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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72화 (172/300)

EP.172 숲속 친구들의 특별 커리큘럼 개설

“포션 제작자나, 힐러처럼 후방 지원이 가능한 분들은 어떻게 관리하실 건가요? 전력을 보존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질문에 이희정 씨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포션 제작자는 전투 인원도 아니고, 숫자도 적어서 따로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길드에 소속된 사람도 거의 없고요.”

역시, 예상한 대답이다.

포션 제작자는 숫자도 그리 많지 않고, 보통 자영업자다.

어차피 물건을 팔기만 하면 그만이니, 굳이 한쪽에 소속되어 있을 이유도 없다.

우리를 토생원에게 안내해준 포션 제작자 역시 그런 이유로 용왕과 계약을 했을 뿐, 용왕 소속은 아니었고.

“현재 생산되는 포션의 양이나 질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모자라지는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습니다.”

“전쟁이 나면 모자라지 않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다.

만수왕이 전쟁 전에 그 누구도 아닌 수다르 님을 먼저 노렸다는 건, 치료나 보급 문제가 이번 전쟁의 승패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니까.

‘물론, 수다르 님의 역할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 수다르 님의 역할은 훨씬 더 크고, 중요하다.

하지만 이건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문제니까, 일단은 당사자와 이야기를 해보고 결론을 내리는 편이 좋겠지.

나의 지적에 이희정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답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봐야…….”

“패왕 쪽과 거래량을 줄이고 그걸 연맹 쪽으로 돌리도록 압박을 넣는 정도다. 맞나요?”

“네. 정확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패왕에게 가는 포션의 양을 줄인다고 해봐야 결국 총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이강혁 씨의 말에 이어, 한유진 씨가 의무병 문제에 대해 운을 뗐다.

“의무병 쪽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예요. 순수 힐러는 숫자가 너무 적고, 전투 능력이 없어서 그만큼 보호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렇다고 보조 스킬로 치료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전부 의무병으로 돌리기도 애매하고요.”

한유진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건 꽤 복잡한 문제였다.

힐러로 충분히 제 몫을 하지 못 하는데, 아까운 전투 요원을 의무병으로 돌리면 오히려 전투력이 떨어지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내 계획대로 조직을 개편한다면, 전투력을 유지하면서도 힐러의 숫자를 늘릴 수 있을 거고,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한 거죠? 현재 단일 길드로 그런 헌터를 그나마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용왕이고.”

“네, 그렇기는 한데, 저희도 한팀에 한 명씩 힐러를 배정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니까요.”

이 문제 역시 알고 있었다.

부모님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힐러를 수소문 해봤으니까.

힐러가 많았다면, 부모님의 치료를 위해 힐러 한 명 섭외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 리가 없지.

가장 큰 문제는, ‘의술’을 담당하는 초월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토생원은 연금술 전공이지, 의술 전공은 아니었으니까.’

계약할 초월자도 없고, 가르침을 줄 만한 스승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모처럼 치료 계통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개발하기가 어려운 거지.

덕분에 지금 전문 힐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쪽 계통 능력을 타고난 극소수 뿐이었다.

노하우도 없고, 체계적인 커리큘럼도, 스승도 없으니, 천재를 제외하면 그 분야에 종사하고 싶어도 선뜻 뛰어들 수가 없는 상황이랄까.

“그럼 그 힐러와 포션 제작자들에게 좋은 선생님을 붙여주고 직접 가르친다면요? 말하자면, 연맹 내에 힐러와 포션 제작자 커리큘럼을 만드는 거죠.”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키워보자는 말에, 저스티스의 실무자인 박 실장님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원하는 스킬을 얻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보조 능력을 주 능력으로 전환한다는 게…….”

바로 그때, 이강혁 씨와 한유진 씨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렇군요.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두 사람의 반응을 본 노인국 씨와 박 실장님, 이희정 씨는 곧장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상식적으로, ‘육성’은 ‘영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

대안이라고 내놓은 게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보다 실현 가능성이 더 낮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

하지만 저 사람들은 숲속 친구들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이강혁 씨와 한유진 씨는 수다르 님과 토생원을 알고 있으니 내 이야기가 허황된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거고.

