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126화 한달을 기다린 손님
* * *
한스는 기뻐하는 것인지 찡그린 얼굴로 다가오는 에드왈드를 향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또한 한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큭!”
강한 힘이 담긴 에드왈드의 주먹이 자신의 턱에 작렬 했음에도 한스는 휘청거리지도 않고 그저 침음성을 흘릴 뿐이었다.
“1개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찾고 걱정 했는지 알고나 있소?!”
“1개월...이라고?”
한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저히 믿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자 이상함을 눈치챈 에드왈드는 들고 있던 음식을 한스에게 건내고 모닥불의 근처로 이끌었다.
“시간이 흐른 것을 인지 못할 정도면 필시 범상치 않은 일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하오만 어떻소?”
“우물우물.”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실에 한스는 들고 있던 잘 익은 소시지를 한입 물어뜯고는 멍한 시선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봤다, 잠깐, 그러니까 한스 자신이 인식하기로는 한나절 정도 그 신비로운 장소에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군...’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기에, 경험한 것을 얼추 정리한 한스는 천천히 성문처럼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전투의 마지막에 날아들었던 것을 기억하나?”
“물론이오 한스공, 사교도의 주교가 괴상한 술법을 쓴 것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소?”
한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소시지를 단번에 먹어치웠다, 맛을 살짝 음미하다가 꿀꺽 삼킨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갑자기 나를 도우러 와준 이종족 둘과 함께 그것을 막다가..., 어디론가 날아갔지.”
에드왈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스의 말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억양으로 물었다.
“한스공, 정말로 확실하오 이종족들이 어째서...?”
“도시에서 소문난 이종족들을 보셨습니까 한스님.”
“자세히는 모르겠군, 하지만 사람이 그런 체형을 하고 있을리는 없으니 아마 맞겠지.”
한스의 말에 에드왈드와 말쑥한 사내는 그를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확실히 한스의 체구도 보통 사람을 넘는 몸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던 한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뜨니 소녀와 이종족이 나를 맞이하더군.”
“소녀?, 정말로 소녀였단 말이오 한스공?”
“정말이지.”
“계속 이야기 해주시구려.”
“음...”
한스는 모닥불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때의 믿기지 않는 상황을 떠올렸다.
“뒤를 따라서 다른 방으로 이동하니 긴머리의 처자가 있더군...”
“처자란 말이오..., 역시...”
한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에드왈드는 대충 알겠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화자인 한스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약간의 대접을 받고 봉인되어 있는 힘을 해방 시킨 후에, 돌아오게 됐지.”
무뚝뚝한 한스라서 그런지 많이 축약 됐다는 것을 에드왈드는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추후에 조금 더 물어보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말했다.
“그래서 1개월이나 걸렸다 이말이오?”
“그렇지.”
“음..., 흥미롭구려.”
이야기가 끝나자 용병들을 쫓아갔던 사내들이 하나 둘씩 돌아와 맨땅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말쑥한 차림새의 사내는 간단한 지시를 내리고는 다시 돌아와서 한스에게 말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돌아가서 합시다 한스님.”
“음...”
“따라오십시오.”
사내는 한스 보다 앞서나가 마차와 말을 끌고 와서는 큰소리를 냈다.
“피곤하겠지만 이동해야한다!”
“대장 이제 돌아왔단 말입니다.”
“밀러대장 진짜입니까?”
“마리우스님께 걱정을 끼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서둘러라!”
“제기랄...”
“피곤해 뒈지겠구만...”
걸인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꾀죄죄한 무장한 사내들은 무기를 챙겨들고는 캠프의 물건을 근처에 있던 마차에 하나씩 실었다, 3분도 걸리지 않아 정리가 끝나자 마차가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갑시다 한스님.”
“알겠다.”
한스가 마차에 올라타자 먼저 와있던 손님이 한스를 바라봤다, 잠시 후 윤곽이 확실해지자 손님이 말했다.
“다친 곳 없는가 한스?”
