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 드래곤-6화 (6/150)

006화 - 마탑주의 제자

마탑주인 스승님이 나를 제자로 공표한 다음 날부터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마나와 화염 마법의 전체적인 운용과 각 마법의 세세한 운용법까지.

스승님의 가르침을 들으며 확실히 머리가 좋아졌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예전이라면 외우기조차 못 했을 어려운 마법 이론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카이서스가 보충 설명을 해주는 덕분에 거침없이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흐음, 내 생각보다도 성취가 빠르구나.”

스승님이 나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마탑에 들어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3서클에 오른 나였다.

이미 2서클 익스퍼트였던 데다가 3서클까지는 오르기 쉽다고 해도 엄청난 성취였다.

이미 드래곤 하트 덕분에 마법을 익히기엔 최상의 몸이 된 데다 머리까지 좋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보아온 사람 중에서 가장 재능이 넘칠지도 모르겠어.”

스승님이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에 나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내 머릿속에 레드 드래곤 카이서스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자신의 드래곤 하트를 먹이며 내 육체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이전까지의 나는 어디에도 재능이 없어서 집에서 괄시받지 않았던가.

“이제 너도 3서클이니 이제는 우리 마탑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법들을 익힐 준비가 되었다.”

스승님의 말에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일단은 이것을 받거라.”

그녀가 내민 것은 두툼한 책 한 권이었다.

“지금까지 기초를 배워온 네가 익힐 마법들이다.”

나는 스승님의 앞에서 책을 펼쳐서 내용을 훑어보았다.

파이어 볼부터 시작해서 파이어 월과 같은 화염계 마법, 그리고 힐링과 같은 치유계 마법, 웹과 같은 속박계의 마법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전투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량된 적색 마탑만의 마법이다.

“우리 적색 마탑은 이전부터 전투 마법사로서 이름이 높았다. 적색 마탑의 일원이 된 이상, 너도 전투 마법사로서의 소양을 익혀야 한다.”

전투 마법사.

누군가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이름이다.

전투 마법사의 가치는 전쟁과 같은 것에서 극대화된다.

광범위한 마법으로 적병을 쓸어버리고, 강력한 대인 마법으로 적의 기사를 살해한다.

뿐만 아니라 보호 마법으로 아군을 보호하고 치료하기도 하는 마법 전투의 스페셜리스트.

그 전투 마법사로 가장 유명한 것이 적색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갈 터이니 오늘은 쉬면서 예습하도록 하여라.”

쉬면서 예습하라니, 참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네.”

그렇지만 스승님의 면전에서 그런 투정을 부릴 수는 없기에 나는 책을 받아 들고 조용히 물러났다.

스승님이 기거하는 탑을 나와 내 방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두 사람이 내 앞을 막아섰다.

“어이, 마탑주님의 제자라고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내 방과 스승님의 탑만 왔다 갔다 하느라 다른 마법사들과는 이야기할 틈도 없는데 무슨 신기한 개소리지?

내가 어이가 없어 쳐다보자 다른 사내도 친구의 말이 이상한 듯 헛기침을 했다.

“흠흠, 아무튼. 마탑주님이 너의 재능을 보고 제자로 뽑았다는데, 믿을 수 없어.”

<크크, 인간들은 이래서 재미있다니까?>

‘무슨 소리야?’

<질투. 질투 때문에 이 인간들이 너에게 시비를 걸고 있지 않느냐.>

‘시비를 거는 거였어?!’

<…멍청한 놈.>

카이서스의 마지막 말이 기분 나빴으나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흐음,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라……. 그렇다면 나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스승님께서 직접 보고서 판단하신 것에 의문을 제기하겠다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는 사내와 달리 맨 처음 말을 걸었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마탑주님을 유혹해서 제자가 된 건지 어떻게 알아?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알고 보면 뭔가 다른 방법을 썼을지도 모르지.”

와, 저런 걸 피해망상이라고 부르던가.

애초에 그런 거였다면 다른 마법사들이 문제를 제기했겠지.

게다가 스승님은 분명 아름다우시긴 하지만 나이가 좀…….

곁에 있던 그의 친구도 그건 좀 아니라는 듯 쳐다보았다.

“어, 저기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그쪽은 누구시죠?”

내 물음에 피해망상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내 이름은 제임스, 수습생 3년 차다.”

그의 뒤를 이어 다른 사내도 대답했다.

“나, 나는 카터. 마찬가지로 수습생 3년 차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3년이나 수습생인데 갑자기 나타나서 마탑주의 정식 제자가 된 내가 아니꼽다 이거군.

“그래서 제임스 씨와 카터 씨는 제 재능을 확인해 보겠다 이겁니까?”

“으음, 그건…….”

카터는 내 말에 어쩔 줄 몰라 했으나 제임스는 달랐다.

“그래, 너의 재능을 시험해 볼 테다!”

“어떻게요?”

3년째 수습생인 사람들이 다른 마법사의 재능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미 수습생에서 벗어났을 거다.

내가 그런 뜻을 담아 묻자 두 사람 모두 고민에 잠겼다.

“야, 어쩌려고?”

카터가 묻는 말에 제임스가 침음을 흘렸다.

“나도 몰라.”

재능을 알아보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만 가능한 일.

몇 년째 3서클에서 정체 중인 수습생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마탑의 마법사로서 인정받는 4서클 이상이라면 모를까.

그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궁금하거든 직접 붙어보면 되지 않느냐?”

누가 들어도 스승님의 것인 목소리에 제임스와 카터가 대경실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 마탑주님?!”

“히익!”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스승님이 나와 두 수습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무슨 말씀을……?”

제임스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자 스승님이 웃었다.

