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1 신념의 예술가, 웅티스트 선생님(1)
<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 고미는 예술가! >
- 외로운 고미는 언제나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위대한 곰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를 원했습니다. 고미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이거, 진짜냐?
‘하긴, 생각해보면 자기 작품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
게다가 근대 이전의 많은 예술품은 본래 영웅담이나 어떤 위대한 존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으니까. 영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예술가냐, 잘하는 거 많잖아.
왜 하필 자기가 가진 재능과 가장 거리가 먼 꿈을…….
음……. 그래, 일단 고미의 꿈을 응원해주자.
< 달성 조건 >
1. 고미의 작품을 적어도 다섯 사람이 알아볼 것.
2. 고미의 작품을 선물 받은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할 것.
좋아. 두 번째는 어렵지 않아.
문제는 앞이다.
다섯 명,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
하지만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치는 아니야.
< 달성 보상 >
특수 스킬 : 내 눈에 곰깍지(Gomi)
- 현대의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미(美)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상과 감정입니다. 고미의 작품에 담긴 고뇌와 감정을 이해한다면, 그 작품은 외형과 무관하게 새로운 의미로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 고미의 작품은 강력한 매력 보정을 받게 되며, 이를 보는 사람들은 그 안에 담긴 고미의 감정을 공유합니다.
- 비고 : 조건 달성 시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킬입니다.
…….
잘은 모르지만, 이거 현대 미술하고 관련된 꽤 민감한 논쟁 아니었나?
관리자 양반, 아는 게 꽤 많네.
생각해 보니, 이건 꽤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실제로 현대 미술이 그런 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일단 고미의 조각상을 추상파의 작품이라든가, 현대 미술 작품이라고 우긴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게다가 매력 보정이라니……. 이건 정말로 도움이 될 거다.
지옥의 곰손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엄두가 안 나니, 고미의 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
조금 야비하지만, 훌륭하다.
‘그래, 이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거야.’
여태 우리는 고미의 손을 고쳐볼 생각만 했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어떻게 해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면, 고미의 ㄸ……, 아니, 곰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
“그래, 고미, 해보자.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보는 거야.”
부모님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고미의 마음도 지켜주고, 손님도 끌어모으고, 이 녀석의 꿈도 이루어주고, 일석삼조지.
일단 이런 스킬 효과가 붙는다면, 사람들도 그 흑화한 미켈란젤로가 지옥의 유황불에서 온천욕을 하며 만든 것 같은 조각을 보고도 고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을 거다.
물론 언젠가는 이 녀석도 자신의 손이 뭘 만들어내는지 깨달아야겠지만, 부모님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 혹평을 들으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
“오오! 수하! 그래!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 몸의 웅혼한 기상이 곳곳에 깃든, 웅대하고도 웅장한 작품을 만들어 보자꾸나!”
…….
웅혼한 것까지는 좋은데, 웅대하고 웅장한 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의 가게는 이강혁 씨가 처음에 내주려고 했던 큰 상가가 아니라 그 옆에 붙어있는 작은 건물에 있으니까.
너무 큰 걸 가져다 놓으면 건물하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인도에 너무 큰 조각상이 있으면 통행도 불편해지고…….
“고미, 그런데, 네 작품이 너무 크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할 거야. 그리고 가게가 작으니까, 네 작품 때문에 가게가 안 보일 수도 있고…….”
조심스럽게 고미에게 크기가 너무 커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자,
“흐음……. 그렇구나. 이 몸의 훌륭한 작품이 크기까지 웅장하다면,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가지는 않고 이 몸의 훌륭한 작품만을 감상하고 떠날지도 모르겠구나……. 이 몸의 생각이 짧았다.”
…….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일단 설득은 성공했으니 그냥 넘어가자.
음, 그런데, 아무리 매력 보정을 받는다 쳐도, 길거리에 미술품(?)을 설치하려면 관공서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이즈는 문제가 안 되나?
‘이것도 좀 알아봐야겠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한유진 씨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 수하 씨, 진짜 괜찮겠어요? 이런 말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고미님이 만든 조각상이… 어, 그러니까, 가게 앞에 두기에는 조금… 어려운 생김새 아닐까요? ]
[ 걱정 마세요. 일단 저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 한번 해보자고요. ]
[ 으음, 알겠어요. 그럼 일단 제가 길드에 전화해서 마력철 좀 구해오라고 할게요. ]
허가(?)가 떨어지자, 한유진 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응, 난데, 길드 창고에 마력 철 좀 남은 거 있어?”
“그럼 적당히 트렁크에 가득 채워와.”
“아니, 등급은 상관없어. 빛깔 좋은 거로. 응, 그래.”
한유진 씨가 전화를 하는 내내 이강혁 씨와 봉식이는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사달을 내려고 이러나?’ 하는 마음이 반.
‘설마 이번에야말로 곰손을 치료할 비책이 있는 건가?’ 하는 마음이 반.
한편, 부모님에게 선물을 할 마음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지, 고미는 벌써부터 솜방망이를 고물고… 아, 아니지, 조물조물거리며 예행연습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렇게 부모님을 좋아하는데 결과물이야 아무렴 어떻겠어’하는 마음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