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136화 음유시인 댄디 라이온과 고아 소년 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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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로브를 걸친 사내와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을 도저히 견디지 못한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년, 나는 댄디 라이온이라고 하지, 이름이 뭔가?”
“음…, 별난 이름이네, 댄디 라이온이라니…, 응?”
자신이 입밖으로 내뱉은 말을 다시금 상기한 소년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는 자신의 옆에 있던 누더기를 걸친 사내를 크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다, 당신이 그 유명한 댄디 라이온이야?, 정말로?!”
“음…, 유명한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틀림없는 댄디 라이온이지, 사칭이 있다는 소리도 종종 듣기는 했었지…”
소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을 꿈뻑이다가 마른 세수를 몇번하고는 다시 한번 사내를 직시했다.
“이런 변경에는 무슨 일로 온건가요 댄디 라이온?, 여기는 제대로 된 무대라고 할 것도 거의 없다구요.”
갑자기 자신에게 경어를 쓰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지 않던 댄디 라이온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지금 찾으러 가는 남자에게 용무가 있어서지.”
“흐음…, 그런가요.”
“그래서 이름을 좀 알려주겠나 소년?, 계속 이렇게 부를 수도 없잖은가.”
“아, 그렇네요, 내 이름은 안토니오에요, 사람들은 토니라고 부르죠.”
토니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소년은, 댄디 라이온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댄디 라이언씨,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별일 아니지, 우리 두 사람의 공동의 목표인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가면 만날 수 있는지를 물어봤을 뿐이지.”
“어차피 상단에 가면 찾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별 뜻은 없지, 그저 확실히 하고자 했을 뿐.”
안토니오는 자신을 댄디 라이온이라고 밝힌 사내가, 자신이 소문으로써 확인하던 뛰어난 악사인 댄디 라이온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약간의 불쾌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안토니오, 네 말대로 그 사람은 상단에 있는 듯 하군, 여기서 거리가 꽤 되는 듯 하니 마차를 타고 가지.”
“예?, 마차라니요!, 거기까지 가는데 마차를 타면 얼마나 바가지 요금을 받는다구요!, 급한거 아니면 계속 걸어요!”
안토니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한 댄디 라이온이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토니오, 이걸 잘 기억해,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거다.”
“지금 마차 타려고 하는 것을 둘러대려고 하는거 아니죠?”
“전혀.”
댄디 라이온은 무심하게 말하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약간 빠른 성인 남자의 보폭을 쫓아오지 못한 안토니오가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따라오자 댄디 라이온이 말했다.
“시간은 금이다,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지.”
안토니오는 아직은 잘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과 통성명을 한 소년이 이해를 했건 안했건간에 걸음을 옮기던 댄디 라이온은 주변에 있던 마차 하나를 점찍고는 마부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지금 운행합니까?”
“음…, 뭐요? 돈은 갖고 있는게요?”
댄디 라이온의 허름한 겉모습에 미심쩍은 얼굴을 한 마부가 묻자, 그는 히죽 웃으면서 가슴팍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들어 보였다.
“이정도면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선생님, 어디까지 갈 생각이십니까?”
갑자기 급변한 마부의 태도, 하지만 댄디 라이온은 그를 욕하지 않았다,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고 있었기에…,
물론 그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안토니오에게는 조금 다르게 비춰졌다.
‘저런 취급을 받아도 기분이 안나쁘나?’
부모가 없이 살아온 소년에게 있어서 얕보인다는 것은 죽음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번 깔보이면 다음에는 돈을 버는 것도,
사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토니오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스 총괄이라는 사람이 있는 상단으로 부탁드립니다.”
“아, 마리우스 상단에 볼 일이 있으신가 보군요, 알겠습니다, 올라타시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안토니오?”
안토니오는 자신을 부르는 댄디 라이온의 목소리에 자신의 안쪽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에 집중을 하던 의식을, 다시 현실로 되돌렸다.
“아, 탈게요.”
“출발합니다, 이랴!”
‘찰싹’
“끼히이이이잉!”
