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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드래곤-123화 (123/150)

123화 - 마인 사냥

왕궁 회의실에서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나는 아버지와 함께 곧장 커티스 요새로 향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커티스 요새에 남아 있던 아리안 누나와 대스승님, 세르바인 님에게도 이번 작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마인의 시체라… 나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구나.”

“확실히 마인들의 시체를 확보한다면 제국도 부인하지 못할 증거가 되겠지.”

대스승님과 세르바인 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으나 아리안 누나는 달랐다.

“그렇다고 적진 한복판으로 잠입하겠다니. 너무 위험해. 심지어 마법사인 네가 잠입 작전이라니, 말도 안 돼.”

아리안 누나의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만일 문제가 생겨 난전이 벌어진다면 가장 위험한 것은 직접적인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일 테니까.

“괜찮아요. 마인들은 제국군에서 떨어진 곳에 숙영하고 있는 데다가… 저는 보통 마법사가 아니잖아요.”

커티스 요새를 공격했던 제국 2군단이 반나절 정도 거리에 숙영하고 있었고 살아남은 마인들도 그 근처에 숙영하고 있었다.

마인을 두려워하는 것은 제국군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거리를 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마법사가 신체 능력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거나 오히려 약한 것과는 달리 나는 드래곤의 심장으로 인해 강해진 데다 낮은 서클의 마법은 순식간에 시전이 가능하다.

오러 마스터 정도의 강자가 코앞까지 다가오지 않는 이상 위험할…….

<그런 쓸데없는 소릴 자신 있게 하다가 죽은 놈들 많은 건 알고 있지?>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겠지.

이런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리안 누나는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지금 상태에서 마인의 시체를 온전한 상태로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아리안 누나는 더는 만류하지 못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사히 돌아와야 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눈동자 속에 비치는 걱정과 불안함을 느낀 나는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았다.

“저는 반드시 누나의 곁으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라엘…….”

나와 아리안 누나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흠, 흠!”

세르바인 님은 제자의 낯간지러운 모습에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보기 좋은데 왜 눈치를 주고 그러나.”

대스승님이 그런 세르바인 님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제야 이곳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나와 아리안 누나는 황급히 손을 놓고 떨어졌다.

얼마 전 우리와 함께 마인들을 상대했던 3인의 오러 마스터 중 부상으로 인해 후방으로 이송된 말레온 경을 제외한 오러 마스터, 랜스턴 경과 발키온 경도 흐뭇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게 더 부담스럽다.

나와 아리안 누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머쓱해하자 창의 달인으로 유명한 랜스터 경이 웃으며 말했다.

“함께 사냥에 나설 사람들이 곧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 쉬어두게.”

그 말에 알렉스 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제국군에게 들키지 않게 마인들을 사냥하려면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진 이후가 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알렉스 경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은 아직 밝았다.

* * *

마인들을 통솔하는 루만은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지난 전투에서 마인들이 자신의 통제마저 벗어난 채로 날뛰며 아군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다.

그로 인해 2군단의 군단장인 프레이 후작의 분노를 샀다.

그 탓에 그와 마인들은 2군단의 숙영지에는 얼씬도 못 하고 따로 숙영해야 했다.

푸대접을 받는 것쯤이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뭔가 공을 세우지 않으면 분명히 처분당할 거야…….”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그는 방도를 생각해 내기 위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대부분의 마인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처분이 언제 내려질지 몰랐다.

남은 마인이라고는 고작 이십여 마리.

아무리 드래곤이 나타났다고는 해도 윗선이라면 수많은 재료와 금액이 투입된 마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언제 자신을 처분해 버릴지 몰랐다.

“젠장! 이 상황에서 나더러 어쩌라고!”

아무리 고민해 봐야 딱히 좋은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르르르.”

그 와중에 텐트 밖에서 마인이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자 루만은 신경질을 내며 밖으로 나왔다.

“정신 사납게 왜 또 난리야! 좀 조용히…….”

평소에도 마인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은 흔한 일이었기에 짜증을 내려던 루만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하나가 아니라 남아 있는 모든 마인들이 한 방향을 쳐다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 반응을 보고 루만은 어째서 마인들이 흥분하는지 알아챘다.

“스, 습격?!”

허둥지둥 품을 뒤져 신호탄을 찾던 루만의 눈에도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 * *

“저쪽에서도 눈치챈 모양이오! 서두릅시다!”

하늘을 향해 치솟는 신호탄을 본 랜스터 경의 외침에 다들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제국의 본대가 신호탄을 발견하고 조만간 이쪽으로 올 터였다.

그 전에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져야 했다.

“모두 작전대로 움직인다!”

“예!”

발키온 경의 외침에 이번 작전을 위해 투입된 30여 명의 기사들 일제히 대답하며 선두로 나섰다.

다들 오러 마스터는 아니지만 검에 실은 마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형태를 잡을 수 있는, 오러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예들이었다.

그들만으로는 마인들을 해치우기 힘들더라도 시간을 끄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쾅!

마주 달려오던 마인 하나가 쇠몽둥이를 내려찍자 목표가 된 사람이 몸을 틀어 피해냈다.

쇠몽둥이가 바닥을 내려찍으며 난 소음을 신호로 20여 마리의 마인과 정예 기사 30여 명의 전투가 벌어졌다.

내가 아무리 일반인에 비하면 신체 능력이 좋다지만 오러 마스터까지 하나의 벽만을 남긴 기사들의 신체 능력에 비할 수는 없었다.

정예 기사들이 마인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자 발키온 경과 랜스터 경이 내게 말했다.