좋은 교수님이 있고, 연구를 지원할 재원도 충분하다.

즉, 이제 필요한 건 대학원생들 뿐이라는 소리.

아, 물론 대우는 제대로 해줄 거다. 내가 겪어본 게 있는데, 집에도 안 보내고 돈도 안 주고 일을 시킬 수는 없지.

“우선 백색 화원의 주인과 계약한 사람들은 전부 저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의 포션 제작 능력도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고요. 그것도 단기간 내에.”

이런 제안을 하는 데는, 당연히 근거가 있었다.

아니, 근거가 있다 못해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지금 백색 화원의 주인은 한유진 씨 집안에 굴을 파고 살고 있으니까.

“계약 강화, 새로운 포션 제작법 전수, 판매 루트 확보. 이 정도면 포션 제작자들에게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안 아닌가요?”

“충분하고도 남죠.”

“그리고 치유 능력도 전투 능력도 애매한 헌터분들은 아예 전문 의무병으로 전업을 시키는 거죠. 뭐, 이쪽은 조금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전력에 공백이 생기는 건 어떻게 메꾸려구요?”

한유진 씨의 질문에 나는 곧장 고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기 최고의 선생님이 있잖아요.”

그래, 고미가 각 길드의 유망주들에게 한마디씩만 해줘도, 전력은 수직으로 상승할 거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강해졌으니까.

[ 오오, 그렇구나. 위대한 이 몸의 조언이 있다면, 너희 길드라는 곳에 소속된 비실이들도 조금은 쓸만해 지겠지! ]

고미의 대답을 들은 한유진 씨는 잠시 고민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방법이라면……. 전력 누수 없이 의무병을 확보할 수 있겠네요.”

그때,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희정 씨가 눈을 깜빡이며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떻게 초월자와 접촉을…….”

“지금 한유진 씨 집에서 야채 키우고 있어요.”

“네?”

나의 대답에 아직 토생원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두 눈을 치켜떴고,

“과일도 키우고, 양봉도 하고 있죠. 아마 부탁하면 흔쾌히 들어줄 거예요.”

이강혁 씨는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 아앗, 하지만……. 우우웅……. 그럼 이 몸의 꿀 창고는 사라지는 것이냐? ]

토생원에게 포션 제작 전공 교수직을 맡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미는 눈알을 데록데록 굴려대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제자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재료도 많이 필요해질 테고, 그럼 모처럼 만든 양봉장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니 안된다고 말도 못 하겠고, 뭐 그런 이유로 갈등하는 거겠지.

“아니, 걱정하지 마.”

[ 하, 하지만 이 몸의 간식을 만들기 위해 비실이들에게 필요한 단약을 만들 밭을 사용하는 것은……. ]

역시, 초월자의 특제 꿀과 사람들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했던 모양이군.

이 정의로운 먹보 같으니.

“괜찮아. 그 문제도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아마 네 양봉장도 지킬 수 있을 거야.”

[ 오, 오오오! 수하! 역시 너는 대단하구나! 사람들과 이 몸의 꿀을 모두 지킬 수 있는 것이냐? 이, 이것은 그야말로 꿀 먹고 초콜릿 먹고가 아니더냐! ]

짤막한 꼬리를 빙글빙글 돌려대며 기뻐하는 고미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길드장님, 정말로 이 아기곰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계신 겁니까?”

그때, 박 실장님이 조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미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이희정 씨 역시 말은 하지 않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몇 번 말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곰 선생님을 모시는 거야.”

이강혁 씨의 단호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박 실장님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미를 바라봤다.

하긴, 사대 길드의 길드장이 만사 제쳐두고 아기곰을 따라다니니, 실무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기도 하겠지.

