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 드래곤-98화 (98/150)

098화 - 함께

“우에에에에엥!”

누나와 매형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낯선 얼굴의 자그마한 조카는 울음부터 터뜨렸다.

나는 그냥 신기해서 뺨을 만져보려고 손을 내밀었을 뿐인데…….

“어어어…….”

울음소리에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아기를 안고 있던 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보는 사람이 손을 내밀어서 놀란 모양이야.”

그러곤 누나는 지금껏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우는 아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유, 우리 딸 많이 놀랐어용? 나쁜 아저씨가 아니라 삼촌이에용~”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아기를 토닥이는 누나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순간적으로 눈을 찡그릴 뻔한 것을 애써 참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엄마의 토닥거림에 간신히 울음을 그친 조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부모와 자주 보던 사람들 모두가 웃고 있자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호기심이 동했는지 조카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나도 자그마한 그 손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내게 누나가 재촉하듯 말했다.

“뭐 해? 잡아줘.”

“어? 어.”

누나의 말에 황급히 나도 손을 내밀자 아기가 내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따스하면서도 말랑말랑한 감각이 손가락을 감싸자 묘한 기분이 되었다.

“아부부부부.”

침까지 흘리며 전혀 알아듣지 못할 옹알이를 하며 나를 쳐다보는 아기의 맑은 눈동자에는 어느새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파라야, 삼촌 이름은 라엘이야. 라. 엘.”

조카의 이름은 파라인 모양이다.

누나가 나를 가리키며 또박또박 발음해 주자 파라는 따라 말하려 했다.

“아에!”

하지만 나온 것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옹알이뿐.

그 모습이 귀여워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꺄아!”

다들 웃자 파라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짧은 팔다리를 파닥였다.

“제가 안아봐도 될까요?”

파닥거리는 파라를 안고 있는 누나에게 아리안 누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이지!”

흔쾌히 승낙한 누나는 아리안 누나의 품에 파라를 안겨주었다.

아리안 누나는 아기를 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파라를 안아 들었다.

아리안 누나도 그동안 나를 돌봐주느라 파라를 처음 보는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파라는 나 때와는 달리 울기는커녕 기분이 좋다는 듯 아리안 누나의 품에 폭 안겼다.

아리안 누나의 인상은 약간 차가운 편이기에 조금은 놀라웠다.

“어머, 파라가 아리안이 마음에 든 모양이네. 원래는 낯가림이 심한데 말이야.”

누나도 조금 놀랐는지 웃으며 말하자 아리안 누나는 웃으며 파라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편안한 표정의 아기를 안고 있는 아리안 누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후후, 우리 동생이 빠져도 단단히 빠진 모양이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누나가 음흉하게 웃으며 속삭이는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얼버무렸다.

“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네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흠, 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저런 아이는 다시 만나기 힘드니까 놓치면 안 된다?”

“나도 알아.”

혹시나 아리안 누나가 들을까 속삭이는 말에 나도 속삭임으로 대답했다.

누나는 약간은 못 미덥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 애가 혼자 수련이나 할 거라고 하니? 수련하는 틈틈이 아리안과 데이트도 해. 그러면 여러모로 바쁠 테니 집에 자주 못 들르는 것 정도는 이해해 줄게.”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하는 누나의 말에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으음, 그건 힘들 것 같아. 이곳을 떠나 수련할 거라… 또다시 한동안은 다들 보기 힘들 거야.”

“뭐?! 또 떠난다고?!”

“후에에엥!”

놀람과 분노가 섞인 누나의 외침에 파라가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아리안 누나 역시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뭐? 그게 무슨 소리니?”

어머니도 누나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나에게로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에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수련하려는 곳이 이곳에서 무척 멀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요.”

“네 나이에 그 정도 성취면 충분히 대단한데, 또 무슨 수련을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야?”

누나의 이해할 수 없다는 물음에 나는 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느꼈다.

“지금은 사정을 말할 수 없지만 내겐 꼭 필요한 일이야.”

“하지만……!”

“여보, 진정해. 처남도 사정이 있겠지.”

누나가 뭐라 말하며 화를 내려는 것을 매형이 말렸다.

반년 만에 정신을 차린 동생이 또다시 어디론가 간다니 누나로서는 화날 만도 하지.

매형의 만류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는지 누나가 뭐라 말하려는 차에 파라를 토닥이며 달래고 있던 아리안 누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뭐? 아리안 너는 얘가 또 떠난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게 라엘을 위한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아리안 누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함께 가겠어요.”

“네?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그곳은 저 이외의 사람을 함부로 들이기 곤란한 곳이에요.”

선언과도 같은 말에 나는 난감해했으나 아리안 누나는 굽히지 않았다.

“이번에도 너 혼자 보내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스스로를 영원히 용서하지 못할 거야.”

단호한 의지가 느껴지는 시선에 나는 차마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수련하러 가려는 곳은 카이서스의 둥지.

