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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곰이 너무 강함-21화 (21/300)

EP.21 보라 찐빵의 비밀

먼저 E급 마정석 8개와 강철주걱을 준비해 주세요.

고미의 젤리가 충분히 달구어지면 젤리로 꾹꾹 눌러 반죽을 만들어줍니다.

- 치이이익······.

반죽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조물조물 주물러 적당히 모양을 잡아주세요.

모양이 조금 엉망이군요. 하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자신감을 가지고 만들어 봅시다.

강철주걱도 모양은 훌륭하지 않았지만, 아주 쓸만한 무기였잖아요?

“지금이다! 수하!”

고미가 신호를 주는군요. 이제 주걱의 크기를 키워봅시다.

“오케이! 간다!”

오, 저기 내열성이 제법 높아 보이는 검은색 왕만두가 있군요.

저걸 밀대 삼아 반죽을 펴봅시다.

왕만두를 굴려 강철주걱의 머리 부분을 원하는 크기까지 늘린 후 손을 떼자,

“오오오오! 굉장하다 수하!”

고미가 입을 헤 벌린 채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게 간단한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된 것은, 이전보다 한층 넓어진 머리를 가진 업그레이드 주걱이었다.

“고미! 지금이야!”

“간닷!”

마지막으로 고미가 손가락으로 주걱의 머리 부분에 구멍을 송송 뚫어주자, 드디어 대말벌용 병기, Mk-2, 티타늄 주걱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사실 주걱보다는 배드민턴 라켓이라고 불러주는 편이 합당해 보이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나는 이걸 여전히 주걱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의 첫 번째 무기였던 강철 주걱을 기리며, 이제 네 이름은 Mk-2, 티타늄 주걱이다!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서왕 같은 포즈를 취하자,

“우웃! 수하! 멋지다! 무언가 웅혼한 기상이 느껴지는 자세로구나!”

고미가 나를 보며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다.

“흠흠······.”

이런, 너무 흥분했군. 조금 창피하다.

고미랑 같이 다니다 보니 점점 유치해 지는 것 같다.

아니, 순수해졌다고 표현하자. 동심으로 돌아가는 거지.

괜스레 민망해져 헛기침을 하고 있을 때,

< 축하합니다. 고미님과의 공동 작업으로 새로운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

새로운 칭호가 생겼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음, 반죽 좀 밀어준 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어찌됐든, 감사합니다.

< 위대한 고미님의 초급 견습공 (F) >

- 위대한 고미님의 아이템 제작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고미의 제자가 사용하면 조금 더 특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응? 뭐야 이건.’

잽싸게 곰정사 스킬을 사용해보자, 완성된 티타늄 주걱의 정보가 좌르륵 눈앞에 펼쳐졌다.

< Mk-2. 티타늄 주걱 (E+) >

- 고미님과 견습공의 첫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역작. 해충 퇴치에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부족한 재료를 보완하여 더욱 강력해졌다.

- 힘+7, 체력+3

- 특수 옵션 (1) : 약점에 적중했을 시 2.5 배의 데미지 (단, 면이 아닌 날로 칠 것)

- 특수 옵션 (2) : 벌레류 몬스터에게 1.5 배의 데미지

- 비고 : 벌레류 몬스터를 제외한 대상을 면으로 공격 시 데미지 0.8배

워······.

안타 노리고 휘둘렀는데, 홈런이 터졌다.

이 정도면 말벌 상대로는 거의 뭐 최고의 아이템이군.

게다가 이 칭호 효과도 새로운 업적을 달성하면 고미님의 제자 1호처럼 뭔가 새로운 것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거 진짜 일할 맛 나네.’

대학원 때와는 달리 뭔가를 하면 확실히 뭔가가 돌아온다는 사실에 모처럼 근로 의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고미! 이제 빨리 말벌 잡으러 가자! 탕약이 식기 전에 돌아가야지!”

“오오오! 좋다! 역시 위대한 이 몸의 제자답게 너도 신의를 아는구나!”

* * *

우우웅-, 우우웅-

고미의 뒤를 따라 열심히 산길을 헤치고 달려가기를 대략 10여 분, 곳곳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본 손가락보다 큰 장수말벌이 내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낮고, 몇 배는 더 크고, 뭔가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리.

50센티미터에 달하는 살인적인 크기, 칼날 같은 앞발에 톱날 같은 주둥이, 독이 묻은 창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독침까지.

지리산 최악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장군 말벌’의 날갯소리였다.

‘소리만 들어도 겁나네.’

저도 모르게 티타늄 주걱을 쥔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저쪽에 봉인이 있다, 수하.”

고미가 우거진 수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봉인석 근처에 벌집이 있다. 위험할 것 같으니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어떠냐?”

말을 하는 고미의 표정은 철갑 개미 때와는 달리 사뭇 진지했다.

철갑 개미야 방어력이 높고 힘이 좋긴 해도 속도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반면 이놈들은 아차하는 사이에 날아들어 독침으로 공격을 퍼부어대니 내 안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아니, 같이 가자.”

하지만 나는 고미와 함께 가고 싶었다.

위험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번 안전한 길만을 걷다 보면 진짜 위기가 왔을 때는 아무 것도 못하는 얼간이가 되고 말 테니까. 그것만큼은 사양이다.

병정개미를 상대하면서 민첩도 많이 올려뒀으니 허무하게 당하지 않을 자신도 있고.

‘능력도 없으면서 무조건 쫓아다니겠다고 떼쓰는 건 짐덩이나 다름없지.’

역시나 그때 힘이 아닌 민첩을 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함께 가겠느냐?”

“위대한 곰의 제자가 조금 위험하다고 스승에게 모든 걸 맡기고 숨어다닐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후훗, 마음에 드는 배짱이다.”

