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96화 (96/300)

EP.96 갓-고미님의 화끈한 놀이방식(2) 이몸에게는 더 큰 시련이 필요하다

드래곤이 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지는 차치하고, 그 방식이 절대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제발 하늘에서 다이렉트로 바다에 다이빙, 드래곤 보트, 이런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이라면 왠지 그런 짓을 할 것 같단 말이야.

└ 갓고미님 : 후훗, 좋다. 어서 짐을 풀고 오자꾸나.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

하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미의 꼬리는 전에 없이 격렬하게 돌아갔다.

조금만 더 속도가 붙는다면 꼬리 돌리기의 추진력으로 비행이 가능한 ‘헬리곰터’로 변신이라도 할 것 같군.

└ 그럼 일단 짐부터 풀고 올게요.

이후 우리 가족은 짐을 풀기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된 방으로 가는 순간······.

“어머, 어머! 여기 너무 좋다!”

어머니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평소라면 너무 비싼 방 아니냐며 걱정부터 하셨겠지만, 그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아주 멋진 숙소였다.

통유리로 된 바깥쪽 벽면에는 커다란 수영장이 보이고, 방은 복층.

심지어 수영장 근처에 파라솔을 펼치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수영장에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거실에는 10명은 앉아도 될 것 같은 소파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멋진 다이닝 룸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풀빌라가 이런 건가!’

SNS 스타들이 올리는, 절대 일상 같지 않은 일상샷이나, 이게 정말로 여행 사진을 올린 건지, 광고비라도 받는 건지 하는 의심이 드는 여행 사진에나 올라올 법한 숙소.

‘이런 데는 대체 하루에 얼마나 할까?’

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몇만 원짜리 비즈니스호텔을 예약하면서도 손을 덜덜 떨었는데, 인생 모르는 거구만.

‘크, 이번 생에는 이런 곳 절대 못 올 줄 알았는데······.’

이거 한유진 씨한테 정말 크게 한턱 내야겠네.

“오오! 수하! 이곳에도 물이 있구나! 그런데 어째서 바다를 코앞에 두고 여기에도 물이 있는 것이냐?”

흥분한 고미가 통유리로 된 벽에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눈을 빛내며 묻자,

“아아, 그것은 사람으로 가득하고 짠 내가 나는 바다가 아닌, 자신만의 공간에서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하고 싶은 부자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아버지가 이세계물의 주인공 같은 말투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저거, 맞는 설명인가?

“흐음,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어째서 바다를 두고 굳이 저런 작은 곳에서 헤엄을 치는 것이냐? 저런 코딱지만한 물로는 이 몸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라. 두 번만 허우적거려도 끝이 아니더냐?”

그러나 고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풀빌라의 수영장 크기가 그렇게 손바닥만 할 리는 없지. 어디까지나 고미 수준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역시 ‘위대한 존재’이니만큼, 큰 곳이 좋은 거겠지.

어쨌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시 숙소에서 쉬기로 했고, 우리는 고미와 놀아주기 위해 옷만 갈아입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 * *

해변으로 돌아가자, 꽃이 그려진 화려한 래시가드를 입고 있는 한유진 씨와 검은색 잠수복(?) 같은 것을 입은 이유찬 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장부터가 프로 냄새가 물씬 풍기는군.

대체 인간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려고 저런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시는 걸까.

인간 중에서도 저런 거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말이야.

“고미님! 제가 준비한 것을 보십시오!”

멀리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이유찬 씨가 손을 흔들며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서핑 보드?’

지금 이유찬 씨의 곁에는 검은색 서핑보드와 그것의 반 정도 되는 작은 황금색 보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음, 그럼 이유찬 씨가 입고 있는 건 잠수복이 아니라 서핑 슈트인가?

언젠가 티비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레저와는 거리가 멀어서 잘 모르겠다.

[ 오오! 검은콩! 그 꿀 판자가 이 몸의 것이냐! ]

‘꿀 보드’를 발견한 고미는 백사장에 선명한 젤리 자국을 남기며 오도도 달려갔다.

“오오, 나도 해보고 싶다.”

이어서 봉식이가 눈을 반짝이며 고미의 뒤를 따라갔다.

음, 저 녀석 것까지 준비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수하 씨는 물에 안 들어가실 건가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온 나를 보며 한유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 저는 그렇게 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아까는 강제로 입수를 당했지만, 사실 나는 물에 들어가는 걸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문어 라면이 아직 다 내려가지도 않아서, 물에 들어가기가 조금 부담스럽거든.

이대로 물에 들어가면 배탈 날 것 같다고.

그러니 오늘은 가만히 고미 노는 거나 구경해야지.

내 성격에는 물에 들어가서 노는 것보다 그게 더 맞기도 하고.

“그럼 이제부터 서핑을 가르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우웅? 서핑? 그것이 무엇이냐? ]

이유찬의 질문에 고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황금색 보드 위에 올라섰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색만 보고 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단 발부터 올리고 보는 것도, 고미답다면 고미답달까.

하여튼 행동력 하나는 참 끝내주는 녀석이다.

“그 판자를 타고 파도를 넘는 운동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풍파와 시련을 넘어온 위대한 존재에게 딱 맞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요.”

[ 호오, 시련을 넘는다라,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그렇지, 그 어떠한 시련도 이 몸을 막을 수는 없느니라! 전부터 느꼈지만, 네 녀석은 도마뱀치고는 제법 안목이 있는 것 같구나. ]

음, 역시 이 둘이 만나면 대화의 흐름이 정상이 아니군.

