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68화 (168/300)

EP.168 마도병기 G-3

위이잉- 하는 소리에 이어, 변신 로봇이 나오는 영화에서 들은 듯한 강철이 접히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했다.

팅, 철컥, 철컹, 위이잉-

[ 수하! 어서 타거라! ]

변신(?)이 완료되자, 갈색 솜뭉치는 흥분으로 눈을 빛내며 빠르게 손을 휘저었다.

…….

드워프가 판타지가 아니라 SF에 나오는 종족이었던가?

사실 드워프 장인의 정체는 판타지에 나오는 요정이 아니라 초고도 과학 문명을 가진 이세계의 공학자라든가.

<< G-3 사이드카 모드! >>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으신가요?

심부름을 해야 하는데 짐칸이 없다고요?

마도 공학 페달 카트 G-3의 사이드카 모드를 이용해 보세요!

지금 내 눈앞에는 사이드 카가 달린 황금색 페달 카트가 놓여 있었다.

문제는……. 내가 저기에 탈 수가 없다는 거지.

아니, 타려면 탈 수는 있는데, 상당히 비좁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저기에 앉으면 영락없이 어린이용 세 발 자전거를 빼앗아 타는 아빠나 삼촌 같은 비주얼이 되겠지.

[ 수하!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면 개업식을 망쳐버리고 말 것이다! 손님들이 달아나기 전에 어서 괴수들을 처리해야 한다! ]

언제나 그렇지만, 왜 이런 순간에만 지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말을 하는 걸까.

확실히 게이트를 파괴하는 게 늦어지면 한바탕 난리가 날 테고, 가게는 지키더라도 도저히 손님을 받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되겠지.

그게 아니라도 사람들이 다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고.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내가 사이드 카에 앉으려 하자, 이희정 씨와 노인국 씨를 비롯한 블랙 메이지의 헌터와 이강혁 씨, 한유진 씨 등, 자리에 있던 헌터들이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 사람들아, 정말로 날 돕고 싶다면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말려달라고.

지금 다 큰 어른이 아동용 페달 카트 사이드 카에 타고 있잖아…….

“아닙니다. 저랑 한유진 씨, 제르보나 씨, 고미만 갈게요. A급 게이트 정도면 그 정도 인원으로 충분해요. 나머지 분들은 조를 나눠서 이미 도심으로 흘러든 몬스터나 저희가 놓친 몬스터를 처리해 주세요.”

S급도 아니고 A급 게이트다.

고미 하나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한유진 씨에 제르보나 씨, 나, 이렇게 넷만 해도 충분히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지.

그보다는 가게와 시민들을 지키는 데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

“나도 간다. 이번에 얻은 능력 좀 써봐야지.”

말을 마친 내가 G-3호의 사이드 카에 몸을 실으려는 찰나, 봉식이가 가볍게 몸을 풀며 말했다.

“그럼 전 아웅이, 다웅이 님과 함께 가게를 지키겠습니다.”

이어서 이강혁 씨가 가게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강혁 씨에 아웅이, 다웅이 조합이면 가게에는 아무 일도 없겠지.

나머지 분들의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New인국 씨가 있으니 잔당 처리조 쪽도 걱정할 필요 없을 테고.

[ 좋다! 그럼 봉식이와 삼룡 어멈은 딸기와 함께 공중에서 게이트를 노리거라! 나와 수하는 지상에서 진격하겠다! ]

으음, 아무리 봐도 페달 카트의 성능을 시험해 볼 기회가 와서 즐거워 하는 걸로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면 굳이 지상으로 진격할 거 없이 제르보나 호를 타고 이동하면 되잖아.

‘저거, 정말 타도 되는 건가.’

크기가 작다는 건 둘째치고, 진짜 ‘곰자력 엔진’으로 작동하는 카트라는 점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 수하! 어서! 시간이 없다!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

“아, 알았어.”

나는 잽싸게 ‘웅혼한 기상’ 스킬을 사용한 뒤 하반신만 간신히 들어가는 사이드 카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었다.

[ 딸기! 가자! ]

숲속 대장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본 모습으로 돌아간 레드 드래곤이 날개를 펼쳤고, 한유진 씨와 봉식이가 잽싸게 등 뒤에 올라탔다.

