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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39화 (139/151)

〈 139화 〉 139화 사교도 소탕 파병군 부대장의 하루

* * *

한참을 말을 할까 말까 하고 고민을 하던 곤라트에게, 댄디 라이온은 대충 어떤 말이 나올지 눈치를 채고 말했다.

“뜸들이면 더 복잡해지니 그쯤하고 말하는게 좋네.”

“음…, 그렇지, 그래…, 말하려고 했지.”

곤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금 더 망설인 후에야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애송이, 이름은 뭐지?”

“안토니오.”

“좋아 안토니오, 잘 들어, 사심은 없으니까 말이지.”

‘끄덕’

안토니오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서 곤라트는 계속 말했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단련 된 듯 하군, 일단 그 점은 합격이야.”

“살려면 이것저것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야, 몸이 기준 이하야.”

“역시 그랬나…”

댄디 라이온은 설마 했었지만 곤라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심각한 얼굴을 했다, 안토니오만이 장인인 곤라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물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무렴, 근골이 튼튼해야 위로 올라가는 것도 쉬운 법이지, 큰 대포가 큰 탄환으로 강한 위력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음…”

대충 납득은 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안토니오에게 곤라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자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올라가고, 밥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걱정마라 애송아, 크하하하하하!”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느 장단에 맞춰라는건가요?”

“일단은 해보는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안토니오.”

“하아…”

자신이 어쩌다가 여기에 휘말리게 된 것인지, 처음부터 찬찬히 되짚어 본 안토니오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음… 뭣이냐, 나는 만드는 입장이라서 정확히 말하기는 좀 그러니, 전문가를…”

‘딸랑’

곤라트가 말을 하던 도중에 한 남자가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면서 울리는 청명한 종소리와 함께 들어선 그를 발견한 곤라트는 어울리지 않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왓하하하하하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바로 그 꼴이구만!”

“음…,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곤라트공.”

왠지 들어본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댄디 라이온은 몸을 돌려서 대장간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바라봤다.

“아…, 당신은…!”

“오늘 아침에 왔던 음유시인 양반이구려, 한스공은 찾았소?”

“덕분에 헤매는 일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얼…!, 세상사 서로 돕고 사는 것이오, 그런 일에 감사를 받으면 곤란하오.”

“하하.”

댄디 라이온이 부드럽게 웃는 것을 보면서 에드왈드는 천천히 걸어서 곤라트에게 다가갔다.

“저번에 맡긴 것들이 다됐나 싶어서 온 것인데…, 급한 일이라도 있었소?”

“음!, 큰 일은 아니지만 할 일이 있었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리다, 무엇을 하면 좋겠소?”

“여기 있는 애송이가 소질이 있는지를 봐줬으면 하는데 어때?”

“간단한 일이오,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스윽’

“윽…!”

안토니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드왈드의 부리부리한 눈빛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위축됐고, 뒤로 조금 물러서고 말았다.

“안심하게 소년, 자네를 해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네.”

‘주물주물’

“히익…!”

갑자기 에드왈드의 두텁고 거친 손이 자신의 팔과 두 다리, 나아가서는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에 안토니오는 소름이 돋아 절로 새된 비명소리를 냈다,

잠시 후 모든 것을 확인한 에드왈드가 소년에게서 멀어지면서 말했다.

“곤라트공이 이미 확인을 했겠지만…, 이 소년의 소질은 평범하오.”

“역시…”

“으으음…”

댄디 라이온은 자신이 안토니오를 끌고와서 이런 불쾌함을 겪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 그의 귀에 에드왈드의 말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지만 소질은 중요치 않소 곤라트공, 빠르냐 늦냐의 차이일 뿐이오,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근력, 뼈의 단단함아닌가?”

“음유시인…, 아니 댄디 라이온공은 어떻소?”

“기억력, 분석력, 냉철함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맞소, 그것이오.”

에드왈드는 소년의 어깨를 잡고 두 사람에게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 소년, 안토니오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있소, 그 깊이가 어느정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소질이 있다고 하는 자들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오.”

