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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드래곤-11화 (11/150)

011화 - 또 만난 그녀

부대의 이름은 부대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다.

메비우스 부대의 부대장인 메비우스는 나름대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

“자네가 우리 부대로 배정된 마법사인가?”

“예. 적색 마탑 소속의 3서클 마법사인 라엘입니다.”

그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미치겠군.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애까지 전장에 내보내는 거야?”

“저는 열아홉 살입니다만?”

“응? 열아홉?!”

내 나이가 생각보다 많은 것에 당황한 메비우스가 잠시 당황하더니 헛기침을 했다.

“흠, 흠. 어쨌건 잘 왔네. 자네와 짝을 맞출 청색 마탑의 마법사도 곧 올 테니 그동안 우리 부대의 마법사들과 인사나 나누고 있게.”

그렇게 말한 메비우스가 막사 바깥으로 소리쳤다.

“새미! 와서 이 친구를 마법사들의 막사로 안내해 줘!”

그 말에 막사 밖에서 병사 하나가 들어왔다.

“네. 마법사님, 저를 따라오십쇼.”

새미라는 병사를 따라간 곳은 메비우스의 지휘관 막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막사였다.

“신참인가?”

막사 내에 있던 자들 중 중년의 사내가 나를 발견하고는 물어왔다.

“네. 적색 마탑 소속의 3서클 마스터인 라엘입니다.”

“3서클이라……. 반갑네. 나는 4서클 익스퍼트인 타키온이야.”

따로 말은 안 했으나 그는 적색 마탑에서 파견된 내가 겨우 3서클이라는 말에 약간 실망한 듯했다.

“이보게들! 다들 일어나게! 적색 마탑에서 신참이 왔어!”

소강상태에 빠진 틈을 타서 잠을 보충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그 말에 비척이며 일어났다.

메비우스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들은 나와 곧 도착할 청색 마탑의 마법사를 포함하여 다섯 명.

나머지 세 사람 중에서 둘은 용병이었고 한 사람은 직업군인이었다.

그중에서 직업군인은 바로 타키온이었다.

“음? 신참이라고? 반가워, 나는 4서클 마스터인 카를이네.”

“나는 4서클 비기너인 슈미트야.”

“저는 적색 마탑의 3서클 마스터인 라엘입니다.”

3서클이란 말에 그들도 조금은 실망한 기색을 언뜻 보이기는 했지만 티 내지는 않았다.

“그럼 청색 마탑의 마법사만 오면 우리 부대의 마법사들은 다 모이는 건가?”

타키온이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듣자 하니 제가 마지막인 것 같군요?”

“음?”

막사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을 확인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아리안 누나?”

들어선 것은 청색 마탑주의 제자인 아리안이었다.

“너와 한 조라니, 우연이네.”

담담한 목소리로 나에게 아는 척을 해 보인 그녀가 다른 마법사들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청색 마탑 소속의 5서클 익스퍼트, 아리안입니다.”

“오오, 5서클!”

그 말에 타키온이 놀라며 말했다.

내가 3서클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와는 전혀 반대의 반응이다.

뭔가 좀 차별당하는 것 같아서 섭섭한데…….

각자 통성명을 마치고 난 후 타키온이 고민이라는 듯 말했다.

“그런데 우린 모두 남잔데 혼자 여자면……. 불편하지 않겠나?”

그의 물음에 아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전장은 특수한 상황이니까요.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너무도 담담한 그녀의 반응에 오히려 타키온이 머쓱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런가? 아무튼 자네와 저 친구는 저 구석의 침대 두 개를 쓰면 되네.”

타키온은 막사 안쪽의 침대 두 개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아리안은 서슴없이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짐을 풀기 시작하던 때였다.

“적이 공격해 온다! 전투준비!”

그 순간 바깥에서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동안의 소강상태도 끝이다.

그 외침에 반쯤 풀어져 있던 세 마법사가 각자의 스태프를 잡으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전투에 나갈 준비를 하게!”

오자마자 전투라니, 예상은 했었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리안도 잠시 긴장하는 듯 멈칫했으나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다섯 명은 가장 먼저 부대장인 메비우스에게로 향했다.

“다들 준비는 되었나?”

“예.”

마법사들 중 가장 연장자인 타키온의 말에 메비우스가 지시를 내렸다.

“타키온, 카를, 슈미트 세 사람은 하던 대로 움직이고 마탑의 두 사람은 짝을 이루어 세 사람을 지원해 주게.”

“알겠습니다.”

“네.”

나와 아리안이 메비우스의 말에 대답함과 동시에 병사들 앞쪽에서 금속성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시작됐군. 어서들 움직이게!”

메비우스가 소리치며 자신의 말에 올라타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시작하세!”

타키온이 그렇게 말하며 낮은 언덕을 향해 움직였다.

사방에서 금속성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머리 위로는 화살이 쉴 새 없이 날아가고, 앞에서는 검과 창이 부딪치며 서로의 목숨을 노렸다.

금속과 피가 튀는 한 편의 지옥도와 같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대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원래 있던 마법사 세 사람이 언덕 위에서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체인 라이트닝!”

