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77화 (77/300)

EP.77 직접 혼을 내주마

젤리 원자로를 받자마자, 나는 여태 사용하지 않고 아껴둔 중급 스킬권을 활용해 ‘곰기’를 익혔다.

< 고미류 기공술 – 곰기(C)를 익혔습니다. >

- 위대한 곰의 발톱과 이빨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합니다. 인간들은 이를 흉내 내 ‘검’을 만들어 냈습니다. 진정한 ‘곰기’는 어떤 무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위대한 곰의 힘이 담긴 무기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검뿐만 아니라 다른 무기에도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니, 뜻밖의 수확이다.

따끈따끈하게 방금 익힌 스킬을 사용하자, 핵 빠따와 보라 찐빵에 젤리 원자로의 푸른 빛이 흘러들었다.

‘훌륭해. 좋은 지름이었다.’

퀘스트를 통해 내가 얻은 중급 스킬권은 총 두 개, 그 중 하나는 기공술(입문)을 익히는 데 사용했고, 나머지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스킬이 너무 많아 어떤 게 좋은지 알 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S급이 된 이강혁의 모습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같은 검인데도 얼마나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느냐에 따라 위력은 천지 차이.

그럼, ‘젤리 원자로’의 기를 모두 무기로 돌리고, 거기에 칭호 효과가 보태진다면?

‘최소한 두 배 이상의 효과가 나겠지.’

거기다 고미가 만든 무기를 쓸 경우, 무기를 바꿀 때마다 특수 효과가 부여되니, 굳이 스킬 포인트를 쓰지 않고도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력을 소모해가며 사용해야 하는 액티브 스킬을 익히느라 스킬 포인트를 낭비할 필요도 없었고, 마력이 높네 낮네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조물조물로 무슨 효과가 부여될지는 고미도 나도 모르지만, 쓸모없는 효과가 붙지는 않으니까.’

으음······. 약간 랜덤 박스 오픈하는 느낌이라 불안하기는 하지만, ‘꽝’은 없는 랜덤 박스니, 꽤 해볼 만한 도박이다.

깡!

쌍두사가 강화된 찐빵에 몸을 부딪치며, 또 한 번 묵직한 충격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나의 소중한 찐빵에서 조각난 마력 철의 파편이 떨어져 나갔지만, 이전처럼 한 번에 금이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더 굉장한데?’

그리고, 찐빵이 놈의 공격을 버틸 수 있다는 건, 찐빵보다 등급이 높은 핵 빠따로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좋아, 반격이다!’

쌍두사의 오른쪽 머리를 방패로 막아내며 왼쪽 머리를 빠따로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이 머리를 흔들며 뒤로 물러났다.

역시,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확실히 데미지가 들어갔다.

‘기대 이상이야. 젤리 원자로의 에너지를 무기에 불어넣으면 일시적으로 두 등급 이상은 파괴력이 올라가.’

곰정사 스킬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핵 빠따의 등급은 기껏해야 C+에서 B등급 정도일거다.

하지만 한 방에 쌍두사를 물러나게 했으니, 이건 ‘곰기’로 강화된 무기의 위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겠지.

그렇게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다 보니, ‘핵 빠따’가 붉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좋아, 충전 완료.

“간다!”

쾅!

폭발에 타이밍을 맞춰 젤리 원자로의 에너지를 빠따에 불어넣자, 푸른빛이 뒤섞인 불꽃이 터져 나오며 쌍두사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헐······.’

A급을 한방에 끝장내다니, 곰기+젤리 원자로+핵빠따 조합의 위력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물론 충전도 필요하고, 일격에 너무 많은 기를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B급 헌터라면 절대 낼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오오오오! 수하! 괴, 굉장하구나!”

심지어 고미마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위력은 대단치 않지만, 아주 멋진 일격이었다! 스틸 맨의 빔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멋이 느껴지는 공격이구나!”

음, 이 정도도 고미한테는 ‘대단치 않은’ 위력이군.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한테 받은 힘으로 만든 필살기인데, 왜 본인이 저렇게 놀라는 걸까.

