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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51화 (151/151)

〈 151화 〉 151화 저택에 닥친 위험 ­3­

* * *

‘쉬이익’

자신을 시야를 어지럽게 매우면서 날아드는 단검들을 소녀는 어렵지 않게 모조리 쳐냈다,

이제 조금 안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것도 잠시,

눈가림용으로 날아든 투척검들의 뒤로 침입자가 자신을 달려드는 것을 몇 박자 늦게 발견한 그녀는 자신의 경동맥을 향해서 달려드는 단검의 궤도를 가까스로 틀어냈다.

‘찌지지직’

‘촤아아악’

“으그으으윽…!”

마냥 당하는 것만이 아니었던 소녀는 침입자인 여자에게 이질적인 모양의 단검을 휘둘러서 손목에 상처를 내줬다,

일그러지는 여자의 얼굴, 하지만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반격을 한터라 위력이 현저히 낮아진 탓에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뚝, 뚜욱’

‘주르르르륵’

손목에 난 상처를 통해서 핏방울이 바닥을 천천히 물들이는 여자와는 달리 소녀의 몸에서 흐르는 피는 구멍이 뚫린 술자루처럼 줄줄줄 새어나와 팔을 적시고 있었다.

“크으!, 좀 하네 꼬맹이.”

“...”

소녀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로 침입자를 여전히 날카로운 예기가 살아있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빨리 끝내야 니키타님을 도울 수가 있을텐데…’

소녀가 기습을 하여 침입자를 거세게 몰아부친 것도 그런 연유에서 나왔던 것이었다,

이 저택의 주인인 한스라는 인간을 초월한 강함을 지닌 사람이 있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꿈도 꾸지도 못했던 나약한 자들이,

자신에게 있어서 뜻 깊은 이 장소를 더럽히기 위해서 오는 것이 정말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투두둑, 투둑’

차가운 돌바닥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소녀의 선홍빛 혈액, 자신의 피가 떨어지는 속도를 바탕으로 그녀는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자신이 무력화 될지를 대략 생각해봤다.

‘3~5분 정도려나?’

깊지는 않지만 하필이면 상처가 난 부위가 동맥이 지나가는 부위였다,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예상한 소녀는 슬슬 움직이려고 했다.

“후후후, 밖이 신경쓰여?”

“...”

“뭐 대답 안해도 좋아, 걱정을 안해도 되도록 내가 깔끔하게 죽여줄테니까!”

‘타다다닥’

여자는 소녀를 향해서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한 순간은 자신의 공격의 궤도를 틀어내는 것을 보고 놀라 숨을 들이킬 정도였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에는 어른이 아닌 아이, 자신이 휘두른 단검을 모조리 쳐내지 못한 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하아앗!”

‘까가강’

‘카가각, 까각’

금속음이 연신 지하에 울려퍼지고, 쇠와 쇠가 부딪히면서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비산했다,

시야가 어지러워지는 와중에도 소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숙련자인 여자의 공격을 무심한 얼굴을 하고 계속해서 대처하고 있었다.

“하핫!, 좋아!, 마음 바꿨어, 인형으로 삼아줄게!”

‘촤악’

“칫!”

소녀는 혀를 찼다, 침입자의 예리한 공격이 자신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시큰한 열기와 함께 곧 통증이 몰려오면서 혈액이 또 다시 줄줄 새어나가는 느낌이 났다,

자신의 체온만큼이나 뜨끈한 열기를 내면서 밖으로 밀려나가는 혈액, 이래서는 5분은 커녕 3분도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소녀는 점점 턱 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후후후, 힘든가봐?”

그 광경은 여유롭게 지켜보는 침입자, 소녀는 부아가 치밀었다,

저택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명분을 자신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실전 경험으로 인해서 이렇게 밀리고,

결국에는 은혜를 갚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소녀는 입술을 비틀면서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었다.

“이제야 조금 사람 같네, 어디 얼만큼 베면 이제는 나이에 어울리게 될까나, 응?”

여자는 이죽거리면서 소녀를 향해서 다시 뛰어들어 공격을 하려고 했다, 다시금 시작되는 연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소녀는 몸을 움직였다.

‘카가각’

‘깡’

‘스으윽’

‘촤악’

“흐윽…!, 읏…!”

“하하하하하핫!, 이제야 나이 대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내네!, 더 울어봐!, 더어어어!”

