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51화 (151/300)

EP.151 두근두근 놀이곰원(7) 예상밖의 당첨자

봉식이와 한유진 씨, 이강혁 씨는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이유찬 씨가 고추냉이를 집어넣었다는 도시락에서 김밥을 꺼내 집어삼켰다.

고추냉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다른 친구에게 선물을 넘기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인지, 심히 의심이 가는 표정.

“저는 아니군요. 다행입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이강혁 씨였다.

“그나저나, 이 참치 김밥, 정말 맛있네요.”

그는 싱긋 웃으며 안전이 확인된 참치 김밥을 음미했다.

“저도 아니네요.”

이어서 한유진 씨가 야채 김밥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음,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봉식이로 결정되는 건가.

‘설마 이제 와서 또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고추냉이가 들어있는 김밥을 먹은 것이라고 보기에는, 표정이 너무 평온했다.

‘당첨’을 뽑았는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면 혀가 마비된 건 아닌가 의심이 갈 수준의 평온함.

“응? 무슨 소리야. 나도 아닌데.”

“네? 연기 하는 거 아니에요?”

봉식이의 반응에 이강혁 씨와 한유진 씨는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하며 하나, 또 하나, 김밥을 집었지만…….

누구도 ‘당첨’ 김밥을 뽑지 못했다.

“이유찬, 너 고추냉이 너무 적게 넣은 거 아니야?”

한유진 씨가 이유찬 씨를 바라보며 그렇게 묻는 순간,

“삐, 삐이이이잇!”

옆에 있던 ‘젤리 도시락’의 김밥을 집어 먹은 알틴이 발작하듯 몸을 비틀며 눈물을 쏟아냈다.

‘자, 잠깐……. 설마?’

잠깐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흑룡 셰프’에게 향했다.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이유찬 씨의 얼굴에는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쓰여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듯 합니다. 이, 이상하네……. 분명히 두 번째 통에 넣었던 것 같은데……. 왜 저기 들어가 있지?”

졸지에 예정에도 없던 고추냉이 김밥을 먹게 된 알틴은 잔뜩 화가 나 ‘삐이! 삐이!’하고 울어대며 자신에게 테러를 가한 장본인을 공격해 댔다.

“아, 아아, 미, 미안해!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삐잇!”

…….

으음, 가만 보면 이분도 은근히 허당이란 말이야.

대체 어떻게 하면 자기가 어떤 통에 고추냉이를 넣었는지 헷갈릴 수 있지?

“부, 분명히 오른쪽 젤리에 넣었는데…….”

이유찬 씨가 억울하다는 듯 도시락통을 가리키는 순간,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이유찬 씨의 ‘곰 데코’가 들어간 도시락은 총 세 개.

그 중 하나는 고미의 얼굴 모양이었고, 두 개는 젤리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유찬 씨, 오른쪽하고 왼쪽 젤리가 똑같이 생겼잖아요.’

어쨌거나, 알틴은 ‘고미의 선물’을 받을 후보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았다.

당연히 알틴에게 애정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탓이었다.

“삐, 삐이이잇!”

고추냉이의 강렬한 맛에 당황한 알틴의 몸에서는 희미한 번갯불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대, 대체 얼마나 넣으셨길래…….’

그나저나, 앞으로 알틴에게 먹을 걸 줄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겠군.

이상한 거 먹이면 통구이가 될지도 모르겠어.

[ 호오……. 맛이 제법 강렬한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이 몸도 도전해 보지 않을 수 없지! 이 몸은 시련을 즐기는 곰이니 말이다! ]

괜한 호기심이 발동한 고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고추냉이 김밥을 집어 들었고,

[ 켁! 거, 검은콩! 이, 이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 ]

눈을 질끈 감은 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솜방망이를 휘적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유찬 씨가 죄송할 건 아니죠.

안 먹어도 되는 걸 자기가 괜히 집어 먹은 건데…….

그렇게 복불복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돌연 머릿속에 한줄기 번개가 내리쳤다.

아, 당연히 알틴이 나한테 번개를 쐈다는 의미는 아니고.

“한유진 씨, 알틴은 등급이 어떻게 돼요?”

