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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드래곤-60화 (60/150)

060화 - 갑작스러운 귀빈

“하하, 그동안 신수가 더 훤해진 것 같은데? 벌을 받으러 간 게 아니라 어디 좋은 곳에 놀러 갔다 온 것 아닌가?”

로라스 왕자는 나를 보자마자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리가요. 잔뜩 고생만 하고 왔습니다.”

매일매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수련만 한 데다 이상한 여자 강도를 만나질 않나, 마지막엔 카이서스의 함정에 빠져서 한 달 정도를 개고생했는데.

“그런가? 꽤나 피부도 좋아지고 몸도 좋아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왕자는 내 팔을 만지작거렸다.

그, 그런가?

그러고 보니 오러만이 아니라 마법도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르면 신체가 변화한다고 하던데.

7서클에 오르면서 내 몸에 변화가 생긴 건가?

나는 왕자의 교실 한쪽에 있는 거울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키도 조금 더 커진 것 같고… 체형도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얼굴선도 조금 더 굵어진 것 같고…….

이러면 적어도 어리다는 소리는 더 이상 안 듣겠어.

변화한 내 모습에 속으로 의기양양해하고 있는데 왕자가 다행이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때마침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골치 아픈 손님이 우리 나라에 방문해서 말이야.”

“네? 골치 아픈 손님이라뇨? 그보다, 때마침 잘 돌아왔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왕자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사흘 전에 타이런 제국에서 사절이 왔거든. 선생도 아는 사람이야.”

타이런 제국에서 사절로 올 만한 사람 중에서 내가 알 만한 사람이라면…….

“설마, 카리야 황녀입니까?”

“그래. 그녀가 왔어.”

“그녀가 대체 우리 나라에는 무슨 일이랍니까?”

내 물음에 왕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되물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나? 일단은 그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던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왔다는데… 선생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왕자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겠죠.”

“그렇지?”

“그런데 제가 마침 잘 돌아왔다고 하신 건 대체……?”

내가 재차 묻자 왕자는 깜빡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카리야 황녀가 선생을 만나고 싶어 하더군. 그때는 선생이 트럼벨에 없던 때라서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은 돌아왔으니 만나게 해줘야겠지.”

젠장, 조금만 더 늦게 트럼벨로 돌아올 걸 그랬네.

내 정체가 드러난 이후로는 그녀를 상대하는 것이 조금 껄끄러운데 말이지.

“선생이 불편해하는 건 알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선생이 트럼벨로 돌아왔는데도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큰 결례이니 말이야.”

내 얼굴에서 불편해하는 것이 드러났는지 왕자가 씁쓸해하며 말했다.

상대는 대국, 이쪽은 소국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하아, 어쩔 수 없죠. 뭣 때문에 저를 찾는지는 몰라도 만나볼 수밖에요.”

내가 자포자기하며 말하자 왕자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이라면 그럴 줄 알았지. 그렇지 않아도 어제 선생이 트럼벨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일정을 잡아두었네.”

“네? 벌써요? 언제입니까?”

왕자는 당황하는 나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이야. 아바마마와 내가 황녀와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네. 그때 선생도 함께하면 되네.”

끄응, 바로 오늘 저녁이란 말이야?

뭘 먹든 제대로 소화도 안 되겠군.

“자, 일단 수업부터 시작하지. 거의 1년간 자습만 하느라 지겨웠다고.”

왕자의 채근에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수업을 시작했다.

* * *

왕자의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나는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카리야 황녀는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하는 걸까?”

<나야 모르지. 인간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으니까.>

“그런가…….”

고민한다고 해봐야 해답이 나올 리가 없었기에 나는 매형이나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근무를 서고 있는 기사들에게 물어물어 매형인 루밀리온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매형은 지금 근무 시간이 아니라 휴식 시간이었다.

“아, 처남! 오랜만에 뵙습니다. 돌아오셨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매형이 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먼저 인사했다.

다른 기사들은 내가 나타나자 고개를 가볍게 숙여 보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랜만이에요, 매형.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젠 가족이잖아요.”

“하하, 이게 습관인지라…….”

매형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음, 굳이 강요할 필요까진 없겠지.

“어제 듣자하니 누나가 임신했다면서요? 축하해요.”

임신을 축하하자 매형의 얼굴은 행복으로 물들었다.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행복해서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날 정돕니다.”

“애 아빠가 될 사람이 아직 실감을 못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이제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할 게 많을 텐데요.”

