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슈퍼 아기곰
“네 이놈! 엄살 부리지 말고 어서 따라오지 못할까?”
아기 같은 목소리. 그와 상반되는 조선 시대 양반 같은 말투.
우우우웅-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 같은 것이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하지만 저 소리의 근원을 따라가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고? 뒈질 테니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토실토실한 궁둥이.
아,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자는커녕 사람의 그것조차 아니거든.
씰룩씰룩. 궁둥이가 흔들린다.
실로 ‘아장아장’이라는 의태어가 딱 들어맞는 걸음걸이.
하지만 그 속도는 ‘아장아장’ 따위의 귀여운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하면 이런 경사를 두 발로, 그것도 저 짧은 다리로 저렇게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거지?
“헉, 헉. 조······.”
조금만 천천히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약한 놈! 고작 이 정도 언덕을 오르면서 숨이 차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냐!”
지리산을 언덕이란다.
인간인 나도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급경사를 아기곰이 두 발로, 그것도 뒷짐을 진 채 한걸음에 수 미터씩 슥슥 올라가는 광경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용장 밑에 약졸은 없다! 죽을힘을 다해 올라오거라!”
“헉, 헉. 용장···밑에, 약졸이··· 없는 거지··· 없어야, 하는 헉··· 건 아니잖아.”
“뭣이!?”
우우우웅-
녀석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적막한 산중에 울려 퍼지기 무섭게 날갯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퍼억!
그리고는 50센티에 달하는 장군 말벌의 몸이 과일처럼 으깨지며 녹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말로 무서운 건 장군 말벌이 왜 터져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터져 죽었다. 이게 뭐냐고 대체.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무서워······. 말 못 하겠어······.
엄마, 살려줘······.
어쩌다가 이런 무시무시한 슈퍼 먼치킨 아기곰과 함께 오밤중에 지리산을 오르고 있냐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대충 첫 만남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