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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91화 (91/300)

EP.91 고미와 즐거운 바다여행(1) 첫번째 목적지

└ 여행이요? 갑자기?

└ 네, 지금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요. 고미도 바다 본 적 없다고 하고, 잠깐 시간 나는 틈에 갔다 오려고요.

└ 음, 알겠어요. 그럼 제가 테이머스 회원들이랑 갔던 곳으로 몇 군데 추려서 보내 드릴게요. 한번 골라 보세요. 예약해 드릴게요.

음, 그렇게까지는 안 해줘도 되는데. 고맙기는 하지만, 조금 부담스럽다.

└ 예약은 제가 해도 될 것 같은데······.

└ 리조트 회원권 있으면 뷰도 좋고 더 좋은 방으로 줄 텐데요. 고미님도 그걸 더 좋아하지 않겠어요?

리조트 회원권이라니, 생각도 안 해본 문제군. 역시 돈이 많으시구나.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기왕 바다로 가는 거니까 전망이 좋은 방이면 더 좋겠지. 이건 다음에 밥이라도 사서 갚아야겠다.

└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고르고 연락 드릴게요.

잠시 후, 핸드폰 화면에 예닐곱 개의 링크가 주르륵 떠올랐다.

대부분은 고급 리조트나, 오성급 호텔.

솔직히 말해서 여행은 거의 가보지도 못했고, 가봐야 펜션이나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만 이용해봐서 이런 곳은 어떤지 감이 안 온다.

비즈니스호텔도 학회 일로 지방에 갔을 때 학회랑 연계된 숙소가 싸서 예약한 것뿐이고.

‘으음······. 어디가 좋은지 전혀 모르겠네. 가족들이랑 상의해 보는 게 좋겠는데.’

나는 곧바로 부모님과 봉식이, 고미에게 한유진 씨가 보내준 숙소의 정보들을 보여주었다.

“어디가 좋을 것 같아?”

“여기 전부 다 비싼 곳 아니니?”

링크를 살펴보던 어머니는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이제 아들 돈 많아. 그리고 10년 만에 가족 여행인데, 좀 비싸면 어때.”

“그래요, 어머니, 갈 때 가야 돼, 갈 때. 어차피 아들들이 다 돈 잘 버는데 그냥 한번 가요.”

봉식이까지 나서서 거들자, 어머니는 알았다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고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막내는 어디가 좋아?”

결국 결정권은 고미에게 넘어가는군.

“이 몸은 가족들과 함께 바다만 볼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혹시 잘 곳이 없다면 이 몸의 대웅전에서 자면 되느니라!”

아, 그렇네. 대웅전도 있구나.

“대웅전?”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고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후후! 이 몸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대전이니라! 다음번에 아빠에게도 구경을 시켜주마!”

대웅전은 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쓰면 좋겠군.

이번에는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고미에게 호텔을 구경 시켜 주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나도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는 한 번도 못 가봐서,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고.

“자자, 대웅전은 다음에 하고, 이번에는 호텔에서 자자.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골라 봐.”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보여주자, 고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곳을 골랐다.

“이곳이다! 이곳이 아주 웅장하고 재미나게 생겼구나! 이 몸이 머무를 곳이라면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음······. 여기 뭐지, 꽤 특이하네.

어쨌든, 그렇게 고미의 선택으로 숙소가 결정됐고,

└ 감사합니다. 세 번째로 할게요.

나는 한유진 씨에게 숙소를 잡아달라고 부탁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 수하! 수하!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냐!? 어서 일어나거라! ]

웬일로 일찍 일어난 고미의 전음에 의해 잠에서 깼다.

같이 산 이후로 고미가 나보다 먼저 일어난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어지간히 여행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하긴, 소풍날에는 동이 트기도 전부터 눈을 뜨는 게 어린애라는 거니까.

처음 가는 바다에, 처음 가는 가족 여행이니 자동으로 눈이 뜨일만도 하지.

시간은······. 여섯 시네.

“고미, 너무 일찍 일어난 거 아니야?”

[ 무슨 소리냐! 일찍 일어나는 곰이 꿀을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 ]

그런 말 없는데······.

