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143화 가르시아가 목격한 것! 1
* * *
마릴린의 부축을 받아서 한스는 겨우 자리에 앉았다,
아직 전신의 구석구석에서 찌르르 울려퍼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린 그는 잠시동안 고통을 참아냈다.
“후우…”
“정말…, 그런 상태로 업무를 한다고 나왔던건가요 한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말하는 가르시아에게 한스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해야할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랬습니다 가르시아 아가씨.”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구 그래요!”
“마리우스님께 받은 은혜를 받을 때까지는 멀쩡히 있을 생각이니 안심하십시오.”
“참…”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한스의 말에, 가르시아는 그 어떤 신빙성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해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가르시아의 예리한 직감에 추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에휴…, 보고 있자면 아슬아슬해서 하나하나 다 걱정하다가는 제 명을 못 누릴 것 같네요.”
“가르시아 아가씨가 천수를 누리고, 궁합이 맞는 사내와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습니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가르시아는 얼굴을 마치 홍당무를 연상 시키게 할 정도로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여심에 둔감한 한스는 그녀가 왜 얼굴을 새빨갛게 만드는지 이해를 못했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이해를 못하겠다는 행동을 보이는 주인을 바라보면서 상황이 퍽이나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을 관망하는 마릴린은 입을 가리고 살짝 돌아서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 그, 그, 그런 거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몸이나 좀 더 신경쓰도록 해요!”
“저는 멀쩡합니다 아가씨, 보십쇼!”
한스가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자세를 취하여 근육을 보이면서 자신의 몸 상태가 완벽함을 과시하자,
가르시아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가씨, 어디를 가시려는…”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한스는 자신의 몸에 그녀의 매서운 일격이 날아오고 나서야 갑자기 일어선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퍼억’
“커어억!”
“이러면서 뭐가 멀쩡하다는 건가요, 말 좀 해봐요!”
“으으으…,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짜악’
“컥!”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이번 주는 모조뢰 휴가를 내게 만들어버릴거니까 알아서 잘 처신해요.”
“으으윽…, 알겠습니다.”
‘저벅저벅’
다시 자리를 향해서 돌아가는 가르시아의 뒷모습이,
아까와는 달리 왠지 활기가 넘친다고 느낀 한스는, 고통은 있었지만 그녀의 기분이 전환된 것을 목격하고는 뿌듯함을 느꼈다.
“아가씨 다른 일은 없으십니까?”
“내가 와서 메이드장과 꽁냥거리지 못해서 불만인가요?”
“저,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한스와는 달리 마릴린은 고개를 돌린 채 혀를 찼다, 물론 그 광경을 가르시아는 제대로 목격했다.
‘나라도 저랬을거니까 다른 말은 못하겠지만…, 분해.’
한스는 푹신한 등받이에 기대다가 근육통이 일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저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커녕,
밀린 업무 때문에 바로 돌아가셨잖습니까, 그래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딱히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흥, 내가 언제까지고 바쁠 줄 안다면 큰 코 다칠거에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는 한스의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살짝 좋아진 가르시아는,
마릴린 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풍만한 젖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살짝 출렁이게 하면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후다닥 다 끝내고 왔으니 걱정마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상단의 중핵이니까요!”
“그렇습니까, 예전처럼 대충 처리했다면 곤란해서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한스의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가르시아는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말을 더듬었다.
“무, 물론이에요!, 나도 그런 것 정도는 알 나이니까요!, 어른이라 이 말이에요!”
“이미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가르시아 아가씨, 이미 훌륭한 여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후, 훌륭하다니 그런 말은…, 헤헤헤…”
“쯧.”
말을 꺼낸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기뻐하는 가르시아와 달리,
마릴린은 굉장히 불쾌하다는 것을 온몸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두 여인의 사이에 끼어있는 한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스의 앞으로 편지가 왔었어요.”
“편지 말입니까?”
“그래요, 당신이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단에 보낸 것을 내가 맡아뒀었어요.”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아가씨.”
한스의 진심어린 감사에 얼굴이 헤벌쭉하게 되려는 가르시아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홱하고 돌리면서 풀리려는 얼굴 표정을 조았다.
