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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124화 (124/300)

EP.124 곰 세마리는 한 집에 있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유추해 보면, 노인국의 케르베로스는 진짜 지옥의 수문장이 아니라, 마력으로 만든 키메라가 확실했다.

만든 것은 당연히 흑암의 지배자고.

“케르베로스 급의 생명체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인가요?”

“아닙니다. 키메라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 데다가, 서로 융합이 가능한 강력한 몬스터를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니까요.”

토생원의 말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괴물을 떼로 보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니까.

또 한가지, ‘융합’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못처럼 마음에 걸렸다.

“융합이요?”

“네, 케르베로스는 세 가지 몬스터를 융합해서 만든 키메라입니다.”

골치 아프네…….

모양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머리마다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으으, 왜 이렇게 쓸데없이 손재주가 좋은 거냐.

고미처럼 손재주가 없는 초월자는 왜 없는 거냐고요.

“설마 능력도 세 개인가요?”

“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만.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네, 건성건성 좀 만들지.

워라벨도 모르나, 악당이 왜 이렇게 성실한 건데.

“혹시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있을까요?”

고미라면 케르베로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이 없지만, 만약을 위해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무 대책도 없이 ‘고미가 다 해결해 주겠지.’ 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는 없으니까.

“강력한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키메라 제작에 필요한 일부 아이템과 포션을 제공했을 뿐이니까요. ”

“역시, 노인국이 그것 때문에 맛이 간 게 맞나 보네요.”

정신 지배라는 말에 한유진 씨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강혁 씨의 말에 따르면, 케르베로스의 등장을 기점으로 노인국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했다.

지금 노인국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고 있고.

‘케르베로스가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지고 있고, 소환할 때마다 정신을 갉아먹는 거라면 완벽하게 아귀가 맞아.’

이강혁 씨가 케르베로스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 역시 정신지배 능력이라면 설명이 가능했다.

자주 꺼내는 물건도 아닌 데다가, 케르베로스를 본 파티원들에게 정신 지배 스킬을 사용해 입을 막아버리면 그만이니까.

다만, 어째서 케르베로스의 존재 자체를 감춘 것이 아니라, 케르베로스의 능력만 숨겼냐는 것이 의문이었다.

‘이건 차차 알아보자. 지금 가진 정보만 가지고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니까.’

능력이 세 개,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라…….

그렇게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자, 케르베로스의 다른 능력중 하나가 무엇일지 알 것도 같았다.

“혹시 히드라의 독주머니 같은 게 있다면, 독 스킬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지나요?”

“머리에 독샘을 넣어서 독액을 뿜거나 독 이빨을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정신 지배에 독이면……. 스킬 구성상 내 몫이 될 확률이 높겠군.

“그 외에 또 아는 건 없으신가요?”

나의 질문에 토생원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더는 짐작이 가는 바가 없습니다. 워낙 의심이 많고 음흉한 놈이라…….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저에게 요구한 아이템이나 재료를 바탕으로 알아낸 것입니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케르베로스에 대한 정보는 여기까지인가.

뭐,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내일부터 독도 더 열심히 먹고, 싸움도 더 열심히 하고!

이제 빔도 쏠 수 있게 됐으니까, 힘내야지!

자신감을 갖자, 나는 무려 빔을 쏠 수 있는 남자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고 있을 때, 제르보나가 입을 열었다.

“혹시 노인국이 사도 후보인가? 평범한 계약자에게 그런 물건을 넘겨준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야.”

확실히 그녀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토생원마저 ‘만들기 어렵다’고 말할 만큼 강력한 키메라를, 단순한 계약자에게 넘긴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아닙니다. 흑암의 지배자는 사도를 둘 마음이 전혀 없는 자입니다. 만에 하나 사도를 둔다 한들, 인간은 아닐 것입니다.”

“아직 정하지 않은 게 아니라, 둘 마음이 없다고요?”

한유진 씨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녀는 동이님의 사도이니, 사도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자는 그 누구보다 인간을 증오하니까요.”

“그럼 왜 인간과 계약을 하고 힘을 주죠?”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다.

증오하는 존재에게 힘을 준다는 건, 자신이 죽이려 하는 사람의 손에 미리 총칼을 쥐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니까.

“힘을 주면 반드시 남에게 해악을 끼치고, 남을 짓밟으려 들 것이며,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다. 그게 흑암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적이 너무 강하다면 그 아래로 들어가 붙어먹을 생각부터 하지만, 조금이라도 싸워볼 만한 상대라면 언제든 뒤통수를 치고, 서로 분열과 반목만을 일삼는 게 인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니까요.”

…….

워, 끝내주는 인간관이군.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암울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블랙 메이지 사람들이 이상해진 이유를 알 것도 같군.

저런 이야기 계속 듣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 이상해지겠네.

“게다가 그는 저와 거래를 하면서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만난 것은 언제나 대리인이었으니까요. 누구도 믿지 않으니, 사도도 두지 않는다, 흑암은 그런 자입니다.”

여러모로 심각한 초월자네.

하지만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것과는 별개로, 머리 회전이 빠른 초월자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의 목적은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이다.

‘진심으로’ 그런 걸 바라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 사도를 뽑기도 어렵겠지.

