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1화 (81/300)

EP.81 진실을 말할 타이밍

두 번째 퀘스트의 보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얻어본 적이 없는 ‘버프’ 스킬이었다.

< 달성 보상 >

- 특수 스킬 ‘나눠 먹기’가 추가되었습니다.

- 나눠 먹기 (Gomi) : 진짜 친구라면, 좋은 것은 나눠 먹어야 합니다. 이제부터 마력을 소모해 ‘웅왕청심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청심환의 효과는 버프 대상의 등급과 시전자의 마력 수준에 비례합니다.

구체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지만, 청심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젤리 원자로 군단이 탄생하는 건가······.’

특히 S급인 이강혁이나 한유진에게 먹인다면, 그 효과는 나나 봉식이가 청심환을 먹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거다.

문제는 마력에는 스탯을 전혀 투자하지 않은 탓에 내 마력이 너무 낮다는 것.

‘아무리 그래도 마력 6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 이제부터는 마력도 올려야 하나.’

이어서 나는 세 번째 퀘스트를 확인했다.

<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

고미는 친구가 적습니다. 고미의 친구들이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달성 조건 >

1. 고미의 친구들을 화해시키기.

2. 고미의 친구들과 함께 밥 먹기.

< 달성 보상 >

- 특수 스킬 ‘친구들과 웅기종기’가 추가되었습니다.

- 친구들과 웅기종기 (Gomi) : 이제 당신은 ‘웅톡방’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웅톡방에 참가하려면 고미의 ‘친구’나 ‘가족’이어야 합니다. 웅톡방에 참가한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 내에 있을 때 마음으로 대화가 가능합니다.

······.

하아, 웅기종기는 뭐냐 웅기종기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 던지는 거냐.

어쨌든, 두 가지 스킬을 통해 시스템의 요구사항에 또렷한 방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리해 보자. 첫 번째, 고미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두 번째, 나 뿐만 아니라 고미의 주변인들도 강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이강혁이 회귀하기 전 세상과는 조금 다른 루트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산신령은 지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월자의 가짜 빙의체가 나타났다.

히드라 던전은 1년이나 일찍, 전혀 다른 곳에서 생성됐고, 초월자들은 모종의 거래를 하거나 동맹을 맺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고미의 친구들을 성장시키려는 이유라면······.

‘설마, 고미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는 건가?’

고미의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나를 강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 이런 스킬을 줄 이유가 없다.

특히 평소처럼 스킬을 고르게 하는 게 아니라, 지정해서 준 스킬이 ‘버프’와 ‘웅톡방’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혼자서는 안 된다. 동료를 만들고, 함께 강해져라.’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통화를 마친 고미가 아장아장 걸어와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후훗, 엄마가 갈비라는 것을 해주겠다고 하는구나! 틀림없이 굉장한 맛이겠지? ]

신이 나서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봉식이의 ‘작은 버스’를 기다리는 고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상황을 분석해보면, 강해져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미에게 말하지 않고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게 가능은 할까?

나에게 주어지는 능력은 점점 더 다양하고, 독특해지고 있다. 게다가 ‘웅톡방’이나 ‘나눠 먹기’는 고미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그런 능력이 ‘뿅’하고 생긴다면, 고미도 ‘오오! 굉장하구나!’ 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아닌가······. 이 녀석이라면 그냥 넘어갈지도······.’

확신은 못 하겠군.

[ 내일은 무엇을 하고 놀 것이냐? 또 던전에 가는 것이냐? 아니면 악당들을 혼내줄 것이냐? ]

하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미를 보니, 들키고 말고를 떠나 더이상 이 문제를 뒤로 미뤄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 생각을 좀 정리해 보고, 얘기를 하는 거야.

어차피 언젠가는 하기로 한 얘기잖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한 뒤 싱긋 웃으며 고미의 말에 대답했다.

“글쎄, 이강혁 씨랑 한유진 씨가 뭔가 새로운 걸 알아내기 전까지는 실컷 놀러 다닐까?”

[ 호오, 무엇을 하고 놀 것이냐? ]

‘논다’는 말에 고미는 기대감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같이 산책도 가고,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할 수 있는 건 엄청 많지.”

[ 후훗! 같이 놀 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다! ]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을 무렵, 봉식이의 SUV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야, 벌써 난리 났던데. 한국 최단 시간 S급 던전 공략이란다.”

차에 올라타 문을 닫기 무섭게 봉식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훗, 위대한 이 몸이 직접 나섰으니 당연한 것이 아니냐!”

“나도 S급 던전 구경 좀 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다음에는 너도 함께 데리고 가주마!”

그렇게 집에 가는 내내 고미는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봉식이는 시종일관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 *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고, 식탁 위에는 갈비와 쌈 야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기 전에 산책이라도 하면서 소화라도 시키고 오길 잘했다.

“호오, 오늘은 뭔가 평소와 다르구나!”

신기하다는 듯 식탁을 빤히 들여다보던 고미는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 손발을 씻고 나왔다.

오늘 저녁은 테이블이 아니라 좌식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고기를 굽기에는 이게 더 편하니까.

“오늘 우리 고미랑 아들이 힘든 일 하고 온 것 같아서 든든하게 먹으라고 엄마가 준비 좀 했지.”

어머니가 웃는 듯 마는 듯 애매한 표정으로 휴대용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여전히 걱정은 하시는 듯하지만, 이전처럼 헌터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는 하지 않으실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갈비를 준비하고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한 것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을 누르려 몸을 움직이신 거겠지.

