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화 - 아버지의 방문
“이제 슬슬 식이 시작될 거야. 메이엔? 준비하렴.”
어머니의 말에 긴장과 흥분으로 약간은 상기된 얼굴의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엘, 우리도 이제 식장으로 가자꾸나.”
“네.”
나와 어머니, 스승님과 대스승님은 식장으로 이동했다.
아리안 누나는 신부인 메이엔 누나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신부 대기실에 남았다.
내가 스승님과 대스승님, 두 분의 대마법사와 함께 식장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드리안 자작, 반갑네! 나는…….”
“라엘 님, 반갑습니다! 저는…….”
“오! 드래곤의 가호를 받으시는 분이군요! 저는…….”
앞다퉈 가며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로 인해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다.
그런 나를 구해준 것은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선생! 결혼 당사자의 가족이 가장 늦으면 어찌하나? 하하!”
로라스 왕자가 내게 다가오자 내게 다가오던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하하, 쉘던 왕국에서 대접을 받느라 좀 늦었습니다.”
“그래, 갔던 일이 잘되었다던 것은 들었네. 두 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로라스 왕자는 스승님과 대스승님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하, 왕자님이 다 애써주신 덕분이지요.”
대스승님이 치켜세우며 해준 말에 로라스 왕자가 흡족하게 웃었다.
뿌우-!
나팔 소리가 나자 왕자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 곧 식이 시작하는 모양이군. 어서 자리에들 앉읍시다.”
나와 어머니는 신부 가족석으로, 왕자와 스승님, 대스승님은 귀빈석으로 향했다.
“흥, 늦었구나.”
가족석에 먼저 앉아 있던 외할아버지가 툴툴거리며 나를 맞이했다.
“하하, 죄송해요.”
어머니는 자리에 앉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이와 다른 아이들도 왔다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와 다른 형제들을 언급하는 어머니의 말에 외할아버지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흥, 그런 범죄자 놈이 오면 내가 쫓아낼 거다!”
“아버지도 참…….”
어머니가 서운해하거나 말거나, 아버지와 형제들의 자리가 빈 채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은 참여한 하객들의 면면만큼이나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졌다.
신랑 신부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하늘은 맑았다.
외할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고위 성직자의 주례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 * *
며칠 뒤.
신혼여행을 다녀온 누나 부부가 외가에 들렀단 소식을 들었다.
왕궁에서 퇴근하고 외가로 가기 전에 집에 들렀다.
일단은 옷을 갈아입고 가는 편이 좋을 테니까.
그런데 집으로 들어간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분명히 비어 있을 집에 누군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스태프를 잡아 들고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누구냐!”
나는 당장에라도 파이어 볼트를 발사할 준비를 하며 소리쳤다.
“아버지에게 하는 인사치고는 꽤나 과격하구나.”
“…엥?”
아버지가 여기서 왜 나와?
“아, 아버지? 아버지가 어쩐 일로…….”
내가 의아해하며 물은 말에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듯한 투로구나.”
아니,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주인이 자리를 비운 집에 불쑥 들어와 있었으니 놀라는 게 당연하지!
내가 어이없어하거나 말거나 아버지는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잠깐! 차는 또 어떻게 끓인 건데?
저거 아리안 누나가 지난번에 사다 준 차잖아!
아직 나는 맛도 보지 못했던 건데!
“네 도움이 필요해서 왔다.”
“엥? 제 도움이요?”
뜬금없는 말에 내가 의아해하며 되묻자 아버지는 나에게 일단 앉으라는 듯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이거 누가 집주인인지 모르겠네.
내가 자리에 앉자 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세인트혼은 얼마 전 크라우드 왕국에서 몰래 인신 공양을 하는 흑마법사를 처리했었다.”
“그런데요?”
“그곳에서, 어떤 유적을 발굴했다.”
“유적이요?”
뜬금없는 이야기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간단히 말해서… 드래곤의 것으로 짐작되는 유적이다. 곳곳에 드래곤의 흔적이 남아 있었거든.”
“그런데 저를 찾아온 이유는요?”
“당연히 너를 가호하는 드래곤의 지식을 빌리기 위해서지. 우리 힘만으로는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가 불가능해서 말이다.”
흐음, 그러니까 발견은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그래서 카이서스라면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를 찾아온 거고 말이야.
“그렇지만 저는 왕자님의 마법 선생이라고요. 함부로 자리를 비울 처지가 못 돼요.”
유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한데 무단결근을 할 수는 없잖아.
직장이 다른 곳도 아니고 왕궁인데 말이야.
게다가 사정을 밝히고 휴가를 얻자니 그것도 문제다.
암살단의 수장인 아버지가 유적을 발견해서 그걸 발굴하는 걸 도우러 간다고?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자 아버지가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크라우드 왕국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너는 짐만 챙겨서 따라오면 된다.”
