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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드래곤-22화 (22/150)

022화 - 귀환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스승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돌아오거라.]

“네? 칼라마쉬의 서는 어쩌고요?”

[이미 그 일은 우리의 손을 벗어났다. 이제는 국가 간의 일이 되어버렸어.]

스승님의 말에 나는 침음을 흘렸다.

결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이로군.

[조만간 왕실에서 정식으로 제국의 외교관을 불러 항의할 것이다. 제국에서는 당연히 칼라마쉬의 서에 대해서 부인하겠지만…….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확실히 소국인 우리 나라는 제국을 상대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적지.

칼라마쉬의 서가 제국의 황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적색 마탑의 자체 조사.

게다가 그것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탐지기를 통해서 확인한 것.

제국에서 부인하고 나선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제국의 황궁에 쳐들어가서 탐색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겠네요.”

[그래……. 후우, 제국에서 그걸 악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니, 너무나도 무력하구나.]

주먹만 한 크기의 통신구를 통해 보이는 스승님의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으니 돌아오거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두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려두었다.]

“네, 알겠습니다.”

스승님은 뭔가 더 말하려는 듯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통신을 종료했다.

“응? 카밀라 녀석에게서 연락이 왔었더냐?”

잠시 화장실에 갔던 대스승님이 때마침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네,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은 돌아오라는데요.”

내 말에 대스승님은 혀를 끌끌 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아무리 칼라마쉬의 서에 관한 문제라지만 제국을 건드리기는 힘드니까. 책임 추궁조차도 힘들겠지.”

금방 상황을 파악한 대스승님이 말했다.

“그럼 떠날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이넨에 머무는 것도 끝이로군.”

더 이상 하이넨의 식당들을 탐방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기색이었다.

그 모습에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칼라마쉬의 서라는 위험한 물건이 제국에 넘어간 상황에서 그런 것이나 아쉬워하다니.

아무리 괴짜라지만 너무하다 싶었다.

나의 찌푸린 눈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었다는 듯 대스승님이 작게 웃어 보였다.

“칼라마쉬의 서에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어차피 될 것은 되게 마련이니……. 바뀌는 것도 없는데 걱정만 해봐야 무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냐고.

“그럴 바에 만약의 일을 대비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하지만 어떻게 대비하죠? 칼라마쉬의 서가 사용되면 마계의 문이 열리게 되는데…….”

내 말에 대스승님은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그거야 다른 놈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만 잘하면 되지.”

“우리가 할 일요?”

내가 되묻자 대스승님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네놈이나 나나 마법사가 아니더냐? 더욱 정진해서 그것을 막을 힘을 기르는 것이 우리의 일이지.”

대스승님의 말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정진한다고 해봐야 일개 개인일 뿐인데.

칼라마쉬의 서로 인해 마계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지?

하지만 대스승님의 말대로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 * *

나와 대스승님은 하이넨을 떠났다.

국경을 넘어가는 상단에 끼어서 타이런 제국을 떠나 크라우드 왕국으로 돌아왔다.

국경을 지나는 사이 해가 바뀌어 나는 스무 살이 되었다.

국경을 넘자마자 동행하던 상단과 헤어진 우리는 순간 이동소를 통해 적색 마탑으로 이동했다.

적색 마탑에 도착하니 이미 나를 제외한 나머지 마법사들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서 오너라, 고생이 많았다.”

마중을 나와 있던 스승님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쯧, 제자만 보이고 이 스승은 보이지도 않는 게냐?”

나를 먼저 반긴 것이 기분 상했던지 대스승님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멋쩍게 웃으며 대스승님께 인사를 건넸다.

“내 분명히 칼라마쉬의 서를 파기하랬거늘,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더냐.”

대스승님의 말에 스승님은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 됐다. 마법사란 족속의 호기심을 내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니…….”

이해는 한다는 듯 말하면서도 혀를 차는 대스승님의 모습에 다른 마법사들이 수군거렸다.

“저 노인은 누구기에 마탑주님이 쩔쩔매는 거지?”

“듣자 하니 마탑주님의 스승이신 것 같은데?”

“마탑주님의 스승?”

수군거리는 다른 마법사들의 모습에 대스승님이 눈을 찌푸렸다.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들의 모습에 스승님이 나와 대스승님을 보며 말했다.

“우선은 제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마탑주의 스승에게 관심을 가진 마법사들이 모여들면 찬찬히 이야기를 하기에 어려울 터였다.

“그러자꾸나.”

자신을 향한 관심과 목소리가 불편한 것은 대스승님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스승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탑으로 들어간 우리는 스승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

방에 들어서자마자 대스승님이 물었다.

스승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부터 권했다.

“일단은 앉으시죠. 너도 앉으렴.”

나와 대스승님이 자리에 앉자 스승님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그 말에 대스승님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럴 줄 알았다. 타이런 같은 대제국을 크라우드 왕국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칼라마쉬의 서라는 말에 프레첸 제국에서도 나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겠지. 프레첸 제국으로서도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타이런 제국에 손을 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죠. 없다고 우겨대면서 저의 감지기가 잘못되었거나 저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듯 스승님은 이를 악물었다.