“음…, 역시 내 생각대로군.”

“그래서 이 소년을 어떻게 할 생각이오?”

“글쎄…, 이봐 댄디 뭘 시키려고 했지?”

“그저 느낌이…, 안토니오가 배우고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강하게 직감했지.”

“그럼 결론 났군.”

곤라트는 에드왈드를 바라보면서 시선을 보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에드왈드는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렸다.

“알겠소, 한 사람 몫을 하는 사내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소.”

그러자 어른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안토니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죽지만 않으면 다행인데…”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면서 소년은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엇 하나라도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 안토니오는 결국 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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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천막 안에 갖춰진 가구들의 한 중앙에, 책상과 산처럼 쌓인 서류들, 그리고 그것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바라보는 늠름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여기사가 있었다,

그녀는 이마에서 서서히 굴러 떨어지는 땀을 훔쳐내는 것도 잊은 채 연신 서류를 처리하였다.

“하아…, 제길.”

집중력이 한계에 달하자 그녀는 서류에서 눈을 돌려 천막의 천장을 바라보면서 기지개를 쭈욱 폈다.

“으으으으윽…!”

두 팔이 위로 쭈욱 뻗어지면서 딸려서 올라가는 그녀의 상의, 그로 인해서 드러나는 잘록한 허리와 11자 복근의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오목한 배꼽, 풍만한 젖가슴의 윤곽은 더욱 더 선명해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김서방이 번다더니…, 지금의 내가 딱 그 꼴이야, 장군이라는 작자가 참…”

그녀는 작전이 있기 며칠 전에 있었던 사태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게 원정지의 길바닥에서 골아 떨어져 있을 수가 있는지…, 그러고도 용케 진급은 했고… 하아…”

한 때는 대단한 위광이었던 장군의 가문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형편 없는 가문에 불과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자가 장군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동안 그 자의 선조가 쌓아올린 업적 덕분이라고,

그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정도였다.

“하아…”

다시금 한숨을 내쉰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현재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휘관은 부재에, 하마터면 사교도 무리에게 당할 뻔 했지…”

‘옷 벗을 각오 해야겠어.’

자신의 가문은 최근 상승세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손실을 낸 것을 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왕도로 귀환한다면 자신의 출신이 어떻고 가문이 어떻고 하면서 트집을 잡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하는 자들이 산처럼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에 전역 신청서를 써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

전역을 준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지만, 눈앞에 닥친 상황은 그것을 허용치 않을 것처럼 자신에게 밀려들었다.

“그래…, 일단은 해결 할거야, 해결 하고…”

‘전역하면 남자나 만날까?’

자신이 생각하던 기사의 생활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금의 현실에, 그녀는 대단히 실망을 했었다,

영광은 쥐뿔도 찾을 수가 없었고, 정의를 집행하기는 커녕 부패 세력과 타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선이었다,

그러니 날이 가면 갈 수록 때려치우고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만 강해질 뿐이었다.

“진작에 말 들을 걸 그랬나봐…”

그녀는 또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거의 뒤로 넘어가다시피 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딸려 올라간 상의를 다시 바로 잡았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약간의 휴식으로 기력을 회복한 그녀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다시 활기차게, 자신을 습격한 적의 군대와 마찬가지로 무자비한 서류의 산을 향해서 용감하게, 기사답게 돌진했다.

“중위 야곱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켈리아 대장 대리님!”

‘하…, 이번에 또 뭐야?’

또 귀찮은 일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들어오지 마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서 잠시 고민했다.

“켈리아 대장님?”

‘쟤들이 뭔 죄가 있겠어.’

“들어와.”

천막의 입구를 통해서 마른 인상의 기사가 들어오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켈리아는 10장에 달하는 결제 서류를 순식간에 처리하고는 하급자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저번에 보고한 민간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 그거…”

칼리아는 전임자이자, 토벌군의 총 책임자인 장군이 없는 현 상황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또 말도 안되는 뜬 소문의 조합이리라고 생각한 그녀는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하급자에게 손짓을 하여 보고를 하도록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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