“어, 어어…….”

예상치 못한 개업식 특별 쇼(?)에 놀란 손님들은 일제히 젓가락을 멈추고 가게 앞을 바라봤고, 주위의 행인들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횟집 앞에 나타난 레드 드래곤을 바라봤다.

“드, 드래곤이다!”

“이 가게, 뭐야?”

“고, 곰에 드래곤에…….”

사람들의 시선이 제르보나 씨에게 고정된 사이, 고미는 곧바로 자신의 애마, 미니 모드, 사이드카 모드에 이은 G-3의 세 번째 기능을 시험해 보았다.

[ 간닷! G-3, 살곰살곰 모드! ]

핸들 아래쪽에 붙은 버튼 중 하나를 누른 뒤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 중 누구도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황금색 페달 카트를 운전하는 아기곰에, 사이드 카에 구겨져 앉아있는 20대의 남자가 옆을 지나가면 안 보는 게 이상한 거니까.

[ 고미! 아직 사람들이 많아! 천천히 운전해! ]

[ 걱정 말거라! ]

고개를 들어보니 제르보나 호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앞질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조금 늦더라도 저 둘에 봉식이까지 있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보다는 고미의 운전 습관을 잘 들이는 게 더 중요해.’

빠르게 멀어지는 레드 드래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 초보 웅전자가 난폭 웅전자가 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했다.

[ 고미, 조심해, 좌우 확인 잘하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천천히 운전하고! ]

[ 걱정 말거라! 이 몸의 후각과 청각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튀어나오는 인간들도 모조리 피할 수 있다! ]

그, 그건 그렇군.

지나치게 흥분하지만 않는다면 세상에서 고미보다 완벽한 방어운전이 가능한 드라이버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다.

문제는 이 아기곰이 스릴 중독자라는 사실이지.

삐걱, 삐걱…….

그렇게 자전거와 비슷한 속도로 느릿하게 앞으로 나가던 어느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마도 게이트가 열리는 걸 보고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이겠지.

즉, 이 앞부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

[ 간다, 수하! 꽉 붙잡거라! ]

콰드득!

“으, 으아악!”

고미가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저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안돼, 도저히 못 버티겠어.’

놀이기구 덕분에 빠른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곰자력 엔진의 속도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이, 이건 그냥 오토바이잖아! 이게 어딜 봐서 페달 카트의 속도냐고!’

속도도 속도지만, 차체가 너무 낮다.

게다가 안전벨트도,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으니 공포는 배가 됐다.

< 해피 곰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

< 갓- 고미님의 웅혼한 기상의 스킬 등급이 임시로 상승합니다. F-> D 잔여 포인트 : 2212 >

결국 나는 ‘고미와 둥기둥기’를 활성화해 스킬 레벨을 높이고 나서야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겁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바닥에 앉은 채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수십 킬로미터로 달리는 걸 상상해봐라!

내가 F1 레이서도 아닌데! 지면이 순식간에 휙휙 지나간단 말이다! 조그만 돌부리만 밟아도 곧장 조상님 만나러 가야 할 것 같다고!

[ 우웃, 수하! 어쩔 수 없다! 벽면 드리프트다! ]

바로 그때, 돌연 차체가 기우는 것이 느껴지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옆으로 누워버렸다.

“으아아악!”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고미가 진짜로 ‘벽면 주행’을 해버린 것이다.

카가가각-

‘아, 아, 안돼…….’

지금 G-3호는 돌담을 바닥 삼아 지면과 직각을 이룬 채 번개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오토바이 못지않은 속도로 질주하는 카트 위에 앉아 공포에 떨고 있는 나의 눈에, ‘공사 중’이라는 팻말 하나가 스치듯 지나갔다.

‘제, 제발 살려줘…….’

왜 굳이 공사 중인 곳을 선택해서 장애물을 피한다며 벽면 드리프트를 하는 거냐…….

그렇게 오 분 정도 죽음의 레이스를 계속하자, 마침내 귓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크르르릉…….

- 크릉!

몬스터가 내는 섬뜩한 울음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무섭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초보 웅전자가 모는 슈퍼 페달 카트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안전…….