내가 짐짓 혼내듯이 말하자 아차! 하는 표정이 된 매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건 그렇군요. 이제부터라도 남편이자 아버지인 제가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잔뜩 기합이 들어가서 머릿속으로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매형,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는 말아요, 우리 누나도 허술한 사람은 아니고, 게다가 다른 가족들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저도 있잖아요.”

“아! 하하, 그건 그렇군요!”

“후후, 조카가 빨리 태어나면 좋겠네요.”

내 말에 매형은 꿈이라도 꾸듯 몽롱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예.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메이엔을 닮아서 예쁠 겁니다.”

훗, 아무래도 우리 조카는 아빠에게 예쁨을 많이 받고 자랄 것 같네.

“팔불출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네요.”

“아하하, 그렇습니까? 아! 처남,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만 근무 시간인지라…….”

“괜찮아요. 이만 가보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차피 누나의 임신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만나러 온 것이었기에 억지로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내려놓았던 군모를 다시 쓴 매형이 경례를 취해 보이고는 휴게실을 나서자 나도 밖으로 나갔다.

아직까지 저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왕궁이나 산책할까.

나는 왕궁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7서클에 오른 후에 대충 짐작하기로 내게 남은 시간은 2년에서 3년.

그리 짧지는 않지만 그렇게 넉넉한 시간도 아니다.

최대 3년 안에 9서클로도 모자라 서클 브레이커의 경지에 올라야 하는 것이다.

3년이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 안에 서클 브레이커에 오를 수 있을까?

<죽기 싫으면 올라야지. 다른 선택지가 있느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건 나도 알지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니까 그러지.

<흥! 내 심장까지 집어삼킨 놈이 겁먹기는. 그딴 건 걱정하지 말고 수련만 열심히 해라.>

후…….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애써 불안함을 없애려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왕실에서 내어준 방으로 가서 빌린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이쪽으로 오시죠.”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앞장서서 안내했다.

식사 장소는 국왕이 기거하는 영광의 궁전 안에 위치한 식당.

왕실의 가족들이 함께 식사할 때 쓰이는 곳이자 국가의 귀빈과 만찬을 할 때 쓰이는 곳이다.

식당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나였다.

식사 자리에서 가장 낮은 신분인 내가 먼저 와 있는 것이 당연하니까.

넓은 식당 중앙에는 직사각형의 넓은 식탁이 놓여 있었다.

이번 만찬에 참석하는 국왕과 왕자, 카리야 황녀와 나.

네 사람이 앉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넓어 보이는 식탁이었다.

“이쪽에 앉으시죠.”

나를 안내한 시종이 식탁의 한쪽에 앉을 것을 권했다.

“고마워요.”

내가 자리에 앉자 안내한 시종이 자신의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식당을 나섰다.

넓은 식당 안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딱히 할 것이 없었기에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루하다고 느낄 때쯤 식당의 문이 열리며 시종이 말했다.

“국왕 전하와 로라스 왕자님, 타이런 제국의 카리야 황녀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그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했다.

세 사람 모두 나보다 한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맞이하는 것이 정중하겠지.

잠시 후 열린 문으로 국왕과 왕자, 카리야 황녀가 미소 띤 얼굴로 대화하며 들어섰다.

사이가 좋아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외교상의 가면이다.

“오! 드리안 자작. 오랜만이군.”

국왕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국왕 전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국왕이 고개를 돌려 카리야 황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트럼벨로 돌아왔다고 하더구려. 카리야 황녀께서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기에 곧장 자리를 마련했소이다.”

선심 썼다는 듯한 국왕의 말에 카리야 황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우드 국왕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국왕에게 인사한 카리야 황녀가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오랜만이군요, 드리안 자작.”

어어…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뎁쇼.

“아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녀님.”

“한동안 어디론가 떠나 있었다지요?”

“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호오, 그것참 궁금하네요.”

“아하하…….”

대답하기 곤란해서 멋쩍은 웃음만 흘리는 나를 구해준 것은 국왕이었다.

“후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지만 서서 이야기하지 말고 일단은 앉읍시다.”

“어머, 제 정신 좀 봐. 제가 실례했군요.”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의자를 빼주자 국왕과 왕자, 카리야 황녀가 자리에 앉았다.

물론 식탁 끝의 상석은 국왕이 앉았다.

“본국에서 지내며 불편한 점은 없으시오?”

국왕의 물음에 황녀가 완벽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전하. 배려해 주시는 덕분에 아주 편안하답니다.”

“허허허, 다행이구려. 자, 그럼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계속합시다.”

국왕이 손뼉을 치자 시종들이 쉴 새 없이 음식들이 가득 담긴 쟁반을 내어왔다.