어떻게든 자신의 몸에 닿는 단검을 쳐내기 위해서 소녀는 팔을 들어올려 움직이지만,

이미 상당량의 혈액이 몸 밖으로 빠져나감으로 인해서 활력을 잃어버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퍼억’

“허어어어억!”

‘털썩’

여자에게 복부를 가격당한 소녀는 연약한 부위를 엄습하는 강렬한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눌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부들부들 떨었다.

‘저벅저벅’

“휴…, 진작에 포기했으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텐데, 안그러니?”

‘퍼억’

“아아아악!”

소녀의 아직 미성숙한 몸에 날아드는 매서운 발길질,

처음에는 격하게 버둥거리면서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던 소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껄떡이면서 차가운 돌바닥을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자극을 해도 밋밋한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여자는 단검을 역수로 들고 흉흉한 표정을 지었다.

“데리고 가기 쉽게 해야겠지, 히히힛!”

서서히 소녀의 몸을 향해서 뻗어지는 단검,

무자비한 그녀의 팔다리를 난도질 하려고 하는 것을 희열이 가득 찬 얼굴로,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여자의 감각이 무언가를 감지했다.

“뭐지?”

‘다른 사람이 올리가 없을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을 재개하려고 하던 그녀는 섬뜻한 기분이 들어 뒤로 폴짝 뛰었다.

‘부웅’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 있던 위치를 스쳐 지나가는 방패, 조금만 늦었어도 저 방패에 자신의 머리가 박살났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하자,

여자는 소름이 돋으면서 몸이 떨렸다.

“어중이 떠중이의 일행이 아니었군요?”

“메이드?”

여자는 갑자기 지하에 나타난 메이드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어덯게 메이드 따위가 자신을 물러나게 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여자를 내버려두고 메이드는 소녀를 향해서 다가갔다.

“괜찮나요 소로우?”

“으으…, 아, 메이드자… 으으윽…!”

메이드에게 소로우라고 불린 소녀는 움직이려고 하자 몰려오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괜찮아요, 나머지는 제게 맡기고 쉬세요.”

“마, 마릴린님…, 밖의 상황은 어떻…, 크흐으으읏…!”

마릴린은 자신의 주머니에 혹시나 해서 챙겨왔던 구급 용품으로 소로우의 벌어진 상처를 소독하고 지혈을 위해 붕대로 묶어 마무리를 했다.

“밖의 상황은 전혀 생각 못했던 자들이 도와줘서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됐어요.”

그 말을 듣고 마릴린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고 있던 여자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짓말 하지마라! 40명을 단 둘이서 어떻게 처리한다고…!”

여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니 도저히 끝맺을 수가 없었다,

소녀를 돌볼 때와는 달리 스산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압도를 하는 메이드에게 도저히 어떤 말을 할 용기가 솟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인지 거짓인지… 그것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시죠.”

‘드드득’

메이드복 위에 약식으로 가죽갑옷을 걸친 마릴린은, 바닥에 놓아뒀던 방패를 집어들면서 돌바닥을 긁었다, 그리고 천천히 침입자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윽!”

‘풀쩍’

마릴린에게서 풍겨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기 어려웠던 침입자는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녀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실력으로 주인님의 저택에 오다니, 우습기 짝이 없군요.”

한스와 저택이 다른 가족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북쪽의 만년설을 떠올릴 정도로 차갑고,

날이 바짝 선 검과 같이 예리한 목소리를 듣고 지하실에 침입한 여자는 계속해서 주눅이 들고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 어디에나 있는 메이드일 뿐인데…, 어째서 자매단에서 손에 꼽는 실력을 가진 내가 이렇게나…!’

도저히 믿기 어려운 상황, 부정을 하고 싶었던 여자는 속으로 지금의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하여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속셈은 원하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이익…!”

그렇게나 자신에게 강렬한 암시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

혹여나 자매단에서 배운 그대로 하지 않았었나 하고 다시금 확인해도,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 대로 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아니 이런다고 해서 답이 있는게 아냐!’

이대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다고 해서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던 여자는 몸을 움직였다.

‘타다다닥’

‘틈새를 노린다면 메이드쯤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크나큰 오산을 했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는 알지 못했다,

저택의 메이드가 그렇게나 강하리라는 것을 감히 알 수가 있었을까?, 아니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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