“원래 정치를 하는 자들은 거짓말에 능한 법이지.”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 대수롭게 말한 대스승님이 말을 이었다.

“그것에 관한 것은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접어두도록 하고……. 그동안 잘 지냈느냐?”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대스승님의 말에 스승님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클클, 산골짜기에 처박혀 있는 것은 신물 난다며 도망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엥? 도망?

스승님이 대스승님에게서 도망쳤었다고?

그 말에 내가 깜짝 놀라 쳐다보자 스승님은 당황해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스, 스승님도 참! 제자 앞에서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스승님이 투덜거리며 외친 말에 대스승님이 껄껄 웃었다.

“사실이지 않느냐? 촌구석에서 썩기 싫다며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두고 도망가 놓고는.”

“끄응……. 어릴 때의 치기 때문이었죠.”

“아무튼, 하산 이후에 어떻게 적색 마탑의 주인이 된 거냐?”

“하산 이후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전대 마탑주님의 눈에 띄어 적색 마탑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흠, 전대 마탑주라는 양반, 눈이 삔 것은 아니었나 보구나.”

“뭐, 누구와는 달리 실력과 성품 모두 뛰어난 분이셨죠.”

“에잉? 그 말은 내 성품은 좋지 않았다는 게냐?”

대스승님이 눈을 치켜뜨며 묻는 말에 스승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솔직히 성격이 좋으신 편은 아니셨잖아요.”

음, 지금도 성격이 그다지 좋으신 편은 아니지.

괴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이니까 말이야.

“끄응…….”

스스로도 그 말에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한 대스승님은 침음만 흘리다가 혀를 찼다.

“쯧, 그러다가 마탑주의 뒤를 이어받았다 이거냐?”

“네. 그보다 스승님은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이세요?”

대스승님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다, 칼라마쉬의 서가 제국의 손에 들어간 마당에 여유롭게 여행이나 다니는 건 무리일 것 같고……. 이 녀석이나 가지고 놀아볼까?”

엥? 나를 가지고 논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흠, 저 늙은이도 네 몸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구나.>

한동안 조용하나 싶었던 카이서스가 갑자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몸에 관심 있다니……. 조금 오싹한데?!’

<성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마법사로서 너의 재능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다!>

한심하다는 듯한 카이서스의 말에 나는 머쓱해졌다.

<쯧쯧,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원…….>

‘이상한 드래곤이 들어 있다, 왜!’

“스승님도 라엘의 재능에 관심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스승님의 말에 대스승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클클클, 네가 제자로 삼은 녀석이니 관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지.”

대스승님의 대답에 스승님은 마침 잘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번 일로 인해 꽤나 바빠질 것 같은데, 라엘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스승님의 갑작스러운 말에 카이서스와 속으로 다투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가르쳐 준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냐?”

내 말에 대스승님이 눈을 찌푸리며 묻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당황하는 내 모습에 스승님이 웃으며 말했다.

“후후, 스승님이 성격은 괴팍하시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하니 믿어보렴.”

“뭐야?!”

스승님의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에 대스승님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승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동안 내가 신경을 써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 아뇨. 괜찮아요.”

이번 일로 인해 스승님이 바빠지시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스승님이라면 라엘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거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스승님의 믿는다는 말에 대스승님도 기분이 풀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이 녀석은 내가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

그리곤 대스승님은 나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아주 제대로 가르쳐 주마.”

음……. 저건 뭔가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을 때나 지을 법한 표정인데…….

불안해하는 내 마음을 읽은 듯 카이서스가 말을 덧붙였다.

<크크크, 한동안 구경하는 재미는 있겠군.>

대체 뭘 구경하겠다는 건데?

* * *

그로부터 사흘 후, 스승님은 다른 마탑들과의 회담을 위해 떠났다.

나는 대스승님으로부터 마법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스승님이 섬세하게 마법을 가르치는 편이었다면 대스승님은 우격다짐으로 가르치는 식이어서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못 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대스승님의 말에 나는 입을 배죽 내밀며 대꾸했다.

“아니, 그렇게만 말씀하시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쉬운 건데 뭘 그리 헤매느냐?>

‘시끄러워! 잘난 드래곤 놈아!’

설상가상으로 카이서스도 나의 속을 긁는 탓에 안팎으로 대답하느라 바빴다.

“그러니까 네 마나의 성질대로, 마나가 가는 대로 배열하라는 거다”

그제야 찬찬히 설명해 주는 대스승님의 말대로 했더니 손안의 화염이 더욱 거세게 일어났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되잖아요!”

툴툴거리는 내 말에 대스승님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말귀가 어두운 네 잘못이니라.”

으으, 이래서 성격 나쁜 사람에겐 뭘 배우면 안 되는데.

“자, 이제 네 녀석이 고쳐야 할 다음 문제점은…….”

나는 대스승님의 혹독하면서도 불친절한 교육을 받으며 스승님이 빨리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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