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4화 (84/300)

EP.84 1가정 1고미의 시대는 오는가

< 긴급 퀘스트 발생 : 고미를 도와줘! (3) >

- 고미의 새로운 스킬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채워 고미가 새로운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달성 조건 >

일주일 이내로 고미의 고민을 해결해 주세요. (남은 시간 : 6일 23시간 59분 )

< 달성 보상 >

- 능력치 강화 (+10), 스킬 강화 (+3)

- 칭호 효과 강화 : 위대한 고미님의 첫 번째 조력자 (F -> E)

고미가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는 데 실패하자. 시스템이 곧바로 퀘스트를 보내왔다.

능력치 포인트도 스킬 포인트도 평소보다 많고, 제한 시간이 일주일이나 된다.

‘그만큼 난이도가 있는 퀘스트라는 건가?’

거기다 고미가 가진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소리인데······. 대체 뭐가 더 필요한 걸까?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가설생성의 출발점은 언제나 관찰과 데이터 수집이니까.

지금 고미의 눈앞에는 수정을 가루로 빻아 만든 것 같은 반짝이는 가루들이 동그란 구체의 형태로 모여 떠 있었다.

아마 그것들을 모아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데, 정확히 뭘 만들려고 했던 것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고미, 뭘 만들고 싶었던 거야?”

봉식이가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신기하다는 듯 쿡쿡 찔러보며 물었다.

단순한 빛이 아니라 뭔가 질량이 있는 물체인 건가?

“으음, 이 몸의 부하를 만들려던 것이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부하를 ‘만든다’고? 그런 게 가능한 건가?

“이강혁 씨, 혹시 이런 스킬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요?”

스킬에 대한 지식의 양으로는 고미 다음으로 많은 게 이강혁이다. 물론 지식의 총량으로는 고미가 더 많겠지만, 녀석이 모르는 걸 이강혁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아니요. 처음 들어봅니다. 비슷한 스킬이라면 몇 개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비슷한 스킬이요?”

“네크로맨서라면 부하를 만들 수 있기는 하죠.”

확실히 비슷은 하다.

하지만 네크로맨시는 죽은 것을 되살리거나, 시체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어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고미가 말한 부하를 ‘만든다’는 개념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고미가 그런 스킬을 쓸 것 같지도 않고.

“이 몸은 그런 부정한 술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고미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요?”

“그나마 비슷한 건 분신술이겠죠. 하지만 제약이 너무 많아서 신기하기만 할 뿐, 정보 수집 외의 용도로는 썩 쓸만한 스킬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분신술이라··· 아무래도 이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 것 같군.

아웅다웅(兒熊多熊)에서 다웅은 여러 마리의 곰을 의미하니까··· 확실히 분신술을 연상시키는 스킬명이다.

그때, 고미가 곧장 손을 모아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만들어냈다.

“이런 잔재주는 이미 할 수 있다.”

뭐, 뭐야. 분신술은 이미 할 줄 아는 거였어?

봉식이와 이강혁도 나만큼이나 놀랐는지 입만 벙긋거리며 고미의 분신을 바라봤다.

고미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고미(2)가 가볍게 텀블링을 하고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 몸이 만들고 싶은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이런 분신은 멀리 떨어지면 아무런 쓸모도 없고, 이 몸의 명령이 없으면 텅 빈 껍데기나 다름이 없다.”

좋아, 그러니까, 분신술에 가깝지만, 단순한 분신술이 아니다 이거지.

“고미, 혹시 새로운 스킬이 생기기 전에 무슨 생각 했어? 기분은?”

시스템 창에는 분명 ‘아웅다웅’이 고미가 느낀 새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거라고 쓰여 있었다.

즉, 고미의 ‘기분’이나 ‘생각’이 이 스킬의 기원이 됐을 것이 분명했다.

“너희들과 놀고 싶기도 하고, 던전이나 게이트도 파괴해야 하고, 엄마 아빠도 지켜야 하는데······. 이 몸은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서 이 몸과 비슷한 존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 왠지 대학원 시절에 분신을 만들어 한 명에게는 논문 작성을, 한 명에게는 실습을 맡기고 나는 하루만 푹 자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떠오르는군.

어쨌든, ‘아웅다웅’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분신을 만들어내는 스킬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 내······.’

그렇게 진짜 살아있는 생명에 가까운 것을 스킬로 ‘창조’하는 게 가능하다면, 초월자들은 굳이 빙의체에 강림하거나 사도를 두지 않고 직접 자신의 수족이 될 생명체를 만들었겠지.

하지만, 시스템은 분명히 고미에게 새 스킬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미도 그렇게 느꼈고.

그러니까 뭔가가 부족할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소리.

무엇보다 시스템은 한 번도 ‘불가능’한 퀘스트는 주지 않았다. 언제나 시기적절하게 적절한 퀘스트를 내려주었고, 주위를 잘 둘러보면 해결의 단서가 놓여 있었다.

‘그럼 이번에도 주변에 단서가 있는 건가?’

- 삐이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을 때, 문득 자그마한 날개를 파닥거리던 골드 드래곤의 모습이 떠올랐다.

「 알틴은 동이님의 자식인 건가요? 」

「 아뇨, 마일로스트님의 마력에서 생겨난 생명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이어서 한유진과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알틴은 분명히 동이의 마력에서 비롯된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동이와는 별개의 존재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고미가 원하는 거랑 비슷해.’

“고미! 너와 동이님 중에 누가 더 강해?”

“흥!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느냐! 이 몸이 더 약했다면 어찌 동이를 도와주었겠느냐?”

“아니, 예전에 말고, 지금.”

“동이도 제법 쓸만해 졌지만, 지금도 이 몸이 몇 배는 더 강하다!”