“흥! 한달동안 당신이 행방불명 되는 바람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니까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빚은 꼭 갚겠습니다.”
“아…, 그런게 아니라…, 갚는다면 데이트 같은 걸로… 우우…”
괜히 틱틱거리는 바람에 본전도 건지지 못하게 된 가르시아는 울적한 얼굴을 했다,
물론 그녀와 반대로 마릴린은 환한 얼굴을 하고는 몸을 돌린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마릴린.”
“아, 여기 있사옵니다 주인님.”
가르시아의 불행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던 마릴린은,
한스가 부르자 곧 바로 한 없이 진지하고 정숙하면서 아름다운 메이드장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편지칼을 찾는 주인에게 원하는 물건을 건냈다.
‘찍, 찌지직’
‘팔락’
“흐으음…”
과연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던 한스는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면서 별의 별 표정, 희노애락을 단시간 안에 모두 보였다.
“주인님?”
“이상한 내용이라도 적혀있었나요?”
“아, 그게…”
한스의 뒤에 조용히 시립해 있던 마릴린은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가 있었지만 굳이 훔쳐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가르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지 보관만 했기에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가르시아, 마릴린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한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저번에…, 흥분해서 쳐들어갔던 범죄조직에서 구한 애들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범죄조직?”
“아…, 그쪽이옵니까.”
한창 바쁠 때에 들어서 순간 기억을 해내지 못했던 가르시아였지만,
잠시 정신을 집중하자 한 동안 상단에서 이야기거리가 됐던 사건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아…, 그 이야기인가요, 뭐라고 하던가요?”
“약간 무책임하게 내버려두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고맙다고 합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역시 주인님이시옵니다.”
한스는 잠시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냥 무작정, 몸이 움직이는 대로 행했을 뿐인데…, 이런 소리를 듣다니…, 이상한 기분입니다 가르시아 아가씨.”
“원래 선행이란 것이 그런거예요.”
“마리우스님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모르겠습니다.”
“비슷하지 않겠어요?”
“그렇습니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그 때 있었던 일들을 곰씹고 있는 한스의 귀에 마릴린이 속삭였다.
“주인님, 슬슬 안마를 받으실 시간이옵니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그렇사옵니다.”
“가르시아 아가씨, 잠시 기다려주겠습니까?”
“어딜 가려는건가요?”
“너무 무리를 한 탓인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메이드장에게 주기적으로 안마를 받고 있습니다.”
“음… 그런가요.”
이상한 것을 감지하지 못한 가르시아가 마릴린에게 물었다.
“안마는 어디서 하나요?”
“욕탕에서 행하옵니다.”
“네, 네?!, 욕탕요?!”
“그렇사옵니다.”
담담하게 대답하는 마릴린, 하지만 가르시아의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았다,
목욕탕이라면 설마…, 생각만 해서는 답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가르시아는 떨리는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옷을 걸치고 들어가나요?”
“주인님은 전라의 상태로, 저는 물에 젖어도 상관 없는 것을 입고 들어가옵니다.”
“음…”
잠시 동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가르시아, 왠지 성가시게 될 것 같은 기분에 빨리 한스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여 귀찮은 인물을 떨쳐내고자 한 마릴린이었지만,
그녀가 한스를 일으켜 세우기 전에 상념에 빠졌던 가르시아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남녀가 욕탕에 같이 들어간다는 파렴치한 행위!, 용납 못해요!”
“이것은 의료 행위이옵니다.”
“어쨌건 저쨌건! 제가 감시할테니까 잔소리 말아요!”
가르시아의 말에 마릴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저 주인님의 탄탄한 신체를 보고 싶은 생각이신 것 아니옵니까?”
“아니에요!”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테니 욕탕에서 쉬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가씨?”
“아…!”
마릴린은 주인의 행동을 막지 못해 후회막심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진 상태였다.
“좋아요, 철저하게 감시할거에요!”
“별일 없을 겁니다.”
피로에 절여진 한스의 의식은 욕탕에서 이제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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