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 142화 가르시아가 간다! 2
* * *
“어서오십시오 가르시아님, 미리 전갈을 받았기에 대기하고 있었사옵니다.”
“아, 그, 그래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외투는 제가 맡겠사옵니다.”
“네…”
가르시아는 자신의 앞에 갑자기 불쑥 나타난 혜성과 같은 여인인 마릴린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릴린은 자신과는 다른 타입의, 남자라면 누구나 매력을 느낄만한 전형적인 아름다운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풍만한 가슴하며, 달덩이처럼 부푼 엉덩이, 또한 정숙한 분위기,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보던 가르시아는,
아마 한스라면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여자와 끈적하고 뜨거운 밤을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님, 가르시아님?”
“아…, 네.”
“잠시 멍하니 계셔서 그렇사옵니다만…, 어딘가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시온지요?”
“아, 아뇨 괜찮아요, 소식을 듣자마자 빨리 오려고 해서 그런가 조금 피곤하네요.”
가르시아의 상태를 대략 파악한 마릴린은 그녀의 앞에서서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여 이동을 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방에 이야기 해서 원기 회복에 좋은 차라도 준비하겠사옵니다.”
“아,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우리 저택의 주인을 찾아온 귀한 분을 푸대접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옵니다, 부디 받아주시옵소서.”
“아, 알겠어요…”
분명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미인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왠지, 가르시아는 그녀와 같이 있자고 하니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불편했다.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는건가?’
그럴 일은 없었다, 한스의 곁에 훌륭한 메이드장이 있다는 소문만을 들었을 뿐,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하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눈 앞에 갑자기 문이 나타났다, 소리를 가까스로 내지 않고 화들짝 놀란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문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응접실의 문이겠…지?, 나도 참 큰일이야, 주변에 무엇이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생각에 집중했다니…’
마리우스가 그녀를 가르칠 때는 항상 주위에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라고 철저하게 주입하여 교육했다,
그 가르침은 예나 지금이나 잘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마릴린을 만나고 나서 부터는 그녀의 집중력이, 몸에 새겨진 버릇이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아름다운 메이드장의 뒤를 따라서 계속 이동했다.
‘기이이이익’
문이 열리면서 수수하게 꾸며진 응접실의 모습이 가르시아의 눈에 비춰졌다.
‘한스가 한 것 같은 느낌이 안들어…’
가르시아가 기억하던 한스의 성격상, 이렇게 어느정도 꾸미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이 틀림 없었다, 이것은 아마…
‘아버지나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은 결과물이겠지…’
자신이 좀 더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 사이에, 너무나 멀리, 너무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한스의 모습에 가르시아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또한 그 모습을 자신보다 먼저 목격했을 여자들에 대한 질투심도 솟아났다.
‘내가 너무 안일 했나봐…’
“참…”
가르시아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마릴린의 모습에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랐다,
설마 그녀가 자신이 한 생각을 읽은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무수한 생각이 뻗어나가고 얽히고 설키는 상황에 처한 가르시아의 귀에, 마릴린의 걱정어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사옵니까?”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마릴린은 잠시동안 가르시아를 예리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겨 소파에,
손님인 가르시아를 안내하고는 응접실 밖으로 이동하여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에게 말했다.
“준비한 것에 하나를 첨가해서 가져와주세요.”
“맡겨만 주세요 메이드장님.”
‘끄덕’
마릴린과 메이드가 소근거리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가르시아는 설마 자신을 암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은 그녀는 만의 하나라고 해도 그런 일은 거리가 멀 것이라고, 마구 뻗어나가는 망상을 부여잡고 폭주를 멈추게 했다.
“후우…”
오직 자신만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한스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 온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정도로 몰상식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드르르르륵’
“다과를 가져왔사옵니다, 준비한 차가 올 때까지 드시면서 기다려주옵소서.”
‘탁, 타악’
테이블 위에 다과를 늘어놓는 아름다운 여인 마릴린, 같은 여자인 자신이 봐도 단번에 긍정할 정도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니 질투심도 솟았다.
