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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40화 (140/151)

〈 140화 〉 140화 켈리아의 깊어지는 고민

* * *

“어제 말씀하셨던 민간인에 관한 조사 경과입니다.”

“그래.”

‘하아…”

켈리아 대장 대리는 이제 보고를 시작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무능한 대장을 따라와서 이렇게 혹사를 당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전역을 하는 것이었다고 그녀는 깊은 후회를 했다.

‘과거의 나를 뜯어 말려서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은 심정이야.’

“후우…”

“켈리아님?”

“아, 괜찮아, 보고해줘.”

“알겠습니다.”

자신이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것 마냥 어깨를 움찔거리면서 허둥대는 하급자에게 괜찮다고 손짓을 한 켈리아는 속으로 지금은 자리에 없는 부대의 책임자를 욕했다.

‘머저리 같은 놈,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깜짝 놀라는거야?, 무능하면 성격이라도 좋아야할거 아냐?, 하아…, 진짜 유서 깊은 가문의 놈들은 하나 같이…’

“...상단에서 총괄의 직을 맡고 있는 그 자는, 예전부터 범상치 않은 체력과 힘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왕국에서도 골치를 썩히고 있는 인신매매 조직을 단신으로 쳐들어 가서 괴멸 시켰다고 합니다.”

‘내가 계급만 됐어도! 으으으…!’

속으로 분풀이를 위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칼리아는 하급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뭐라고?”

“인신매매 조직을 단신으로 괴멸 시켰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

본인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는지, 보고를 하던 야곱은 다시 서류를 뒤적거리면서 확인한 후에야 보고를 계속할 수가 있었다.

“근처에 있던 주민들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듣고 취합한 결과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켈리아는 문서 작업으로 인해서 메마른 사막과 같이 삭막했던 자신의 기분이, 단비가 내려서 촉촉하게 젖는 것처럼 활기를 되찾는 것을 느꼈다,

대단히 흥미로운 강렬한 소재에, 그녀는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면서 입술을 핥았다.

“다른 정보도 있어?”

“예?, 아, 네, 있습니다.”

“그럼 계속해줘.”

“알겠습니다.”

야곱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다음장으로 넘겨서 재빠르게 속독하였다, 그리고 원활하게 말을 하기 위해서 머릿속에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부대에서 도시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민간인들을 징발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야, 내가 서명을 했으니까…”

야곱은 그 많은 서류들 안에 있던 내용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능력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는 보고를 계속했다.

“보상이 없는 작업이라 민간인들이 비협조적이었던 것이 어제까지의 일이었습니다.”

“그럴 것 같았어.”

“이 도시 넙스인근에 터를 잡고 있는 평판이 자자한 상단, 마리우스 상단에서 민간인들에게 보상을 하고 노역에 대한 급여를 지급한다고 하고 나서야 작업 효율이 올라갔습니다.”

“설마 그 복구 작업을 지원한 것도 상단의 총괄이 한 일이야?”

“그렇습니다.”

“흠흠…, 그렇단 말이지.”

켈리아는 야곱을 통해서 들은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충 듣기만 하더라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일개 상인이면서 그 정도의 혜안, 대담함, 무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소문에 따르자면 소드 마스터에 필적할 무력을 지닌 상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켈리아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범죄집단을 소탕할 정도의 무력을 가진 사람이 흔히 있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호기심이 동하는걸?’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야곱은 여전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굳건히 서있었다,

뒤늦게 아직 하급자인 야곱이 남아있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남은 이야기라도 있어?”

“확실하지는 않은 것입니다만…, 그래도 보고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일단 들어볼게.”

“알겠습니다.”

야곱은 몇 번이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자 그는 결심을 굳히고 보고를 시작했다.

“사교도의 주교가 신도들을 이끌고 우리를 뒤에서 기습하기로 했었다고 합니다.”

“뭐?”

“여기저기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이상해서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을 수소문 해서 확인했더니 나온 이야기입니다.”

“음…”

켈리아는 인상을 찌푸리고 뒤늦게 접한 사실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아까부터 이어지는 보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든 그녀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야곱에게 물었다.