“디그!”

적들 가운데로 날아간 화염구가 폭발하고, 번개가 사방으로 뻗쳤다.

달려오던 적병들의 발아래가 움푹 파이며 그들을 넘어뜨리자 대기하고 있던 아군 병사들이 창으로 찔렀다.

“크악!”

“으아악!”

아군에서 마법을 사용하자 제국군 측에서도 마법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엎드려!”

적의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노린 것은 역시 우리 마법사들이었다.

파이어볼과 아이스 스피어 등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파이어 실드! 파이어 실드!”

그 순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내가 이중 영창을 사용하여 중첩 파이어 실드를 사용했다.

“뭐야?! 마법을 두 개 동시에?!”

“이중 영창? 들은 적 있어. 적색 마탑주의 주특기라고……. 그런데 저런 초짜가 그걸 쓴다고?!”

“아무리 3서클이라도 적색 마탑 소속이라 이건가…….”

내가 3서클이라고 얕보고 있던 선임 마법사들이 전투 와중임에도 깜짝 놀라며 나의 중첩 파이어 실드를 쳐다보았다.

“꽤 제법인데?”

아리안도 조금은 다시 본다는 듯 내게 말하고는 준비하고 있던 범위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레인!”

적군의 머리 위에서부터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악!”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박히자 적군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단한 갑옷을 걸친 기사들은 얼음 조각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냉기에 몸이 굳으며 움직임이 느려졌다.

“마법사부터 노려!”

적측에서 신경질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짜증 나는 우리부터 없애겠다는 듯하다.

우리를 노리고 화살이 날아왔으나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서 우리를 지켰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

“와아아-!”

지휘관인 메비우스의 외침에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

우리라고 쉴 틈은 없었다.

쉴 새 없이 마법을 사용하고, 또 상대의 마법을 방어했다.

“워터 캐넌!”

아리안의 스태프 끝에서 물대포가 강하게 뿜어져 나갔다.

물대포에 맞은 적군들이 질퍽하게 젖은 땅에 나자빠지며 발버둥 쳤다.

워터 캐넌은 강력하긴 하지만 전쟁터에서 쓸 만한 것은 아니었다.

살상력이 낮아서 제압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마법이었다.

아리안은 재차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포그!”

얼음의 안개가 워터 캐논이 쏟아진 자리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물에 흠뻑 젖은 적의 병사들의 몸이 차가워지며 몸이 굳기 시작했다.

두터운 갑옷을 걸친 기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옷 사이로 들어온 물이 얼음의 안개에 얼기 시작하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젖어 있던 땅이 얼며 움직이기도 힘들어졌다.

“꽤 젊은데 마법을 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군.”

“거기다가 전혀 망설임도 없어.”

“시끄러워! 자네들은 구경만 할 건가?!”

용병 출신의 두 마법사가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대화하는 모습에 타키온이 소리쳤다.

그제야 그들도 각자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라이트닝 계통의 마법을 사용하였다.

적군이 흠뻑 젖은 것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파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에 감전당한 적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런 우리를 노리고 적군의 마법사가 계속해서 마법을 쏘아 보냈으나 나의 중첩 실드를 뚫지는 못했다.

다른 곳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 부대가 맡은 곳에서는 확실히 우세를 보이고 있었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려 할 때까지.

마침내 제국군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놈들이 물러간다!”

“추격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퇴각하는 적을 추격할 법도 했으나 메비우스는 추격을 금지했다.

아마도 본진의 사령부 측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본 모양이다.

적군을 많이 해치웠으나 아군의 피해도 심각했다.

게다가 적의 퇴각을 추격하다가 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와아아!”

전투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를 지르는 병사들 틈에서 나를 포함한 다섯 마법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쉴 새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으니까.

“후, 다행히 이번에도 버텨냈군.”

타키온이 한숨을 내쉬며 내뱉은 말에 카를과 슈미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두 사람, 꽤나 잘해줬어. 과연 적색 마탑과 청색 마탑의 마법사야.”

내가 3서클이라고 해서 실망하던 기색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적색 마탑은 공격 마법을 주로 사용하고 청색 마탑은 방어 마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자네들은 반대로군?”

그러고 보니 나는 주로 방어 마법을, 아리안은 공격에 치중했다.

둘 다 소속 마탑의 성향과는 반대로 마법을 사용한 셈이다.

“청색 마탑이라고 공격에 능하지 못하다는 건 편견입니다.”

불쾌하다는 듯한 아리안의 말에 타키온은 머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뒤처리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좀 쉬러가지.”

피곤하다는 듯 내뱉는 타키온의 말에 다들 동감하며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막사로 돌아오자마자 선임 세 사람은 그대로 간이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런데 너는 왜 공격 마법을 쓰지 않은 거지?”

다짜고짜 물어오는 아리안의 물음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야…….”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아리안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전쟁터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걸 두려워하다간 네가 먼저 죽을 거야.”

그녀는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더 대화하기 싫다는 듯 간이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그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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