“그럼 우선 동영상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미가 흥미를 보이는 듯 하자, 이유찬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서핑 동영상을 찾아 보여주었다.

[ 오오! 이렇게 파도를 으음······! 훌륭하다, 훌륭해. 이 몸에게 어울리는 아주 멋들어진 놀이로구나. ]

동영상을 본 고미는 곧바로 양팔을 벌리고 자세를 잡더니 술취한 곰처럼 짜리몽땅한 다리를 열심히 흔들거렸다.

그런데 원래 저렇게 하체를 심하게 움직이는 게 맞나······.바로 뒤집힐 것 같은데.

“음, 고미님,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우선 보드를 타고 파도가 있는 곳까지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서핑의 절반은 패들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렇게, 이렇게 물살을 가르고 나가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이유찬은 곧장 서핑 보드 위에 누워 팔을 허우적거리며 시범을 보였고,

[ 호오! 이렇게 하는 것이냐! ]

고미도 곧장 꿀 보드에 누워 열심히 팔을 움직였다.

황금색 서핑 보드에 누워 파닥거리는 솜뭉치라니, 이건 좀 귀엽군.

“귀, 귀여워!”

매혹적인 궁둥이와 솜뭉치의 움직임에 폭 빠져버린 한유진은 입을 틀어막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고미한테 저렇게 순서대로 가르치는 게 먹힐 리가 없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찰나,

[ 좋다! 검은콩! 당장 바다로 나가자! 위대한 이 몸에게 이런 기초 훈련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느니! ]

고미가 벌떡 일어나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하지만 고미님······.”

[ 걱정 말거라! 아까 핸드폰 속의 그 녀석처럼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

고미의 불호령(?)에 이유찬은 바로 서핑 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갔지만, 곧장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 우, 우웅? ]

“풋······.”

지금 고미는 꿀색 꼬마 보드에 올라 열심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워낙 팔이 짧다 보니 물살을 가르고 나가지를 못한다는 거지.

귀엽기는 한데, 조금 서글픈 광경이군.

하긴, 아동용 보드라고는 해도 인간의 팔은 저렇게까지 짧지 않으니까.

[ 이, 이익! ]

분노한 고미가 물속에 팔을 넣기 위해 좌우로 몸을 흔들자, ‘갓-고미호’가 비참한 몰골로 침몰하고 말았다.

“아앗! 고미님! 괜찮으십니까!?”

당황한 이유찬이 고미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물기둥과 함께 쫄딱 젖은 아기곰이 솟구쳐 다시 보드 위에 안착했다.

[ 역시, 이렇게는 안 된다! 이 몸의 방식대로 하겠느니라! ]

‘뭐,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설마 기로 파도라도 일으킬 생각인가?’

말을 마친 고미는 보드 위에 눕지 않고 곧바로 허리를 세워 일어났다.

보드는 물살에 따라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었지만, 녀석의 몸은 아주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괴, 굉장하다. 원래 서핑 보드라는 게 저렇게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물건인 건가?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잘 서 있으면 뭐하나,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는··· 응?’

그때,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드가 스스로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왜? 어째서? 뭘로?’

그야말로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어처구니없는 광경.

‘곰자력 엔진이라도 탑재된 건가? 왜 동력이 없는데 앞으로 나가?’

심지어 풍향도 고미가 나가고 있는 방향과는 정반대고, 바람도 꽤 거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고미의 꿀 보드는 무엇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 일직선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열심히 패들링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던 이유찬 씨도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 우하하하! 보았느냐!? 이것이 이기어곰술이니라! ]

이, 이기어곰, 그거 원래 손 안대고 검 날리고 그런 거 아니었냐······. 지금 그걸로 서핑 보드를 조종하는 거라고?

그렇게 곰자력 보드의 마법 같은 항해에 완전히 넋을 잃고 있을 때, 돌연 커다란 파도가 고미를 덮쳤다.

[ 하하하하! 와라! 위대한 이 몸에게는 너무 작은 시련이구나! ]

의기양양해진 고미는 웃음을 터뜨리며 아주 손쉽게 첫 번째 파도를 넘었다.

“마, 말도 안 돼······.”

저렇게 심하게 좌우로 궁둥이를 흔드는데 왜 저렇게 안정적인 거야!

[ 후훗, 너무 쉬워서 조금 맥이 빠지기는 하지만, 제법 재미있는 놀이구나! ]

심지어 파도에서 빠져나올 때는 거만한 표정으로 팔짱까지 끼고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방향키 삼아 보드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때, 주위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아기곰이 서핑하는 거야?”

“그게 말이 돼?”

“내가 봤어. 게다가 보드가 그냥 자동으로 앞으로 가던데?”

으음······. 그래도 휴가철이 되기 전에 바닷가에 와서 다행이군. 사람이 한창 많을 때 ‘서핑곰’이 출현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겠지.

‘이 정도 시선이라면 아직 괜찮아.’하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고미의 두 눈이 광기로 번득이기 시작했다.

[ 이 정도 시련으로는 위대한 이 몸을 흥분시킬 수 없느니라. 이 몸에게는 더 큰 시련! 더 큰 파도가 필요하다! ]

쏴아아-, 쏴아아-.

흥분한 고미가 만세를 하듯 두 손을 번쩍 들자, 얌전하던 바다에 돌풍이 일며 파도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 아, 안 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하지만 상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제가 고미님을 너무 얕본 것 같군요.”

뭍으로 올라온 이유찬 씨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대한 블랙 드래곤으로 변신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잠깐, 서핑을 하는데 왜 용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는 건데.

게다가 벌써 폭풍까지 일으켰잖아. 여기서 뭘 더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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