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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48화 (148/300)

EP.148 두근두근 놀이곰원(4) 산신령 님의 깜짝선물

상태창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아주 구체적으로 원하는 스킬이 떠올랐다.

‘제발, 제발 감각이 둔해진다던가, 공포를 못 느낀다던가, 그런 스킬이었으면 좋겠다.’

전투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겠지만, 그냥 제발…….

부탁드릴게요, 관리자 선생님.

< 축하합니다. 새로운 히든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고미와 함께 파티를! (완) >

위대한 곰은 언제나 많은 사람과 함께 파티를 열기를 원했습니다. 고미에게 파티의 즐거움을 알려 주세요.

< 달성 조건 >

1. 고미의 파티에 100명 이상을 초대하기

2. 파티에서 함께 같은 놀이를 하기 (50명 이상)

단, 강제로 놀이와 파티에 참석해서는 안 됩니다.

…….

눈물과 동정심에 호소해서 나를 바이킹에 태운 건 강제라고 보지 않는 거냐.

아니면, 나는 강제로 참석해도 되는 거?

게다가 최소 인원이 100명에, 같은 놀이를 하는 사람이 50명 이상이라니, 이런 파티를 여는 사람이 어딨다고 이런 걸 히든 퀘스트로 숨겨놔.

‘아니지, 지금 그걸 실제로 하고 있구나…….’

어쨌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퀘스트 보상이 대체 뭐냐 하는 점이었다.

경험에 따르면, 이게 나를 구원해 줄 유일한 희망이다.

얄미운 놈인 것과는 별개로, 관리자가 보내주는 보상과 스킬은 언제나 앞으로 있을 위기나 싸움에 대비해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었으니까.

‘그래, 이번에 공포 면역 스킬 같은 거 주면 싸대기는 보류할게. 아니, 보류 하겠습니다.’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상태창을 확인하는 순간…….

< 달성 보상 >

파티에는 선물이 빠질 수 없죠! 위대한 곰의 파티에 초대받은 친구 중 한 명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선물하세요!

대상 능력치 강화 (+5)

대상 스킬 강화 (+1)

나를 지옥에서 구해줄 희망의 불씨는 잔불조차 남기지 않고 철저히 짓밟혔다.

그렇지, 파티는 선물이지.

그런데 그 선물, 나한테 필요한 걸 줄 생각은 없는 거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상태창을 다시 훑어 보았지만, 관리자는 나를 위해서는 한 줌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잔인한 놈, 그 자식, 분명 사이코패스야.’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보상 자체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한 버프 스킬도 아니고, 영구적인 능력치 및 스킬 상승이라니…….

‘이거 헌터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 A급 이상의 헌터들이 돈을 싸 들고 달려오겠네.’

보통 스킬의 등급은 고정이다. 물론 드물게 등급이 변하는 스킬도 있지만,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연을 만나거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까.

능력치 역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 포인트 올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고.

[ 우웅!? 수하, 괜찮느냐? ]

멍하니 서 있는 내 모습에 놀란 듯, 고미는 자신의 솜방망이로 연신 나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 수, 수하! 미, 미안하다! 너에게 이런 시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정신 차리거라! 어서! ]

…….

음, 내가 놀이기구에 약한 건 사실이지만, 선 채로 기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게다가 산신령님의 멀미약 덕분에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 그냥 무서워서 정신이 좀 오락가락했을 뿐이지.

잠깐 낯선 강이 보이기도 한 것 같지만……. 그게 요단강은 아니겠지.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 이것 좀 봐.”

꿀태창을 가시모드로 바꾸어 친구들에게 보여주자,

“음, 별 게 다 되네.”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이런 게 가능하다니.”

“믿기지는 않지만, 관리자가 곰 선생님을 아끼기는 하는 모양이군요. 어떻게든 동료를 늘려줄 모양입니다.”