“드래곤들은 상태창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력을 기준으로 하면 A급 정도는 될 거예요.”

내 질문에 숲속 친구들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설마, 알틴에게 주시게요?”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알틴도 고생 많이 했잖아요. 바다에서도 열심히 싸워줬고, 흑암을 잡을 때 게이트를 열어준 것도 알틴이고.”

그리고 그 대가로 알틴은 매번 며칠씩 휴식기에 들어가야 했다.

영약을 먹은 이후 휴식기가 조금 짧아지고,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늘어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마력을 많이 사용하고 나면 한동안은 기운이 없는 상태로 지내야 하고.

[ 호오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작은 금동이는 체력이 약하니 말이다. ]

나의 제안에 고미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이님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생물이라고는 해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친구다.

산신령 수달도 있고, 약쟁이 토끼도 있고, 슈퍼 곰돌이 삼 형제도 있고, 드래곤에, 인간의 탈을 쓴 짐승, 회귀자까지 있는데, 마력으로 만들어진 생물이라고 친구가 못 될 이유는 없지.

게다가 평소에는 자신의 이공간 속에서 지내고,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동이님의 마력과 영혼이 깃든 존재이니, 고미에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녀석이기도 하고.

“마력이 A급 수준이면, 능력치 한 포인트 올리기도 어려울 텐데,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삐잇!”

자신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틴이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선물을 받겠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사람이네요.”

그 모습을 본 이강혁 씨는 피식 웃으며 알틴에게 선물을 주는 것에 동의를 표했고,

“그러고 보니 여태 이 꼬마 드래곤한테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네.”

봉식이 역시 흔쾌히 OK 사인을 보냈다.

“한유진 씨, 괜찮죠?”

“으음……. 저는 괜찮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면 되죠.”

결정이 내려지자, 나는 곧바로 꿀태창을 활성화했고,

< 선물을 받을 대상을 선정해 주십시오. >

빠르게 리스트에서 알틴을 선택했다.

< 환불, 교환은 불가능합니다. 정말로 ‘알틴’에게 선물을 주시겠습니까? >

‘뭐야, 이 흰옷 파는 옷가게 주인 같은 문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네’를 선택하자, 곧바로 왜 그런 문구가 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상승 시킬 능력치를 선택해 주세요. >

- 힘 : 42, 민첩 : 32, 체력 : 45, 마력 : 65

…….

‘뭐야, 선물을 주려고 하면 상대방 능력치랑 스킬을 다 볼 수 있는 거야?’

‘꿀태창’의 선물 증정 방식은, 본인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스킬이나 능력치를 볼 수 없다는 규칙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알틴은 상태창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그리고 이런 게 가능하다면, 선택과 취소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스킬과 능력치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스킬은 이름 뿐, 자세한 설명까지 볼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만 되도 가히 사기적인 감정 스킬 하나가 손에 들어오는 거지.

“느, 능력치 높네요. 특히 마력이.”

“나보다 능력치 높다…….”

알틴의 능력치를 본 봉식이가 좌절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봉식이는 아직 A급이 못 됐으니, 알틴보다 능력치가 낮은 게 당연했다.

물론, 외모로만 따지면 코끼리나 호랑이가 강아지한테 밀리는 그림이긴 하지만.

“이제 와서? 안내 문구 못 보셨습니까? 환불은 안 됩니다, 손님.”

“알아, 자식아. 그냥 해 본 소리야. 쪼끄만 게 왜 이렇게 센가 싶어서.”

“아, 아웅!”

[ 봉식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모르느냐! ]

‘작다’는 한마디에 쪼꼬미 친구들이 즉시 반발을 표했고,

“그, 그렇네. 미안해.”

봉식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렇지. 확실히 고미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몸으로 증명하는 캐릭터니까.

“그럼 스킬은 뭘 강화할까요?”

알틴의 스킬창을 훑어보며 질문을 던지자, 한유진 씨가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뇌전 계열이 좋겠죠? 알틴의 특기는 번개 마법이니까요.”

어디 보자, 뇌전 스킬…….

그렇게 열 개 정도 되는 알틴의 스킬 중 ‘뇌룡(雷龍)의 혼(A)’을 선택해 강화하려는 순간,

“삐! 삐!”