마부가 고삐를 휘두르자 마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르지 못한 지면을 따라 구르는 바퀴를 통해서 올라오는 진동을 느끼면서 두사람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입을 닫고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마리우스 상단인데,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합니다?”
마부의 물음에 입을 굳게 닫고 있던 댄디 라이언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중요합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무슨 일이건간에 잘 풀리기를 건국과 새벽의 신께서 돌봐주시기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안토니오는 시큰둥한 얼굴로 풍경을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상단에 도착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끼이이이익’
“푸르르륵!”
안토니오에게 있어서 영겁과도 같은 기나긴 시간이 흘러 겨우 두 사람은 근방 도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마리우스 상단의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마차에서 내려서자 도심부와는 다른 상쾌한 공기와 흙냄새가 둘을 반겼다.
“그럼 수고하시고 다음에 또 봅시다!”
“예, 덕분에 잘왔습니다 선생님.”
‘휙휙’
“끼랴!”
‘다각다각’
마부는 댄디 라이언에게 손을 흔들고는 고삐를 움직여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낯선 곳을 향하여 천천히 발을 들였다.
“와…”
안토니오는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도시의 안에 있는 시장도 확실히 활기찼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곳 또한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활기찼다, 많은 상인들, 귀족 가문의 관계자들이 와서 물건을 흥정하고 싣고, 내리는 등 매우 분주했다.
“이런 곳이었나…”
세상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 것을 몰랐던 안토니오는 넋을 놓고 바삐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마치 시골에서 상경한 촌놈과 같이 정신이 없는 소년과 달리 침착한(눈은 아까보다 크게 뜨여져 있었다.) 상태를 유지 중인 댄디 라이온은 주변에 있던 상단의 관계자를 붙잡고 물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뭐요?”
“마리우스 상단의 한스 총괄을 찾아왔는데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댄디 라이언의 입에서 한스의 이름이 나오자 사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훑어보고 말했다.
“군에서 나왔소, 아니면 성당이오?”
“지나가는 음유시인 댄디 라이온이라고 합니다.”
“음…, 아아…!, 그 댄디 라이온이오?”
‘끄덕’
댄디 라이온이 쑥스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상단의 사내가 손을 쑥 내밀면서 말했다,
댄디 라이온은 사내가 무안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손을 잡았다, 고된 작업을 통해서 단련된 울퉁불퉁하고 억세며, 곳곳에 굳은 살이 배긴 손을 댄디 라이언은 꽉 잡았다.
“소문은 많이 들었소, 우리 총괄님에 대한 노래를 만들려고 온 것이오?”
“그렇습니다, 하하.”
“하하하하하, 듣던 중 다행인 소리군!, 안그래도 총괄님의 이야기가 근처에 쫙 퍼진 마당에 언제쯤 음유시인이 오나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참이었소.”
“제가 때 마침 잘 온셈이군요.”
“그렇소!, 쭈욱 가서 큰 건물을 찾으시오, 거기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안내해 줄것이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댄디 라이온이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하자, 사내는 그럴 것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손을 휘휘 젓고는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서 북적이는 곳으로 돌아갔다.
“가지, 안토니오.”
“아…, 네!”
댄디 라이온은 자신의 곁에서 따라오는 소년을 보고 사람의 파도 속에서 허둥거리지 않고 따라오는 능력,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소년이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
두 사람은 아무런 이야기도 않고 묵묵히 20분 가까이 걸어서 멀리서 보이던 커다란 건물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서 경비 임무를 맡고 있던 관계자에게 목적과 신분을 밝히자 친
절하게 안내를 받았다.
“안토니오, 너는 한스 총괄에게 무슨 용무지?”
“그 남자만이 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음…, 아까 그 여자애의 일인가?”
‘움찔’
안토니오가 놀랐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댄디 라이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네 일이니 굳이 간섭 않을거다, 안심해라.”
‘저벅저벅’
두사람은 잉크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실내를 가로질러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한스가 업무를 보고 있다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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