쾅!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굉음이 울리며 늑대처럼 생긴 눈앞의 몬스터 한 마리가 폭사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G-3호의 보닛에서는 푸른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후훗, 수하! 어떠냐, 이 몸의 솜씨가! ]

그 순간, 또다시 G-3의 카탈로그에 쓰여있던 문구가 머리를 스쳤다.

<< G-3, 배틀 모드! >>

적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잔챙이는 고미 발칸으로, 강력한 적은 고미 캐논으로 처리하세요!

배틀 모드만 있다면 그 어떤 장애물도 거침없이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

이게 어딜 봐서 페달 카트냐.

스텔스 기능에, 순식간에 탈부착이 가능한 사이드 카에, 발칸에, 캐논?

이거 숫제 전쟁 병기잖아! 크기만 조금 커지면 헌터용 전투 머신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겠고만!

두두두두두!

내가 G-3의 황당한 성능에 감탄과 욕설을 동시에 내뱉고 있는 사이, 보닛이 열리며 튀어나온 두 개의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 오오! 수하! 굉장하다! 굉장해! 이 녀석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겠구나! ]

카탈로그에 따르면, 고미 캐논과 고미 발칸은 모두 고미의 마력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무기다.

물론 위력으로 따지자면 곰기나 대력곰강장, 불도장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수준이지만…….

‘이거 보여주면 마도 공학자들 눈 뒤집히겠네.’

소위 ‘마도 공학자’라고 부르는 마정석과 마력을 기반으로 한 장비를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눈이 뒤집힐 수준의 오버 테크놀로지.

이런 형태로 마력을 응집해 발사하는 원거리 병기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전에서 쓸만한 무기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지구의 마도 공학자들이 개발한 장비 중 대부분은 던전에서 나오는 상급 아이템보다 월등히 효율이 떨어져 실전에서 그런 걸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후후, 수하. 이제 이 몸이 직접 나서야겠구나, 가자. ]

시야에 게이트가 들어오자, G-3의 성능 테스트를 마친 아기곰이 잽싸게 시트에서 엉덩이를 떼며 말했다.

게이트 근처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레드 드래곤과 한유진 씨, 그리고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봉식이가 몬스터들과 뒤엉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건 안 하는 거야?”

아직 G-3의 마지막 모드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솔직히 ‘그것’만큼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 충전량이 부족해 그것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구나. ]

‘그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미의 마력 외에도 페달을 밟아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너무 짧아 아직 변신에 필요한 에너지를 완전히 충전하지는 못한 상태.

‘아쉽네.’

[ 그렇다고 이 괴수 떼를 놔두고 충전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

고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G-3호를 미니 사이즈로 변형시켜 조심스레 솜방망이에 움켜쥐었다.

음, 그건 그렇지.

마냥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도 히어로의 본분은 잊지 않고 있었구나.

“응, 가자!”

나는 곧바로 흑염대웅신검과 영지버섯을 꺼내든 채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몬스터와 싸우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얘기가 다르다.

구겨진 종이처럼 꾸깃꾸깃 사이드 카에 앉아 극한의 스릴을 느끼는 것보다는 몬스터들과 싸움을 벌이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는 대체로 늑대나 표범 같은 맹수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더러 코뿔소 같은 생김새를 한 커다란 녀석들도 보였지만, 대다수는 지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육식 동물 같은 외양에 발톱이나 이빨이 강화되어 있거나, 날개가 달려있다던가, 꼬리와 다리가 여러 개라든가 하는 약간의 변형만 이루어진 수준.

몬스터들의 생김새를 쭉 훑어보니, 저절로 한 초월자의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고미, 이거…….”

[ 그래, 아무래도 만수왕의 수하들 같구나. 하지만 본대는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정찰대 수준이겠지. ]

정찰대가 최하 B급에서 A급의 몬스터로 구성되어 있다니……. 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녀석이잖아.

- 크르릉!

그때, 검보라색 털을 가진 표범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깡!

영지버섯으로 공격을 막아낸 뒤, 흑염대웅신검을 이용해 녀석을 베어버리는 순간,

“봉식씨! 피해요!”

한유진 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등을 때렸다.

고개를 돌려보자, 봉식이 못지않게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녀석이 있는 곳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드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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