후후후, 웅왕!”

이강혁 씨의 시선을 받은 고미가 커다란 눈을 더욱 커다랗게 치켜뜨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숲속 친구들이 정한 연맹의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우왕?”

“으앙?”

“아니다! 웅왕! 이 연맹의 이름은 웅왕이니라! 후훗! 어떠냐, 이름에서부터 웅혼한 기상이 느껴지지 않느냐!?”

고미의 충격적인(?) 발언에, 좌중에는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길드장 님, 연맹 이름이 진짜 웅왕입니까?”

“용왕 짝퉁 같은데요.”

“그게 뭡니까, 연맹 이름에 왜 곰이 들어가요.”

“설마 저 곰돌, 아니, 고미라는 펫, 아니, 아이, 모르겠다. 교관님이 정말로 그렇게 강해요?”

자신의 강함에 대한 의심은 물론이고, ‘웅왕’이라는 이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자······.

“네, 네 이놈들!”

흥분한 아기곰은 곧바로 솜방망이를 움켜쥐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수하! 이 녀석들에게 이 몸의 위대함을 알려줄 방법을 내놓거라!”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공을 넘겼다.

이 자리에서 저 사람들을 두들겨 패거나 함부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방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겠지.

‘기특하네. 여기서 몇 명 골라서 때려주려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어째서 이런 결론이 나오는 걸까.

물론 준비한 것도 있고, 날 믿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기는 한데······.

<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고미가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자, 득달같이 꿀태창에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음······. 굉장히 익숙한 연계기군.

일이 벌어진다, 고미가 무언가를 원한다, 퀘스트가 뜬다.

오, 괜찮은데.

이걸 ‘꿀태창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여볼까?

< 메인 퀘스트 : 불러봐요, 웅비어천가 (1 / 3) >

- 위대한 곰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칭송받기를 바라왔습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곰의 힘을 보여주세요.

응? 잠깐, 삼 분의 일? 이건 또 무슨 표기야······.

< 달성 조건 >

- 저스티스 길드원들이 고미에게 특별교관의 자격이 있다고 느낄 것.

- 저스티스 길드원들이 고미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할 것.

- 고미가 최소한 다섯 명의 헌터에게 가르침을 줄 것.

< 달성 보상 >

- 능력치 강화 (+5)

- 신규 스킬 획득 (+1)

비고 : 본 퀘스트는 총 세 개의 퀘스트가 연결된 연계 퀘스트로, 모든 퀘스트를 완료했을 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꿀태창의 메시지 중 가장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비고’란의 내용이었다.

‘아마 나머지 두 개는 용왕과 블랙 메이지에서 진행되는 퀘스트겠지.’

세 개가 한 세트인 퀘스트라니, 이런 건 또 처음이네.

관리자 양반도 여러모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나저나, 웅비어천가(熊飛御天歌)라······. 퀘스트 이름이 제법 훌륭하다.

‘쓸만한 드립이군.’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 목걸이를 줄 수 있겠군.

적어도 민봉식의 ‘웅왕, 굿’같은 상하다 못해 썩어버린 드립보다는 한 수 위다.

“수하 씨,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가만히 길드원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이강혁 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이 상황이 퍽 재미있다는 듯한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긴, 이강혁 씨도 처음에 고미를 봤을 때는 어린 짐승을 베는 게 마음이 좋지 않네 어쩌네 했었지.’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고미의 초코소드에 무릎을 꿇고 말았고, 그 일을 계기로 광신도+원조 호구라는 포지션을 꿰찼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곧 그렇게 될 거고.

“그럼 오늘은 저희랑 던전 체험 학습이라도 가볼까요?”

“우웃! 체험 학습이라니, 왠지 설레는 이름이구나!”

신이 난 고미가 통통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꼬리를 빙글빙글 돌려대자, 의심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던 헌터들의 입가에 약속이나 한 듯 아빠 미소가 번졌다.

얼마나 강한지는 둘째치고, 고미의 귀여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모양이군.

“이강혁 씨, 지금 가까운 곳에 A급 던전이 있나요. 난이도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인원 제한이 없는 던전으로요.”

“저스티스 소유 던전 중에는 두세 곳 정도가 있습니다만······.”

“그럼, 여기 있는 분들을 다 데리고 피크닉이라도 가죠.”

자리에 있는 헌터들의 숫자는 모두 합쳐 서른 정도.

길드원 전체의 숫자는 훨씬 더 많지만, 모든 길드원이 본사 빌딩에 상주하는 것도 아니고, 조정위원과 특별 교관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만 나왔으니, 지금은 이 정도 인원밖에 모이지 않은 상태였다.

“저, 조정위원님? 하지만 여기 있는 헌터 중에는······.”

A급 이상의 던전으로 피크닉을 간다는 말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내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 그냥 수하 씨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말하지 않아도 이어질 내용이 뭔지 알 것 같다.

“그런 던전에 들어갈 만큼 강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고 얘기하시는 거죠?”

“네.”

“상관없어요. 어차피 몬스터는 저와 고미가 맡을 거니까요.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등급과 무관하게 A급 이상의 던전을 구경할 기회니까, 혹시 다른 분들도 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죠.”

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 중 대다수는 이 소풍(?)이 내키지 않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생판 처음 보는 아기곰과 아기곰 집사를 믿고 목숨을 맡길 만큼 간이 배밖에 튀어나온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등급 낮거나 경험 없는 사람 한둘만 억지로 끼워 넣어도 다른 사람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게 상급 던전 레이드다.

그런데 꼴랑 둘이서 이 많은 인원을 다 보호하며 던전을 돌겠다는 건, 모래주머니를 잔뜩 차고 바다를 헤엄쳐 건너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 소리지.

“흐음······. 허수아비, 네 부하들은 생각보다 겁이 많구나.”

그때, 갈색 솜뭉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강력한 ‘도발’을 시전했다.

“너, 너, 너, 너. 그리고 너. 너희 다섯이 힘을 합치면 인간들이 말하는 A급 던전 정도는 어렵지 않게 파괴할 수 있을 터인데, 어째서 나서지 않는 것이냐?”

그리고는, 자리에 있던 헌터 중 정확히 다섯 명을 짚어냈다.

“어?”

“어, 어떻게 A급만 딱 다섯을 짚어냈지?”

“감정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신통방통하게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정확히 A급 다섯을 찍어내는 곰 선생님의 족집게 같은 안목에, 나머지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흥, 위대한 이 몸의 날카로운 눈에는 너희들의 실력이 모두 한눈에 보이느니! 게다가 네놈! 이 중에서 허수아비 다음으로 강한 녀석이 왜 가장 약한 척을 하는 것이냐!? 설마 위험한 일을 떠맡는 것이 두려워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것이냐?”

고미의 솜방망이가 누군가를 가리키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릉-

바로 그때, 이강혁 씨가 돌연 칼을 빼 들었다.

“임준우, 곰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해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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