“부탁하겠네.”

두 오러 마스터가 응시하는 것은 마인들 중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마인.

아무리 신체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좋아졌다고 해도 오러 능력자들의 달리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 헤이스트를 중첩으로 사용했던 나는 거칠어진 숨을 애써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두 오러 마스터가 목표로 점찍은 마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익스퍼트를 공격하려던 마인이 자신에게 향하는 강렬한 기운들에 다급히 맞서는 것을 보며 주위의 마나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트레이스!”

이전에는 직접 손을 가져다 대거나 땅에 손을 짚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기 중의 마나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마인의 정보를 내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음?!>

정보를 읽어내던 도중 카이서스가 의아해하는 소리를 냈다.

‘왜 그래?’

잠시 침묵하던 카이서스가 이내 대꾸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녀석의 목소리에서 찜찜함이 느껴졌으나 지금 하는 일이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마인의 마력 회로를 모두 파악한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엔 트레이스로 그저 파악만 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자신 내부의 마나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마인이 저항하려 했으나 이성이 떨어지는 마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캬아아아!”

게다가 두 명의 오러 마스터가 앞뒤로 후려치며 도망도 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막아! 막으란 말이다!”

마인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 로브의 마법사도 심상찮은 분위기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법사의 명령에도 다른 마인들은 익스퍼트들에게 막혀 어쩔 방법이 없는 상황.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트레이스로 파악해 낸 마인의 마력 회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마인이 최후에 폭발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심장 주변에 새겨져 있는 강렬한 기운의 마나 회로.

조심스레 마나를 이끌어 심장과 연결된 강렬한 마나 회로를 하나씩 끊어나가기 시작했다.

회로의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정확한 지점을 끊어내는 것.

하나라도 실수했다간 그대로 마인이 폭발하며 두 오러 마스터를 휩쓸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마법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종족인 드래곤이 있기에 문제가 없었다.

자폭 회로의 마지막 회선을 끊어낸 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으로 닦아내며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마무리하세요!”

“기다리고 있었네!”

내 신호만 기다리고 있던 랜스터 경이 그대로 창을 내질렀다.

발키온 경에게 시선이 팔려 있던 마인은 회전하며 내질러진 랜스터 경의 창에 머리통이 그대로 관통되었다.

“멍청한 놈들!”

그 모습에 제국의 마법사가 환호하듯 소리쳤으나…….

털썩

그가 기대하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땅에 쓰러져 아무런 반응이 없는 마인의 모습에 마법사가 경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발키온 경은 태연하게 준비해 온 가죽 부대에 마인의 시체를 챙겨 넣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폭발하지 않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일에 혼란에 빠진 마법사를 보던 나는 랜스터 경을 쳐다보았다.

때마침 그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시선을 교환한 우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이것들이 폭발하는 이유에 대해서 뭔가 아는 모양이지?”

내가 소리쳐 묻는 말에 제국의 마법사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내가 그걸 말해줄 것 같으냐! 그보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악을 쓰듯 소리치는 것을 보니 마인들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마법사가 내게 무어라 더 소리치려는 그 순간.

빠르게 그의 뒤로 돌아간 랜스터 경이 그의 목덜미를 손날로 강하게 후려쳤다.

“억!”

오러 마스터의 빠르고 간결한 손짓에 그는 짧은 비명만을 내뱉고 기절해 버렸다.

정보를 얻어낼 증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자신들을 통제하던 마법사가 기절해 버리자 마인들이 더욱 격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마법사를 어깨에 둘러업은 랜스터 경이 소리쳤다.

“철수한다!”

마인의 시체는 물론 마인들을 조종하던 마법사까지 챙긴 우리는 그대로 철수를 준비했다.

물론 남은 마인들은 우리를 순순히 보낼 생각이 없어 보이는 듯했지만…….

잠깐이면 충분했다.

“쇼크웨이브!”

준비해 두고 있던 마법을 펼치자 마인들과 익스퍼트들 사이에 충격파가 연달아 터졌다.

파공음을 내며 터져 나간 충격파들은 마인들만을 노렸다.

마인들의 피부가 아무리 질기다 해도 전신을 두들기는 충격파에서 멀쩡할 수는 없었다.

몸속까지 전해지는 충격에 마인들이 멈칫거리는 순간.

마인들의 발을 묶어두고 있던 익스퍼트들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금세 충격에서 회복된 마인들이 그들을 쫓으려 했지만 이미 익스퍼트들은 물러나서 우리와 합류한 후였다.

애초에 쇼크웨이브를 사용한 것도 그 틈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텔레포트!”

9서클이 되며 공간까지도 다룰 수 있게 되었기에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데 게이트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우릴 향해 달려오는 마인들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멀리서 다가오는 수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아마도 신호탄을 보고 급히 달려오고 있을 제국군들이겠지.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여기서 사라질 것이고 그들이 보게 될 것은 통제를 잃고 미쳐 날뛰는 마인들일 것이다.

조종하던 마법사가 우리 손에 들어온 이상 마인들은 피아 구별 없이 주변 인간들을 공격하겠지.

마인이 제국군을 공격하며 날뛰면서 우리가 여기서 남긴 흔적들을 최대한 많이 지워주면 좋겠네.

우웅-!

공간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잔뜩 걱정하고 있던 얼굴의 아리안 누나가 안도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됐소?”

세르바인 님의 물음에 발키온 경이 들고 있던 가죽 부대를 내려놓았다.

“성공적입니다. 그리고 덤도 들고 왔지요.”

랜스터 경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제국 마법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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