아무리 아리안 누나라도 드래곤의 둥지에 데려가는 것은……

<문제는 무슨 문제? 주인인 내가 허락하면 되는 것 아니냐?>

‘엥? 그래도 괜찮아?’

<그래. 지금까지 봐온 저 아이라면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거나 하는 일도 없을 테고, 게다가 혼자 가봐야 저 아이가 마음에 걸려서 제대로 집중도 못 할 거 같으니 말이다, 쯧쯧.>

뭐, 둥지의 주인인 카이서스가 괜찮다면야.

게다가 나 역시 아리안 누나와 또 다시 떨어지는 것이 싫었다.

“알았어요. 함께 가요. 하지만 거긴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승낙하면서도 뒷말을 덧붙이는 내 모습에 아리안 누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내가 따라가서 혼자 놀 거라고 생각한 거니? 나도 수련할 생각이야. 한참이나 늦게 시작한 너보다 뒤처졌다는 게 조금은 화나서.”

음, 이미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그런 건 굳이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

나와 아리안 누나 둘이서 결론을 내린 모습을 어머니와 누나는 어이없어하며 쳐다보다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이젠 뭐라 반대하기도 힘들겠구나.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일단 아리안이 따라간다면…….”

찜찜해하는 누나의 모습에 매형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자, 처남이 오늘 바로 떠난다는 것도 아니잖아. 맘 편히 갈 수 있도록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지.”

아리안 누나의 뺨을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던 파라를 건네받은 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식사가 준비될 거야.”

일단 내가 또다시 떠난다는 것은 받아들인 듯하다.

내가 떠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싫었는지 다들 애써 내 수련에 대해서는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 *

며칠 후 나와 아리안 누나는 단둘이서 숲길을 걷고 있었다.

왕자의 배려로 근방까지는 게이트와 마차를 타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이서스의 둥지 인근은 제대로 된 길도 거의 없었기에 결국은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다.

“정말 이런 곳에 수련할 만한 장소가 있는 거야?”

옆에서 걷던 도중 아리안 누나가 약간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카이서스의 둥지가 위치한 산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데다가 인적도 드문 곳이니까.

“마을에서도 멀고 외진 곳이기는 해도 수련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식량도 두둑이 챙겼으니 꽤나 오랫동안 틀어박혀서 수련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도착했어요. 저기가 들어가는 통로예요.”

내가 수풀 사이에 무질서하게 놓인 바위들 사이의 틈을 가리키자 아리안 누나는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저 바위들 사이에 우리가 들어갈 만한 틈은 보이지 않는데?”

“무슨 말이에요? 여기 바위 사이에 커다란 통로가 있잖아요.”

내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다시 한번 가리켰지만 아리안 누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 눈에는 바위들밖에 안 보여.”

아리안 누나가 그렇게 말하며 통로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멈췄다.

<야, 너 바보냐? 세상에 어느 드래곤이 자신의 둥지 입구를 빤히 보이게 해놓겠냐?>

어리둥절해하던 도중 들려온 카이서스의 목소리에 그제야 아리안 누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뭐? 그럼 정말로 아리안 누나에게는 저 입구가 안 보인다는 거야?’

<그래. 아마 저 아이에게는 바위밖에 안 보일 거다. 통로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손을 뻗어도 바위의 감촉밖에 못 느끼겠지.>

‘그럼 내게 통로가 보이는 건 역시 너 때문인 거야?’

<그래, 결계가 네게서 나의 파장을 읽었기 때문이지.>

‘그런 거면 아리안 누나는 여기까지 와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거야? 이런 거면 어째서 아리안 누나가 따라와도 된다고 한 거야?!’

아리안 누나를 헛걸음하게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묻자 카이서스가 어이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못 데리고 들어간다는 말은 안 했거든?>

‘그, 그래?’

확실히 그런 말은 안 했지, 흠, 흠.

‘그럼 이 결계는 어떻게 없애면 돼?’

<결계를 해제하면 그 후에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거나 할 수도 있는 데다… 어차피 지금의 네 수준으로는 바꾸거나 없앤다는 선택 자체가 무리니까 결계를 잠시 속이는 걸로 해야겠군.>

‘속이다니? 어떻게?’

<간단해, 저 아이를 껴안은 채로 들어가면 된다.>

‘뭐, 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던 내가 당황한 기색이 되자 의아했던지 아리안 누나가 물어왔다.

“저… 그게… 누나, 잠시만 껴안아도 될까요?”

“으, 응?”

내가 우물쭈물하며 한 말에 잠시 당황하던 아리안 누나는 이내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왔다.

“너도 참…….”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아리안 누나의 품에 안기자 따스한 온기와 향긋한 내음이 느껴졌다.

뜬금없이 서로를 껴안은 채 온기를 느끼고 있던 도중 아리안 누나가 놀란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이젠 보여요?”

“응. 하지만 어떻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에 나는 카이서스에게 들은 것을 말해주었다.

“조금 전까지 누나가 통로를 발견하지 못한 건 이 부근에 쳐져 있는 결계가 드래곤이 허락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서 그래요. 지금은 저와 붙어 있기에 결계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보이는 거구요.”

