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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드래곤-56화 (56/150)

056화 - 속성 수련

“뭐? 일 년씩이나 떠나 있을 거라고?”

내가 일 년간 트럼벨을 떠나 있을 거라는 말에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수련을 해야 해서요.”

“마법 수련이라면 여기에서 해도 되잖니, 왜 굳이 떠나 있으려는 거야?”

내 대답에 누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머니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 여기서도 충분히 수련할 수 있잖니. 왜 굳이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거니? 또 연락도 없이 사라지면 엄마는…….”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울먹였다.

이전에 내가 말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꼭 가야만 해요. 그리고 위험한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자주 연락할게요.”

“정말 꼭 가야만 하는 거니?”

“네.”

어머니가 진지한 눈빛으로 물은 말에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당부하듯 말했다.

“꼭 자주 연락해야 한다? 응?”

“물론이죠. 저도 이제 아이가 아니라고요.”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일 년 동안 건강하고, 무사히 돌아오렴.”

“네.”

다음 날 나는 카이서스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 * *

대륙력 756년 3월 27일.

나는 카이서스의 둥지에 도착했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 채 빈 곳으로 남아 있어서인지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 정말 오랜만이네.

거의 2년 만인가.

“그래서, 뭘 하면 돼?”

내가 둥지 내부를 둘러보며 물은 말에 카이서스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우선은 창고로 들어가라.>

창고라면… 카이서스의 보물이 있는 방인가.

나는 걸음을 옮겨 카이서스의 창고로 들어갔다.

“레세로!”

창고의 문을 여는 약속어를 내뱉자 내 마나가 반응하는 것과 함께 문이 조용히 열렸다.

번쩍번쩍.

여전히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나를 맞이했다.

이것들만 있으면 평생 돈 걱정은 없겠군.

이 돈의 일부만 써도 맘만 먹으면 영지 하나를 사서 영주 노릇을 할 수도 있을 거다.

뭐, 물론 여러모로 귀찮은 데다 할 것도 많으니 안 하겠지만.

“그래서 뭘 찾으면 된다는 거야?”

<흠, 아마 내가 창고에 처박아뒀을 건데. 꽤나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은색의 원형 쟁반처럼 생긴 것이다.>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은쟁반이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사방에 가득한 것이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물건들에.

온갖 금은보화가 반짝이고 있다.

마나가 느껴지는 은쟁반을 찾기에는 정말이지 좋지 않은 환경이다.

<뭐,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창고 주인이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니냐?!”

<필요한 놈이 찾아야지.>

“아니, 내가 죽으면 너도 죽거든?!”

<고통은 너만 겪을 거다.>

끄응… 말을 말아야지.

대화도 통하는 놈이랑 하랬어.

옛날에 그런 말도 있잖아.

무슨 말을 해도 들어 처먹지를 않으니 도저히 대화할 자신이 없다.

이게 바로 이 상황이로군.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카이서스가 말한 은쟁반을 찾아보았다.

이건… 쟁반이긴 쟁반인데 금으로 된 거고.

저건… 은색을 띠는 광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네.

카이서스의 생전 모습을 조각한 듯했다.

실제 크기보다 훨씬 줄였기에 크기는 작았지만 무척이나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엄청난 장인의 솜씨가 느껴졌다.

분명 멋지기는 멋진 조각상이지만…….

‘자기 모습을 한 조각상을 만들다니, 정말이지 악취미야.’

<뭐, 인마? 저게 드워프 장인들이 미스릴로 얼마나 정성스레 만든 조각인데.>

“협박 때문에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드워프 장인이라니, 조각 실력이 좋을 만하군.

카이서스와 대화를 하며 더럽게 넓은 보물 창고를 계속해서 수색해 나갔다.

넓디넓은 보물 창고를 수색해 나가기를 몇 시간째.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어… 설마 저게 그 은쟁반이야?”

<오, 드디어 찾았군.>

그것은 평범한 쟁반이라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사람 하나가 드러눕기에도 충분할 정도였다.

저게 어딜 봐서 쟁반이야?!

쟁반이라는 건 보통 그릇을 받쳐 드는 데 쓰는 거지 보통은 저렇게 크지 않다고.

<뭐, 말이 쟁반 모양이라는 거지 정말로 쟁반으로 쓴다고는 안 했다만.>

음, 확실히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이걸 어쩌라는 거야?”