“마력도 네가 더 강해?”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역시. 그렇다면 생명이 담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고미의 마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문제는 ‘방법’에 있는 거다.

“고미, 잠깐만 기다려. 던전 밖에 나갔다 올게. 방법이 있을 것 같아.”

* * *

이후 나는 던전 밖으로 나가 한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던전 안은 통화권 이탈이거든.

“한유진 씨, 고미가 무언가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는데, 알틴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제르보나 입니다. 지금 유진은 인터뷰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 벌써 인터뷰 중이구나. 저쪽도 바쁘군.

“아, 감사합니다. 그럼 설명을 좀 부탁드릴게요.”

제르보나의 설명에 따르면, 알틴은 동이가 가장 아끼던 부하이자 친우였던 골드 드래곤의 영혼과 알틴의 마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존재라고 했다.

“주군께서는 부서진 영혼을 모아 마력으로 만든 육체에 집어넣으셨죠. 하지만 영혼과 육체의 균형이 맞지 않아 텅 빈 껍데기에 가까웠고, 그나마도 마력이 천천히 흩어져 곧 소멸할 운명이었죠. 그래서 마력을 붙들어두기 위해 자신의 뿔을 잘라 알틴에게 붙여 주었습니다.”

순간 동이의 머리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뿔이 붙어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 뿔이 알틴을 만들기 위해 잘라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구나.

어쨌든, 지금 고미의 능력으로도 육체를 만드는 것은 가능해 보였다.

그러니까 분신술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럼 영혼과 마력을 붙들어두기 위한 ‘뿔’에 해당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건가?

“일단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던전안으로 들어가 제르보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자, 고미는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돌연 자신의 머리털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고, 고미?”

“이것으로 해보자꾸나. 이 몸의 털은 그 하나하나가 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니 말이다.”

음, 생각해 보니 전에도 ‘웅기조식’에 기를 담아서 봉식이를 깨웠었지.

단순한 털 침이 아니라, 자기의 기를 담는 그릇으로도 쓸 수 있어서 그랬던 건가?

“동이의 뿔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 털이면 새로운 분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래도 좀 많은 것 같은데.

웅기조식을 쓸 때도 그렇고, 저렇게 막 쥐어뜯어도 땜빵이 안 생기는 걸 보면 털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머리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축복과도 같은 능력이겠군.

“자, 그럼 시작하겠다.”

고미가 한주먹이나 되는 털을 빛 덩어리 중심에 그것을 던져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채 한참 동안 무언가 알 수 없는 주문 을 중얼거렸고,

“됐다! 드디어 이 몸의 분신이 만들어진 것 같구나.”

마침내 빛 덩어리에서 고미의 ‘첫 번째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 끼잉.

“으음, 뭔가 곰 선생님과 비슷한데······.”

“생긴 게 조금 다르네. 색도 다르고.”

이강혁과 봉식이가 눈앞의 백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말대로, 고미의 분신은 본체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생김새나 색깔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귀엽다는 면에서는 역시 고미의 분신다운 막강한 귀여움을 자랑했지만, 좀 더 강직한 느낌의 귀염둥이랄까.

“으음, 역시 털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자신이 만들어 낸 백곰을 바라보던 고미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최대한 노력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이 담기지 않는다.”

- 끼잉?

‘백곰’은 고미의 그 말에 서운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더니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손에서 커다란 얼음을 뿜어냈다.

“그래도 단순한 분신과는 달리 이 몸의 권능을 약간은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구나.”

고미의 말에 백곰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넙죽 절을 올렸다.

“후훗, 제법 예의를 아는 녀석이구나. 마음에 든다.”

고미에게 절을 올린 백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나와 이강혁, 봉식이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음, 고미에게는 절, 우리에게는 고개를 숙여 인사라, 상하 관계가 확실한 녀석이군.

게다가 자세를 보면 고미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고미는 평소에도 조금 건방진 구석이 있지만, 이 녀석은 지나칠 정도로 꼿꼿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해야 하나.

인사를 올리는 자세만 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절도가 철철 넘쳐흐른다.

고미의 ‘일부’를 본따 만들어진 거라면······.

‘예의 바르고 신의를 아는 곰’이라는 특징이 강하게 반영된 녀석인 걸까?

“으음······. 수하,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이 좋겠느냐?”

고미의 질문에 백곰은 군인처럼 완벽하게 각이 잡힌 자세로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백곰 선생님은 어떻습니까?”

음, 이강혁 씨는 역시 농담이나 드립에는 소질이 없군.

“백설기?”

봉식이의 말에 고미와 하얀 고미가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부끄러운 자식. 창의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군.

그때, 백곰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 아, 아웅!

“아웅이?”

- 아웅!

“네 이름이 아웅이라는 거야?”

나의 질문에 백곰은 훈련소의 조교처럼 각잡힌 자세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웅!

······.

설마 스킬 이름이 아웅다웅(兒熊多熊)이 아니라, ‘아웅이’와 ‘다웅이’였던 거냐.

“고미, 혹시 아웅이 말고 한 명 더 만들 수 있어?”

“우웃, 어떻게 알았느냐? 생각보다 기력이 많이 필요해 딱 한 명 정도만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래, 그럼 걔는 ‘다웅’하고 울겠네······.

이 답도 없는 개그를 뭐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

백곰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하네.

지금까지 고미가 보여준 색이 검은색, 초콜릿색, 흰색이니까 흑곰이나 반달곰이라도 튀어나오려나.

“그럼 나머지 하나도 만들어 보겠다!”

말을 마친 고미는 열심히 털을 뜯어 또 하나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지친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미의 두 번째 분신 ‘다웅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이 녀석은 상태가 왜 이래.’

심지어 고미마저 어이가 없다는 듯 녀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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