“지금 이야기도 설마 상단의 총괄과 관련됐어?”

“...그렇습니다.”

“맙소사…”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켈리아는 등받이에 기대고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군대로도 쉽게 제압할 수가 없었던 사교도,

그들을 일개 상인이 상대했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았다, 마치 공상처럼 환상처럼 느껴졌다.

“멀리서 주교처럼 보이는 자가 날린 사기를 그자가 처리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있었습니다.”

“하…, 조금만 더 있으면 그자가 신의 사자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어.”

“아… 그런 것 같…습니다.”

야곱이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켈리아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귀에 들어온 정보를 계속해서 취합했다.

‘인간 맞아?’

단신으로 범죄 조직의 분쇄, 도시 복구 작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결단,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교도와 필사의 전투를 치르고 멀쩡히 생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는 보고, 아마 자신의 밑에 있는 멀쩡한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아온 것을 부정할 만큼,

켈리아는 인성파탄자가 아니었기에 물러가도 좋다고 손을 휘휘 저었다, 야곱은 그녀에게 경례를 하고는 재빨리 천막을 빠져나갔다.

“알면 알 수록 전혀 종 잡을 수가 없는 남자야…”

켈리아는 자신이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일단 자신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서류의 산을 처리하기 위해서 그녀는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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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가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온 날부터 이틀, 안토니오가 댄디 라이온의 손에 이끌려 곤라트의 가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날로부터는 하루가 지났을 때였다,

총괄인 한스와 마찬가지로 상단의 중핵을 맡고 있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보필 해온 가르시아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지시하고 있을 때였다.

“허억…, 허억…”

‘다다다다닥’

숨이 목까지 치밀어 오른 남자가 계단을 빠르게 올라서 어디론가 향했다, 곧 그는 어느 사무실의 앞에서 멈춰섰다.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이 조금 정상화 된 것을 인지한 사내는 앞에 있는 문을 가볍게 세번 노크했다.

“들어와.”

‘기이이익’

안으로 들어서자 진한 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가 사내의 후각을 자극했다,

상석인 책상에 앉아있는 여인의 앞에 상단의 직원들이 앉아서 지시가 내려오기를 목을 빼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비춰졌다.

‘저벅저벅저벅’

천천히 안으로 향해서 걸음을 옮기자 그제서야 여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사내를 바라봤다,

갑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에 남자는 잔뜩 긴장을 했지만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 그의 걸음은 소정의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멈추는 일 없이 계속 이뤄졌다.

“향후의 방향, 대처에 대한 것은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끄덕끄덕’

“충분합니다.”

자신보다 연상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만족한 여인은 손을 휘두르면서 말했다.

“그럼 당장에 실행해줘.”

“알겠습니다.”

‘뚜벅뚜벅뚜벅’

‘또각또각또각’

여러사람들이 사무실의 밖으로 향하자,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인원으로 인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던 분위기가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남자는 천천히 여인의 앞으로 걸어갔다.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어?”

서류에 눈길을 두면서 시큰둥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특이사항이 있었는지를 묻는 여인에게, 사내는 좀처럼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것을 보고 함으로 인해서, 그녀가 평정심을 잃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아무런 용무도 없이 놀러다니는 기분으로 상단 안에 있는 것을, 여인은 자신의 아비인 상단주와 마찬가지로 혐오했다,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면 좋다고 한 것은 그녀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나서 부터 였다.

“후우…, 가르시아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심호흡을 함으로써 조금 평정심을 되찾은 사내는 어렵사리 입을 떼서 말했다.

“회복이 됐다고 합니다.”

“뭐…?”

앞뒤 다 잘라먹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가르시아는 사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대략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일은 확실함이 생명이었기에, 그녀는 한번 더 물었다, 멋대로 뛰기 시작하는 심장의 고동에서 귀를 돌리려고 애를 쓰면서 말이다.

“이틀 전에 돌아왔던 한스 총괄이 몸을 상당히 회복했다고 합니다.”

“알았어, 수고했어.”

가르시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퉁명한 목소리로, 사내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달랐다,

묘하게 허둥거리던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서류들을 치우고 이것저것을 챙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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