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3화 (83/300)

EP.83 갓-고미님의 신기술 시연

< 고미에게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

< 아웅다웅(兒熊多熊) (Gomi) >

- 위대한 곰이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만들어진 권능입니다.

- ???

아웅다웅? 아옹다옹 아닌가? 그리고 이게 한자어였어?

[ 우웃, 수하,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구나. ]

뭐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힘이라니.

설마 왼팔에서 검은 용이 날뛴다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 지금 당장 이곳에서 이 새로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

“아, 안 돼 고미!”

순간 히드라를 잡을 때 고미가 보여주었던 무지막지한 기술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슨 기술을 쓰든, 여기서 고미가 힘을 사용하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 하, 하지만······. 무언가가 내 몸속에서 날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다! 이 기운을 빨리 시험해 보고 싶다! ]

“여기서는 안 돼! 내일, 내일 이강혁 씨나 한유진 씨한테 부탁해서 던전에 들어가자. 거기서 해보는 거야.”

[ 우우웅······. ]

내일까지 기다리라는 말에 고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가볍게 씰룩였다.

“조금만 참아. 응?”

[ 우우······. 알겠다. 대신 내일 반드시 시험해 보게 해주어야 한다. ]

다행히도 고미는 자신의 몸 안에서 날뛰는 흑염룡을 함부로 풀어두지 않는 훌륭하고, 자제력이 있는 곰이었다.

이후 우리는 일단 집으로 돌아갔고, 고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투정 한번 없이 통통히 부풀어 오른 배를 긁으며 꿀잠을 잤다.

실컷 울고 나면 잠이 잘 오던데, 고미도 그런 걸까.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이강혁과 한유진이 있는 ‘웅톡방’ 아니,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겠군.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 죄송한데 혹시 개방형 던전 하나만 급하게 이용 가능할까요? 등급은 상관없지만, 최대한 넓은 곳으로요. 독 속성 몬스터가 있으면 더 좋고요.

└ 삼룡 어멈 : 저는 오늘 인터뷰를 잡아놔서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 허수아비 : 그럼 제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삼룡 어멈 : 아 참,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요?

└ 용왕에 길드장 직속으로 새로운 길드원이 영입된 거로 하죠. 강한 길드원들이 들어왔으니 우리는 계속 독자 노선으로 가겠다. 이런 느낌을 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 삼룡 어멈 : 그런 거 하면 저 나댄다고 또 욕먹을 텐데. 대신 나중에 고미님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게 해주세요.

└ 죄송해요. 지금 그 역할을 맡아주실 게 유진 씨뿐이라······. 맛있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 삼룡 어멈 : 아싸! 걱정 마세요. 금방 처리하고 고미님 만나러 갈게요!

그렇게 대화를 마쳤을 무렵,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어났고,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일을 구하러 갈 필요는 없지만, 장사 준비를 하려면 나름대로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부모님은 아침을 먹자마자 또다시 집을 나섰다.

“수하, 던전은 구했느냐?”

아침 식사를 마친 고미가 두 눈을 의욕으로 활활 불태우며 물었다.

이 녀석이 먹을 거 외에 이렇게 의욕을 보이는 건 처음이군.

특히 자기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특별히 더 강해질 필요를 못 느껴서인지, 상당히 심드렁했는데 말이지.

“던전? 왜?”

고미가 먼저 던전 이야기를 꺼내자, 봉식이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미한테 새 스킬이 생겼어.”

“새 스킬?”

봉식이의 얼굴에는 ‘고미에게 그런 게 필요해?’라고 쓰여있는 듯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굳이 새로운 능력이 없어도 이미 슈퍼 먼치킨이니까.

“후훗, 그렇다. 놀랍지 않느냐? 지금도 위대하지만, 얼마나 더 위대해질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구나.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 얼마 만인지······. 한시라도 빨리 이 몸의 새로운 힘을 확인하고 싶다!”

음,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썩은 물이 신규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기분 같은 건가.

청심환은 이미 가지고 있던 능력을 응용하는 거였지만, 이건 자기도 정체를 모르는 미지의 능력이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도 무슨 능력이 생겼는지 궁금하니, 빨리 던전이 잡혔으면 좋겠군.

일단 그전까지는 고미의 관심을 끌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럼 그사이에 영화나 한 편 볼까?”

“호오, 영화 말이냐!? 좋다. 스틸 맨 같은 영웅이 나오는 것이면 좋겠구나.”

역시 고미의 취향은 슈퍼 히어로물이군.

스틸 맨이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까, 스틸 맨 2를 볼까······.

순서로 따지면 쏘르와 스틸 맨 2를 먼저 보는 게 좋겠지만, 재미로 치면 역시 리벤져스가 나을 텐데······.

“음, 고미. 스틸 맨이 나오는 영화가 있고, 스틸 맨과 동료들이 같이 나오는 영화 중에 뭐가 더 마음에 들어?”

“호오, 스틸 맨에게도 친구가 있는 것이냐?”

고미는 스틸 맨이 혼자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나오는 것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럼 먼저 리벤져스를 보고, 흥미가 생기면 다른 걸 보는 게 좋겠군.

“그럼 일단 팝콘부터 사자.”

“팝콘? 그것은 무엇이냐?”

“음, 영화를 볼 때 꼭 먹어야 하는 거야.”

봉식이의 말에 고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지난번에는 치킨을 먹지 않았느냐?”

“아침에는 치킨을 파는 곳도 없고, 영화관이라는 곳에 가면 이 팝콘이라는 거하고 같이 콜라를 먹거든.”

“영화관?”

이름에서 뭔가 느낌이 왔는지, 고미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엄청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집에서 보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커.”

백 배라는 말에 고미의 입보다 꼬리가 먼저 ‘가자’라고 말했다.