봉식이와 한유진 씨, 이강혁 씨가 순서대로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러게요. 고미는 아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왜 그 애정이 저에게는 향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의 질문에 세 사람은 선뜻 의견을 내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걸 차지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이 선물이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좋은 사람들이야.’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선물을 주고 싶다.

고미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돈으로 따지자면 몇억, 어쩌면 그 이상이겠지만, 돈을 받고 팔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은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알리는 것 자체가 헌터들한테 제발 공격해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를 떠나, 숲속 친구들과 이걸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게 더 큰 이유고.

숲속 친구들은 기꺼이 목숨을 걸고 고미와 함께 흑암에게 맞서줬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까지 빚진 것도 많고.

‘게다가 이 스킬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고미를 대균열로 보낼지 말지가 결정되니, 절대로 돈을 받고 팔 수는 없지.’

물론 지금 상황에서 고미와 함께 대균열을 지킬 사람의 숫자를 늘리려면, 봉식이에게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일 거다.

문제는…….

“난 됐다.”

역시, 이놈이 이런 걸 받아들일 리가 없지.

“제가 보기에는 봉식 씨가 받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이미 S급이니까…….”

한유진 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잊었어요? 둘 중 하나가 S급 이상이 되면 혼자서도 근무 설 수 있는데, 그럼 반쪽짜리인 나보다는 둘 중 하나가 쓰는 게 효율적이지.”

봉식이는 칼같이 그 제안을 거절했다.

자기가 가장 도움이 안 된 것 같은데, 이런 걸 덥석 받는 게 염치없다고 느끼는 거겠지.

실제로 자신이 S급이 된다 해도 둘 중 하나가 SS급 이상으로 올라서는 게 낫다는 생각도 할 거고.

“내가 보기에도 봉식이 네가 받는 게…….”

“아니야, 고미가 그랬잖아. 내가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한유진 씨는 사도라서 더 발전할 수 있다 치고, 그럼 형이 받는 게 낫다고 봐.”

봉식이의 반박에 이강혁 씨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차피 내 기공술이나 검술 스킬은 다른 방식으로 천천히 등급 올리면 돼. 천도환으로 등급이 오르면서 성장 가능 폭도 더 커졌고.”

“아, 몰라. 어쨌든 난 안 받아. 난 스스로 강해지고 싶어. 꼭 고미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건 내 인생 목표 같은 거라고.”

그렇게 서로 선물을 양보하며 훈훈한 다툼이 이어지자, 이유찬 씨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비뽑기로 하죠. 제가 싸 온 피크닉 도시락 중 하나에 고추냉이를 넣겠습니다. 그걸 먹은 사람이 당첨인 걸로.”

[ 오옷! 검은콩! 그것참 좋은 해답이구나! 한데, 도시락의 메뉴는 무엇이냐!? ]

‘도시락’ 복불복 이야기가 나오자, 고미의 눈이 식탐과 기대로 반짝반짝 빛났다.

“후후, 고미님이 좋아하는 꼬치구이에 김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디저트로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완벽한 구성이군. 훌륭하다.

그런데, 왜 고추냉이를 따로 싸 오신 걸까.

메뉴에 초밥이나 일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설마 그냥 도시락 복불복을 해보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 역시 검은 콩, 너는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 몸이 좋아하는 꼬치구이에 아직 맛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까지 준비하다니! ]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몰래 고추냉이를 넣어둘 테니, 우선은 놀이기구를 마저 즐기러 가시지요.”

[ 좋다! 그럼 어서 다음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꾸나! ]

그렇게 대충 상황이 일단락되고, 신이 난 고미가 열심히 솜방망이를 휘두르며 진격 명령을 내리는 순간, 수다르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고미님, 다음 놀이기구는 제가 선정해도 되겠습니까?”

의외네. 수다르님이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으실 줄이야.