“드래곤이라니… 그럼 설마?!”

내 말에서 무언가를 알아챈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아리안 누나의 모습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네, 여긴 저를 가호하는 드래곤의 둥지로 들어가는 입구예요.”

“수련 장소가 드래곤의 둥지였다니… 잠깐, 정말로 나도 따라 들어가도 되는 거야?”

“괜찮아요. 이미 허락을 받은 데다 어차피 둥지 안은 비어 있으니까요.”

내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아리안 누나가 이내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음,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그 이유를 눈치챘다.

“그, 그럴까요?”

계속해서 껴안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대화를 나눌 때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껴안은 상태 그대로 엉거주춤한 옆걸음으로 통로에 들어섰다.

입구를 어느 정도 지나 통로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자 아리안 누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제는 떨어져도 괜찮겠지?”

“아, 아마도요?”

조심스레 평소와 같은 거리로 떨어졌지만 아리안 누나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괜찮은 모양이다.

아리안 누나에게서 나는 향기는 정말 향기로웠지.

아, 혹시 내게서 입 냄새가 난 것은 아니겠지?

문뜩 떠오른 걱정에 입가에 손을 대고 후후 불어 냄새를 확인하던 중 아리안 누나에게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마터면… 했네.”

스스로의 입 냄새를 신경 쓰느라 예민한 청각으로도 일부밖에 듣지 못했다.

“네? 뭐가요?”

내가 되묻자 아리안 누나는 자신이 머릿속의 말을 내뱉은 줄도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흠, 그렇지. 이런 둔해 빠진 데다 눈치도 없는 녀석에겐 저런 여자가 어울리겠어.>

‘헤헤, 정말? …이 아니라, 누가 둔하고 눈치도 없단 거야?’

나의 말에 카이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침묵에서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마음이 너무도 강렬하게 전달되어 더 이상 묻기를 포기했다.

‘그나저나 지나갈 때마다 끌어안은 채로 이동해야 한다니 조금은 불편하지 않을까?’

사실 좋긴 좋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불편하게 게걸음으로 이동해야 하고 말이야.

<사실 손만 잡고 들어가도 상관은 없는데 너희가 진도도 못 나가고 우물쭈물하는 것이 한심해서 말이지.>

카이서스가 알려준 진실에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뭐? 너 이 자식… 그런 건 계속 숨기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크크크.>

카이서스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저번에 수련한다며 사라졌을 때도 이곳에 왔던 거야?”

“네. 제게 도움이 되는 물건이 여기 있거든요. 아, 아마 누나에게도 도움이 될 거에요.”

“뭔지는 몰라도 기대되네.”

아리안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통로를 걸었다.

한참을 걸어, 드디어 둥지에 진입했다.

통로를 나오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공동의 모습에 아리안 누나는 약간은 김이 샌 표정이 되었다.

“약간 내가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르네.”

대부분 드래곤의 둥지라고 하면 엄청나게 화려하게 치장되고,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 있는 보물들을 생각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여긴 드래곤이 쉬는 곳이라 그래요.”

누군가는 드래곤이 보물을 깔고 그 위에서 잠을 잔다고 하던데.

카이서스의 말에 따르면 그닥 잠자기에는 좋은 느낌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은 결국 보물을 깔고 누워봤다는 이야기지만 뭐.

“아마 상상하시는 곳은 여기일 거예요. 레세로!”

약속어를 소리치자 공동 한쪽의 커다란 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엄청난 양의 마나에 아리안 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건 또… 상상 이상이네. 확실히 이곳에 넘쳐나는 마나라면 수련에는 도움이 되겠어.”

수많은 금은보화의 빛에도 마나의 농도에 더 놀라다니, 역시 아리안 누나는 천생 마법사란 말이지.

카이서스가 평생 모아온 창고 안의 수많은 보물 중에는 아티팩트가 많았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순도 높은 마나가 가득하다.

“후후, 제가 도움이 되는 물건이라고 했잖아요. 특별한 물건이 하나 있어요. 그게 어디 있더라……?”

나는 미트라움 원반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저번에 수련하고 떠날 때 어딘가에 놔뒀었는데… 아, 저기 있다.

“이거예요.”

아리안 누나를 데려가 미트라움 원반을 보여주었다.

“강한 마나가 느껴지긴 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야?”

넓고 얇은 이 원반의 용도는 대부분 짐작하기도 힘든 게 당연하지.

“일단 위에 앉아서 마나를 운용해 봐요.”

카이서스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의기양양해하며 아리안 누나를 원반 위에 앉혔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눈을 감고 마나를 움직인 아리안 누나는 순식간에 느껴지는 감각에 눈을 감은 채로 놀란 표정이 되었다.

나 역시 느껴본 적 있는 경험이기에 아리안 누나의 놀라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놀라던 것도 잠시, 이내 아리안 누나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음, 음, 음.

그런데 나는 아리안 누나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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