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80화 (80/300)

EP.80 공식 화해요원, 김수하입니다

뭐야, 뭔데 S급 던전을 깼을 때도 안 뜨던 퀘스트 완료가 세 개나 떠.

늘 그랬지만, 워낙 뜬금없이 메시지가 뜨니 괜히 더 호기심이 생긴다.

어디 한 번 볼까?

< 보상을 선택해 주십시오. >

< 고미에게 새 친구를 만들어 줘 (2) (완) >

고미는 친구가 너무 적습니다. 외로운 고미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주세요.

음, 이건 뭔지 알 것 같다.

전에는 친구가 ‘없습니다’였는데, ‘적습니다’로 바뀌었군.

< 달성 조건 >

1. 고미와 새 친구가 서로 호감을 느낄 것.

2. 고미가 친구에게 먹을 것을 나눠줄 것.

< 달성 보상 >

새로운 친구의 스킬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획득 스킬 : 위대한 마법사의 후예 (F)

당신은 위대한 마법사의 힘을 이어받았습니다. 마력이 5% 증가하고, 모든 마법의 효과가 1% 증가합니다.

역시, 오징어 튀김 나눠줄 때 퀘스트 메시지가 안 뜨는 게 이상하다 했다.

그런데, 좀 애매하다.

마법사에게는 좋은 스킬이지만, 난 마력도 없고 마법 스킬도 없으니, 요리 도구는 있는데 요리 재료가 없는 느낌이랄까.

‘이게 한유진의 넘치는 마력의 비밀이었구나. F급일 때 5%, 1% 라니, S급이 되면 대체 보정치가 몇 퍼센트나 되는 거야.’

다른 퀘스트의 보상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더이상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동맹이라니요?”

이강혁이 전에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말 그대로예요.”

한유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김춘식이 나한테 거래를 요청했을 때, 넘겨달라는 아이템이 뭐였는 줄 알아요?”

궁금하게 왜 의문형으로 끝내고 그러냐.

“뭔데요?”

나의 질문에 한유진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부패한 사제의 해골이었어요.”

“그건······. 흑마법사용 아이템 아닙니까?”

이강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잠깐, 패왕의 간부가, 흑마법사용 아이템을 구하려고 길드장을 배신했다고?

“하지만 패왕 길드는 무신을 후원자로 두고 있지 않아요?”

“저도 그게 재미있어서 문경준을 찾아가서 찔러봤죠. 그런데, 김춘식이 저에게 클리어해달라고 부탁했던 던전에 문경준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노리고 있는 건 똑같은 아이템이었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무신이 내린 임무를 김춘식이 중간에서 가로채려고 했다?”

“정답.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한유진은 나를 쳐다보며 생긋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길드장을 배신할 정도의 일이라면, 그 보상이 절대 작은 건 아니었을 테고요.”

이강혁이 그렇게 덧붙이자, 한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무신이 무슨 권능을 내려준다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템을 구해서, 노인국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는 거예요.”

“무신이, 자신의 사도 후보도 아닌 흑암의 지배자의 사도 후보를 위한 아이템을 가져다주라고 명령했다. 그것도 패왕 길드의 권력 구도가 바뀔만한 보상을 걸고. 요약하면, 그런 이야기인가요?”

“네.”

확실히, 이 정도 건이면 두 초월자가 손을 잡았다고 볼 수 있겠군. 한낱 사도 후보인 노인국이, 자신의 후원자도 아닌 다른 초월자에게 아이템을 구해다 달라는 요구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건······. 상황이 꽤 심각하군요.”

이강혁이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왜 무신이 흑암의 지배자와 손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흑암의 지배자야 중2병 걸린 놈처럼 모든 것을 암흑으로 돌리겠다고 설쳐대는 미치광이고, 무신은 단순히 무의 극치를 보고 싶다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는 초월자인데 말이죠.”

두 사람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무신과 흑암의 지배자는 확실히 적이라는 소리였다. 거기에 황금의 군주는 인간을 노예로 삼으려고 한다고 했으니까, 적어도 초월자 중 셋은 적이라는 소리인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할까요?”