말을 마친 고미가 나에게 다가오며 가볍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보거라.”

“응?”

가까이 다가가자, 고미는 오른손을 들어 나의 이마 위에 올렸다.

“그래도 최소한의 방비는 해두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순간, 고미의 말랑한 젤리에서 무언가 따스하고 강한 기운이 흘러나와 나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 위대한 고미님의 가호가 깃듭니다. 방어력과 독에 대한 내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

“됐다. 이 정도면 놈들에게 공격을 당하더라도 절대로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자.”

“고마워.”

고미와 함께 수풀을 지나 수십 미터 정도를 나아가자, 커다란 바위 아래에 개미굴에서 보았던 것보다 몇 배는 큰 봉인석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문제는······. 거기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말벌집이 있고, 수십 마리의 장군 말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있다는 점.

사방을 가득 메우는 장군 말벌의 날갯소리에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긴장으로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나는 더블백에서 물을 꺼내 천천히 한 모금씩 들이키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준비 다 됐어. 가자 고미.”

그리고는 용기를 내서 널찍한 티타늄 주걱과 방패를 손에 든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포복으로 전진하는 편이 눈에는 덜 띌 테지만, 장군 말벌을 상대로 누워서 전진하다 기습을 당하면 반격도 못 하고 그대로 당하고 말 테니까.

‘고미가 방어 스킬을 걸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방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해.’

스킬, 능력치, 아이템, 모두 중요하지만, 방심보다 무서운 적은 없으니까.

스킬이나 아이템 믿고 까불다가 안일함이 몸에 배서 골로 가는 놈들 여럿 봤다.

특히 고미처럼 강력한 존재를 곁에 두고 있을수록 마음은 해이해지기 쉽고, 그걸 다잡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 사이, 봉인석이 있는 바위에 도착했다.

“이걸 깨기 시작하면 주변의 장군 말벌들이 달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지켜줄 테니 너는 먼저 봉인석을 깨거라.”

고미가 나를 등진 채 장군 말벌들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군만마를 등에 업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든든한 기분.

“알겠어.”

나는 안심하고 티타늄 주걱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깡!

봉인석을 내리치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어 올랐고,

우우웅-

위이이잉-

기다렸다는 듯 등 뒤에서 수십 마리의 장군 말벌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고미를 믿고, 그저 온 힘을 다해 봉인석을 내리칠 뿐.

깡!

두 번째 주걱질에 또 한 번 새빨간 불똥이 비산했다.

“큭!”

그러나 이번 봉인석은 크기만 큰 게 아니라 개미굴에 있던 놈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티타늄 주걱 때문에 힘이 올랐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니!’

꿀꺽.

< 산신령의 알약을 복용합니다. >

알약을 먹고, 다시 한번 주걱의 날로 봉인석을 내려치는 순간,

퍼벅!

등 뒤에서 본격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며 장군 말벌들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팔과 다리에 온 힘을 집중했다.

여기서 한눈을 파는 건 뒤에서 싸우고 있는 고미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거다.

정신을 집중해서 하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머리 위로 주걱을 치켜든다.

그리고 수직으로!

빠각.

마침내 봉인석에 균열이 생겨나고,

빠아악!

봉인석이 산산이 부서지며 붉은 안개 같은 것이 허공 위에 흩날렸다.

“수하! 그쪽으로 몇 마리가 간다!”

그와 동시에 고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고미와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세 마리의 장군 말벌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오지 마! 내가 상대해볼게!"

물론 내 실력으로 장군 말벌 세 마리가 쉬운 상대는 아니다.

강력한 턱과 칼날 같은 발에 독침까지.

같은 D급이지만 그 위험도는 명백히 병정개미 이상.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자, 마크투, 티타늄 주걱.

너의 위력을 보여줄 때다.

쐐애액-

한층 넓어진 주걱의 머리 부분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울린다.

선두에서 돌진하던 말벌 놈은 황급히 방향을 틀어 나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찰싹!

‘맞았어!’

짜릿하고 익숙한 타격감이 손끝을 타고 흐른다.

그래 이건······. 파리채로 벌레를 때려잡을 때 느껴지던 그 감각이야!

하지만 크기가 크기인만큼 손맛(?)이 몇 배는 더 살아있다.

날벌레를 때려잡을 때는 역시 면적이 넓은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적중했다.

내가 무슨 일류 무사도 아닌데 철퇴로 저 빠른 놈을 어떻게 맞추겠나.

어지간히 닳고 닳은 D급들도 민첩이 낮으면 손도 못대는 놈이 장군 말벌이다.

나 역시 능력치가 고른 밸런스형이라 조금 애를 먹어야 정상이지만, Mk-2, 티타늄 주걱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선두에서 날아오던 놈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나머지 두 놈은 주춤거리며 살짝 뒤쪽으로 물러났고,

< 약점 간파를 사용합니다. 마력이 소모됩니다. >

< 현재 마력 2/6 >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장군 말벌 1번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기다!’

빠아아악!

녀석의 약점에 티타늄 주걱의 날이 파고드는 순간, 시원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크르륵······.

약점 공격 2.5배에 벌레 퇴치 옵션까지 곁들여지자, D급인 장군 말벌이 일격에 즉사했다.

찰싹!

이어지는 장군 말벌 2의 추락.

하지만 말벌 2의 약점을 내리치려는 찰나에 빈틈을 포착한 말벌 3이 왼쪽에서 독침을 내질렀다.

‘이런!’

당황한 나는 반사적으로 찐빵을 휘둘렀다.

그리고 말벌 3의 독침과 찐빵이 교차하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말벌 3의 몸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처참하게 뭉개졌다.

‘자, 잠깐······.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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