하지만, 새로운 필살기를 사용하자마자 한가지 문제점이 발견됐으니······.

“음, 수하 씨. 무기를 바꾸셔야겠군요.”

이강혁의 지적에 나는 그제야 빠따 전체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생각을 못 했네.’

젤리 원자로에 ‘풀빠따 스윙’의 위력이 더해지니, 무기가 견디지 못하는 건가.

“아, 아앗! 나의 열풍대웅신검이······!”

그 모습을 본 고미가 좌절한 듯 털썩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잠깐, 언제부터 이게 ‘열풍대웅신검’ 같은 거창한 이름을 가진 무기가 된 건데?

그때, 한유진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나와 고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검이에요?”

“삼룡 어멈! 그 무슨 무례한 소리냐! 이 열풍대웅신검은 이 몸이 직접 만든 절세의 신검이란 말이다!”

“아무리 봐도 몽둥이인데······.”

삼룡 어멈의 입바른 소리에 고미는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것처럼 노발대발하며 성을 냈다.

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누구도 고미에게 저런 솔직한 말을 해준 적이 없군.

“곰 선생님, 진정하십시오. 저 여자는 안목이 부족해서 곰 선생님의 신검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원조 호구는 쯧쯧 혀를 차며 품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고미에게 내밀었다.

‘부메랑 사건’ 이후로 고미의 손이 닿은 물건은 모두 엄청난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흥! 하긴, 이 몸의 위대한 작품들은 너무 뛰어나 아무나 알아볼 수 없기는 하지······. 위대한 이 몸이 참도록 하겠다. 그런 진정한 보물을 알아볼 수 없다니, 참으로 불쌍하구나.”

조금 화가 가라앉은 고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초코바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간사한 인간! 그 틈에 고미님한테 점수를 따!?”

발끈한 한유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흥, 이게 어째서 아부지? 당신도 초월자의 가짜 빙의체를 날려 버린 곰 선생님의 무기를 봤을 텐데?”

이강혁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역시, 그날 본 부메랑의 위력이 칭호 효과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군.

“설마 그 부메랑도 곰 선생님이 만든 거예요!?”

그 말에 한유진은 놀란 듯 눈을 끔뻑이며 나의 손에 들린 핵 빠따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지 마라, 부담스럽다.

“혹시 스태프도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태세 전환 빠른 거 보소. 거기다 뭐가 이렇게 솔직해.

생각이 나면 바로 뱉어버리네.

“흥! 이미 이 몸의 신검을 모욕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뻔뻔한 소리냐!”

하지만 이미 잔뜩 뿔이 난 고미는 냉정하게 한유진의 부탁을 거절했다.

다행이네. 진짜로 하나 만들어 준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섰으면 몇억 날렸을 텐데.

“자자, 그만하고 얼른 보스 잡으러 가자. 오래 걸리면 엄마 걱정해.”

나는 한유진이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고미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마법의 주문’을 사용했다.

“어, 엄마가 말이냐? 설마 너무 오래 걸렸다고 화를 내는 것은 아니겠지?”

“괜찮아. 화는 안 내실 거야.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면 걱정하실 테니까 얼른 가자.”

이후 우리는 마정석과 아이템 큐브, 몬스터 시체에서 돈이 될만한 부위들을 잘라 인벤토리에 넣은 뒤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갔던 던전이라고 해봐야 지리산과 평택 던전이 전부였고, 외뿔 광우의 뿔 외에는 딱히 챙길 아이템이 없었다.

하지만 S급 던전에서는 아이템이고 마정석이고 최소한 수백, 좋은 것은 천만 원을 우습게 넘으니 살뜰하게 챙기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10분 정도를 다시 걸어가자, 주위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잠깐!”

그때, 앞장서서 나아가던 고미가 손을 들어 우리를 멈춰 세우더니 귀를 쫑긋 세운 채 앙증맞은 콧구멍을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제부터는 절대 이 몸의 앞으로 나가지 말거라.”