나는 혼자서는 들기에도 벅차 보이는 쟁반처럼 생긴 은색의 물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인마, 발로 차지 마라. 그게 너를 7서클로 올려줄 귀한 물건이니까.>

“뭐? 이게?”

아무리 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 거대한 은쟁반이 나를 7서클로 올려줄 거라고?

내가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카이서스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잡다한 말은 제쳐두고, 일단 저 위에 앉아서 마나를 운용해 봐라.”

나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은반 위에 올라앉았다.

“흡?!”

마나를 전신으로 돌리자마자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게 뭐야?!’

<크크, 뭐긴 뭐야. 마나를 증폭시켜 주는 거지. 사실 이건 미트라움으로 만들어진 거다.>

‘미트라움?’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카이서스가 설명해 주었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구하기 어려운 광석이지. 내가 저걸 만들 분량을 구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아마 대륙에는 저것밖에 없을 거다. …아무튼 미트라움에 닿은 채로 마나를 운용하면 서클을 늘리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그런 엄청난 게 있었어?”

<그래. 거기다가 이 창고 내부는 온갖 아티팩트들 덕분에 높은 순도의 마나가 가득하니 수련하기에 더욱 좋지!>

‘좋아, 그럼 제대로 수련을 해볼까.’

나는 카이서스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마나 수련에 정신을 집중했다.

마나가 들뜨며 전신을 휘감는 것이 느껴진다.

* * *

한 달인가 두 달 후.

“끄응, 확실히 엄청나게 도움이 되긴 하는데 서클이 늘어날 생각은 하질 않네.”

<크크,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너의 멍청함은 미트라움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니까.>

‘시끄러. 지금 이 속도로 6서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거거든?’

후,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계속 드래곤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종족이랑 붙어 지내다 보니 나도 조급해졌었어.

보통 사람이라면 6서클에서 7서클에 오르는 데 십 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이제 겨우 한두 달인데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나는 마음을 다잡고 미트라움 쟁반에서 일어났다.

꼬르륵-

음, 몇 시간동안 수련을 한 거지?

이 안에선 밖이 보이질 않으니 밤과 낮을 알 수가 없네.

대충 어림짐작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나는 한쪽에 놓아둔 가방에서 마법 주머니를 꺼냈다.

크기는 작지만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들어가는 덕에 충분한 식량을 담아 올 수 있었다.

무게까지 줄여주니 엄청 좋다.

그런데…….

“응? 거의 다 먹었네?”

육포와 같은 건조 식량을 들고 왔는데 벌써 다 떨어진 것이다.

물이야 카이서스의 창고 내부에 있는 샘물에서 구할 수 있다지만 식량은 외부에서 구해야 한다.

물론 한 번에 일 년치의 식량을 담아 올 수야 있다.

마법 주머니는 그만큼 대단하니까.

그럼에도 내가 두 달어치의 식량만 담아 온 이유는 한 가지였다.

일 년 내내 카이서스의 둥지에 혼자서 처박혀 있으면 너무 외롭고 답답하니까.

창문도 없는 곳에서 인공적인 빛에 의지하며 혼자 먹고 자고 수련만 한다.

드래곤의 심장으로 강화된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다.

“음, 오늘은 밖에 나가서 식량을 구해 와야겠어.”

오늘은 수련을 조금 쉬기로 하고 나는 간만에 카이서스의 둥지에서 나왔다.

“흐음, 간만에 바깥바람을 쐬니 기분이 좋네.”

<뭐라는 거냐? 창고 안에도 공기는 순환되어서 바깥이나 안이나 전혀 차이가 없거늘.>

“그야 당연히 느낌의 차이지, 느낌의 차이!”

하여간 내가 기분 좀 내려고만 하면 훼방이라니까.

카이서스의 둥지가 숨겨진 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마을이 있을 터였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한참 동안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숲을 헤치며 내려가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응? 뭐지?

<가볼 셈이냐?>

‘당연하지! 누가 곤란한 일에 처한 것 같은데 도와줘야 할 것 아니야.’

<흥, 쓸데없는 짓을…….>

카이서스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나는 조심스레 소란이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마차 하나를 두고 세 명의 남자와 대치하고 있는 한 여자였다.

쇠스랑을 들고 있는, 하나같이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

단검 하나를 손에 들고 있는, 잔뜩 지친 표정을 한 갈색 머리의 여자.

강도인가?!

나는 이중 영창으로 두 손에 파이어 볼을 띄운 채로 앞으로 나섰다.

