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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31화 (131/300)

EP.131 자유이용권 파편 획득

지금 내 눈앞에는 세 개의 눈동자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검은 개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 띠링, 띠링, 띠링.

그리고, 놈의 눈동자가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돌아갈 때마다 시스템의 알림음이 울렸다.

- 크, 크릉?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놈은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세 개의 눈동자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갔다.

그 순간,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게 정신 지배 스킬을 사용하는 머리였군. 꽤 징그러운 방식으로 스킬을 쓰네.’

해독 스킬이 발동하면, 상태창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마 정신 방벽이 발동할 때도 마찬가지겠지.

동이님은 나에게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용신의 가호’라는 S급 정신 방벽 스킬을 주었다. 이후 퀘스트 보상으로 스킬의 등급이 SS급까지 올라갔고.

케르베로스가 나타나도록 유도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노인국에게 ‘최진웅’에게는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니까.

- 크르릉······.

정신 지배 스킬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늑대 머리와 사자 머리가 위협적인 울음을 내뱉으며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 이놈이······. 수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놈을 박살 내 버리겠다! ]

가짜 삼돌이의 표정을 본 고미의 꼬리에 바짝 힘이 들어가고, 보송보송한 솜털이 밤송이처럼 빳빳하게 곤두섰다.

[ 안 돼. 기다려, 고미. ]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러고 싶다.

다시 만나면, 내가 이 괴물을 상대해야 할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이놈은 고미의 자유이용권 티켓 파편 1이다.

하지만 파편만 가지고는 자유 이용권을 구매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 이놈을 해치워버리면 파편 2와 파편 3을 획득할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상대가 흑암이 아니라 만수왕이었다면 좀 더 일이 편했을 텐데.’

만수왕은 상당히 성격이 급하고 단순하다고 들었다.

케르베로스가 그놈의 피조물이었다면, 이 녀석의 뚝배기를 깨는 순간 눈이 뒤집혀서 뛰쳐나올지도 모르지.

그러나, 흑암은 다르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심이 많고, 교활하며, 신중하다.

즉, 고미가 나타나 가짜 삼돌이의 뚝배기를 깨주면,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역시, 노인국을 통해 놈을 불러내는 수밖에 없어.’

사도는 아니지만, 이런 괴물을 붙여놓았다는 건, 무슨 이유든 흑암이 그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까, 지금으로써는 노인국을 통해 녀석을 불러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

“어이, 그만하고 이것 좀 치워주지. 아니면 내가 이놈을 치워줄까? 그게 아니면, 이 큐브를 부숴볼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노인국에게 가짜 삼돌이의 소환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뭔지는 몰라도 이 큐브를 꼭 손에 넣고 싶은 것 같으니, 이렇게 협박하면 안 물리고는 못 배기겠지.

- 크르르······.

치워준다는 말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늑대 머리에서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필요하신 거 아니었어요 선생님?

너무 세게 나갔나?

“으으윽······.”

그때, 정신을 차린 노인국이 몸을 일으키며 가짜 삼돌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허공에 커다란 구멍이 나타나 케르베로스를 집어삼켰다.

“괜찮나?”

나는 지금까지 보여준 냉담한 태도를 버리고, 곧장 노인국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고맙군······.”

* * *

이후 우리는 던전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파업중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맙게도, 던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저주받은 숲’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보스를 죽이는 게 아니라, 보스를 죽인 후 성소로 이동해 저주받은 숲을 정화하는 것이었으니까.

“자, 이제 이 큐브의 거래 조건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볼까? 설마 날로 먹을 생각은 아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아이템 큐브를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끌끌, 그보다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말 해보는 건 어떤가?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 계속해서 밑밥만 뿌리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보지 그래?”

말투는 조금 까칠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들고 약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 비해서는 그다지 적대감이 느껴지지는 않는 태도.

여차하면 케르베로스를 불러 강탈하려는 조짐도 보이지 않고…….

‘확실히 우리는 모두 친구의 스킬 효과가 먹힌 것 같기는 한데······.’

‘우리는 모두 친구’의 효과는 간단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면 친밀감이 상승하고, 적대감은 줄어든다.

노인국과 두 개의 던전을 돌았던 이유도 모두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였고.

‘이제 퍼즐 조각은 다 갖춰진 것 같은데······. 한번 맞춰볼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케르베로스의 능력도 확인했다.

노인국이 정신 지배를 당하고 있다는 것도 검증이 끝났다.

최진웅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성공인 듯 싶고······.

이제 남은 건, 흑암을 불러내 군만두를 먹이는 것뿐인가.

“아, 그쪽이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말하기는 좀 무섭네.”

노인국을 감시하고 지배하는 방식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멍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케르베로스를 보내서까지 이렇게 구는 이유도 없을 테고.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니, 확인은 필요하지.

“큭큭, 뭔가 아는 게 있는 것 같군. 걱정하지 말고 말해보게, 지금은 듣는 귀가 없으니 말이야.”

역시……. 구멍이 있었군.

“흑암의 지배자를 만나보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뜻밖의 제안에 노인국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를 묻고 싶군.”

“죽이려고.”

내 대답을 들은 노인국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또다시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이미 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이 사람은 흑암의 지배자에게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계속해서 정신 지배를 당하고, 케르베로스에 의해 감시를 당하고, 세상이 멸망할 위기가 오자, 자살했다.

노인국의 전생을 한 줄 요약하자면, 이 정도였다.

이번 역시 가만히 놔두면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였고.

그런 대상을 없애고 싶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리고, 학술적으로, 자살에 이르는 가장 큰 원인은 ‘절망감’이다.

