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148화 저택의 새로운 가족
* * *
“손님이 입으실 목욕탕으로 안내한 후에 여벌의 옷을 준비하겠사옵니다.”
“부탁하지 마릴린.”
“맡겨만 주옵소서 주인님.”
‘응?’
한스는 자신의 옆을 지나칠 때에 마릴린이 희미하게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 순간이었기에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상냥하고 선량한 그녀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한스는 두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서 살짝 움직이기 편해진 몸을 움직여서 서재로 향했다.
“아! 주인님!”
‘타다닥’
“네미아, 많이 익숙해졌나보군?”
“맞아요!, 주인님이 신경써준 덕분이에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팔을 껴안는 네미아,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이 팔에 닿으면서 풍기는 상쾌한 내음,
마치 숲속에 있는 것과 같은 체취에 한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릴린님이 아직 회복이 덜됐다고 하던데…, 어떠세요?”
“돌아왔을 때 보다는 많이 낫다만…, 큭!”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팔을 움직이다가 눈깜짝할 새에 솟아난 격통에 몸을 움찔거리는 주인의 모습을 보고 네미아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띄웠다.
“메이드장님의 말씀대로네요, 무리 마세요 주인님, 저희와 주인님의 보금자리인 이 저택은 안전하니까요.”
“그래…, 좀 더 편하게 있도록 하지.”
“아!”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는 듯 얼굴 표정을 바꾼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자 한스는 일단 그녀가 당기는 대로 끌려가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네미아?”
“주인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약간의 변화가 있었어요.”
“변화?”
“서둘러야 해요, 그들은 종종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거든요.”
“그들이라니 대체…?”
“빨리요!”
한스는 그녀에게 더 이상 물어 답을 얻기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생각하고는 조용히 네미아를 따랐다.
—
“여기예요!”
“음…, 확실히 전까지는 이런 건물이 없었지.”
“한스님이 안 계실 때에 필요하게 되서요.”
그 이상의 설명을 보이지 않는 네미아의 행동에 아마 무슨 특수한 사연이 있으리라고 짐작한 한스는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묻지 않았다.
‘저벅저벅’
희미하게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의 소리, 아마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마릴린이 고용한 새로운 일꾼이지 않을까 하고 한스는 짐작했다.
“다행이네요!, 마침 있어요 주인님!”
“그래.”
자신의 앞을 발걸음도 거의 들리지 않게 가볍게 움직여서 이동하는 네미아의 몸에서 흘러나온 체취가 공기를 타고 흘러와 후각을 자극하자,
한스는 저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리면서 그 상쾌한 내음을 만끽했다.
‘기이이이익’
“오늘은 안 가나요?”
“갈 예정이다.”
“쉬는 날 없다!”
“그렇군요.”
한스를 바라보면 손짓을 하는 네미아의 귀에 안에서 생활하던 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볼 일은 그걸로 끝?”
“부탁하고 싶은 것 있나!”
“아뇨, 주인님을 모시고 왔어요.”
“주인?”
“돌아왔었나!”
“맞아요.”
‘부스럭부스럭’
조용했던 건물의 안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보아, 아마 자신이 왔다고 정리를 하는 것이라고 한스는 추측했다,
잠시 후 소리가 점차 멎어들자 네미아가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주인님, 이제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알겠다.”
‘기이이이익’
‘저벅’
“어…”
한스는 한발짝 안으로 들어서자 살짝 어두워지는 실내의 광량에 눈이 적응하기를 기다리자 비춰지는 익숙한 모습의 존재들이 있는 것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한스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
“왜 여기있나!”
“어?, 어?, 아는 사이였나요 주인님?”
“음…, 그렇게 묻는다면 일단 아는 사이지…, 얼굴만…”
“그런가요?”
한스는 상당히 당황했다, 어쩌다가 이종족들이 자신의 저택으로 오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은 그만이 아닌 듯 했다.
“어디로 갔었나 인간.”
“위대하신 분이 같은 곳으로 보내줬을텐데 없었다!”
그들이 신비한 느낌을 풍기는 두 여자를 말하는 것을 보고 한스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넙스, 이 근처에 있는 도시에서 3일은 가야 도착하는 개척지의 근방에 있는 숲에 떨어졌었지.”
“숲?”
“비슷한 곳이다!”
