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6화 (86/300)

EP.86 다웅이의 비밀

“다웅이······.”

입을 열려는 찰나, 갑자기 눈앞의 곰돌이 셋이 여섯으로 늘어나며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야, 이 미친······. 무슨 짓이야!”

이어서 봉식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렸고,

< 간 때문입니다(C)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 해독이 시작됩니다. >

시스템 창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중독 증상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 큐어(A) 스킬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 몸 안의 독성이 완벽하게 제거됐습니다. >

“응?”

고개를 들어보니 아웅이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흰빛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웅!?”

그리고, 아웅이의 곁에는 나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고미가 서 있었다.

음, 이번에도 몰랐구나. 모르고 만들었어.

무기를 만들 때도 그렇고, 왜 매번 의도치 않게 굉장한 것들을 만드는 걸까.

“아웅이 너, 해독 스킬도 가지고 있어?”

나의 질문에 아웅이는 ‘아웅!’ 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백곰 선생님은 서포터나 힐러를 겸한 마법사 포지션인 건가요?”

어느새 곰돌이 삼 형제의 뒤를 따라온 이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일리 있는 추론이었다. 얼음 계열 마법도 상당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격력으로 따지자면 화염이나 전격 계열 마법이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을 거다.

그리고 얼음 마법은 불이나 번개보다는 훨씬 더 서포팅에 적합한 능력이다.

방금 전에 보여준 것처럼 얼음 방패나 얼음 검, 얼음 창처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도 있고.

“아웅아, 혹시 다른 마법도 사용할 수 있어?”

-아웅!

나의 질문에 아웅이는 주먹을 불끈 쥐며 직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웅이가 고미보다 조금 더 도톰하고 통통한 앞발을 가볍게 휘두르자, 바람이 일며 잿빛 모래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바람 마법······. 이것도 서포팅이 가능한 마법이네.

이동 속도를 증가시켜준다거나,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착지하거나 하는 용도로도 쓰니까.

- 아웅!

이어서 아웅이가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자, 머리 위에 커다란 물방울이 생겨났다.

음, 이건 좀 애매하네.

“그럼 물, 얼음, 바람, 치유 마법. 이렇게 네 가지야?”

- 아웅!

전격이나 불 마법은 강력하지만, 아군에게도 피해를 입히기 쉬운 능력이다. 반면 이 능력들은 비교적 아군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낮고, 서포팅을 병행할 수 있는 능력들.

네 개의 능력 중 세 개가 서포팅이 가능하니, 공격력을 갖춘 서포터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런 능력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확실히 적을 제거할 공격수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순간, 조금 전 보았던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머리를 스쳤다.

곰돌이 삼 형제가 날아온 순서는 고미, 다웅이, 아웅이 순이었다.

고미는 언제나처럼 거의 순간이동을 하듯 날아왔고, 고미가 도착하는 것보다 약간 늦게 다웅이가 도착, 마지막이 아웅이.

즉, 다웅이의 속도는 고미보다 못하고 아웅이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는 소리였다.

설마······. 아웅이가 수비와 서포팅을 맡고, 다웅이가 공격을 맡는 건가?

어째서? 왜? 진짜로?

“그래도 수하 씨가 다치니까 바로 날아오는 걸 보니 곰 선생님의 분신이 맞긴 맞군요.”

이강혁이 다시 게으름뱅이 모드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는 다웅이를 들어 올려 모래를 툭툭 덜어주며 말했다.

“근데 이 녀석 보고 있으니까 왠지 그 얘기가 생각나네.”

그때, 봉식이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얘기?”

“인터넷에 누가 분신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 썼더니, 사실은 죽어라 일하고 있는 내가 분신이고 본체는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댓글 달리더라고. 그런데 이건 반대 아니야? 좀 재미있네.”

봉식이의 말에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고미, 혹시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 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

“우웅······. 했느니라.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것도 즐거우니 말이다.”

자, 잠깐······. 설마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싶다’는 욕망의 반영이······. 다웅이인 건가?

끝없이 펼쳐진 잿빛 사막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그, 그럼 저 녀석이 나 대신 노는 것이냐!? 내가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달은 고미가 억울하다는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외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다웅이는 여전히 시체처럼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이강혁의 품에 안겨 있었다.

대참사군.

원래 뭘 만들 때마다 의도와 약간(?) 다른 게 나오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 연출될 줄이야.

“다, 다시! 다시 만들겠다!”

고미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자신의 털을 쥐어뜯으며 말했다.

하지만 분노도 잠시, 새로운 분신을 만들려던 고미가 돌연 서글픈 표정으로 손을 멈췄다.

“흰둥이도, 점박이도······. 이 몸과는 다른 존재인 것이냐?”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생각도 있고, 감정도 있는 것이냐?”

“그렇지 않을까?”

고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치챈 나는 굳이 아무런 말도 보태지 않고 짤막한 대답만을 해주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왔는데······. 사라지면, 역시 서글프겠지?”

말을 마친 고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작업을 중단했다.

“어차피 새로운 분신을 만들 기력도 없구나······.”

참 여러모로 기특한 녀석이다.

생각하는 게 어쩜 이렇게 예쁜지, 우리 고미가 이렇게 착하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걱정하지 마. 그래도 놀러 다니는 건 너랑 할 거야. 물론 아웅이 다웅이도 가끔 데리고 다니겠지만. 게다가 다웅이는 어딜 데리고 가도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

놀러 다니자는 말에 조금 기력을 되찾은 고미가 주먹을 바르쥐며 외쳤다.

“그, 그렇지! 역시 노는 건 이 몸이다! 그것만큼은 점박이에게 양보할 수 없느니라!”