무엇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는 생각.

그런 절망감이 바로 노인국이 자살을 택한 이유였을 것이다.

내 목적은, 그에게 흑암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었고.

‘자, 용기를 내봐요, 노인국 씨. 여기 케르베로스를 눈앞에 두고도 겁먹지 않는 평행세계의 먼치킨이 있잖아.’

게다가 그 먼치킨의 진짜 실력은 자신이 오늘 본 것보다 더 강할 것이 분명했다.

오늘만 해도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검술에, A급 몬스터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날뛰는 모습을 보여줬고.

거기에 던전의 소유주도 모르는 히든피스를 알고 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무언가와 싸우기 위해’ 준비를 해온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케르베로스의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는 것을 봤으니, 그 ‘무언가’가 흑암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거다.

이 사람도 눈치가 보통이 아니니까.

한참이 지난 후, 노인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흑암의 계약자인 나에게, 흑암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제정신이 아니군.”

“떠보지 마. 당신도 원하는 바 아닌가?”

또다시 짧은 침묵.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가능하니까 하는 얘기겠지. 전에도 거의 그놈을 죽이기 직전까지 갔었거든. 내가 어째서 케르베로스의 정신 지배에 저항할 정도로 강력한 정신 방벽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 한마디에 노인국의 생각은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처럼, 내가 파놓은 길을 따라 흘러갔다.

“설마······. 평행 세계의 내가 일러준 건가?”

“그것 외에 다른 답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나는 계속해서 노인국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찾는 것만 같은 인상을 풍겼다.

던전을 돌 때도 그의 스킬에 대해 알고 있고, 이미 여러 번 함께 싸워본 경험이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 모든 노력은, 이 한순간을 위해서였다.

평행 세계에서 온 동료가 자신과 손을 잡고 흑암의 지배자에게 맞서려 한다는,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나와 이상하게 합이 잘 맞았던 것도······. 케르베로스의 정신 지배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나?”

[ 오오, 수하! 정말로 네 말대로 됐구나! ]

자유이용권 파편 2(노인국)의 입에서 원하던 답이 나오자, 신이 난 고미가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하지만······. 아직 자유 이용권 파편 2를 손에 넣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남아있는 듯 싶었다.

“뭔가 이상하군. 내가 부른다고 흑암이 그렇게 순순히 나타날 리가 없을 텐데? 다른 세계에서 나와 인연이 있었다면, 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

노인국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히드라의 독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내가 왜 이걸 가지고 있었을까?”

케르베로스는 노인국의 감시자다.

그리고, 토생원의 말에 따르면, 흑암의 가장 강력한 피조물이기도 했다.

즉, 흑암은 녀석을 강화하고 싶지만, 노인국이 그걸 반길 리가 없을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히드라의 독주머니를 애타게 찾았던 건, 그만큼 녀석의 괴롭힘을 참을 수 없었다는 소리겠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었나?”

“왜 나와 거래할 때 대길이 떴는지 생각해 보라고. 당신 점술, 꽤 정확하잖아. 그 점술 결과를 믿고 나와 거래를 하기로 결정한 것 아닌가?”

이어서 나는 손에 들린 큐브를 흔들어 보이며 쐐기를 박아넣었다.

“이 물건, 이것도 흑암이 원하는 것 아닌가? 그 지긋지긋한 머리 셋 달린 개를 꺼내면서까지 손에 넣으려 했던 이유는 그거 외에 생각할 수가 없는데 말이야.”

반쯤은 감으로 넘겨짚은 것이지만, 틀려도 계획을 진행하는 데는 아무런 차질이 없기에 한 말이었다.

어차피 히든 피스는 노인국의 실수로 발동했고, 나는 그걸 모른다고 말했으니까.

“이 두 개면······. 흑암이 거래에 응할지도 모른다······.”

노인국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몇 번이고 그 말을 중얼거렸다.

“정말 짜증 나는군. 아니면 저쪽 세상에서 그랬듯이, 좀 더 괴롭힘을 당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 직전의 상황이 되어서야 나와 손을 잡을 생각인가? 그것도 아니면, 놈이 요구하는 걸 모두 갖다 바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고 나서야 싸움을 시작하려고?”

그럴싸하게 꾸며낸 마지막 말에, 줄곧 망설이던 노인국의 눈에 어떤 결연한 의지같은 것이 깃들었다.

“알겠네······. 한번 해보지.”

“그럼 그 큐브는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도록 하지.”

내가 큐브를 챙겨 넣자, 노인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으로 흑암에게 맞서겠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게 거짓말을 한 거라면,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큐브를 받아내려고 했을 테니까.

“잘 생각했어. 흑암이 나를 만나주겠다고 하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후 나는 노인국에게 고미의 ‘꿀폰’ 번호를 넘겨준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 * *

[ 우웃, 수하! 정말 굉장했다. 정말로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이야!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잔뜩 신이 난 고미가 연신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외쳤다.

“다 네 덕이지, 뭐.”

[ 후훗······. 아니다. 이 몸이라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니라. 이제 그 골칫덩이를 해치우고 놀이공원에 가면 되겠구나! ]

역시, 초월자를 상대한다는 부담감은 전혀 없는 거냐.

난 케르베로스만 봐도 눈앞이 아찔한데, 초월자를 놀이공원에 가기 위한 제물쯤으로 여기다니······.

정말이지 해도 너무한 먼치킨이군.

그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고미가 초코바 하나를 꺼내 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럼 이제 그것만 준비하면 모든 게 완벽하겠구나. 어서 허수아비를 불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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