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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단지 쥬지육림을 꾸릴 뿐이다-138화 (138/151)

〈 138화 〉 138화 오랜만에 친우를 만난 댄디 라이온

* * *

한스의 사무실에서 빠져나온 댄디 라이온과 안토니오, 두 사람은 목적을 달성하고 추가 약속을 확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겨 사무실에서 어느정도 떨어졌을 때, 입에 풀을 바른 것처럼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안토니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왜 말도 못하게 멋대로 진행시켰어요? 댄디 라이온.”

“이미 답은 알고 있지 않나? 소년.”

“아뇨, 전혀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좋을거야.”

“괜히 말 빙빙 돌리려고 하지말고 빨리 말해줘요.”

댄디 라이온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년을 너무 과대평가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년 또한 그 나이대의 또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로 그는 마음 먹었다.

“아까 느끼지 않았나? 안토니오.”

“뭘요?”

여전히 시치미를 떼는, 아니 자신이 느낀 것을 어디까지고 부정하려고 하는 소년의 모습에 가르킬 것이 많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관자놀이가 슬며시 지끈거리는 것을 감지했다.

“한스 총괄이 소문보다 훨씬 대단한 남자라는 것을 말이지.”

“그냥 덩치큰 남자로 밖에 안보이는걸요?”

“그렇다면…”

자꾸만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고 하는 안토니오에게, 댄디 라이온은 충격요법을 쓰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까 왜 너의 용무를 말하지 않았지?, 총괄은 그 정도로 무자비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건…”

안토니오는 댄디 라이온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째서 그랬었던걸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쉽사리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왠지 자신이 당초에 목표로 했던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니 떳떳하지 못하다는 기분이 들어서이지 않을까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뭐, 차차 생각해도 괜찮으니, 이 기회에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

‘탁탁탁탁’

천천히 밖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빠른 걸음소리 아니, 뛰는 소리를 들었다, 곧 둘의 앞에 성난 황소와 같은 기세로 달려오는 여자가 보였다.

“비켜!”

“무…, 으아악…!”

‘퍼억’

“크으으으…”

여자는 안토니오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옮겨, 한스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 고함소리가 복도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듣고, 두 사람은 시선을 교차했다.

“빨리 나가는 것이 좋겠군, 안토니오.”

“그렇네요.”

이미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안토니오는 고함소리가 더욱 더 크게 들려오는 것으로 모자라서 물건이 부서지고 알 수 없는 굉음도 함께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최대한의 속도로 건물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휴우…, 간발의 차이군.”

“휘말릴 뻔 했네요.”

“세상에는 멀리 해야할 것이 두가지 있지, 알겠나 안토니오?”

“대략 알겠어요.”

“하나씩 말하면 추가로 설명을 첨부 해주지.”

‘끄덕’

안토니오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댄디 라이온이 자신에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일단 입을 열었다.

“첫째는 부부싸움이지요.”

“영특하군 안토니오, 그렇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할 정도로 끼어들어도 중재는 커녕, 두들겨 맞지만 않아도 다행인 것 중의 하나지.”

“둘째는 연인간의 싸움이지요.”

“맞다,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가는 삽시간에 인간 쓰레기로 만들고 말지, 잘 기억해두고 곤란한 일에서 멀리하는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안토니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댄디 라이온에게 배운 것을 잘 기억해뒀다, 오늘 만난 관계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그에게서 배운 몇 가지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크나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깨달았기 때문에, 소년 안토니오는 군말 없이 하나씩,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했다.

“손님?”

“누구 만났어?”

안토니오는 인기척도 내지 않고 다가온 같은 얼굴의 소녀, 아니 처녀들을 보고 심장이 아플 정도로 놀랐다,

곁눈질로 옆에 있던 댄디 라이온을 확인한 그는, 경험이 풍부한 댄디 라이온 조차 놀람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었다.

“헌데, 아가씨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맨날 오던 손님 아닌가봐.”

“그런가봐.”

쌍둥이 처녀들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한 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상단의 주인인 마리우스님이 우리 아버지야.”

“아버지의 딸들이 우리야.”

“대단히 실례 많았습니다 아가씨들, 미천한 음유시인 댄디 라이온, 상단의 중핵인 한스 총괄을 만나러 왔었습니다.”

댄디 라이온이 허리를 꾸벅이면서 인사를 하자, 안토니오 또한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뻘줌하게 서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음유시인!”

“왕도에서 유명한 댄디 라이온, 알고 있어.”

두 처녀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댄디 라이온에게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했다, 떠나기 직전, 두 사람은 안토니오를 잠깐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한스 오빠는 있어?”

“그렇습니다.”

“루시 언니가 있을지도 몰라, 서둘러야 해, 레나.”

“맞아, 서두르자 레카.”