“대낮부터 젊은 여자를 상대로 강도질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험상궂은 사내들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사내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마차를 털려고 하는 건 저 여자 쪽이라고!”

…엥?

“크으… 방해하지 마!”

내가 어리둥절해하며 멍하니 서 있자 젊은 여자가 내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어, 어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나는 당황하면서도 파이어 볼을 여자의 발치에 던졌다.

위협용으로 발치에 던진 것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맞으면 크게 다칠 것이었다.

그렇기에 던지기 직전 위력을 크게 낮추었다.

“흥! 제대로 노리지도 않은 걸 내가 맞을 것 같아?”

여자가 훌쩍 뛰어오르더니 파이어 볼을 피해내며 내게 단검을 휘둘렀다.

“어엇! 실드!”

내가 깜짝 놀라며 펼쳐낸 실드에 단검이 막히자 여자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쳇, 가진 돈이랑 음식만 전부 내놓으면 물러나 주겠다니까!”

그녀의 말에 세 남자들 중 하나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미쳤냐?! 이건 우리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산 상품들이라고! 여자 한 명한테 넘길쏘냐?!”

남자들이 끝까지 저항할 의지를 내비치는 데다가 갑자기 나까지 나타난 상황에 당황한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 그럼 먹을 것만 다 내놔!”

“헛소리! 사 대 일인데 네 말을 들어줄까 보냐?”

“그, 그럼 조금만이라도…….”

어… 뭔가 강도라기에는 점점 초라해지는데.

자세히 보니 강도 여자가 피곤한 얼굴이다 싶었더니, 배고파서 지친 건가?

“어… 잠깐만요. 그쪽은 설마 먹을 것이 없어서 이분들에게서 빼앗으려 했던 건가요?”

“뭐, 뭐! 불만 있어?!”

내 말에 강도 여자는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식량이 떨어진 거라면 이분들에게 먹을 것을 사면 되잖아요. 마을도 가까우니 거기까지만 가면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을 거고…….”

“돈이 없으니까 그러지! 길에서 굶어 죽느니 강도질이라도 하는 게 나아!”

당연하다는 듯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그러면 먹을 걸 조금 달라고 부탁이라도 하든가요.”

“맞아! 우리도 먹을 것을 조금 달라고 하는 정도였으면 나눠줬을 거라고!”

세 사내들 중 한 사람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어? 정말? 그럼 먹을 것 좀 줘.”

여자가 마침 잘됐다는 듯 가볍게 하는 말에 사내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줄까 보냐!”

“거봐! 안 주잖아!”

아니, 강도질을 하려고 한 사람에게 순순히 먹을 것을 건네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잖아…….

하아, 이거야 원.

이거 분위기가 흉악 범죄가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동네 바보랑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야.

“그럼 내가 마을에 가서 먹을 걸 사줄 테니까, 이분들에게 사과해요. 세 분도 별로 피해 본 게 없으니 이쯤에서 상황을 종료하죠. 꼭 피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중재에 나서자 강도 여자는 물론이고 세 남자도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나야 먹을 걸 사준다면야…….”

“뭐, 저 여자가 물러난다면 우리도 똥 밟은 셈 치고 가던 길을 갈 수는 있지.”

<뭘 굳이 이렇게까지 참견하는 거냐? 그냥 갈 길이나 가면 되지.>

카이서스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했다.

‘그렇지만 저 여자, 뭔가 좀 불쌍하잖아.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흠, 확실히 너만큼이나 덜떨어져 보이기는 하는구나.>

‘나만큼이라는 말은 빼시지?’

“그럼 저 여자는 댁이 알아서 처리하슈. 우리는 가던 길이나 갈 테니.”

세 남자는 괜히 귀찮은 일에 얽히기 싫다는 듯 다시 마차를 몰고 떠나 버렸다.

하아, 일단 끼어들기는 했지만… 괜한 일을 한 것 같기도…….

“있잖아, 있잖아! 먹을 거 사준댔지? 어서 가자!”

여자는 단검을 허리춤에 꽂고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좀 모자라 보이네.

“그보다, 그쪽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 제 파이어 볼을 피하는 몸놀림을 봐서는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은데.”

“응, 나는 데소나야.”

“아니, 이름을 물어본 게…….”

“잔말 말고 빨리 가자! 나 배고프단 말이야.”

어느새 앞장서서 걸어 나가는 데소나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갔다.

대체 저 여자는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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