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9화 (8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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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한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

< 새로운 칭호가 부여됩니다. >

< 뛰어난 중재자(Gomi) >

- 고미의 오랜 숙적이었던 드래곤과 고미를 화해시키고, 공동 작업을 끌어낸 당신은, 누구라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칭호 효과로 인해 새로운 스킬이 추가됩니다. >

< 우리는 모두 친구 (Gomi) >

- 적대감이 있는 대상과의 공동 작업 시 적대감이 감소하며, 호감이 있는 대상과의 공동 작업 시 보다 빠르게 친밀감이 상승합니다.

이건 대체 뭔 스킬이야······?

이제 아예 대놓고 화해 위원 포지션을 주는 거냐.

게다가 공동 작업의 기준이 모호하잖아.

던전을 같이 도는 거? 같이 뭘 만드는 거?

단순한 놀이도 공동 작업? 아니면 목적성이 있어야 하는 건가?

‘왜 뭐가 생길 때마다 대학원 때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지······. 왜 자꾸 연구해야 하는 스킬을 주는 거냐고.’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문득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스킬,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은데.’

고미에게 가족이나 친구를 만들어 줄 때마다 시스템은 명확한 사인을 보내왔다.

그런데 드래곤과 화해를 시킨 대가가 단순히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뭔가 다음 단계가 있는 스킬인 건가? 아니면 어딘가 정해진 용도가 있다던가······.’

“수하! 어서 너의 힘을 보여다오! 검은콩이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그때, 고미의 목소리가 나의 생각을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유찬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발, 제발 내 뿔이 쓸만한 아이템으로 변했다는 걸 보여줘’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

당신, 첫 등장 때는 막 고미 노려보고, 김춘식 씨도 내동댕이치고, 제법 화끈한 캐릭터 아니었어? 왜 이렇게 불쌍해진 건데.

아니, 지금도 화끈하긴 하구나. 맥락이 조금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에휴, 그래도 딱하니까 보여주자. 닳는 것도 아니고. 힘내세요, 이유찬 씨.’

< 고미류 기공술 – 곰기(C)가 활성화됩니다. >

화륵-

구불구불 휘어진 쇠막대에서 응원의 봉화가 피어오르자,

“오오오······!”

이유찬의 입에서 곧바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내 뿔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에 미안한 마음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수하! 다음! 다음도 보여다오! 아직 더 있지 않느냐!”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할 기회를 잡아서 신이 난 고미는 계속해서 나에게 ‘불꽃 쇼’를 요구했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음 스킬을 활성화했다.

< 불꽃 망토가 활성화됩니다. >

검붉은 화염 망토가 모습을 드러내자,

“오, 굉장하네요.”

“야, 이거 비주얼 쩌는데?”

이강혁과 봉식이도 조금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후훗! 검은콩! 이제 수하에게 불꽃을······.”

“아, 아니에요! 이거 S급 이하 불꽃만 막을 수 있어요!”

내가 황급히 손을 휘젓자, 진짜로 브레스를 뿜기 위해 용으로 변했던 이유찬 씨가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아앗, 미안하다, 수하······. 이 몸이 너무 신이 났던 모양이구나······.”

“그래, 주의해줘. 진짜로 죽을 뻔했어, 방금은.”

평소라면 귀엽다며 웃으며 넘어갔겠지만, 이건 웃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지. 통구이가 될 뻔 했다고.

처음으로 약간 정색을 했기 때문일까, 고미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렇게 반성하고 있는 걸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지는군. 귀여운 녀석 같으니.

“괜찮아, 대신 다음부터는 조심해야 해. 알았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자, 고미는 쪼르르 달려와 나의 품에 폭 안긴 채 머리를 부벼댔다.

한 번 안아준 뒤로는 점점 애정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우리 애가 아주 잘 크고 있군.

“S급 이하면 제가 한번 해볼까요? 성능 실험은 해보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그때, 부럽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유진이 손에서 불꽃을 피워내며 입을 열었다.

“어······. 화력 조절 가능하세요?”

“네, 어차피 제르보나나 유찬이 등에 안 타 있으면 불꽃 마법은 A급 정도 화력밖에 안 나와요.”

“그럼 안전하게 C급부터 시작하죠.”

“담이 작으시네요.”

“신중하다고 해주시죠.”

“그, 그렇다! 수하는 신중한 것이다! 담이 작다니!”

내 품에 안겨 있던 고미가 고개를 홱 돌리며 쏘아붙이자, 한유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농담이었는데.”

“저도 농담이에요. 신경 쓰지 마시고, 시작해 보죠.”

“그럼 갈게요.”

한유진의 손에서 타오르던 조그만 불덩이가 농구공만 하게 커지자, 긴장감에 심장이 바짝 졸아들었다.

“망토 잘 두르세요.”

그 말을 끝으로 한유진의 손에 들려있던 불덩이가 날아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망토를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열감이 느껴졌다.

“휴우······.”

C급은 사우나만도 못하네.

그런데 무서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수하!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내가 눈을 감자, 고미가 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무섭다. 몬스터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불꽃은 얘기가 다른 것 같다. 이건 너무 무섭잖아.

“김수하 씨, 눈 떠요. 이것도 보다 보면 금방 익숙해져요.”

한유진이 조금 전보다 한층 밝아진 불덩이를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아, 알겠어요! 던지세요!”

펑!

다행히도 두 번째 시도에서는 눈을 감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유진 씨, 왜 웃으면서 던져요?”

“네? 제가 언제요?”