수능 날, 나와 봉식이가 군대에 갔을 때, 그 외에도 걱정되는 일이 있으실 때마다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은 어머니의 오랜 습관 중 하나니까.

아니나 다를까, 주위를 둘러보니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집 안 전체가 먼지 한 톨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반면 아버지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연신 웃음을 짓고 있었다.

“우리 아들들이 이번에 한국 신기록 세웠다던데? 그래, 보스 몬스터는 어떤 거였어?”

“후후, 머리 아홉 달린 뱀이었느니라. 본래 이 몸이라면 한방에 끝장을 낼 수 있지만, 수하와 다른 녀석들에게 그런 괴수를 상대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힘을 아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고미의 말투는 어린이집 달리기 대회에서 일등을 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이의 그것처럼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초롱초롱한 눈빛, 쫑긋선 두 귀에 천천히 돌아가는 꼬리까지.

어서 칭찬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은 몸짓이군.

“역시 우리 막내는 굉장하네! 정의의 히어로라 정체를 숨겨야 하는 것만 아니면 이 아빠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자랑할 텐데 말이야.”

‘음, 기왕 허락(?)을 했으니 최대한 고미의 기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한 모양이군.’

확실히 아버지 캐릭터라면 이쪽이 더 맞지.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아 낸(?) 고미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꼬리를 뱅뱅 돌리며 어머니 쪽을 바라봤다.

“음, 고미가 엄청 강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돼요. 그리고 이런 건 엄마 아빠한테 보내지 말고, 던전 들어간 사람들이 써야지.”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미에게 꿀 색 스카프를 돌려주며 말했다.

“후훗, 괜찮다! 이 몸은 그런 것이 없어도 천하무적이니라! 앞으로 위험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그것을 보낼 것이다! 그것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다치지 않을 것이다.”

“어쩜 이렇게 착한 애기가 우리 집으로 왔을까?”

고미에게 턱받이를 둘러주는 어머니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에헴!”

다시 황금색 스카프, 아니, 턱받이를 목에 두른 고미는 흡족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던전 일로 엄마에게 칭찬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착하다는 말을 들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첫 번째 고기가 달달한 향기를 내며 노릇하게 익자, 어머니는 그것을 먹기 좋게 잘라 고미에게 쌈을 싸주었다.

“자, 그럼 우리 막내부터 한입.”

고미는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덥석 집어삼켰고,

“우, 우웃! 개, 갱장하다! 고기잉데 어째서 담마시 나는 거시냐!”

상추쌈을 다 씹기도 전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고미에게 가장 맛있는 고기는 갈비였군.

단맛 중독자다운 선택이다.

커다란 상추쌈으로 인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두 뺨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한편, 봉식이는 쌈을 싸지 않고 고기에 생마늘만 쌈장에 찍어 고봉밥을 퍼먹고 있었다.

상추쌈을 먹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미는 봉식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 보고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켁’하고 기침을 해댔다.

“콜록! 보, 봉식이는 왜 이런 것을 먹는 것이냐?”

음, 아직 생마늘은 어려운 모양이군.

확실히 난이도가 있는 메뉴이기는 하지.

“응? 왜? 맛있지 않아? 한국인은 역시 마늘이지.”

봉식이가 또다시 고기와 마늘을 집으며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고미의 동공이 격렬하게 지진을 일으켰다.

“이, 이것이 마늘이란 말이냐!”

“응.”

봉식이의 짤막한 답에 고미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자신의 배를 내려다 보았다.

“크, 큰일이다! 어, 어서 이것을 뱉어야 한다!”

응?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마, 마늘을 먹으면! 인간이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

이건 또 무슨 소리래.

“고미, 그게 무슨 소리야?”

“우, 웅녀는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지 않았더냐!”

뭐, 설화 상으로는 그렇지. 실제로 그럴 리는 없지만.

“마늘을 먹으면 천천히 힘이 약해지다가, 결국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고미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러댔지만, 나는 단 1%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미, 그거 확실한 거야?”

“그, 그렇다!”

“그럼 지금까지 힘이 약해진다거나,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 있어?”

“아, 아직은 없다! 하지만 마늘을 먹었으니 틀림없이······.”

“마늘을 먹어본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마늘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음,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김치볶음밥에도, 김치찌개에도 마늘이 들어가. 닭도리탕에도 다진 마늘 들어가고.”

아니, 애초에 한국 음식에 마늘이 안 들어가는 음식이 더 적지. 여태까지도 실컷 먹었고.

즉, 고미가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될 확률은, 제로다.

“······.”

순간 호들갑을 피우던 고미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흐, 흐흠. 그렇군. 여, 역시, 이 몸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낱 음식 따위가 위대한 이 몸에게서 힘을 빼앗아 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어쨌든 마늘 소동(?)으로 저녁 식사의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고, 어머니의 얼굴에서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사라졌다.

'집안에 늦둥이가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 나는 고미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고미가 상처 받으면 어쩌지?’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고미가 스스로 진실을 알게 되면, 그때는 진실을 말해도 늦을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냐 이상으로 중요한 건, 그 진실이 ‘언제, 어떻게’ 밝혀지느냐 하는 문제다. 먼저 말하면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지만, 상대가 먼저 알고 말을 하면 그건 '변명'으로 변하니까.

[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이냐?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구나. ]

고미의 말에 나는 용기를 내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고미, 너한테 꼭 말해줘야 할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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