무조건 큰 게 좋다는 고미의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큰 화면에서 보는 게 제맛이긴 하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영화관에 가면 이강혁 씨랑 연락이 안 될 테니까.

“영화관에 가면 전화를 못 해서, 이강혁 씨 연락을 못 받아. 그럼 던전을 못 갈 수도 있어.”

던전에 갈 수 없다는 말에 고미는 턱을 괸 채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구나. 오늘은 작은 티비로 만족하겠다.”

“그래, 다음에는 꼭 영화관에 가서 보자.”

대화를 마친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가 팝콘과 콜라는 물론이고 치즈 소스가 듬뿍 들어간 나초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자······.

아삭, 아삭, 아삭.

아삭, 아삭, 아삭.

고미는 캐러멜 팝콘을 계속해서 입안에 털어 넣으며 열심히 영화를 감상했다.

“호오, 이 팝콘이라는 것은 아주 맛이 괜찮구나.”

캐러멜 팝콘의 달달한 맛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고미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소파에 앉아 열심히 리벤져스를 감상했다.

그리고 콜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우웃!”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온몸을 움찔거리다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손에 들린 콜라를 바라보았다.

그 귀여운 반응에 봉식이와 나는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이, 이것은 대체 무엇이냐? 굉장한 맛이구나.”

생각해 보니 탄산음료도 먹어본 적이 없구나.

이것도 많이 사 오길 잘했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전투 장면에서 고미는 팝콘과 콜라를 먹는 것마저 잊은 채 홀린 듯이 화면을 바라봤고, 영화가 끝나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솜방망이 같은 두 개의 손을 두드려 화면 속 영웅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후, 훌륭하다! 훌륭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그렇다! 특히 약한 녀석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쓰러뜨린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구나! 너와 봉식이, 허수아비와 삼룡어멈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으음······. 곰벤져스 출범인가.

그나저나, 고미 눈에는 저 정도도 ‘약한 녀석들’이구나.

“영화를 보고 깨달은 점은 없어?”

나의 질문에 고미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쉽게도 없구나. 저 녀석들은 너무 약하다. 하지만 방패는 제법 쓸만한 것 같더구나. 지난번 던전에서 무기가 부서졌으니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하냐? 망치도 마음에 들지만, 너에게는 검이 맞으니, 아쉽지만 검으로 하자꾸나.”

고미의 말대로 찐빵에도 금이 갔고, 핵 빠따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으니, 무기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지난번 S급 던전에서 챙긴 마정석이나 재료도 몇 개 있고, 새롭게 실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 던전 안에 들어가서 새 무기를 만드는 게 좋겠군.

“그 새로운 기술이 뭔데? 왜 갑자기 생긴 건데?”

남은 팝콘을 씹으며 감상평을 듣고 있던 봉식이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 게 있어. 몰라도 돼.”

하고 답하며 고미를 바라보자, 녀석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는 같이 만들어 볼까?”

“후훗, 그렇구나. 네 능력이라면 틀림없이 이 몸과 함께 위대한 걸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뭐야, 공동 제작? 그런 것도 가능했어?”

이어지는 우리의 대화에 봉식이는 뭔가 소외감을 느낀 듯 팝콘을 씹던 입을 멈추고 질문을 던져댔다.

“아 뭐야 궁금하게! 나도 알려줘! 그 오늘 시험해 본다는 신기술도 지난번처럼 영화를 보고 생긴 거야? 아니지, 방금 영화를 보고는 깨달은 게 없다며?”

별것 아닌 이야기도 비밀이라고 하면 괜히 궁금해진다는 법칙은 봉식이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고,

“후훗, 어떠냐? 알고 싶으냐?”

“응!”

“알려줄 수 없다. 이것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라.”

고미는 자기보다 서너 배는 큰 봉식이를 놀려대며 깔깔대고 즐거워했다.

그렇게 우리 셋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마침내 이강혁 씨에게 연락이 왔다.

“아, 수하 씨. 최대한 가까운 곳에 독 몬스터가 있는 C급 던전 하나를 수배해 놨습니다.”

“오오, 허수아비! 고맙구나! 어서 이 몸을 데리러 오거라!”

“엇, 오늘 던전을 수배해달라고 부탁하신 것이 곰 선생님이셨습니까?”

“그렇다!”

“기분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군요. 얼른 모시러 가겠습니다.”

역시 광신도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 고미의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이 좋다는 걸 알아차리다니.

* * *

이후 우리는 헬기를 타고 이강혁 씨가 수배한 경기도 인근의 C급 던전으로 향했고, 망설임 없이 던전 안으로 진입했다.

<< 잿빛 사막 >>

< 몬스터 등급 C ~ C+ >

< 클리어 조건 >

광활한 사막의 유일한 오아시스를 오염시키고 있는 ‘오아시스의 주인’을 처치하세요.

< 클리어 보상 >

‘???’의 단단한 갑각, 신성한 오아시스의 축복.

우리의 발아래에는 어두운 잿빛 모래로 이루어진 사구(沙丘)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고, 머리 위에는 쇳덩이처럼 차가운 빛을 발하는 커다란 회색 구체 하나와, 작열하는 태양 하나가 떠 있었다.

“자, 그럼 고미. 네 기술부터 시험해보자.”

무기도 만들고, 몬스터도 좀 잡아보고 싶고, 내 새로운 스킬도 시험해 보고 싶고, 이것저것 해볼 일이 많지만, 역시 시작은 고미의 신기술 테스트지.

“후훗, 좋다!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고미는 즉시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사방으로 별처럼 반짝이는 무언가를 뿌려댔다.

이윽고 그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며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나와 봉식이, 이강혁 세 사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은 채 무엇이 나올지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고, 고미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으음······. 수하,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완성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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