“게다가 백곰 선생님과 판다 선생님은 말도 하지 못하고, 곰 선생님보다 강력하지도 않으니 저희의 수업은 역시 곰 선생님이 해주시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강혁의 지원사격에 고미는 더더욱 흡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자해는 왜 했냐?”

고미의 기분이 조금 풀어진 듯 하자, 봉식이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질문을 던졌다.

“아, 해독 스킬 생겼거든. 고미 말로는 내가 만독불침이 될 수 있다길래 단계가 낮은 독부터 하나씩 저항력을 키워보려고.”

“그래도 갑자기 독침을 찌르면 어떻게 하느냐!”

고미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잔뜩 뺨을 부풀리며 외쳤다.

“괜찮아. 침에 찔린 것도 아웅이가 다 치료해줬고, 이것보다 빠른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고미, 나는 강해지고 싶어. 진심이야. 그리고 이게 가장 빨리 해독 스킬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잖아. 이렇게 해서 독 저항력이랑 회복력을 올려두면 나중에 진짜 위험할 때 반드시 도움이 될 거야.”

나의 단호한 태도에 고미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대신 천천히 안전한 독부터 시험해 보아야 한다.”

“걱정하지 마, 나도 위험한 건 싫으니까.”

“음, 저 독침 선인장의 독인가 뭔가 하는 것도 체험해 보게?”

봉식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야지. 아웅이, 이번에는 해독 스킬 쓰지 말아줘.”

-아, 아웅······.

말을 마친 나는 아웅이의 얼음 방패에 꽂힌 독침을 꺼내 손가락을 찔렀다.

그러자 전갈 독에 중독됐을 때보타 더 강한 현기증이 느껴지고, 팔다리가 저려오며 다시 스킬이 활성화됐다.

“우욱······.”

< 간 때문입니다(C)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 해독이 시작됩니다. >

< 독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

그렇게 수 분이 지나자, 천천히 마비가 풀리고 현기증과 구역질이 사라지며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 간 때문입니다(C)의 효과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

< D급 이하의 독에 대한 완벽한 면역을 획득했습니다. >

< C급의 독 중 일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후우······. 됐어. 이제 나가자.”

내가 멀쩡한 것을 확인한 고미는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고, 이후 우리는 그대로 던전을 빠져나왔다.

* * *

던전을 벗어나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아웅이와 다웅이가 사라지고, 고미의 털 뭉치만이 남았다.

“응? 고미? 왜 그래?”

“으음, 뭔가가 이상하구나. 흰둥이와 점박이를 더이상 유지할 수가 없다.”

“마력이 그렇게 많이 드는 거야?”

“아니다······. 그런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털만 가지고는 오랜 시간 흰둥이와 점박이를 유지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녀석들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구나.”

고미가 아웅이와 다웅이의 그릇인 털뭉치를 조심스럽게 주워 모으며 말했다.

“그럼 동이님한테 직접 조언을 구해볼까?”

알틴을 만든 건 동이님이니까,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도 동이님이겠지.

“으음, 그러자꾸나. 지금 상태로 흰둥이와 점박이를 다시 만들어 내려면 하루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다시 만들어 낸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 같고 말이지.”

그때, 때마침 한유진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하 씨, 인터뷰 끝났어요. 대충 원하는 분위기로 끝난 것 같아요.”

왠지 아쉽군. 이 사람한테 아웅이와 다웅이를 보여줬으면 거의 뒤로 넘어갈 정도로 좋아했을 텐데 말이지.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지금 당장은 좀 무리일 것 같아요. 이 인터뷰가 생각보다 파장이 커서, 지금 밖에서 만나면 사람들이 수하 씨를 의심할 것 같네요. 대신 유찬이가 고미님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니까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제르보나랑 유찬이 무서워서 저희 집 근처에는 기자들 못 오거든요.”

음, 드래곤이 경비를 서는 집이라······. 확실히 맨정신으로 파파라치 짓을 할만한 곳은 아니군.

드래곤의 안력과 청력이면 어지간한 상급 헌터들의 은신 스킬도 모두 간파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난 번에도 한유진 씨 집 주위가 그렇게 조용했던 건가.

“알겠어요. 그런데, 이강혁 씨랑 봉식이도 같이 가도 되나요?”

“네, 잘 됐네요. 마침 이강혁 씨에게도 할 얘기가 있었어요. 저희는 장 봐서 먼저 집에 가 있을게요. 조심해서 오세요.”

* * *

한유진의 집에 도착하자, 알틴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쏜살같이 날아왔다.

-삐이이!

알틴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고미의 뺨을 핥아댔고,

“후후, 이 몸이 보고 싶었느냐 작은 금동이!”

-삐이이!

고미 역시 알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 이분은 또 왜 이러고 있대.’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이유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미님! 제가 만든 요리를 대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기합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옷도 완전히 셰프들이 입는 디자인.

색이 흰색이 아니라 까만 색이기는 한데······.

그래도 너무 본격적인 거 아니냐?

“저 얼간이는 놔두고 와서 편하게 앉으시죠.”

제르보나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음료와 에피타이저를 세팅해 둔 테라스로 우리를 안내했다.

“고미님!”

“후후, 삼룡 어멈. 이 몸을 맞을 준비를 아주 잘해두었구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할 얘기라는 게 뭐죠?”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커피를 들이켜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인터뷰 뒤에 나온 ‘할 얘기’가 무엇일지 적잖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끝나자마자 문경준이랑 노인국에게 전화가 왔어요. 저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수하 씨 계산이 맞아떨어진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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