“이제 갓 3서클이 된 아이와, 몇 년째 3서클인 너희들이 붙어보면 재능의 차이를 확실히 깨닫지 않겠느냐?”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두 수습생은 환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웃음이 나올 수가 없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갓 3서클이 된 나와 몇 년 전부터 3서클이었던 자가 붙으라고?

게다가 저쪽은 둘이라고!

내가 당황하며 소리치자 스승님은 웃어 보였다.

“지금 당장 붙으라는 소리는 아니니라. 한동안의 시간을 두고……. 한번 제대로 붙어보면 재능의 차이를 알 수 있을 터.”

그녀의 말에 제임스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아무리 3년째 수습생인 자신들이라도 지금의 실력은 나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난 갓 3서클이 되어 3서클의 마법을 익히는 중이고.

저쪽은 3서클이 된 지 3년 차니 어지간한 마법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내가 당황하는 것을 쳐다보며 스승님이 웃어 보였다.

“네 자신이 아닌 너의 재능을 알아본 나를 믿으려무나.”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뭐라고 더 말할 수도 없었다.

스승님은 마탑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까지 걸어버린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당황해서 몰랐으나 지금 보니 스승님의 눈에서는 자신의 안목이 의심받은 것에 대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라엘과 너희 둘의 대결은 한 달 후에 갖도록 하겠다. 불만은 없겠지?”

“네! 없습니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는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에 비해 나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리 재능이 생겼다고 해도 한 달 만에 3서클을 마스터하고 두 사람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제임스와 카터가 스승님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스승님, 두 사람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무리 아닌가요? 게다가 지금의 저보다 더 두 사람의 경지가 높은데…….”

“쉿.”

스승님이 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것으로 말을 끊고는 이야기했다.

“걱정 말려무나.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익힐 수만 있다면 두 사람쯤이야 거뜬하단다. 뭐, 나중에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지만 말이다.”

그게 뭔지 모르는 나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스승님이 계신 탑으로 향했다.

가르쳐 준다고 하신 것이 뭔지는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오라고 하셨으니까.

“왔느냐?”

어떻게 내가 오는 것을 알았는지 스승님은 탑에 들어서자마자 마중을 나왔다.

“네. 그런데 가르쳐 주신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그 말에 스승님은 웃어 보였다.

“하나가 둘이 되는 방법이란다.”

하나가 둘?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웃으며 나를 안으로 이끌었다.

“예로부터 마법사라는 작자들은 욕심이 많기 그지없는 자들이었단다.”

스승님은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마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마법사가 있었단다.”

그의 이름은 미구엘.

마법사들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그 열망을 그는 더욱 심하게 가지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많은 마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원하지만 인간에게는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미구엘은 고서를 뒤지고 또 뒤져가며 연구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이 바로 의식을 둘로 나누는 것이란다.”

“…네? 자신을 둘로 나눈다고요?”

설마하니 몸을 반쪽으로 잘라서 분열한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닐 테고.

아무리 드래곤 하트로 몸이 변화해서 지능이 올라간 나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내가 되물은 말에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신의 생각을 둘로 나누어…….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는 것이지.”

“그건 그냥 정신 분열 아닌가요?”

“아니다. 의식, 그러니까 정신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이지.”

<간단한 방법이로군. 하지만 인간 주제에 그런 생각을 해냈다니. 제법이야.>

카이서스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처음 듣는 것 같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한 거야?’

내가 속으로 묻자 카이서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 몸이 고작 인간의 발상 따위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으냐?>

뭐, 비록 지금은 내 몸속에 갇힌 신세기는 하지만……. 마법의 종주라 불리는 드래곤이니 당연한 건가.

<쓸데없는 사족은 덧붙이지 마라.>

내 몸에 갇힌 것을 이야기한 것이 불쾌한 듯하다.

‘그보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봐. 무슨 말인데?’

<자아를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중 연산을 통하여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계산하고 캐스팅한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동시에 두 개의 작업을 한다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요?”

“물론이지.”

그렇게 말한 스승님이 곧장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통의 주문과는 다른, 뭔가 두 가지 주문이 섞인 듯한 것이었다.

뭔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한 입으로 두 번 말하는 것이었다.

“파이어볼, 파이어 실드.”

주문이 끝나자 스승님의 손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구체가, 그리고 주변을 불길이 보호막을 치며 휘감았다.

동시에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을 사용해 낸 것이다.

“어어……?!”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내가 놀라워하자 스승님이 피식 웃었다.

“미구엘 님은 이것을 이중 영창이라고 이름 붙였지.”

간단하면서도 별로 생각하지 않은 듯한 이름이다.

“어, 어떻게 익히는 건가요?!”

내 물음에 스승님이 책 한 권을 건넸다.

“이것이 바로 이중 영창에 대한 내용이란다.”

그녀가 내민 책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 긴 내용은 아니었지만 꽤나 내용이 어려워서 읽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우, 그런데 이걸 정말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마침내 책을 다 읽은 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내가 책을 다 읽자 스승님이 차를 한 잔 건네며 말하기 시작했다.

“마시렴.”

웬 차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마시라기에 한 모금씩 마셨다.

내가 차를 마시자 그녀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말을 이어나갔다.

“간단해. 너의 내면으로 들어가……. 책에 나온 것들을 실행하면 된단다.”

“네? 내면으로는 어떻게 들어가는데요?”

내 물음에 스승님은 조금 전에 내가 마셨던 찻잔을 슬쩍 쳐다보고는 말했다.

“이제 약효가 돌면 알게 될 게다.”

‘약효라니, 그게 무슨?’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머리가 띵해져 왔다.

“어, 어라?”

내가 듣기에도 한심한 목소리와 함께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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