이강혁과 한유진이 나란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저요? 이 사람들이······.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그, 글쎄요. 이런 문제는 두 분이 처리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고······.”

“저는 수하 씨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초월자들이 나선다면 결국 곰 선생님의 힘이 필요할 텐데, 곰 선생님께서는 수하 씨를 저희의 리더로 정하지 않았습니까?”

네? 언제요? 하고 되물으려는 찰나,

알틴과 떡꼬치를 나눠 먹던 고미가 나의 어깨 위로 폴짝 올라탔다.

“그렇지. 그러니 네가 결정하거라.”

너까지 왜 이러는 건데······.

이어서 한유진도 두 사람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저도 동의. 흑암의 지배자와 무신이 손을 잡았다 해도, 마일로스트님과 고미님보다 강하지는 않을 거예요. 마일로스트님은 자신이 특별히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이상 고미님의 명령을 따르면 된다고 했으니, 수하 씨가 대장이네요.”

뭐가 이렇게 일사천리야. 그리고 당신, 어제까지만 해도 이강혁 씨 못 믿지 않았었어?

“게다가 절 속였던 것부터 시작해서 저랑 이강혁 씨를 화해시키는 것까지, 수하 씨는 꽤 수완이 좋은 것 같으니까요.”

“음, 그건 고미가 화해시켜준 거잖아요.”

짐을 떠맡고 싶지 않아서 둘러대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웅림픽도, S급 던전 공략도 고미 덕에 가능했던 이벤트니까.

“나는 너에게 맡겼고, 네가 하자는 대로 해서 둘이 화해를 했으니 그건 네 덕이 아니냐?”

고미가 마지막 남은 떡꼬치를 쩝쩝 씹어먹으며 말했다.

말은 맞는 말이네.

왜 가뭄에 콩 나듯 논리적이 되는 걸까 이 녀석은.

“그리고 이강혁 씨와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이해관계를 조정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저는 길드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길드원들 입장을 고려하면 약간의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양보한다고 결정을 내려도, 길드원들이 용왕에게 계속 내준다고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면 길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으니까요.”

이 인간도 그래. 아까 던전에서는 고미랑 같이 얼간이 짓 해놓고 왜 이럴 때만 정상인이 되는 거냐.

아니, 이쪽이 평상시고 고미랑 있으면 광신도 스킬이 발동되서 얼간이 지수가 올라가는 건가?

어쨌든, 이런 식으로 갑자기 대장 자리를 꿰찰 수는 없다.

난 힘도, 경험도 부족하니까. 그런 사람이 턱하니 대장 자리에 앉아버리면, 될 것도 안 된다.

“어, 국내 최고 길드의 중대사를 저 같은 초짜가 좌지우지한다는 게 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니 중재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걱정 말아요. 우리도 우리 밥그릇은 알아서 챙겨요. 맘에 안 들면 가끔 싸우기도 할 거고요. 그런데 수하 씨가 중재하고, 고미 님이 보증을 서면 둘 중에 누가 딴마음을 품겠어요? 적어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일은 없겠죠.”

음, 내가 화해시키고, 안 되면 고미의 꿀 주먹이 날아간다라······. 앞부분은 모르겠는데, 뒷부분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군.

게다가 두 사람의 말도 꽤 일리가 있다.

한 조직의 장이라는 건, 자기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입장도 모두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할 테니까.

아무래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겠지.

확실히 그런 면에서는 내가 중재자가 되는 게 영 비합리적인 건 아니다.

다만, 여전히 한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으음, 하지만 두 분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길드원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잖아요. 제가 그렇게 매사 공평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그건 아이템 분배할 때 이미 확인했으니까 됐어요. 길드원들한테 알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것도 괜찮고요. 그리고, 누가 맡든 항상 완벽한 중재안을 내놓을 리는 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사람, 그리고 공평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만약의 경우에 확실한 조치도 가능하니까 더 좋고요.”