한스는 그들 또한 자신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시간이 달랐을까?, 아니면 장소도 달랐을까,
지나간 일에 이런 저런 생각을 심도 깊게 하고 설명을 붙인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아님을 한스 또한 알고는 있었지만, 강한 흥미로 인해서 계속 생각하게 됐다,
그런 그의 귀에 이종족들, 연극으로 유명한 오라클맨과 골든보이로 위장하고 있는 오크와 고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들이 몰려왔었다.”
“많았다!”
“용병들을 말하는 건가?”
“우리는 그런거 모른다, 무기를 든 인간, 많았다.”
아무래도 이종족들이 위대한 존재라고 추대하는 두 여자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무언가가 작용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한스는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봤다.
“어떻게 탈출했는지 들을 수 있나?”
“좋다!, 그 전에…”
“알겠다!, 맛있는 것 필요하다!”
‘저벅저벅저벅’
고블린은 몸을 둠칫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골든 보이의 손에는 그의 몸만큼이나 커다란 접시가 들려있었고,
접시 위에는 인간들이 먹는 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는 고기와 빵 같은 것들이 놓여있었다, 그 모습을 한스는 약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봤다.
“우리도 인간과 같은 것을 먹을 수 있다!”
“야만인이 아니다, 기억해둬라.”
‘끄덕’
그들을 한순간이나마나 지성체가 아닌 들에 떠돌아다니는 짐승이나,
괴물과 같은 취급을 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치솟은 한스는 고개를 꾸벅이면서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
“술은?”
“다 마셨다!”
“곤란하다.”
“조금만 마시기 어렵다!, 너무 맛있었다!”
골든 보이와 오라클맨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네미아가 입을 열었다.
“걱정마세요!, 혹시나 해서 이렇게 가져왔답니다!”
네미아는 들고왔던 바구니에서 병을 꺼내 식탁 위에 늘어놓았다,
10병에 가까운 대량의 술과 한동안 그들이 조리하여 먹을 식자재로 인해서 테이블의 위는 단숨에 풍성해졌다.
“숲속의 종족!, 고맙다!”
“이러면 곤란하지 않나?”
“괜찮아요, 주인님이 원했다고 하면 문제 없어요~.”
이제는 고단수가 되어버린 네미아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한 한스의 귀에 고기와 빵을 집어 먹으면서 반주로 와인을 홀짝인 이종족, 오라클맨이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처음에는 싸웠다!”
무뚝뚝한 오라클맨과 추임새를 넣어서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골든 보이의 조금 독특한 이야기 방식에 한스는 재미를 느꼈다,
자신 앞에 놓인 잔의 와인을 홀짝이면서 한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많은 인간들, 강한 인간 적었다!”
“우리는 이때까지 보다 격렬하게 싸웠다.”
“모든 방법을 써서 싸웠다!”
서서히 끓어 올라가는 장소의 분위기와 함께 한스는 이종족들이 늘어놓는 이야기에 빠져들어갔다.
—
‘촤아악’
“커어어억!”
“우오오오오오오!”
“키이이이이이익!”
개미처럼 몰려드는 무장한 인간들을 쓰러뜨리면서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오라클맨과 골든보이,
하지만 둘은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움직이려고 하는 탓에 본래의 힘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쉬익…, 쉬익…”
이미 두자리 수에 달하는 용병들이 바닥을 뒹굴면서 곡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포위망은 옅어지기는 커녕 점점 더 두터워지기만 할 뿐이었다,
패기가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던 오라클맨과 골든보이였지만,
턱까지 차오르는 숨과 빠져나가는 원기까지는 어떻게 보충할 수 없었다.
“크으으…, 방법이 없다.”
“쉬익…, 어려운 상황!, 최악이다!”
도무지 방법이 없다고 생각을 해도 계속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그들의 귀에 소란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악!”
“어, 어느 부대냐!”
“씨발 공격을 해오는 놈이 아군일리가 없잖냐!”
“무기 들…!, 크아아아악!”
후방에서 일어나는 혼란으로 인해서 포위망에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한 오라클맨과 골든 보이는 전력을 향해서 달렸다,
한참을 달리고 또 달린 둘은 잠깐 멈춰서서 주위를 확인하고는 거친 숨을 연신 내쉬었다.
“크윽…!, 크허억…!”
“쉬에엑…!, 쉬익!”
몇 십분간 지면에 대자로 누워서 숨을 몰아쉬던 오라클맨과 골든 보이는,
기력을 소모하여 파리한 사지를 움직여서 겨우 일어섰다,
아직 이런 곳에서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둘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 한모금, 음식 하나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무작정 걷기 시작하던 그들이 3일을 내리 걸었을 때의 일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