바이킹 탈 때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너무 평온하게 올라가셔서 놀이기구를 좋아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 오오, 수다르! 좋다, 너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주어야지! 어서 말해 보거라! ]

고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수다르님이 손을 들어 시원하게 물줄기를 가르며 내려오는 작은 배를 가리켰다.

[ 으음, 너의 동굴이 있던 곳의 폭포와 비슷하구나! 역시 수달이니 물이 좋은 것이겠지! 이 몸이 생각이 짧았구나! ]

고미는 수다르님이 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마 바이킹을 탄 직후에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플름라이드를 선택하신 거겠지.

게다가 플룸라이드라면 제법 스릴도 있고, 작기는 하지만 고미가 좋아하는 배 모양을 하고 있다.

즉, 나도 잠깐 숨을 돌릴 수 있고, 고미도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역시, 언제봐도 사회생활 만렙이시란 말이지.’

눈인사로 감사를 표하자, 수다르님은 언제나처럼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플룸라이드는 제법 인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탑승 인원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우연히 사람이 몰린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5분 정도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고미는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 오오, 저기 보거라 수하! 저 조그마한 녀석도 가족들과 손을 잡고 왔구나! 참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느냐? ]

그러기는커녕, 자신을 위해 준비한 파티에 많은 사람이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 후후후, 사실 이 몸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기다리는 것마저 즐겁구나! ]

산들바람을 맞은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녀석의 앙증맞은 꼬리를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을 많이 모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차례가 왔지만, 아쉽게도 플룸라이드는 탑승 정원이 적은 탓에 세 조로 나뉘어 탈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조는 나와 고미, 봉식이와 다웅이.

두 번째 조는 이강혁 씨와 아웅이, 한유진 씨와 알틴.

세 번째 조는 수다르 님과 제르보나, 토생원과 이유찬 씨.

[ 후후, 그럼 이 몸은 먼저 내려가 너희들을 기다리도록 하겠다! ]

직원의 간단한 안내 멘트가 끝난 뒤, 짧은 수로를 지난 자그마한 보트가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레일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 오오오, 수하, 이 녀석은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구나! 훌륭하다, 위대한 이 몸에게는 역시 높은 곳이 어울린다! ]

레일을 올라가기만 하는데 이렇게 즐거워하는 녀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미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 묻어났다.

마침내 보트가 정점에 이르고,

[ 우우우우웃! ]

하강과 동시에 고미의 입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시원한 소리와 함께 분수처럼 솟아오른 물줄기가 쏟아지자, 다웅이도, 고미도, 모두 입을 헤 벌린 채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봤다.

[ 후후, 수하, 작은 녀석이라 얕봤더니, 제법 색다른 맛이 있구나. 이 몸처럼, 작지만 훌륭한 녀석이다! ]

플룸라이드 탑승을 마친 고미는 곧장 고개를 돌려 친구들이 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구경했고,

“꺄아아아아!”

“삐이이이이이!”

한유진 씨와 알틴이 신나게 비명을 지르며 내려오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삼룡 어멈도 이 몸처럼 놀이기구를 좋아하는구나. ]

“우오오오!”

마지막으로 덤앤더머 콤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열정 드래곤 이유찬 씨가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물살을 가르고 내려왔다.

반면 수다르님과 제르보나 씨는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것처럼 거의 무념무상의 상태로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었다.

‘괴, 굉장하군. 저렇게까지 평온할 수 있는 건가.’

설마 바이킹을 탔을 때도 저 정도로 무덤덤한 상태였던 건가.

인터넷에 올리면 놀이기구 만렙이라는 제목이 붙을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수다르님의 목소리나 제르보나 씨의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저 두 사람의 침착함의 끝은 대체 어디인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수다르 님이 인자한 표정으로 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미님, 이 수다르가 고미님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 우웅? 선물? 이렇게 갑자기 말이냐? ]

조금은 갑작스러운 산신령님의 말에 고미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이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 네가 준비한 것이라면 틀림없이 굉장한 것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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