게다가 그런 식이면 넌 벌써 꽤 많은 꿀을 놓쳤을 거라고.

[ 어서 여행 준비를 하자! ]

계속 전음으로 말하는 걸 보니 엄마 아빠가 잠에서 깰까 봐 배려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나는 여섯 시부터 깨우는 걸까.

시간이 조금 늦었으면 장이라도 봐오겠지만, 여섯 시부터 여는 마트는 없다고.

하지만 잔뜩 신이 나서 입이 귀에 걸린 고미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이 냉혹한 현실(?)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여행 준비는 좀 이따 가족들이랑 같이 하고, 일단 편의점 가서 초코바라도 사 올까?”

[ 오오, 그것도 좋겠구나! 살곰살곰 나가자! 엄마 아빠는 아직 잠을 자고 있으니 말이다! ]

음, 그러니까, 왜 그 깨워서는 안 되는 사람 중에 나는 포함이 안 되는 건지 묻고 싶다.

결국 나는 고미를 달래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 가서 초코바와 간식 몇 가지를 사 왔고, 내친김에 주위를 돌아다니며 산책까지 마쳤다.

지구력 강화 스킬 덕에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 데다가, 오랜만에 여행이라 나도 좀 설렜던 것이 사실이고.

그렇게 근처를 슬슬 걸어 다니다 보니 고미에게 사줄 아이템 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가는 길에 사주면 되겠지.

“고미, 이따가 저거 사줄까?”

[ 우웃! 정말이냐? ]

“응, 가는 길에 하나 사줄게.”

[ 후후후! 역시 넌 최고다 수하! 이 몸에게 바다를 구경 시켜 줄 뿐 아니라 저런 멋진 물건을 사준다니! ]

집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잠에서 깬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 * *

“봉식이! 달려라! 달려! 어서 이 몸에게 바다를 보여다오!”

차에 오르기 무섭게 잔뜩 신이 난 고미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봉식이를 재촉했지만,

“고미! 안 돼요! 항상 안전 운전!”

어머니의 한마디에 금세 풀이 죽고 말았다.

잔뜩 기가 죽은 고미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바닥을 내려다보자, 어머니는 웃으며 녀석을 안아 공중그네를 태워주었다.

“차는 항상 천천히, 안전하게 몰아야 해요. 대신 엄마가 놀아줄 테니까, 서운해하지 말고.”

“우웅, 알겠느니라!”

공중그네 한 번에 금세 기분이 풀어진 고미는 신이 나서 입을 헤 벌린 채 차창 밖을 내다보다가, 돌연 눈을 크게 치켜뜨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 수, 수하! 수하! 열었다! 열었느니라! ]

고미의 손끝이 향한 곳은 바로 ‘안경점’이었다.

아침에 선글라스를 사주기로 했거든.

“봉식아, 잠깐만 차 좀 세워 봐.”

“응? 왜?”

“선글라스 좀 사게.”

“오, 사줄 거냐?”

“사줄게. 꽤 장거리잖아. 기사님 잘 모셔야지.”

나의 말에 봉식이는 피식 웃으며 안경점 근처에 차를 세웠고,

[ 우웃! 드디어 이 몸도 그 선글라스라는 것을 살 수 있는 것이냐! ]

잔뜩 흥분한 고미는 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번개처럼 안경점을 향해 달려갔다.

고미에 이어 나와 봉식이가 안경점에 들어서자, 사장님은 놀란 듯 두 눈을 끔뻑이며 우리 셋을 바라봤다.

“어······. 어서 오세요.”

아기곰에 이어 살육전차 민봉식이 들어왔는데 잠깐 말을 더듬고 바로 인사가 나오다니. 사장님의 적응력이 아주 비범하군.

[ 으응······? ]

하지만 신난 것도 잠시, 고미는 또다시 숏다리라는 치명적인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 수하, 수하! 보이지가 않는다! 어서 어깨에 태워다오! ]

고미를 어깨에 태우자, 사장님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선글라스 보러 오셨나요?”

게다가 상당히 안목이 날카로우시군. 눈빛만 보고도 뭘 사러 온 건지 알아보시는 건가.

“네.”

“어느 분이 쓰실 건가요?”

“저랑, 저 아기곰이요.”