“왜 그래?”

“이 앞의 공기에 독기가 가득하다. 아무래도 이곳의 우두머리가 제법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구나.”

말을 마친 고미는 어딘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후우우우웅-

광풍이 일어 주위의 안개를 깨끗하게 날려 버리고, 어지간한 중고등학교의 운동장보다 넓은 광활한 늪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감각 강화를 사용해 사방을 훑어봐도, 보스 몬스터, ‘늪지대의 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늪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니, 참으로 간사한 놈이구나. 너희들은 여기에 서 있거라.”

“왜요? 저희도 함께해야죠. 그러려고 온 건데.”

한유진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손에서 번개를 뿜어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수행에도 도움이 될 터이니, 맡겨 주시지요.”

이강혁 역시 의욕을 불태우며 장검을 뽑아 들었다.

“아니다. 너희와는 상성이 좋지 않다. 설마 이곳에서 이놈을 만날 줄이야.”

그러나 고미는 끝내 두 사람에게 전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가 뭔데?”

나의 질문에 고미는 신중하게 늪지대를 훑어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머리 아홉 달린 뱀이다. 위대한 이 몸에게는 하찮은 상대에 불과하지만, 너희가 당해낼 수 없는 독을 가지고 있지.”

“설마, 이곳의 보스 몬스터가 히드라라는 말씀이십니까?”

이강혁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찰나,

- 키에에에!

우리와 몇 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작은 늪에서 커다란 뱀의 머리가 솟아올랐다.

“젠장!”

감각 강화를 사용했음에도 아무런 징조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완벽한 기습.

깡!

이강혁은 황급히 칼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쳐냈고, 머리만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은 다시 늪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두 분 모두 절대 저한테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유진 씨, 머리가 튀어나온다고 절대로 마법으로 공격하지 마세요.”

이강혁이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법사한테 마법을 쓰지 말라니?”

“함부로 머리를 날렸다가 이놈의 피에 닿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히드라의 피에는 엄청난 맹독이 묻어있다. 불사신인 케이론은 히드라의 독이 주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고, 헤라클레스를 죽인 것도 히드라의 독이었다.

이름으로 보나 뭘로 보나, 그 설정이 아주 충실하게 반영된 놈이라는 건가?

“뭐야, 당신도 대처법을 모르는 거야? 회귀자잖아.”

한유진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대처법은 알고 있는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히드라가 보스인 던전은 앞으로 1년이나 지나야 열릴 텐데······. 장소도, 시간도 모두 맞질 않습니다. 특수한 아이템이 없이는 절대 공략할 수 없는 놈인데······. 곰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 여기서 몰살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강혁은 우리를 보호하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주위에 펼쳐진 웅덩이 같은 늪이 대략 10개, 히드라는 늪 속을 이동해 갑자기 머리를 내미는 방식으로 우리를 사냥하려 하려는 게 분명했다.

- 키에엑!

아니나 다를까, 왼쪽과 등 뒤, 양쪽의 늪에서 동시에 히드라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깡!

이강혁은 잽싸게 칼등으로 왼쪽에서 튀어나온 머리를 쳐냈지만, 뒤쪽에서 튀어나온 머리가 빈틈을 노려 이빨로 검을 덥석 물어버렸다.

바로 그때, 조그마한 털뭉치가 히드라의 머리 두 개를 붙잡고 그대로 늪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허수아비! 더 멀리 물러나라! 이 몸이 저 비겁한 뱀 놈의 머리를 부숴주겠다!”

허곰답보로 하늘을 날아 순식간에 늪지대의 한가운데까지 들어간 고미가 큰소리로 외쳤다.

사냥감이 자신의 늪의 중심에 도달하자, 사방에서 일곱 개의 머리가 동시에 솟아나 고미를 완전히 포위했다.

“흥, 가소롭구나. 허수아비, 삼룡 어멈, 수하! 잘 봐두어라! 지금부터 이런 비겁한 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려주마!”

그와 동시에, 고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며 거대한 늪지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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