“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떻게 암살단이 왕국과 이야기를 해요?”
“아, 세인트혼의 후원자 중에는 시난 상회가 있다. 시난 상회의 이름을 대고 요청했지.”
시난 상회? 대륙 제일이라는 상회가 세인트혼의 후원자였어?
세인트혼, 생각보다도 커다란 단체였잖아!
그보다 이런 걸 함부로 내게 말해줘도 되나?
“어쨌건 크라우드 왕국은 시난 상회의 유적 발굴에 너를 빌려달란 요청에 응했고, 네가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
“흐음.”
<드래곤의 유적이라, 그런 게 있었나?>
내가 고민하는 와중에 카이서스가 말했다.
<뭔지는 몰라도 궁금하구나. 한번 가보자.>
‘야, 난 아직 생각 중이거든? 멋대로 판단을 내리지는 말아줄래?’
‘흥, 어차피 갈 거면서.’
내 속마음을 읽은 카이서스가 비웃으며 말했다.
끄응, 하여간 내 안에 있는 녀석이라 뭐라고 속일 수가 없다니까.
“알았어요. 갈게요.”
결국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네가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난 그냥 미리 알려주러 온 것뿐이다. 아마 내일쯤이면 공문이 내려올 테니 미리 준비해 두려무나.”
뭐야, 일방적인 통보였어?
그나저나 내일이라니, 뭘 준비할 시간도 없잖아?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더 이상 용건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아버지, 얼마 전에 메이엔 누나가 결혼한 건 알고 있어요?”
“물론이다. 나도 그 자리에 갔었으니까.”
뭐? 그때 아버지도 왔었다고?
“그때 왔었다면 누나와 어머니를 만나고 갔으면 좋았잖아요.”
내 말에 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설 만한 신분이 아니지 않느냐.”
하긴, 결혼식 때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만나러 오기 곤란했겠지.
일단은 암살단의 수장이니 말이야.
“게다가 메이엔이 결혼한 상대는 왕실 근위기사지 않느냐. 괜히 만났다가 곤란한 상황이 생기느니 만나지 않는 것이 좋지.”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몰래 만나면 되잖아?
“난 이만 가보마. 메이엔에게는 결혼 축하한다고 전해주렴.”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잠시 자리에 앉아서 생각을 하다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외할아버지의 저택으로 도착한 내가 문을 두드리자 집사 브루스가 나왔다.
“저 왔어요. 누나랑 매형은 안에 있죠?”
“네.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으로 들어가자 응접실에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부부가 앉아 있었다.
대화하던 그들 중에서 매형, 루밀리온이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아, 처남. 오셨습니까.”
그나저나 아무리 내가 지위가 높다지만 매형에게 존댓말을 들으니 영 어색하군.
매형의 말에 내가 온 것을 인지한 다른 사람들도 나를 돌아보았다.
“왔니?”
“어서 와.”
“왔느냐.”
신혼여행 이야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매형이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음… 어머니, 누나. 오늘 아버지를 만났어요.”
“응? 네 아빠가?”
“어디서?”
“흠!”
내 말에 어머니와 누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고 외할아버지는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네. 집으로 찾아와선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누나의 결혼식 때도 왔었대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직접 만나러 오지는 못했지만 결혼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그렇구나, 그이가…….”
“오셨으면 얼굴이라도 비치고 가시지!”
어머니는 아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누나는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흥, 안 나타나서 오히려 다행이구나.”
툴툴거리는 외할아버지의 말에 이어 누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오기는 오셨었구나.”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 * *
얼마 후, 나는 시난 상회에서 발견한 유적 탐사를 위해 레티아 백작령으로 이동했다.
대외적으로는 시난 상회가 발견했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세인트혼이 발견한 거지.
레티아 백작령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야산으로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어서 와라.”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버지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했다.
“세인트혼의 수장이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괜찮아요?”
주변에는 시난 상회의 사람들과 크라우드 왕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시난 상회가 고용한 경호원으로 되어 있다. 뭐, 대부분의 경호원이 우리 측 사람이지만.”
한마디로 위장 신분으로 여기 있다 이거네.
“하지만 혹시라도 여기서 세인트혼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자제해라.”
“알았어요. 일단 어디로 가면 되죠?”
“이곳의 책임자들부터 만나서 자세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아버지를 따라 공터에 세워진 천막들 중 하나로 들어섰다.
내가 들어온 천막이 지휘 본부였는지 딱 봐도 높아 보이는 인물들이 뭔가를 지시하고, 서류를 결재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라엘 드리안 자작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내 아버지, 세인트혼의 수장으로서가 아닌 시난 상회에 고용된 사람의 신분으로 말했다.
그 말에 서류를 살피고 있던 한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잘했네, 빌레이.”