‘이래서는 안되지…’
망상의 폭주를 겨우 막은 가르시아는, 이번에는 질투심이 끝도 없이 솟구쳐 올라 자신의 이성을 잠식하려는 것을 감지했다.
‘이러니까 한스가… 빠졌겠지…’
아까 곁눈질로 확인 했을 때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미모를 지닌 것을 확인 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자신은 상대도 안된다고 판단 될 정도의 외모의 소유자인 것을 재차 확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나보다 커…’
젖가슴도, 엉덩이도 자신보다 두 단계 정도는 위라고 할 정도로 컸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단아한 분위기,
한 순간 자신에게 보였던 예리한 기운, 마치 숙련된 검사나 기사를 연상 시켰다, 어떻게 본다고 해도 자신보다 우월한 여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가르시아님.”
“네, 네?”
가르시아는 또 생각에 빠져있다가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했다, 또 다시 들려온 마릴린의 목소리에, 이번에는 화들짝 놀라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좋아하는 다과라도 있사옵니까?”
“그, 그런 것은 아닌데요…”
“가져온 다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잡수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아…, 달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요, 오독.”
가르시아는 손을 뻗어서 앞에 놓여있던 식기에 얹혀 있는 과자를 집어들어서 깨물었다.
“음…!”
입안에 퍼져나가는 버터의 풍미와 달콤한 내음…, 전에 상단에서 기를 쓰고 들여오려고 한 것 중에 풍미를 살려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가르시아는 살짝 떠올렸다.
“맛있어요!”
“마음에 드셨다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아…’
마릴린이 얼굴에 띄운 부드러운 미소, 성숙한 얼굴에 가르시아는 또 다시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상대가 안돼…’
마릴린 같이 완벽한 여자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만을 체감한 그녀는, 앞에 놓인 과자만을 연신 오독거리면서 화풀이를 했다.
—
‘꾸벅’
주인을 찾아온 손님에게 허리를 숙인 그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인의 자랑스러운 메이드장으로써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아…’
숙였던 허리를 다시 펴자 보이는 여인, 주인이 섬기는 상단주의 장녀,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아직은 소녀의 모습도 보이지만 그것은 아주 조금만 지나면 성숙함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마릴린은 잘 알고 있었다.
‘경계하는 것은 당연할거야.’
저택의 모든 메이드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인, 마릴린이 주인을 연모한다는 사실, 오늘 처음만난 그녀라고 해서 모를 것은 아니었다.
‘주인님께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본심이지만…’
자신의 욕심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마릴린은 그동안 충실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왔던 메이드장의 마음으로 가까스로 제어할 수가 있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가르시아를 접대하는 마릴린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르시아가 자신과 한스의 보금자리에서 사라져줬으면 하는 것이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리린의 주인의 자랑스러운 메이드장이자, 사랑하는 사람의 집을 관리하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고있는 메이드이니까 말이다.
‘철컥’
‘저벅저벅’
갑자기 응접실의 문이 열리나 싶더니 리아가 달려와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주인님께서 일어나셨습니다 메이드장님.”
‘끄덕’
마릴린은 그녀의 보고에 대답을 하는 대신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찰나, 주인이 번거롭게 응접실로,
아직 완벽하지 않은 몸을 끌고 오기 전에, 아직은 어린 그녀를 쫓아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그녀는 후회하기 보다 현실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고했어요 리아.”
‘꾸벅’
자신의 뒤를 이어 이 저택을 관리할 유망한 메이드 중에 한명인 리아가 자신과 손님인 가르시아를 향해서 고개를 꾸벅인 후 응접실의 문을 지나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저택의 주인인 한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아…’
마릴린은 주인이 자신과 같은 공간에 들어서는 것을 보자 심장이 점점 거세게 뛰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또한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도 감지했다.
‘주인님…’
결혼을 약속하기 위해서 약혼을 했던 사내가 파혼을 한 순간부터, 다시는 남자와 사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릴린,
하지만 그 맹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스라는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남자를 만남으로써 깨지고 말았다.
‘정말 멋진 분이야, 나한테는 과분하고…’
마릴린은 자신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애를 쓰면서, 아직은 거동인 불편한 한스를 부축하여 소파로 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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