한유진이 내 말허리를 자르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확실한 조치’는 고미의 꿀주먹을 말하는 거겠지.

‘나는 헛짓거리 안 한다. 그러니까 너도 하지 말아라.’를 돌려 말하는 건가. 무섭다, 무서워.

“저도 수하 씨라면 사심 없이 처리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모습이 있으니까요.”

이강혁이고 한유진이고, 내가 안 한다고 하면 끝까지 안 물러설 분위기다.

여기까지 관여해 놓고 마냥 내팽개치기도 뭐하고······.

할 수 없나······. 으으, 부담스러워.

“알겠습니다. 그럼 대장은 아니고, 중재위원 정도로 하죠. 중요한 문제는 합의로 결정하고, 마찰이 있을 때만 제가 중재할게요. 그리고, 가급적 안 싸워주시면 좋겠어요. 전 한가한 게 좋거든요.”

농담 섞인 대답에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자들의 동맹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이강혁이 살짝 미소를 띤 얼굴로 물었다.

“음, 우선 이강혁 씨가 무신 쪽의 상황을 확인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무신 쪽에 첩자를 심어놨다고 했으니, 이 문제는 이강혁 씨에게 맡기는 게 좋겠지.

“네.”

첩자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다. 이강혁 씨의 동의도 없이 그런 정보를 한유진 씨에게 제공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한유진 씨는 동이님께 조언을 구해주세요. 만약의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한번 알아봐 주시고요. 용왕과 저스티스는 당분간 긴장 상태인 척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이가 안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좋고요.”

패왕이든 블랙 메이지든, 노린다면 한유진보다는 이강혁을 노릴 확률이 높다.

이강혁이 S급이 된 걸 모르고 있는 데다가, 용왕에는 드래곤이 버티고 있으니까.

동맹을 맺은 분위기를 풍겨 미리 싸움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쪽이 확실히 저스티스를 제거하려 든다면, 용왕과 저스티스의 동맹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꼴밖에 되지 않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만 헤어지죠. 그리고 한유진 씨는 S급 던전 클리어 인터뷰 하루만 미뤄주세요. 보자기 3인방의 정체에 대해 뭐라고 둘러대는 게 좋을지 생각 좀 해보게요.”

* * *

한유진 씨는 드래곤을 타고 먼저 돌아갔고, 나와 이강혁, 그리고 고미는, 봉식이에게 연락해 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한유진이 이강혁과 나를 드래곤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이니까.

“엄마! 이 몸이시다!”

‘보고’를 맡은 고미가 꿀폰을 든 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후훗, 걱정 말거라! 위대한 이 몸이 순식간에 괴수를 처리해 버렸느니라!”

“수하도 무사하다! 허수아비도!”

“우웅, 삼룡 어멈이, 내일쯤이면 우리가 뉴스라는 것에 나온다고 하였다!”

“아앗, 아니다! 복면으로 몸을 가렸으니 절대로 이 몸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이곳으로 봉식이를 보내주거라!”

“알겠다! 기다리겠다!”

고미가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동안, 나는 시스템 창에 떠오른 메시지를 살펴봤다.

< 좋은 건 나눠 먹어야지. >

위대한 곰이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친구라면 자기 것을 나눌 줄도 알아야 합니다. 고미에게 친구와 먹을 것을 나눠 먹는 법을 알려주세요.

< 달성 조건 >

1. 고미가 친구와 같은 음식을 나눠 먹기.

음, 나눠 먹기라. 나눠 ‘주기’랑 나눠 ‘먹기’는 확실히 다르지······. 이건 알틴과 떡꼬치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 먹어서 나온 보상인가.

확실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린애들은 자기 음식에 누가 입을 대는 것을 싫어한다. 심지어 어른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한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건 그 자체로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

이번에도 참 유아교육에 가까운 내용의 퀘스트와 보상이군.

어디 보자, 보상은······.

‘응?’

퀘스트 보상과 다음 퀘스트를 보는 순간, 시스템이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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