“지금 웃었잖아요. 던질 때 웃고 있던데. 완전 웃고 있던데.”

“저도 봤습니다.”

이강혁이 한마디를 거들자, 한유진이 도끼 눈을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간사한 인간이, 틈만 나면 수하 씨랑 고미님한테 점수 따려고 하네!”

“야, 여기 분위기 원래 이러냐? 다 큰 어른들이 왜 이래.”

두 사람이 아옹다옹, 아니, 아웅다웅 다투자, 봉식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옛날 생각나서 그랬어요, 옛날 생각나서! 대학 축제 때 물풍선 던지고 막 그런 거 했던 거 생각나서!”

그래도 물풍선하고 불덩이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어쨌든, 조금 전에 던진 거 A급이니까, 불꽃 망토 효과는 확실히 검증됐네요.”

거기다 말도 안 해주고 B급을 건너뛰고 A급을 던지셨군. 언제나 참 과감하시단 말이지.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불꽃놀이는 여기까지 하죠.”

불꽃 망토를 거두어들이자, 한유진은 아쉽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축 늘어져 있던 이유찬은 조금은 기운을 되찾은 듯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찬 씨,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무기가 만들어진 것 같네요.”

“아닙니다. 고미 님과 수하 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나 싶었을 때, 한유진이 나와 고미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그런데 혹시 고미님, 제 무기도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안 된다. 내 무기는 오로지 수하의 손에 들어갔을 때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느니라.”

하지만 고미는 단칼에 그 제안을 거절했고, 한유진은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며 한 번 더 부탁을 하려 했다.

음, 저렇게 말하면 당연히 설득이 안 되지.

“죄송해요.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정말로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 이게 고미랑 제 스킬이라. 드래곤 라이더 스킬이랑 비슷한 거예요.”

조금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자, 한유진 역시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럼 할 수 없네요.”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한유진이 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런 거 저한테 막 말해줘도 돼요?”

“안 돼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 자기 스킬 막 밝히는 건 좀······.”

참,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군.

자기도 드래곤 라이더 스킬 효과 나한테 막 말해줘놓고.

게다가 이만큼 친해졌으면 이 정도는 그냥 말해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닌가?

떡볶이집 이모님 말로는 헌터 되고 나서 남자 데리고 온 게 처음이라고 했지······. 맨날 드래곤하고만 다녔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의심이 많아진 걸까.

“혹시 심하게 배신당한 적 있어요?”

무심코 던진 질문에, 한유진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있네. 있어.

“헌터일 하다 보면, 다 있는 거 아니에요?”

한유진의 질문에 봉식이와 이강혁도 말이 없어졌다.

음, 직업병이라는 소리구만.

하긴, 봉식이도 이강혁 씨도 고미를 만나기 전에는 의심많은 헌터1,2 였지.

좋아, 당신도 '갓 고미님과 함께 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함께 합시다.

내가 책임지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주지.

“그래도 우리끼리는 너무 뭐 숨기고 그러지 말죠. 앞으로 도움 주고 받을 일 많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전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고미도 그렇고.”

“그렇다! 친구끼리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다!”

고미가 나의 어깨 위로 폴짝 뛰어오르며 외치자, 봉식이와 이강혁이 먼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한유진도 살짝 웃으며 보일 듯 말 듯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 녀석만 있으면 어딜 가든 참 쉽게 분위기가 풀어진단 말이지.

“그럼, 친구니까 좋은 정보 알려 드릴게요. 공짜로.”

잠시 말없이 웃음을 짓고 있던 한유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뭔데요?”

“노인국 얘기요. 아까 하다 말았잖아요. 저한테 히드라의 독주머니를 팔 생각 없냐고 묻더라고요.”

“그건 좀 이상하군요.”

아이템 이야기가 나오자, 이강혁이 곧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히드라의 독주머니는 랜덤으로 떨어지는 아이템입니다. 게다가 이번 회차에서는 히드라 던전이 나온 게 처음인데, 어떻게 독주머니를 교환하자는 말을 하죠?”

이강혁의 말대로였다.

히드라의 독주머니를 콕 집어 교환하자고 말하려면, 노인국은 이미 히드라를 잡았을 때 무슨 아이템이 나오는지를 알고 있어야 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스가 히드라라고만 말했지, 무슨 아이템이 나왔는지는 말도 안 했는데 득달같이 전화해서는 독주머니를 팔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음, 한쪽은 용왕이 S급 던전 신기록을 세우자마자 저스티스를 치려 들고, 한쪽은 귀신같이, 가장 음모의 냄새가 풍기는 아이템을 요구했다라······.

“한유진 씨, 혹시 용왕 내에······.”

“수하 씨랑 이강혁 씨가 가져간 아이템에 대해서는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어요.”

“혹시 노인국 씨가 회귀자는 아닐까요?”

나의 질문에 이강혁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치고는 지금까지 저와 동선이 겹친 적이 너무 없습니다. 히든피스나 퀘스트에 대해서도 딱히 아는 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고요.”

그렇게 우리가 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고미가 한유진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할아범의 배후가 흑암의 지배자라는 이름을 쓴다 하였느냐?”

“네.”

“그 할아범이 점을 본다고 하였지? 혹시 시체를 움직이고 저주를 걸고 독을 사용하느냐?”

질문을 이어나가는 고미의 눈빛에는 만수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이나 적의가 가득했다.

“네.”

한유진의 대답에 고미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구겨졌다.

“안 되겠구나. 이 몸이 직접 그 할아범을 만나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삼룡어멈, 허수아비, 수하, 자리를 마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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