“제이드..., 무사했군.”
“물론이지, 나 또한 이런 경험은 풍부하다네.”
한스는 제이드와 못나눴던 이야기를 마저 나누면서 마차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잠깐 내려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약 4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한스는 마차에서 보냈다, 몸이 회복되어 의문이 든 한스는 마부석에 앉아있는 밀러에게 말했다.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거지?”
“원래대로라면 상단에 먼저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한스님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쪽으로 향합니다.”
“그런가...”
“마침 다왔습니다.”
한스가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자 익숙한 오솔길과 그 너머에서 굳건히 서있는 저택,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그였지만 단 하나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드르르르륵’
‘끼이이익’
마차가 천천히 멈춰서자 한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있었다, 그런 그에게 밀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천천히 걸어가시죠.”
“음.”
한스는 마부석에서 풀쩍 뛰어내려 저택으로 향했다, 서서히 보이는 정문, 그리고 그 앞에 모여있는 마릴린과 메이드들, 니키타가 도열하여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이 비춰졌다.
“후우...”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한스는 가볍게 미소지으면서 꾸준히 그녀들을 향해서 다가갔다,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마릴린을 필두로 메이드들이 허리를 꾸벅여 인사를 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기다리게 했군, 미안하다.”
“한스님!”
‘타다다닥’
‘와락’
니키타가 한스를 큰 목소리로 부르고는 빠르게 달려와 메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릴린이 한박자 늦게 우아한 걸음걸이로 주인의 결에 다가왔다.
“고생이 많았다 마릴린.”
“아니옵니다 주인님, 그저 메이드로써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옵니다.”
니키타가 한스의 듬직한 몸에 매달려 있는 것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내딛기를 머뭇거리던 마릴린은 자신을 지나쳐서 바람처럼 뛰어가는 네미아를 보고 체념한 얼굴을 했다.
“주인니이임!, 어디갔다가 오신거예요!”
‘덥썩’
자신의 허리에 안겨드는 네미아의 머리를, 한스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 한스는 마릴린을 슬며시 바라보면서 말했다.
“마릴린은 괜찮나?”
“저, 저는 괜찮사옵니다...”
“아직 자리가 남아있다, 이번이 아니면 없을 지도 모르지.”
“많이 변하셨사옵니다.”
‘타다닥’
한참을 망설이고도 결국에는 포기했던 마릴린은 한스가 팔을 펼치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와서 왼팔에 안겼다.
“훌쩍, 정말로 정말로... 흐윽...!”
“미안하다.”
자신의 소중한 여인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한스는 감격어린 눈길로 코를 훌쩍이는 메이드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
“주인님, 손님이 오신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아, 그랬었지.”
한스는 마리우스의 여식들이 잡혀가기 전에 손님이 왔으니 빨리 돌아와라는 전갈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기약도 없이, 그것도 한달동안이나 기다리게 한 결례를 저질렀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손님은 어디에 계시지 마릴린?”
“지금은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바로 향하지.”
‘꾸욱’
한스는 자신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손길에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바로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한스의 볼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지금은 이것으로 참겠사옵니다.”
“음, 알겠다.”
햇볕의 아래에서는 잘 알수가 없었지만, 저택 안으로 들어오니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의 기억에 있는 마릴린과 비교하면 지금의 그녀는 많이 야위었다는 것을 말이다,
주인이, 아니 깊은 관계인 연인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한스는, 한동안은 편히 자는 것은 포기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응접실로 향했다.
‘끼이이이’
마릴린이 열어젖힌 문의 안으로 한스는 들어섰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머리칼을 보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는거지?’
잠시 멈춘 한스의 귀에 마릴린의 고운 목소리가 속삭여졌다.
“주인님이 일전에 무기를 맞춘다고 하셨기에 기다리고 있다고 했사옵니다.”
“음.”
한스는 그제서야 고작 며칠 전에, 아니 한달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워낙 많은 일들로 인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라고 변명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든 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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