정신 없는 대화를 마친 두사람이 떠나가고, 댄디 라이온과 안토니오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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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서 도시로 향하는 짐마차를 얻어타고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은 일단 무작정 걸었다,

안토니오는 댄디 라이온에게 목적지를 물었지만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손해는 없으리라 판단한 소년은 묵묵히 유명한 음유시인의 뒤를 따랐다.

“여긴…”

[정숙한 드워프]

안토니오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간판에 적힌 글귀를 읽고 말도 안된다고 속으로 외쳤다.

‘정숙한 드워프라니! 미친거 아냐?, 그런 드워프가 어디있어!’

몇 번 드워프를 경험했던 안토니오는 그들의 괄괄함을 아주 잘 알았었다, 그래서 속으로만 외쳤다, 입밖으로 꺼냈다가는 긁어 부스럼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강인해야지, 그래서 여기에 왔다 안토니오.”

“나도 한 강함 한다구요 댄디 라이온.”

“흐음…, 잔소리는 됐고 들어가지.”

안토니오는 자신을 잠시동안 훑어보던 댄디 라이온의 눈이 마치, 몹쓸것을 바라보는 듯한 노예상의 눈빛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부드러움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호의를 베푸는 것이기에 소년은 군말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주둥이만 산 놈이 기어코 살아서 돌아왔군!”

“드워프 주제에 조용한 또라이는 여전하군!”

가게 안에 들어선 안토니오의 눈에 비춰진 광경은, 점잖았던 댄디 라이온이 드워프와 으르렁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 댄디 라이온?, 이건…”

“잠깐 기다려라 안토니오, 금방 끝나니까 말이야.”

“하!,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꿈도 야무지구먼!”

“언제부터 드워프가 입만 놀리는 종족이 됐나 곤라트, 응?”

“강냉이 날아가도 책임 안져 씨팔!”

두 남자는 곧 바로 달라붙어서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했다, 격렬한 공방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맞는 일 없었다.

“이야 이것 참! 좀 하게 됐군!”

“너야말로, 쇠만 두들긴다고 한 물 간 줄 알았더니만!”

‘부웅’

“꼬부랑 영감쟁이가 되어도 네놈이 먼저 되지 내가 먼저되냐?, 이거나 먹어라 이놈아!”

‘휘익’

댄디 라이온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드는 주먹을 여유롭게 피하고는 곤라트의 짜리몽땅한 하반신에 로우킥을 날렸다.

‘붕’

“에잇!, 잔재주만 배워서는…!”

“기술이라고 하는거다 늙다리 땅딸보야.”

“하하!, 좋다, 제대로 해보자고!”

“얼마든지!”

[흐아아아아아압!]

곧 두 남자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달렸다, 거리가 좁아지자 손을 뻗어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으랴아아아아압!”

“흐아아아아아아압!”

처음에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나, 매일 쇠를 두들기는 곤라트와 댄디 라이온은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결국 힘겨루기의 승자는 곤라트였다.

“하! 아직 멀었어 임마!”

“그렇군…”

결과에 승복한 댄디 라이온은, 자신의 옷을 쳐서 먼지를 털고는 일어섰다,

격렬한 공방을 주고 받은 것 치고는 땀하나 흘리지 않는 두사람의 모습을 지켜본 안토니오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어떻게 숨도 안 흐트러졌지?, 사람 맞아?’

성인 남자 하나와 이종족 하나, 종은 다르지만 상당한 실력과 신체능력을 지닌 것이 틀림 없다는 것을 안토니오는 알 수가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이런 촌구석에 왔지?, 시인 양반.”

“오랜만에 친구도 보고,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유명인도 보려고 왔지.”

“아?, 한스 말이군, 그래서 어떻던가?”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상치 않은 사내더군.”

“핫핫핫!, 그렇지, 그 정도는 돼야 내가 인정을 하지.”

댄디 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하고는 갑자기 뒤에 서있던 안토니오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뻘쭘하게 서있던 소년을 향해서 손짓을 했다.

“꼬맹이는 왜?, 네놈 애새끼냐?”

“무슨, 나는 아직 미혼이다.”

“그럼 왜?, 흠… 그러니까…”

“입 다물고 끝까지 들어.”

쓸데 없는 소리를 할 기세였던 곤라트의 입을 틀어막은 댄디 라이온은, 그가 자신이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친구를, 한 사람 몫을 하는 남자로 만들려고 하는데 어때?”

“흠흠…, 재밌겠군…, 흠…”

곤라트는 안토니오의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구석구석을 훑어보면서 고개를 연신 주억거렸다.

“흐음…, 그렇군…”

“어떤가?”

“으음…”

곤라트는 댄디 라이온의 물음에 좀처럼 대답하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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