봉식이가 고미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사장님의 두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으음······.”

그래, 고민되겠지.

“네, 알겠습니다.”

응? 그게 끝이야? 그렇게 빨리 납득해도 되는 거야?

“도수는 없는 거로 하실 거죠?”

뭐야,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데.

“잘 찾아오셨네요. 마침 저희 매장에 펫용 선글라스도 팔거든요. 요즘은 반려견용 선글라스 찾는 분이 종종 있으셔서.”

“그런 게 있어요?”

“그럼요. 반려견이랑 산책 나가실 때 선글라스 씌우시는 손님들이 꽤 있거든요.”

처음 듣는다. 그리고, 있다 쳐도 왜 그걸 안경점에서 팔아. 펫샵에서 취급해야 하는 아이템 아니야?

“어······. 그런데 그걸 왜 안경점에서······.”

“에이, 찾는 분들 있으면 다 파는 거죠. 반려견 데리고 피서 가시는 손님들한테 권해드리면 잘들 사가시던데요.”

수완이 굉장하신 사장님이군. 고미 귀에 어떻게 선글라스를 걸어주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아이템이 있을 줄이야.

[ 수하, 저것! 저것이 마음에 드는구나! ]

고미가 고른 것은 공군 파일럿이나 쓸 것 같은 제법 남자다운 디자인의 선글라스였다.

짙은 검은 색에 살짝 각이 진 끝부분, 제법 커다란 알에, 테는 녀석이 좋아하는 ‘꿀색’이었다.

한편, 봉식이는 체육 선생님들이 애용하는 가느다란 고글 같은 디자인을 선택했다.

왜 그렇게 무서워 보이는 걸 고르는 거냐. 무서운 건 네 덩치와 얼굴만으로 충분하다고.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오자, 고미는 번개같이 자신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나를 올려다 보았다.

[ 어떠냐 수하! ]

음, 선글라스를 낀 아기곰이라니, 귀엽기도 귀엽지만, 상당히 힙하군. 왠지 무대에 올리면 멋진 댄스를 보여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예전에 태양을 피하고 싶어하시던 가수분께서 저런 선글라스를 착용했던 것 같기도 한데······.

“멋진데?”

[ 후후후후! 그렇지!? 허수아비의 부하가 이것을 쓴 것을 보았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것은 위대한 이 몸에게도 아주 잘 어울릴 물건이라는 것을 말이다! ]

검은 알에 얼굴은 반 가까이 가려졌지만, 귀여움은 오히려 두 배가 되다니, 이 무슨 놀라운 마법이란 말인가.

귀가 위쪽에 있어서 어떻게 걸치나 고민했는데, 안경점 사장님의 추천 덕분에 그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됐다.

[ 으음······. 멋은 있지만, 세상이 어둡게 보이는구나. ]

이어지는 고미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선글라스의 기능이 뭔지도 모르면서 멋있다고 갖고 싶다고 했던 거군. 참 고미답다면 고미다운 행동이다.

“선글라스는 원래 그러라고 쓰는 거야.”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미의 다음 행동은 나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 후훗, 이제 잘 보인다. ]

“응?”

[ 투시 능력을 사용하니 평소와 똑같구나. 그 무엇도 이 몸의 눈을 막을 수는 없다. ]

······.

아니, 그럴 거면 선글라스를 왜 쓰는 거야, 이 황당한 사······. 아니, 아기 곰아.

[ 어서 가자! 바다가 이 몸을 기다리고 있다! ]

잔뜩 신이 난 고미를 태우고 다시 차에 오르자,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고미를 번쩍 안아들었다.

“어머, 우리 막내는 멋쟁이네! 선글라스도 샀어요?”

“후후후! 굉장하지 않느냐?! 이전에 누군가 이 선글라스라는 것을 쓴 걸 보았는데, 아주 멋지더구나!”

그렇게 피서용 필수 아이템(?) 하나를 마련한 뒤, 차는 고속도로 들어갔다.

평일에,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오기 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우리는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으로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고미는 신이 나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모처럼 찾아온 여유를 만끽했고, 고속도로에 들어선지 대략 한 시간 만에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우웃! 수하! 이곳은 무엇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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