알틴이 날아와 황급히 나의 손목을 붙잡더니 잽싸게 고개를 저었다.

“응? 이게 아니야?”

명백하게 다른 스킬을 강화해달라는 듯한 몸짓.

다른 스킬은 뭐가 있지…….

“용의 숨결?”

“삐!”

그렇게 상태창에 뜬 스킬을 하나 하나 읊어가다 알틴이 반응을 보인 것은 ‘영혼의 다리(A)’라는 정체불명의 스킬이었다.

“영혼의 다리?”

“삐잇!”

꼬마 드래곤은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삼룡이 패밀리는 그게 무슨 스킬인지도 모르겠다는 반응.

“이게 뭐예요?”

“죄송합니다, 저는 모르겠네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게이트를 여는 스킬인가 싶었지만, ‘워프 게이트’라는 스킬이 따로 있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나는 두 번, 세 번에 걸쳐 알틴에게 다시 이 스킬이 맞는지 확인한 뒤 스킬을 선택해 강화해 주었다.

어쨌든,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거니까.

“자, 알틴, 된 거지?”

하지만 스킬을 강화했음에도 이렇다 할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게 무슨 스킬일까 고민하며 주섬주섬 집어 먹다보니, 어느새 흑룡표 도시락은 디저트 하나 남기지 않고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실내를 벗어나 너구리 랜드의 외부 공간인 ‘매직 랜드’로 향했다.

“와아, 드래곤의 마법이 굉장하긴 하네.”

밤인데도 제법 환하게 밝혀진 ‘매직 랜드’의 풍경에 봉식이의 입에서 곧바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지금 고미의 ‘흑곰 덫’ 안쪽에는 두 개의 작은 태양 같은 구체가 걸려 있었다.

그렇지. 굉장하지.

하지만 이런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놀기 위해서 마법을 쓰겠다는 발상이 더 대단하다.

[ 호오, 제법 쓸만하구나. ]

고미의 놀이공원 투어를 위해 이 ‘마법 조명’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제르보나 씨와 알틴이었다.

고미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녀석의 능력은 주로 적에게 ‘매운맛’을 맛보여주는데 특화되어 있으니까.

예외라고 해봐야 ‘조물조물’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자.

아무리 슈퍼 먼치킨 아기곰이라도, 한둘쯤 못하는 일도 있는거지.

“자, 그럼 뭐부터 타 볼까?”

‘웅혼한 기상’을 가슴에 품은 나에게, 놀이기구는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 어째 좀 용감해 졌다? 그새 적응이 좀 됐냐?”

갑자기 용감해진 내 모습에 봉식이는 평소처럼 웃으며 시비를 걸어왔고,

[ 오오, 훌륭하다 수하! 위대한 이 몸의 제자답게 시련을 즐기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

고미는 열정적으로 솜방망이를 두드리며 기뻐했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놀이기구는 ‘자이로 드롭’이었다.

평소라면 저 커다란 쇳덩이가 떨어지는 광경이 단두대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흥, 와라.’

스킬 덕분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시련’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지금 내 눈에, 저것은 인간의 발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직 정복되지 않은’ 산에 불과했다.

그것도, 별로 높지 않은 산.

‘이게 고미의 기분인가.’

고미 말마따나, 나는 이제 시련을 즐기는 진정한 곰이 되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생물학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마음이.

물론 자이로 드롭을 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통 없이 한순간에 가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죽을 바에는 깨끗하게 죽을 거라는 필사의 각오로 자이로 드롭에 몸을 싣자, 안내 멘트와 함께 의자가 하늘 높이 올라가며 ‘천국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으……. 제발.’

< 갓- 고미님의 웅혼한 기상(F)가 적용됩니다. >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 뒤 용기를 내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무섭지가 않았다.

아니, 무섭기는 했지만, 약간의 기대감이 섞인 공포랄까.

‘이거 굉장…….’

“으아아아아악!”

[ 오오오옷! ]

“꺄아아아악!”

“삐이이이잇!”

이어서 온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온몸이 짜릿해지며 눈앞에 기다란 황금색의 빛줄기가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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