만에 하나 사도를 만든다 해도, 그가 변심이라도 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이따위 세상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는 사람이라도, 사랑에 빠진다든가, 정말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던가, 갑자기 떼돈을 번다든가 하는 온갖 이유로, 갑자기 ‘음, 세상은 아직 살만하군.’하는 식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

또 한 가지 문제는, 한 세력이 너무 강해지면, 그 세력에 맞서기 위해 나머지가 똘똘 뭉치기도 쉽다는 거다.

‘요약하자면 사도를 만들기도 어렵고, 만든다 해도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다는 거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효율적이다.

“그렇게 하면 계속 내분이 일어날 거고, 인류를 더 쉽게 멸망시킬 수 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확실히 효과적인 책략이군요. 바깥의 적 백 보다 내부의 적 하나가 무서운 법이니까요.”

제르보나는 평소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그 전략의 합리성만을 평가했다.

언제봐도 참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분이란 말이지.

정말이지, ‘왜 이분이 불을 뿜는 걸까? 얼음을 뿜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데.’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성격.

어쨌든, 흑암의 지배자의 분열책은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은 꽤 자명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4대 길드가 힘을 합치지 못했던 이유도, 절묘한 힘의 균형 때문이었으니까.

덕분에 4대 길드는 지난 두 번의 세상에서 멸망이 목전에 있는 줄도 계산기를 두드리다 손잡을 타이밍을 놓쳤지.

그때, 고미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외쳤다.

“흥! 그렇다면 그놈의 계획은 벌써 틀어졌구나! 허수아비와 삼룡 어멈은 이미 친구가 되었고, 이제 문어 할아범도 수하가 친구로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고미의 한마디에 잠시 무거워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볍게 변해버렸다.

‘음……. 친구라기에는 너무 연장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잠시 낯빛이 어두워져 있던 한유진 씨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았던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허허, 그럼 곧 다가올 싸움에 대비해 제가 만든 선물을 꺼낼 때가 온 것 같군요.”

분위기가 조금 풀어지자, 수다르 님이 웃으며 품 안에서 알약 세 개를 꺼내 들었다.

“오오! 수다르! 드디어 그것이 완성된 것이냐?”

산신령님의 알약을 본 고미의 꼬리가 곧장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네, 마침 토생원 님도 있으니 혹여 문제가 있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요. 저 백랑과 흑랑이라는 아이들은 저조차 살아있는 아이들로 착각할 정도로 완벽한 마력 생명체이니 말입니다.”

수다르의 말에 줄곧 풀이 죽어있던 토생원은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제자가 됐는데도 꼬박꼬박 존칭을 붙이는 것 하며, 정확하게 장점을 칭찬하고 은근슬쩍 업무를 부여해주는 것까지…….

정말이지, 훌륭한 상사의 표본이군.

그냥 산에서 나오셔서 길드 관리라도 해주시면 안 되나.

엄청 잘 돌아갈 것 같은데.

“후훗, 좋다! 그럼 이 몸의 위대한 분신들을 불러보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신이 난 고미는 손을 휘둘러 반짝이는 빛을 뿌려댔다.

그리고는 곧장 고이 보관해둔 털 뭉치 두 개를 꺼내 그 주위에 빛을 응집시켰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아, 아웅!”

“다…….”

마침내 곰돌이 삼형제 중 나머지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어…….”

곰돌이 삼형제를 본 한유진 씨는 너무 행복한 나머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확실히 귀여운 조합이긴 한데……. 아무리 귀여운 동물 마니아라고는 해도 리액션이 너무 강렬하군.

“굉장하군요…….”

한편, 아웅이와 다웅이를 본 토생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커다란 눈을 비벼댔다.

음, 약 기운이 빠지니까 꽤 귀엽네.

크기도 작고, 눈도 크고, 털도 새하얗고 보송보송한 게…….

고미나 수다르 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이것이 정말 털로 만든 생명이란 말입니까?”

토생원은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각 잡힌 자세로 서 있는 북극곰과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판다의 주위를 몇 번이나 빙글빙글 돌았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나의 질문에 토생원은 거의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커다란 귀가 머리와 함께 격렬하게 흔들리며 ‘Yes!’를 외쳐댔다.

“이,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랑과 흑랑은 엘릭시르와 온갖 영약을 부어 넣은 것으로도 모자라 화원에 가득한 영기를 백 년 가까이 흡수하고 나서야 자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토생원의 목소리가 흥분과 기대, 놀라움으로 가늘게 떨렸다.

음, 그런 번잡한 과정이 필요한데도 생령을 쓰지 않았다는 걸 보면, 이 사람, 아니, 토끼도 생각보다 악당은 아니구나.

“물론 생령을 집어 넣으면 보다 쉽게 자아를 갖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생명력을 가진 존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수백, 아니, 수천에 달하는 생령이 필요할 터인데……. 이건 정말 놀랍군요.”

“후훗, 감탄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것은 이 몸과 함께 다니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응? 방금 그거, 어디서 많이 들은 대사 같은데.

기억해 두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바로 써먹는 거냐.

그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군요. 감히 제가 위대한 고미 님의 분신에 손을 대도 되겠습니까?”

토생원의 입에서 우리가 기대한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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