“허허, 나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고미 선생이 흑암을 물리쳐 줬다고 하니, 틀림없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겠지.”

이어지는 노인국 씨의 보증(?)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외모만 보면 조금 신용이 안 가는 먼치킨이긴 하니까.

“걱정 말아요. 방금 전에 문경준 떡실신 시켜놓고 오는 길이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덤벼도 고미한테 안 될 거예요.”

고미의 실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정확히 다섯 공기째를 비운 봉식이가 그제야 조금 만족한 듯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 짐승 같은 놈, 어떻게 하면 앉은 자리에서 밥을 다섯 공기나 먹을 수 있는 거지?

“네? 문경준을요? 그건 또 무슨…….”

“방금 전에 저랑 한판 했는데, 저는 졌고, 결국 고미가 초코바로 때려서 기절시켰어요.”

정확히는 초코바를 쥔 수도로 내리쳐서 쓰러뜨린 거지만…….

뭐, 대충 그렇다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문경준이 초코바에…….”

이희정 씨가 고미의 손에 들린 초코바를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뭘요, 전 곰 선생님의 초코바에 검을 잃은 적도 있는 데요. A급 장검이 초코바에 부러졌습니다.”

이강혁 씨가 피식 웃으며 ‘초코소드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설마 한동안 부러진 검을 들고 다니셨던게…….”

그 이야기를 들은 박 실장님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넋이 나가 초콜릿색 솜뭉치에게 시선을 돌렸고,

[ 후훗, 너희들도 이 몸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이냐? ]

상대의 시선을 느낀 고미는 오만한 표정으로 초코바를 할짝거리며 박 실장님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고미의 실력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오가고, 연맹의 구성과 숲속 친구들의 특별 커리큘럼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이 나왔을 무렵…….

주방에서 나온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들, 산신령 님은 안 오시나?”

“아, 저녁때 오실 거야. 보는 눈이 너무 많으면 조금 곤란하실 것 같아서. 새 친구도 올 거고.”

수다르 님은 저녁 늦은 시간에 가게에 찾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사회생활 만렙인 산신령님께서 이런 중요한 행사에 빠질 리가 없으니까.

“새 친구?”

“응, 보면 놀랄 거야. 수다르 님이나 고미 못지 않게 특이한 분들이라.”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새 친구라고 데려온 사람(?)들이 죄다 비범하다 보니, 어떤 요리를 준비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그래, 어쨌든, 아빠가 산신령님 드리려고 좋은 거 준비했거든. 저녁에는 아예 문 닫고 산신령님 모실 예정이니까, 꼭 모시고 와.”

“장사를 안 한다고? 오늘 개업식인데?”

“응, 그래서 일찍 연 거야. 너무 늦게 오시라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엄마 아빠 지인분들은 어차피 내일이나 모레 오시는 분들도 많고 하니까, 편하게 오셔서 드시고 가라고 해.”

나는 그제야 아버지가 단순히 개업식에 찾아올 사람들이 많아 가게를 일찍 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확실히 말하는 수달이 와서 회를 먹는다면 곰돌이 삼형제 못지 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 테니까. 아무래도 평소처럼 편하게 회를 즐기기는 어려우시겠지.

[ 역시 아빠다! 위대한 이 몸의 가족답게 신의를 아는구나! ]

수다르 님을 챙기는 아버지의 모습에 고미는 감동한 듯 눈을 반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아빠가 산신령님 드리려고 특별히 제일 좋은 걸로 준비했으니까, 꼭 모시고 와.”

[ 오오, 설마 그 돔이라는 녀석보다 더 굉장한 것이냐? ]

“으음……. 그렇지. 아마 여태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을 거야.”

‘돔’보다 맛있다는 말에 이미 회 맛을 알아버린 아기곰의 솜털이 긴장과 기대로 빳빳하게 곤두섰다.

[ 그, 그렇게나 굉장한 것이란 말이냐? ]

“그럼!”

흠, 이 정도로 자신을 보이는 메뉴라면…….

역시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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