순식간에 넓은 식탁 위가 음식들로 가득 찼다.

“음식이 입에 맞으면 좋겠구려. 자, 듭시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며 국왕이 말하자 왕자와 카리야 황녀도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들 왕족과 황족답게 여유롭고 우아한 식사 예법이었다.

그들 사이에 낀 나는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잔뜩 긴장한 채로 식사를 시작했다.

적어도 식사 중에는 귀찮게 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나는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슬쩍 카리야 황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국왕 부자에게만 말을 걸 뿐 나에게 말을 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후우, 다행이군.

적어도 저녁 식사만큼은 여유롭게 할 수 있겠어.

그런데 이렇게 무시할 거면 대체 왜 부른 거야?!

내가 속으로 투덜대는 차에 갑자기 카리야 황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왜 당신을 찾았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군요.”

어어, 설마 나… 속으로 생각한다는 걸 입 밖으로 말하기라도 했던 건가?

내 속마음을 들킨 것에 대해 깜짝 놀라 쳐다보자니 그녀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 놀랄 것 없어요. 오랫동안 조용히 지냈다지만 나도 황실의 인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쯤은 쉬워요. 특히나 당신은 더욱 쉽고요.”

끄응, 한마디로 내 얼굴에 무슨 생각인지 다 드러난다 이거네.

“그럼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저를 찾으신 겁니까? 사절로서의 일도 바쁘실 텐데 말입니다.”

내가 대놓고 물은 말에 카리야 황녀는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내 물음에 대답 대신 국왕을 돌아보았다.

“크라우드 국왕 전하, 식사를 마치고 드리안 자작을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황녀의 말에 국왕이 눈을 살짝 찌푸린 채 되물었다.

“단둘이라고 하셨소?”

“네.”

황녀의 대답에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국왕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의 부탁을 어찌 거절하겠소. 그러도록 하시오.”

젠장, 모두들 내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구만.

국왕은 슬쩍 나를 쳐다보며 눈짓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타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는 채 나머지 세 사람이 담소를 나누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젠장, 아무리 음식이 맛있으면 뭐 해.

이래서야 소화도 제대로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속이 쓰려오는 것을 느끼며 초조하게 식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식사가 끝났다.

국왕과 왕자가 먼저 자리를 비우고 넓디넓은 식당 안에는 커다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나와 카리야 황녀만이 남았다.

“어째서 저를 찾으신 건지 이제는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잔뜩 긴장한 채로 나는 물었다.

그 말에 잠시 침묵하던 카리야 황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도 제 오라버니가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의 배후라고 생각하나요?”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곳에는 나와 황녀 단둘뿐.

어설프게 말을 돌리기보다 똑바로 말하는 것이 낫겠지.

“네. 제가 확인한 정보대로라면 제국이 칼라마쉬의 서를 가지고 있다는 게 확실합니다.”

내 대답에 황녀는 순간 매서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조금 움찔하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기에 나는 그 시선을 마주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황녀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구슬이었다.

“이게 뭡니까?”

잔뜩 심각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다 말고 등장한 구슬에 나는 의아해졌다.

황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구슬을 식탁 위로 굴렸다.

넓은 식탁 위로 구슬이 데구루루 굴러왔다.

식탁에서 떨어지려는 구슬을 내가 낚아챘다.

구슬을 잡아채자마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묻죠. 조금 전의 말, 진실인가요?”

그 감각에 대해 내가 생각해 보기도 전에 황녀가 재차 물어왔다.

조금 전에 물었던 것을 다시 묻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지?

그리고 이 구슬은 대체 뭐야?

순간적으로 망설였으나 나는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

“후우, 네. 저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손에 든 구슬에서 빛이 작게 반짝였다.

역시 마법 아티팩트였나?

대체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거지?

구슬에서 하얗게 반짝이던 빛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눈을 찡그리며 황녀를 쳐다보았다.

“이건 대체 무엇입니까?”

내 물음에도 그녀는 조용히 내 손에 쥐인 구슬을 응시할 뿐이었다.

“설마… 믿을 수 없어… 하지만 저 구슬은…….”

뭔가 충격을 받은 듯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내가 재차 묻자 그제야 황녀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말했다.

“그 구슬은… 지닌 자로 하여금 진실만을 말하게 해주는 물건이에요.”

역시 이 구슬은 아티팩트였나.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아티팩트라니, 제국에는 정말 별의별 물건이 다 있군.

“그렇다면 이제는 믿어주시는 겁니까.”

내 말에 잠시 침묵하던 황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후우, 요즘따라 오라버니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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