빌레이라는 이름이 아버지가 사용하는 가명인 듯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시난 상회의 카진이라고 합니다.”
“라엘 드리안 자작입니다. 그나저나 시난 상회가 유적 발굴도 할 줄은 몰랐군요.”
내 말에 카진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런 말씀 하십니다. 뭐, 저희 시난 상회는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불법이 아닌 한 뭐든지 하니까요. 제가 주로 하는 일도 이쪽 일이고요.”
하긴, 유적을 발굴하면 돈이 될 만한 게 많이 나오니까.
유물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가치가 높은 아티팩트까지.
유적을 발견해서 발굴하는 데 성공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뭐, 발굴해 봤더니 아무것도 없는 등 랜덤성이 강하긴 하지만.
일단 이곳은 드래곤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니 예사 유적은 아닐 거다.
그러니 시난 상회에서도 세인트혼의 요청에 지원을 하는 것일 테고.
“그래서, 제가 도와드릴 일이 무엇이죠?”
“아,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차였습니다. 일단은 유적으로 같이 가시죠.”
카진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진은 나와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수행원들과 경호원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안내했다.
천막들이 세워진 베이스캠프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동굴이었다.
내부는 곳곳에 세워진 횃불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여깁니까? 유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동굴이 아닌가요?”
내 물음에 카진이 웃으며 말했다.
“후후, 안으로 들어가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오 분 정도 걸었을까.
“와!”
갑자기 넓어지는 공간의 출현에 나는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넓은 공간의 끝에는 유적의 입구로 보이는 듯한 커다란 철문이 있었다.
“얼마 전 동굴 벽이 무너지며 나타난 공간입니다. 그렇지만 무슨 수를 써도 저 문을 열 수가 없어서…….”
철문은 굳건히 잠겨 있었다.
카진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드래곤으로 짐작되는 문양이 곳곳에 새겨져 있기에 드래곤의 가호를 받으시는 드리안 자작님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모신 겁니다.”
그의 말에 철문과 주변을 살펴보니 곳곳에 드래곤처럼 보이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카이서스, 뭐 아는 거 있어?’
<글쎄다. 나도 이런 건 듣지도 못했는데.>
‘하여간 아는 게 뭐냐?’
<헛소리하지 말고 가까이 가서 트레이스나 써봐라.>
나는 카이서스의 말대로 철문에 다가가 트레이스를 사용했다.
“트레이스!”
순식간에 철문에 대한 정보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문짝 자체는 단순한 강철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거기에 걸려 있는 마법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부분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마법들이었다.
“대체 몇 겹으로 마법을 처발라놓은 거야? 이러니까 사람들이 못 여는 게 당연하지.”
내가 중얼거린 말에 어느새 곁에 다가온 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금방 알아보시는군요. 어지간한 마법이라면 저희가 어떻게 했겠지만… 저희로서도 알지 못하는 마법이 대부분이라…….”
‘카이서스, 무슨 마법인지 알겠어?’
<흐음, 흥미롭군. 일단 드래곤이 만든 곳임은 확실한 것 같다.>
‘어떻게 알아?’
<여기 걸려 있는 마법 중 대부분은 드래곤의 서클 브레이크다.>
서, 서클 브레이크라고?
일단 인간들 중에서 서클 브레이커에 올랐던 인간은 없으니…….
“드래곤이 만든 유적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카진은 물론이고 다른 수행원들도 환한 표정이 되었다.
“오! 역시 드래곤의 유적일 거란 우리의 짐작이 맞았군요! 어떻게 여는 것입니까?”
‘음… 카이서스?’
<좀 기다려 봐라.>
“잠시 기다려 주세요.”
어차피 문을 여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카이서스이니 나는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흠, 생각보다는 간단한 퍼즐이었군.>
‘간단한 것치고는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았어?’
<흥,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는 이 문의 비밀을 풀지도 못했을 거다!>
그건 그렇지.
‘아무튼, 문을 여는 방법이 뭔데?’
<드래곤을 인식하면 열린다.>
“엥? 그럼 못 연다는 거잖아?!”
어딜 가서 드래곤을 구해 온다는 말이야?
게다가 구해 온다고 해도 순순히 열어줄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카진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열 수 없다는 겁니까?”
실망한 그들이 힘없이 물을 때 카이서스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멍청하긴, 너도 절반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잊은 거냐? 어쩌면 열릴지도 모른다.>
“잠깐만요. 저라면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군요.”
그 말에 어두워졌던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저 문의 손잡이 부분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마나를 불어 넣어라.>
손잡이? 아, 저건가.
나는 카이서스가 말한 대로 문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 어어?!”
갑자기 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나를 집어삼켰다.
“아니?!”
“드리안 자작님!”
주변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나는 빛에 완전히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